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11장(D)

11장(D)       실론57의 왕은 대관식 때 손에 커다란 루비를 들고서 말을 타고 시내를 돌았다. 사제 요한의 궁전의 문들은 "누구도 독을 품은 채 들어올 수 없도록 하기 위해서 홍옥수(紅玉髓)로 만들고,그 안에 뿔 달린 뱀의 뿔을 박아 넣었다." 그 궁전의 박공 위에는 '두 개의 홍옥이 박힌 황금 사과 두 개가 장식되어 있어' 낮에는 황금이 밤에는 홍옥이 반짝였다.  로지가 쓴 기이한 로맨스<아메리카의 마거라이트 A Margarite of America>에는, 여왕의 침실에서는 " 세상의 모든 정숙한 부인들이 귀감람석(貴橄欖石), 홍옥,사파이어, 녹색의 에메랄드로 만든 아름다운 거울을 들여다보고 있는 모습이 은으로 돋을 새김돼 있는 것을"볼 수 있다고 언급되어 있다. 마르코 폴로는 지팡구(Zipangu)58의 거주자들의 죽은 자의 입 속에 장미빛 진주를 넣는 광경을 보았다. 어떤 바다 괴물이 진주에 매혹 되었는데, 한 잠수부가 그 진주를 훔쳐 페로제스(Perozes)왕에게 바치자, 괴물은 그 도둑을 살해하고 일곱달 동안이나 진주를 빼앗긴 일에 대해 한탄했다고 한다. 프로코피우스59가 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훈족이 그 왕을 커다란 구덩이로 유인했을 때 왕은 그 진주를 내던졌고, 훗날 아나스타시우스(Anastasius)황제가 그 진주를 찾는 자에게 500관(貫)의 황금을 주겠다고 공표했음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찾을 수가 없었다.  말라비(Malabar)의 왕은 어떤 베네치아 사람에게 300개의 진주로 만든 묵주를 보여 주었는데, 진주 하나 하나가 왕이 숭배하는 신에 해당되었다.     브랑톰(Brantome)61에 따르면,알렉산더 6세의 아들 발렌티누아 공작이 프랑스의 루이 12세를 방문했을 때 공작의 말은 온통 금박으로 치장되고 그가 쓴 모자에는 찬란한 빛을 발하는 두 줄의 루비가 박혀 있었다. 영국의 찰스 왕은 421개의 다이아몬드로 치장한 등자를 두 발로 디딘 채 말을 달렸다.  리처드 2세는 3만 마르크 가치의 외투가 있었는데, 그것은 발라스 루비로 뒤덮여 있었다. 홀(Hall)이 남긴 기록에 의하면, 헨리 8세는 대관식에 앞서 런던 타워로 가던 중에 "금으로 돋을새김 무늬를 넣은 재킷을 입고, 다이아몬드와 다른 화려한 보석들로 치장한 표찰을 달고, 커다란 발라스 루비들로 만든 목걸이를 걸고 있었다." 제임스 1세의 총신(寵臣)들은 금 줄 세공을 한 에메랄드 귀걸이를 착용했다. 에드워드 2세는 피어스 가베스턴(Piers Gaveston)에게 하이신스 석을 점점이 박아 넣은 금과 구리의 황금 갑옷 한 벌과, 터키 석을 박은 황금 장미 문양의 목걸이, 그리고 진주들이 점점이 박혀 있는 스컬캡62을 선물했다. 헨리 2세는 보석으로 장식된 팔꿈치까지 닿는 긴 장갑을 꼈으며, 루비 12개와 동양산의 커다란 고급 진주 52개로 장식한 매 사냥용 장갑을 소지하고 있었다.  가문의 마지막 공작인 부르고뉴 공작, '경솔한 샤를'의 모자에는 서양 배 모양의 진주들이 달리고 사파이어가 점점이 박혀 있었다.     그 옛날 삶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그 화려함과 장식은 얼마나 찬란했던가! 그 죽은 이들이 누린 향락에 관해 읽는 것만으로도 정말 굉장한 경험이었다.     이후 도리언은 자수품과, 북유럽 국가의 서늘한 방에서 프레스코 벽화 역할을 했던 태피스트리로 관심을 돌렸다. 그는 이 주제를 탐구하면서 ㅡ 그는 어떠한 주제에 대해서건 그것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 만큼은 언제나 완전히 몰입하는 놀라운 재능이 있었다. ㅡ 아름답고 경이로운 것들에 시간이 안겨준 파멸에 대해 생각하자 서글퍼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어쨌든 그러한 파멸을 모면했다. 