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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03] 다음 글을 읽고 물음에 답하시오.
나는 오늘 아침에 네 개의 아스피린을 먹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잤다. 어제도 그제도 그끄제도 — 나는 졸려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나는 감기가 다 나았는데도 아내는 내게 아스피린을 주었다. 내가 잠이 든 동안에 이웃에 불이 난 일이 있다. ㉠그때에도 나는 자느라고 몰랐다. 이렇게 나는 잤다. 나는 아스피린으로 알고 그럼 한 달 동안을 두고 아달린을 먹어 온 것이다. 이것은 좀 너무 심하다.
별안간 아뜩하더니 하마터면 나는 까무러칠 뻔하였다. 나는 그 아달린을 주머니에 넣고 집을 나섰다. 그리고 산을 찾아 올라갔다. 인간 세상의 아무것도 보기가 싫었던 것이다. 걸으면서 나는 아무쪼록 아 내에 관계되는 일은 일체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하였다. 길에서 까무러치기 쉬우니까다. 나는 어디라도 양지가 바른 자리를 하나 골라서 자리를 잡아 가지고 서서히 아내에 관하여서 연구할 작정이었다. 나는 길가의 도랑창, 핀 구경도 못한 진 개나리꽃, 종달새, 돌멩이도 새끼를 까는 이야기, 이런 것만 생각하였다. 다행히 길가에서 나는 졸도하지 않았다.
거기는 벤치가 있었다. 나는 거기 정좌하고 그리고 그 아스피린과 아달린에 관하여 연구하였다. 그러 나 머리가 도무지 혼란하여 생각이 체계를 이루지 않는다. 단 오 분이 못 가서 나는 그만 귀찮은 생각이 번쩍 들면서 심술이 났다. ㉡나는 주머니에서 가지고 온 아달린을 꺼내 남은 여섯 개를 한꺼번에 질겅질겅 씹어 먹어 버렸다. 맛이 익살맞다. 그러고 나서 나는 그 벤치 위에 가로 기다랗게 누웠다. 무슨 생각으로 내가 그따위 짓을 했나? 알 수가 없다. 그저 그러고 싶었다. 나는 게서 그냥 깊이 잠이 들었다. 잠결에도 바위틈을 흐르는 물소리가 졸졸 하고 귀에 언제까지나 어렴풋이 들려왔다.
내가 잠을 깨었을 때는 날이 환—히 밝은 뒤다. 나는 거기서 일주야를 잔 것이다. 풍경이 그냥 노 — 랗게 보인다. 그 속에서도 나는 번개처럼 아스피린과 아달린이 생각났다.
아스피린, 아달린, 아스피린, 아달린, 맑스*, 말사스*, 마도로스, 아스피린, 아달린*.
아내는 한 달 동안 아달린을 아스피린이라고 속이고 내게 먹였다. 그것은 아내 방에서 이 아달린 갑이 발견된 것으로 미루어 증거가 너무나 확실하다.
무슨 목적으로 아내는 나를 밤이나 낮이나 재웠어야 됐나?
나를 밤이나 낮이나 재워 놓고 그리고 아내는 내가 자는 동안에 무슨 짓을 했나? 나를 조금씩 조금씩 죽이려던 것일까?
그러나 또 생각하여 보면, 내가 한 달을 두고 먹어 온 것은 아스피린이었는지도 모른다. 아내는 무슨 근심되는 일이 있어서 밤이면 잠이 잘 오지 않아서 정작 아내가 아달린을 사용한 것이나 아닌지, 그렇다면 나는 참 미안하다. 나는 아내에게 이렇게 큰 의혹을 가졌다는 것이 참 안됐다.
(중략)
나는 어디로 어디로 들입다 쏘다녔는지 하나도 모른다. 다만 몇 시간 후에 내가 미쓰꼬시* 옥상에 있는 것을 깨달았을 때는 거의 대낮이었다.
나는 거기 아무 데나 주저앉아서 내 자라 온 스물여섯 해를 회고하여 보았다. 몽롱한 기억 속에서는 이렇다는 아무 제목도 불거져 나오지 않았다.
나는 또 나 자신에게 물어보았다. 너는 인생에 무슨 욕심이 있느냐고. 그러나 있다고도 없다고도, 그런 대답은 하기가 싫었다. 나는 거의 나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기조차도 어려웠다.
