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마지막 짝꿍활동입니다.
면접날 저녁 식사 때 옆에 앉으면서 시작된 은성이와의 인연이 마지막 짝꿍활동까지 이어졌습니다.
2차 야영 팀 장 보는데 따라갔습니다. 장 다 보고 제민이 제윤이, 현수 배웅한 다음에 은성이랑 갈 식당 정했습니다.
은성이가 선생님 뭐 먹고 싶냐고 했습니다. 무려 은성이가 사주는 저녁.
추동 와서 매운 떡볶이를 먹은 적이 거의 못 먹었습니다. 집에선 거의 3주에 한 번씩 먹는 떡볶이.
그렇게 메뉴 선정은 제가, 길은 권민정 선생님이, 메뉴 시키고 결제하는 건 은성이가.
이렇게 셋의 합작으로 떡볶이 먹으러 갔습니다.
판암역 앞 '바로 그 집'이라는 분식집 갔습니다.
치즈 라면(안 맵게)에 떡볶이 1인분, 순대 하나 고른 뒤에 주문 순서 기다리는데 사람이 많았습니다. 배달 주문 알림음이 계속 울렸습니다.
은성이한테 선생님도 와플대학에서 일할 때 배달 많이 들어왔었다고, 저 소리들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더니 알림음 따라했습니다. 너무해.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은성이가 미지근한 물 만들기를 시작했습니다.
차가운 물 3초, 뜨거운 물 3초 반복하며 원하는 미지근함을 만들어냈습니다. 차가운 물 그냥 마시는 저는 은성이 구경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하면서 먹고 있는데 옆에 앉은 남자 분이 은성이한테 되게 똑똑하다고 하셨습니다.
손님분 : 너 되게 똑똑하다. 몇 학년이야?
은성 : 2학년이요.
손님분 : 판암초?
은성 : 동명초요.
손님분 :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은성 : 책 많이 읽어서 그래요.
손님분 : 옆에는 누나야?
은성 : 선생님이에요. 도서관 선생님.
대강 이런 대화가 오갔습니다. 다 드시고 가시면서 은성이한테 큰 사람 되라고 하셨습니다.
은성이한테 '큰 사람 되지 않아도 된다. 자기 자신한테 자랑스러우면 된다.' 괜히 그런 말 전달했습니다.
60번 버스를 놓쳐 택시 타고 들어왔습니다.
은성이랑 안전벨트 매달라는 안내문 보면서 영어도 읽고, 일본어도 읽었습니다.
은성이는 제가 일본어 할 줄 안다는 걸 안 후로부터 일본어가 보일 때마다 저한테 읽어달라고 합니다.
집에 돌아와서 체스도 하고, 종이접기도 하고, 골키퍼 놀이도 하고, 구슬 치기도 했습니다.
공을 던지기도 전에 몸을 날리는 은성이. 그 상황이 재밌어서 웃다가 그 반대 방향으로 공을 던지면 또 몸을 날려 막아냈습니다.
오오... 이번엔 놀랐습니다.
은성이 유치원 앨범 보다가 잠들었습니다.
새벽 2시쯤 뭔가 느낌이 이상해서 잠에서 깼습니다.
은성이 다리가 제 다리 위에 올라와있었습니다. 분명 나랑 같이 세로로 잤는데 어떻게 가로로 간 거지?
은성이와 부딪히지 않기 위해 저도 같이 가로로 잤습니다. 그렇게 둘이서 二 자를 만들며 잤습니다.
은성이는 하루종일 '선생님, 그래서 다음엔 뭐 할까요?'라고 제게 질문했습니다. 제가 답하면 그걸 같이 해줬습니다.
묻고 의논하고 부탁하는 걸 목표로 하는 나보다 더 자연스러운 질문 공세. 내심 부러웠습니다.
제가 한 마디 하면 열 마디 하는 은성이.
은성이 덕분에 떠들벅적하게, 신나게 놀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누나처럼 다정한 이지안 선생님
은성이의 선생님이 되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