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인학 ●여행작가(글.사진)
신선이 되어 무릉도원을 거닐다
동해시 삼화동에는 무릉계곡이 있다. 두타산과 청옥산 자락에 걸쳐 있는 이 계곡은 이름 그대로 무릉도원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두 산의 수많은 골짜기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여 동쪽으로 무려 14km를 내닫는 계곡. 두타(頭陀)란 머리를 흔들어 번뇌를 떨어뜨리고
수행 정진한다는 뜻이고, 청옥(靑玉)은 아미타경에 나오는 극락의 일곱 가지 보석 중 하나란 뜻.
그러니 무릉계곡이란 이름을 붙일 만도 하다.
무릉계곡 들머리에 들어서면 ‘무릉반석’이라 불리는 널찍한 바위에 새긴 글씨에 눈길이 간다. ‘무릉선원 중대천석 두타동천(武陵仙源 中臺泉石 頭陀洞天)’. ‘신선이 놀던 무릉도원, 너른 암반과 샘이 솟는 바위, 번뇌조차 먼지처럼 사라져버린 골짝’이란 뜻이다.
강릉부사를 지낸 양사언이 썼다고도 하고, 삼척부사를 지낸 정하언이 썼다고도 한다.
금란정을 지나면 우거진 숲과 너럭바위 그리고 밑바닥이 보일 정도로 맑은 계곡물이 연이어 펼쳐진다.
계곡 입구에는 삼화사란 절이 있다. 삼화사란 ‘세 나라를 하나로 화합시킨 영험한 절’이라는 뜻이다.
1,300년이나 되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데 여러 차례 화재로 소실과 중창을 거듭했다. 1905년 삼척지방 의병들의 거점으로
이용되었으며, 1906년에 일본이 거점 파괴를 위해 대웅전, 선당 등 200여 칸에 이르는 건물을 모두 불태워 버렸다.
그 이듬해인 1908년 대웅전, 요사채, 칠성당 등을 다시 건립해 유지해오다 1977년 현재의 위치로 옮겼다.
지금은 대웅전을 비롯해 삼성각, 범종각, 육화로, 천왕문, 요사채 등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경내에는 보물로 지정된
삼층석탑과 철불이 있다.
신선바위에서 신선놀음, 아찔한 하늘문
계곡을 따라 걷다 등줄기에 땀이 맺힐 즈음이면쌍폭포와 용추폭포의 시원한 물줄기를 만날 수 있다. 두 갈래로 나뉘어 세차게 흐르는 쌍폭포는 보기만 도 땀과 더위가 말끔히 가신다. 쌍폭포에서 2~3분 거리엔 3단으로 이루어진 용추폭
포가 있다. 용추폭포는 쌍폭포와 함께 무릉계곡의 백미로 꼽고 있는데 18세기 말 삼척부사 유한전은 폭포의 장관에 반하여 하단 절벽에 ‘용추’란 글을 새겼으며 폭포 앞에도 ‘별유천지’라는 글귀가 남아 있다. 조선시대에는 이곳에서 기우제를 지냈다고 한다.
폭포에서 땀을 식힌 후 하늘문(피마름골)으로 향한다. 피마름골은 임진왜란 때 의병들이 흘린 피가 마를 날이 없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하늘문을
통과하려면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 90도 가까운 경사에 300개가 넘는 비좁은 계단을 오르다 보면 진짜 이 계단이 하늘로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보기만 해도 아찔해 고소공포증이 있거나 심장 약한 사람은 다리가 후들거려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다. 철계단 아래 바위가 지붕처럼 덮여 있어
계단 아래에서 올려보면 영락없이 하늘로 향한 문처럼 보인다. 이 철계단은 2000년에 두타산 구조대장 권영일 씨가 구조대원들과 함께 30kg이 넘는 철근을 져 올리며 힘들여 만들었다고 한다.
관음암 조금 못 미쳐 오른쪽 벼랑에는 신선바위가 있다. 옛날 아름다운 무릉계곡의 경치를 구경하기 위해 신선이 앉았다는 자리로 천기가 흐르는 신성한 장소로 불린다. 그만큼 여기서 바라보는 두타산의 전망이 빼어나다. 신선바위에 앉아 잠시 쉬다 관음암 샘터에서 목을 축인 뒤 본격적인 하산길에 접어든다. 역시나 올라가는 건 힘들어도 내려오는 건 잠시. 2km쯤 내려오니 처음 출발장소인 관리사무소가 보인다. 무릉계곡에서 실컷 신선놀음했으니 이젠 저잣거리로 나와 세속의 즐거움을 맛볼 차례다.