허리를 굽혀서 나는 그저 금붕어나 들여다보고 있었다. 금붕어는 참 잘들도 생겼다. 작은 놈은 작은 놈대로 큰 놈은 큰 놈대로 다 싱싱하니 보기 좋았다. 내리비치는 오월 햇살에 금붕어들은 그릇 바탕에 그림자를 내려뜨렸다. 지느러미는 하늘하늘 손수건을 흔드는 흉내를 낸다. 나는 이 지느러미 수효를 헤아려 보기도 하면서 굽힌 허리를 좀처럼 펴지 않았다. ㉢등허리가 따뜻하다.
나는 또 회탁의 거리를 내려다보았다. 거기서는 피곤한 생활이 똑 금붕어 지느러미처럼 흐늑흐늑 허비적거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끈적끈적한 줄에 엉켜서 헤어나지들을 못한다. 나는 피로와 공복 때문에 무너져 들어가는 몸뚱이를 끌고 그 회탁의 거리 속으로 섞여 들어가지 않는 수도 없다 생각하였다.
나서서 나는 또 문득 생각하여 보았다. 이 발길이 지금 어디로 향하여 가는 것인가를…….
그때 내 눈앞에는 아내의 모가지가 벼락처럼 내려 떨어졌다. 아스피린과 아달린.
우리들은 서로 오해하고 있느니라. 설마 아내가 아스피린 대신에 아달린 정량을 나에게 먹여 왔을까?
나는 그것을 믿을 수가 없다. 아내가 대체 그럴 까닭이 없을 것이니 그러면 나는 날밤을 새면서 도적질을, 계집질을 하였나? 정말이지 아니다.
우리 부부는 숙명적으로 발이 맞지 않는 절름발이인 것이다. 내가 아내나 제 거동에 로직*을 붙일 필요는 없다. 변해(辯解)*할 필요도 없다. 사실은 사실대로 오해는 오해대로 그저 끝없이 발을 절뚝거리면서 세상을 걸어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그러나 나는 이 발길이 아내에게로 돌아가야 옳은가 이것만은 분간하기가 좀 어려웠다. 가야 하나? 그럼 어디로 가나?
㉣이때 뚜우 — 하고 정오 사이렌이 울렸다. 사람들은 모두 네 활개를 펴고 닭처럼 푸드덕거리는 것 같고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가 부글부글 끓고 수선을 떨고 하는 것 같은 찰나, 그 야말로 현란을 극한 정오다.
나는 불현듯이 겨드랑이가 가렵다. 아하, 그것은 내 인공의 날개가 돋았던 자국이다. 오늘은 없는 이 날개, 머릿속에서는 희망과 야심의 말소된 페이지가 딕셔너리 넘어가듯 번뜩였다.
[A] [나는 걷던 걸음을 멈추고 그리고 어디 한번 이렇게 외쳐 보고 싶었다.
날개야 다시 돋아라.
날자. 날자. 날자. 한 번만 더 날자꾸나.
한 번만 더 날아 보자꾸나.]
*맑스: 마르크스(Marx). 독일 관념론, 공상적 사회주의 및 고전 경제학을 비판하여 과학적 사회주의를 창시함.
*말사스: 맬서스(Malthus). 영국의 경제학자.
*아스피린, 아달린~아스피린, 아달린: 아달린과 아스피린은 서로 다른 약 이름이지만, 그 말의 첫소리와 끝소리는 다 같이 ‘아’와 ‘린’으로 그 음이 유사하게 들린다. 그 연상에서 맑스와, 말사스, 마도로스라는 말이 나열된 것이다. 즉 맑스, 말사 스, 마도로스는 서로 다른 사람이며 그 사상도 아달린과 아스피린만큼 차이가 있다. 그 첫소리는 ‘마’로 시작하고 끝소리 는 ‘스’로 끝나 있다. 결국 동음이의어의 연상 작용을 나타낸 것이다.
*미쓰꼬시: 일제 강점기에 서울 충무로에 있었던 백화점 이름.
*로직: 논리.
*변해: 말로 풀어 자세히 밝힘.
01. 윗글의 서술상 특징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인물의 내면과 의식 세계를 여과 없이 자유롭게 그려 내고 있다.
