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 《MythVision Podcast》 채널에 공개된 데니스 맥도널드(Dennis R. MacDonald) 교수와 데릭 램버트의 대담 영상은 초기 기독교 복음서 연구에 신선한 충격을 줍니다. 이 영상은 마가복음과 누가복음이 단순한 유대교적 전통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대 그리스 문학의 거장 호메로스의 서사시(《일리아드》, 《오디세이》)를 의도적으로 모방하고 각색하는 미메시스(Mimesis) 기법을 사용했다고 주장합니다.
1. 신학적·문학적방법론의전제
시놉틱문제의대안 (Q+파피아스가설): 맥도널드 교수는 기존의 두 문서 가설이나 마태 선행설의 한계를 지적하며 ‘Q+파피아스 가설’을 제안합니다. 초기 기독교 평론가 파피아스의 기록과 역우선순위 분석을 바탕으로, 마태와 누가 사이에 존재했던 잃어버린 복음서(예수 말씀 모음집)의 존재를 추적합니다.
구약《신명기》와의연관성: 이 잃어버린 복음서는 《신명기》를 모방하여 예수를 ‘모세와 같은 선지자’로 묘사하고 있으며, 유대 율법을 한층 더 자비롭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재해석하려는 의도를 품고 있습니다.
2. 헬레니즘문화속호메로스의압도적영향력
그리스문화의공기: 고대 그리스-로마 세계에서 호메로스의 서사시는 모든 지식인의 교양 표준이었습니다. 이집트 등에서 출토된 고대 파피루스 통계를 보면, 칠십인역(LXX)이나 구약 파피루스는 소수인 반면 호메로스의 작품은 수백 개에 달할 정도로 보편적이었습니다.
헤겔의 표현을 빌려 “호메로스는 그리스인들이 숨 쉬던 산소”였으며, 당시 유대인과 초기 기독교인들 역시 이 문화적 공기 속에서 깊은 영감을 주고받았습니다.
3. 마가복음과《일리아드》: 영웅의죽음과도시의멸망
마가복음의독특성: 로마 제국의 박해와 주후 70년 예루살렘 멸망이라는 비극적 역사 속에서, 마가복음은 수난과 순교를 강조하는 독자적인 ‘수난 서사’를 구축합니다.
《일리아드》헥토르의최후와예수수난의평행이론: 마가복음 속 예수의 죽음은 호메로스 《일리아드》 22권에 등장하는 트로이의 수호자 헥토르의 최후와 놀라울 정도로 일치합니다.
죽음을피할수없었던상황: 아폴로가 아끼던 헥토르는 오랫동안 죽음을 피해 갔으나 결국 피할 수 없게 되었고, 마가복음 15장의 예수(하나님의 아들) 역시 그동안 죽음을 피해 가다 피할 수 없는 운명에 직면했다.
제자들과부하들의도주: 헥토르의 군사들은 안전을 위해 성 안으로 도망쳐 그를 홀로 남겨두었고, 예수의 제자들 역시 안전을 위해 도망쳐 예수를 홀로 남겨두었다.
최고권력자의심판: 제우스가 헥토르가 죽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듯, 빌라도 총독이 예수가 죽어야 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고통완화제의거부: 헥토르는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섞어 만든 포도주를 거부했으며, 예수 역시 고통을 덜기 위해 건네진 혼합 포도주(몰라 섞인 포도주)를 마시지 않고 거절했다.
조롱과대립: 아킬레우스와 헥토르는 서로를 향해 조롱 섞인 말을 주고받았고, 예수 역시 십자가 위에서 다양한 적대적 무리들로부터 조롱을 받았다.
조력자를찾았으나사라짐: 헥토르는 위급할 때 데이포부스(형제)를 찾았으나 그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으며, 곁에서 지켜보던 구경꾼들은 예수가 십자가에서 엘리야를 불렀으나 끝내 오지 않았던 상황과 연결된다.
신들에게버림받았다는깨달음/절규: 헥토르는 자신의 신들이 자신을 버렸음을 깨닫고 죽음을 예감했으며, 예수 역시 자신이 하나님께 버림받았음을 한탄하며 절규했다.
영혼의이탈과마지막소리: 헥토르의 영혼이 소리를 지르며 하데스로 떠났듯, 예수 역시 큰 소리를 지르고 숨을 거두었다.