산비탈 벽화 골목 오르니 등대가
묵호항 맞은편 산비탈 동네에는 ‘논골담길’이 있다. 6, 70년대는 물지게를 진 사람들이 옆으로 비스듬히 서야만 겨우 빠져나갈 수 있을 정도로 비좁은 비탈길이었다. 지금은 마을의 골목길과 담벼락을 갖가지 벽화로 꾸며 동해의 명소로 거듭났다. 매일 새벽 명태와 오징어를 실어 나르는 어선들로 활기를 띠었던 묵호항을 배경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인생 스토리가 벽화의 주제이자 소재다. 바라만 보고 있어도 절로 입가에 웃음이 지어질 만큼 따뜻하고 정겹고 해학적이다.
논골담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정상에 하얀 묵호등대가 보인다. 묵호등대는 해발고도 67m에 자리하고 있다. 묵호등대에서는 동해와 청옥산과 동해시를 조망할 수 있다. 1968년 영화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여름밤에 묵호등대를 찾으면 바다 멀리 보이는 오징어잡이 배들이 불을 밝혀 더욱 더 이색적이다. 묵호등대까지 자동차가 올라갈 수 있다.
출렁다리 걷고 동해 건강 무릉숲으로
동해의 인기 여행지 추암해변으로 이동했다. 추암의 명물인 촛대바위와 함께 지난해 6월 새로 놓은 출렁다리를 보러 가기 위해서다. 출렁다리는 길이 72m로 바다 위에 놓여 추암의 절경을 감상하기 좋다.
해가 지면 다리에 조명을 켜 색다른 야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날이 금세 어두워져 출렁다리만 걸어보고 조각공원과 촛대바위는 다음 여행길로 미루었다. 촛대바위는 아침 해돋이를 배경으로 봐야 제격이다. 잠자리는 무릉계곡 들목에 있는 동해건강무릉숲. 단순히 잠만 자는 숙박시설이 아니라 청정한 공간에서 몸과 마음의 휴식과 건강을 찾기 위한 교육·체험과 체류형 힐링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하루 100여 명이 이용할 수 있는 친환경 힐링숙박동과 테마체험실, 대강당, 자연식 건강식당, 어린이 건강체험관, 건강상담실 등을 갖추고 있다. 찜질방도 갖추고 있고, 온열테라피 체험도 할 수 있다.
동굴 속의 삼라만상, 천곡황금박쥐동굴
천곡황금박쥐동굴은 대부분의 동굴이 산속에 있는 것과 달리 시내 중심부인 천곡동에 있다. 1991년 6월 천곡동 신시가지 기반조성과 인근 아파트 공사를 하던 중 우연히 발견했다. 생성 시기는 4억~5억 년전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동굴의 길이는 약 1.5㎞이며 이 중 810m를 개방하고 나머지 구간은 보존구간으로 지정했다. 본래 명칭은 천곡천연동굴이었지만 세계적으로 희귀한 황금박쥐가 서식하고 있는 걸 발견한 뒤에 천곡황금박쥐동굴로 이름을 바꿨다.
동굴 탐사는 안전 헬멧을 쓰고 시작한다. 동굴의 평균기온은 10~15℃로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는 천곡황금박쥐동굴은 석회암의 용식작용이 계속되는 현재진행형 동굴이다. 바닥에 솟은 석순과 천장에 매달린 대형 종유석, 석순과 종유석이 연결된 석주 등이 끊임없이 이어지며 흥미진진하다.
오백나한상, 사천왕상, 피아노상 등 다양한 2차 생성물도 차례차례 모습을 드러낸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 석주가 되려면 보통 수만 년이 걸린다는데, 아슬아슬하게 만남을 기다리는 석회 지형도 볼거리다.
천곡황금박쥐동굴 2층 영상실에는 가상현실체험관인 ‘지지파크(GG Park)’가 있다. VR 안경을 쓰고 체험 의자에 앉으면 마치 실제로 기차를 타고 동굴 안을 누비는 것 같은 생생한 영상을 보여준다.
동해의 먹을거리
옛날장터국밥
동해시 오일장길 19 / 033-522-3239
천곡해물탕
동해시 한섬로 111-1 / 033-533-7013
무릉일가
동해시 삼화로 525-5 / 033-534-9822
첫댓글 좋은 장소 감사드립니다.
정보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