② 어리숙한 화자의 시선을 통해 탐욕스러운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하고 있다.
③ 역순행적 구성을 통해 장면을 교차하면서 사건의 전말을 입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④ 대상에 대한 관찰자의 시선이 드러나며 인물의 움직임에 따라 사건을 전개하고 있다.
⑤ 시대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여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02. [보기]를 참고하여 ㉠~㉤을 이해한 것으로 적절하지 않은 것은?
[보기]
1930년대가 되어 신식 교육이 확산되면서 지식인의 수효는 훨씬 많아졌다. 그러나 그만큼 고등실업자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룸펜’이라는 말이 하나의 유행어처럼 번졌다. ‘룸펜’이란 지적 노동에 종사하는 사회층 지식인을 일컫는 독일어로, 이들의 속성은 반항과 불안, 무기력 등의 의미로 확장되었다. 현대의 도시 문명은 풍요롭고 번화하지만 가난한 룸펜의 의식은 도시 문명 의 물질로부터 소외되고, 소외된 내면의 자의식은 도시 지식인의 일탈과 불안, 수동적 태도와 병적인 분열로 나타난다.
① ㉠: 아내가 준 수면제를 먹고 잠만 자는 ‘나’의 모습은 수동적인 삶을 사는 룸펜의 모습에 해당하겠군.
② ㉡: 약이 ‘아달린’인 줄 알면서도 ‘여섯 개를 한꺼번에’ 먹는 행동은 일종의 일탈과 반항의 심리를 표현한 것이겠지.
③ ㉢: ‘등허리’가 따뜻해진 것은 물질로부터 소외된 상처 받은 ‘나’가 ‘금붕어’를 통해 자의식을 회복했다는 것을 의미하겠군.
④ ㉣: ‘사이렌’은 무기력한 ‘나’의 의식을 각성시키고 진정한 자아를 인식하게 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어.
⑤ ㉤: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는 풍요롭고 번화한 도시 문명을 뜻하는 것이겠군.
03. [A]에서 ‘날개’의 의미를 파악한 것으로 가장 적절한 것은?
① 진정한 내면적 자아의 회복과 자유에 대한 열망
② 잊고 있었던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과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
③ 가난한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도피하려는 인물의 내면
④ 타인과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고 부조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의지
⑤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벗어나 외출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된 계기
도움자료
[2014 EBS 인터넷 수능]
(문학B)
이상,「날개」
01 ① 02 ③ 03 ①
해제 ㅣ 이 작품은 주로 의식의 흐름을 바탕으로 한 주인공의 내적 독백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 작품에서 ‘나’와 ‘아내’의 관계는 보통의 부부 관계와는 달리 역전된 형태로 그려진다. 현실로부터 격리되어 어두운 방에서 생활력 없이 지내는 ‘나’의 방이 ‘아내’의 방과 격리되고 대조를 이루며 식민지 시대의 무기력한 지식인의 심리 상태를 효과적으로 그리고 있다. 자기 소모적이고 자기 해체적인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사회 현실의 문제를 의식의 내면으로 투영했다는 것과 전통적인 소설 기법에서 벗어난 실험적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문학사적 의의를 가진다. 또한 1920년대 1인칭 소설에서 주로 나타난 서술자의 고백이 심층 심리의 표현, 입체적 구성의 시도 등을 통하여 구현되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주제 ㅣ 무력한 삶과 자아 분열 속에서 벗어나 본래의 자아를 지향 하는 인간의 의지
전체 줄거리 ㅣ ‘나’는 생활 능력이 없는 탓에 모든 것을 아내에게 의지하고 살아간다. ‘나’가 하는 일이란 아내가 없는 방 안에서 돋보기로 종이를 태우거나 아내의 화장품을 가지고 노는 것뿐이며, 아내의 내방객을 피해 길거리로 나서더라도 돈을 쓸 줄 모르고 누구와도 대화하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외출에서 일찍 돌아온 탓에 ‘나’는 아내와 손님 사이에 벌어진, 차마 보아서는 안 되는 장면을 보게 되어 아내에게 심한 구박을 받는다. 밤 외출로 인해 감기 기운이 있던 ‘나’는 아내가 사다 주는 약을 먹게 되는데, 어느 날 그것이 아스피린이 아니라 아달린(수면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거리로 나선 ‘나’는 정오 사이렌이 울리는 시간에 예전에 자신의 겨드랑이에 돋았던 날개를 떠올리게 되고, 다시 날아 보려는 소망을 피력한다.