도시의멸망과성전휘장의찢어짐: 트로이의 백성들은 성전(도시)이 밑바닥까지 파괴된 것처럼 헥토르를 애도했고, 예수의 죽음 순간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찢어졌다.
승자의오만함: 아킬레우스는 트로이인들이 신으로 여기던 자를 죽였다고 의기양양해 했고, 백부장은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 행세를 하던 자를 처형했다고 의기양양해 했다.
성벽위와멀리서지켜보는여인들: 트로이의 여인들은 성벽 위에서 헥토르의 죽음을 지켜보며 비통하게 울부짖었으며, 멀리서 예수의 죽음을 지켜보며 애도하던 세 명의 여인들과 평행을 이룬다.
시신의수습과매장과정: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가 밤중에 적진의 아킬레우스에게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요구한 것처럼, 아리마대 요셉이 밤중에 용기 있게 빌라도에게 찾아가 예수의 시신을 요구한 장면이 정확히 평행을 이룹니다. 아울러 시신의 부패 방지, 세마포(수의)로 감싸는 장례 과정, 사흘 뒤 무덤을 찾는 여인들의 모습까지 밀접하게 연결됩니다.
신분과결단력있는아버지/인물: 트로이의 왕이자 헥토르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이 경건함을 품고 밤중에 적진인 아킬레우스에게 용기 있게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요구했고, 마가복음(15:42-16:1)에서는 예수의 아버지와 동명이인이자 공의회 존경받는 회원인 아리마대 요셉이 하나님 나라를 기다리며 밤중에 용기 있게 빌라도에게 찾아가 예수의 시신을 달라고 요청했다.
적대자의놀라움: 아킬레우스는 프리아모스의 대담함에 깜짝 놀랐고, 빌라도는 예수의 죽음이 너무 빨리 일어난 것에 놀랐다.
시신의부패방지: 신들이 헥토르의 시신이 부패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해 주었듯, 예수의 빠른 죽음과 즉각적인 매장이 시신의 부패와 훼손을 막아주었다.
요청의수락: 아킬레우스는 노인의 요청을 수락했고, 빌라도는 요셉의 요청을 수락했다.
시신의안치와포장: 여종들이 헥토르의 시신을 씻기고 수의로 감싸 장례를 준비했듯, 요셉은 시신을 세마포로 싸서 무덤에 안치했다.
사흘뒤와무덤의돌: 헥토르의 장례 이후 시간이 흘렀고, 마가복음에서는 사흘 뒤에 세 여인들이 시신에 바르기 위해 무덤으로 찾아왔으며, 트로이인들이 헥토르의 무덤을 큰 돌로 덮었듯 요셉은 무덤 문에 큰 돌을 굴려 닫았다.
비극적결말의암시: 《일리아드》의 끝에서 영웅이 죽었기에 독자들은 트로이가 멸망할 것임을 이미 알게 되듯, 마가복음의 독자들 역시 예수의 죽음과 함께(예수의 가르침대로) 성전이 하나님의 심판으로 이미 파괴될 것임을 미리 알고 읽게 된다.
4. 학계의반응과대안적소통
학계의침묵과회피: 주류 신학계는 칠십인역이나 구약 배경 연구에는 집중하면서도, 기득권과 학문적 타성 때문에 헬라어 고전과의 문학적 미메시스 가능성은 회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디지털미디어의역할: 전통 출판 문화의 보수성을 넘어, 맥도널드 교수는 디지털 매체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대중과 직접 소통하며 연구를 확산하고 있습니다.
5. 이대담이지닌학문적·사상적가치
기독교문헌의지평확장: 성경을 단일한 유대교적 전통의 렌즈에서 벗어나, 당대 지중해 세계의 보편적 문학이었던 고대 그리스 에픽과의 미메시스 관계 속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돕습니다.
체계적방법론제시: ‘접근 가능성, 유사성, 밀집도, 순서, 독특한 특성’이라는 엄밀한 미메시스 비평 기준을 적용하여 유전적 문학 연결성을 추적합니다.
초대기독교인의재인식: 초대 교회의 저자와 독자들을 그리스 문학과 철학을 온전히 향유하며 주체적으로 기독교 메시지를 재구성한 지성인으로 재평가합니다.
신앙과윤리의본질성찰: 영웅 서사의 플롯을 차용하면서도 폭력과 정복을 넘어 자비롭고 윤리적인 삶의 방식을 전하려 했던 텍스트의 본질적 가치를 되살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