여름이 가고 또 여름이 와도, 노란 수선화가 몇 번이나 피고 져도, 공포의 밤들이 자신의 수치스러운 이야기를 몇 번이고 반복했지만 그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매년 겨울이 찾아와도 그의 얼굴은 망가지지 않았고 꽃처럼 활짝 핀 아름다운 모습이 더러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물질적인 것들은 그런 그의 경우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것들은 대체 어디로 사라져 버렸을까? 갈색 피부의 소녀들이 아테네 여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 만든 적황색의 커다란 의복 ㅡ 거인들과 맞서 싸우는 신들의 모습을 수 놓은 ㅡ은 어디에 있는 걸까? 네로 황제가 로마의 골로세움에 드리웠던 거대한 차일은, 별이 빛나는 밤하늘과 금빛 고삐에 매인 하얀 군마들이 끄는 마차를 몰고 있는 아폴로의 모습이 묘사된 바로 그 타이탄의 자줏빛 돛은 어디에 있을까?  도리언은 향연에 필요한 모든 산해진미를 표현해 놓은, 태양의 사제를 위해서 만든 기묘한 식탁용 냅킨을 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는 또한 300마리의 황금벌이 수놓인 실페릭(Chilpeirc) 왕의 수의와,폰투스 주교의 분노를 일으켰으며 '사자,표범, 개,곰, 숲,바위,사냥꾼등 사실상 화가가 자연에서 모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그려놓은 환상적인 의복들도 몹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샤를 오를레앙이 입었던 외투도 보고 싶었는데, 그 외투의 양쪽 소매에는 "부인, 나는 정말 기쁘오"로 시작되는 가사와 함께 그 가사에 곡을 붙인 악보가 금색 실로 수놓아져 있으며, 당시 사각형 모양이던 각각의 음표는 네 개의 진주로 표시되어 있었다.  그는 부르고뉴의 조앙 왕비가 사용하도록 랭스의 궁전에 마련한 방에 대해서도 읽었는데, 이 방은 '왕의 문장과 함께 1,321마리의 앵무새를, 왕비의 문장과 함께 561마리의 나비를 수놓아' 장식되었다고 한다.  "그 모든 나비들의 날개는 똑 같이 전부 금색 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카트린 드 메디시스63 는 상중에 이용하는 초승달과 태양이 가득 수놓아진 검은색 벨벳 침대를 구비하고 있었다.  그 침대의 휘장은 다마스크직으로 만들어졌는데,  금과 은의 바탕 위에 나뭇잎이 많은 화환과 화관 문양이 있으며, 그 가장자리는 진주로 수놓아져 있었다. 그리고 그 침대가 있는 방 안에는 검정 벨벳 조각으로 만든 왕비의 문장들이 은색 천 위에 줄지어 걸려 있었다. 루이 14세는 자신의 방에 금으로 장식한 15피트 높이의 여인상 기둥들을 두었다. 폴란드 왕 소비에스키(Sobieski)의 의전용 침대는 코란의 구절들이 터키옥으로 수놓아진, 스미르나산 금빛 문직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침대의 지지대는 은박을 입히고 아름답게 돋을새김 무늬를 넣었으며, 에나멜로 광택을 내고 보석으로 장식한 커다란 메달들이 잔뜩 붙어 있었다.  이 침대는 비엔나 전방 터키 군 주둔지에서 빼앗아 온 것인데, 침대 덮개의 흔들리는 금박 장식 아래에는 마호메트의 군기가 세워져 있었었다   * 57,스리랑카의 옛 이름. * 58,마르코 폴로가 일본을 가리킨 말. * 59,비잔틴 제국의 역사가. * 60,인도의 남 서부 지역. * 61,피에르 드 브루데유 브랑톰(Paerre de Bourdeille Brantome.1540-1614).프랑스의 군인이자 연대기 작가 * 62,테두리 없는 베레모. * 63,카트린 드 메디시스(Catherine de Medicis. 1519-1589). 프랑스 앙리 2세의 왕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