01 서술상 특징 파악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이 작품은 식민지 시대를 살아가는 무력한 지식인의 삶을 통해 현대인의 분열된 자의식과 고독을 자유로운 연상으로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제시문은 ‘나’가 ‘아내’가 있는 집을 나와서 일종의 탈출의 성격을 지닌 외출을 하면서 ‘나’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타난 부분이다. 일반적인 소설의 흐름에서 나타나는 인물들 간의 갈등 관계나 시간의 흐름에 따른 서사적 전개 양상과 달리 ‘인물의 내면과 의식 세계를 여과 없이 자유롭게 그려 내고 있다.’고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내성적이고 생활력이 없어 무기력해 보이는 주인공의 모습이지만 어리숙한 화자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탐욕스러운 현대인의 모습을 비판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③ 시간의 흐름을 재배열한 역순행적 구성은 드러나지 않으며 사건을 입체적으로 구성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④ 거리를 관찰하고 있는 주인공의 의식과 시선이 드러나긴 하지만, 관찰자의 시선으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⑤ 이 작품에서 구체적인 시대 상황은 묘사되지 않으며,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나 구조적 모순에 대해 직접적인 문제 제기를 하고 있지는 않다.
02 외적 준거에 따른 작품 감상 ③
작품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고 주인공이 상징하는 식민지 지식인의 모습과 연결하여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지 묻는 문제이다. 서술자의 의식과 행동을 이해하는 데 중점을 둔다.
정답이 정답인 이유
[보기]는 1930년대 지식인의 삶에 대한 설명으로 이 글의 주인공을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등허리’가 따뜻해진 것은 앞부분에서 나온 ‘내리비치는 오월 햇살’ 때문이지 상처 받은 ‘나’가 ‘금붕어’를 통해 자의식을 회복했다는 것으로 보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① ‘감기가 다 나았는데도 아내는 내게 아스피린을 주었다.’는 사실은 뒷부분의 내용을 통해 실은 아스피린이 아니라 아달린이었음이 밝혀진다. 따라서 아내가 준 수면제를 먹고 잠이 든 ‘나’의 수동적인 삶을 짐작할 수 있다.
② ‘주머니에서 가지고 온 아달린을 꺼내 남은 여섯 개를 한꺼번에’ 씹어 먹고 나서 ‘나’는 ‘무슨 생각으로 내가 그따위 짓을 했나? 알 수가 없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는 아스피린이라고 속이고 아달린을 나에게 준 아내에 대한 일종의 반항과 그동안 수동적이었던 자신의 삶에 대한 일탈이라고 파악할 수 있다.
④ ‘정오 사이렌’을 매개로 무기력한 ‘나’의 의식이 각성되고 진정한 자아를 인식하게 됨을 알 수 있다.
⑤ ‘온갖 유리와 강철과 대리석과 지폐와 잉크’는 [보기]의 ‘풍요롭고 번화’한, ‘도시 문명의 물질’로 파악할 수 있다.
03 소재의 기능 파악 ①
정답이 정답인 이유
일반적으로 문학 작품에서 ‘날개’는 자유와 이상을 의미한다. 이 소설에서도 [A]에서 날개가 다시 돋기를 바라는 것은 삶의 의미와 자아를 찾아 자유롭고 이상적으로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진정한 내면적 자아의 회복과 이상 추구, 자유에 대한 열망을 표현한 것’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
오답이 오답인 이유
② 주인공의 의식과 행동이 지식인으로서의 책임감을 드러내는 것은 아니며, 현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드러나는 부분도 찾기 어렵다.
③ ‘자유에 대한 열망, 이상의 추구’를 지향하는 것이지, 가난한 현실의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도피하려는 것은 아니다.
④ 타인과의 유대 관계를 회복하거나 부조리한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⑤ 바깥세상과 단절된 상태에서 벗어나려는 주인공의 의지를 엿볼 수 있으나 외출을 통해 새로운 세계로 나아가게 되었다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