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생 만 16살의 제노아 공격수 피에트로 펠레그리.
나이와 관련한 기록들을 모조리 무너뜨리고 있는 이탈리아 괴물 공격수다. 펠레그리가 세리에A에 데뷔한 것은 지난해 12월22일 토리노전. 그의 나이 15세하고 280일만이다. 우리로 하면 중학생 나이에 프로리그, 그것도 굴지의 세리에A를 밟은 펠레그리다. 펠레그리의 이날 기록은 1937년 로마 소속으로 세리에A에 데뷔했던 아메데오 아마데이와 동률의 역대 최연소 기록이다. 79년 만에 최연소 기록을 소환해낸 셈이다.
펠레그리는 지난 시즌 최종전이었던 5월28일 로마전에서 자신의 세리에A 첫 골을 뽑아냈다. 로마의 영웅 토티가 은퇴한 그 경기다. 토티의 은퇴식에 관심이 집중됐지만 얼굴 솜털 뽀송뽀송한 한 어린 선수의 기록에도 시선이 향하였다. 펠레그리의 로마전 득점은 16세 72일의 골로 최근 반세기 가장 어린 선수의 세리에A 골이었기 때문이다. 세리에A 역대 3위의 기록. 세리에A 역대 최연소 득점 1위 아마데이(15세 287일) 2위 잔니 리베라(16세 68일)의 기록은 모두 1960년 이전의 것들이었다. 사실상 현재 팬들이 지켜본 세리에A 최연소 골인 것이다.
펠레그리의 기록 행진은 올 시즌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펠레그리는 올 시즌 자신의 첫 출전 경기였던 지난 주말 라치오전에서 2골을 몰아쳤다. 전반 교체로 출전해 뽑아낸 멀티 골이다. 나이로 따지면 16세 184일의 1경기 2골. 세리에A 역대 최연소 멀티 골 기록이다. 86년 전인 1931년 세리에A 역사 최다 골 주인공인 실비오 피올라의 기록 17세 104일을 넘어선 최고 기록이다. 펠레그리는 이날 1경기 2골로 2000년 이후 유럽 5대 리그에서 한 경기 멀티 골을 기록한 최연소 선수로도 이름을 올렸다.
아직도 키가 자라고 있다
2년 전 월반해 이탈리아 16세 이하 대표로 뛰던 때도 월등했다
펠레그리가 무섭고 놀라운 건 나이 때문만이 아니다. 일단 피지컬 경쟁력이 엄청나다. 흥미로운 건 정보와 미디어 사이트마다 펠레그리의 키가 다르게 표기되고 있는 것. 190cm 대 초 중반으로 제각각인데 사연인 즉, 나이가 어린 탓에 키가 계속 자라고 있기 때문이라고. 현지 미디어 등에 따르면 16살의 펠레그리는 현재도 1년마다 3cm 이상 자라고 있다. 계속 자라는 키 때문에 아예 펠레그리의 신장 정보를 표기하지 않는 곳도 있다. 195cm 안팎이라는 게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보도다.
키가 이 정도로 크면 느리거나 페널티 박스 안에 머물면서 공중볼 싸움에 집중하는 게 일반적인데 펠레그리는 다르다. 상식을 깨는 움직임이다. 이 키에 전방은 물론 2선, 측면까지도 벌려 뛴다. 오른발잡이로 유연한 발바닥 컨트롤부터 방향 전환 드리블, 스피드까지 큰 키면서도 발놀림이 예사롭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놀라운 포지션 소화력이다. 수비수를 등지고 있다 90도 돌아 빠져나오는 움직임을 보고 있으면 이 선수가 195cm의 장신 맞나 싶을 정도다. 흔히 표현하는 말로 ‘사기 캐릭터’의 유형이다. 펠레그리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라고. 움직임이 좋다보니 수비라인을 밟고 서 있다가 짧게 끊어 들어가거나, 2선에서 크게 배후로 들어가는 다채로운 패턴의 공격까지도 가능하다. 펠레그리가 멀티 골을 넣었던 지난 주말 라치오전에서 2골 모두가 이와 같은 형태로 들어갔다.
지난 새벽 주중 열린 키에보 베로나전을 통해 자신의 세리에A 첫 90분 풀타임을 뛴 펠레그리는 팀 내 최다 슈팅을 기록하는 등 16살의 나이에 빠르게 팀 주전에 올라서고 있다. 이탈리아 15세, 16세, 17세 이하 대표팀을 거치며 주력으로 뛴 펠레그리의 국가대표팀 합류도 시간문제라는 전망이 대세다. 빅 클럽들이 이와 같은 나이 어린 괴물을 그냥 놔둘 리가 없다.
최대 800억 원까지 제시 ‘영입 전쟁’
외형이나 스타일, 표정까지도 즐라탄 닮았단 평가를 많이 듣는다
펠레그리가 처음 국제무대에 이름을 알린 건 2015년 여름 영국 맨체스터에서 열린 초청 컵 대회에서였다. 한 스포츠 브랜드가 주최한 이 대회는 2000년 이하 태생 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유소년 대회였다. 보통의 선수들보다 1살 어렸던 14살의 펠레그리는 제노아 유스팀 소속으로 이 대회에 참가해 팀의 공격 핵심으로 레알 마드리드 등을 제압하고 제노아가 결승에 진출하는데 압도적 공헌을 했다. 얼마나 압도적 기량이었는지 대회가 끝나자마자 이 대회를 주최한 스포츠 브랜드에서 14살에 불과한 펠레그리와 연간 5만유로(6730만원)에 4년 계약이라는 청소년 선수에겐 파격적인 조건의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펠레그리를 가까이 지켜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3년 계약에 펠레그리 아버지의 일자리까지 제공한다는 조건을 내걸고 14살의 어린 펠레그리를 영입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나이가 어려 법적 절차에다 타지 생활의 부담, 고향인 제노아에서 더 뛰고 싶다는 이유 등으로 펠레그리의 맨유 입단은 무산되었다.
과거 계속됐던 AS로마 말고도 이번 여름 펠레그리를 영입하기 위한 각 리그 빅 클럽들의 영입 공세는 실로 뜨거웠다. 펠레그리가 지난 시즌을 거치며 세리에A 데뷔와 골까지 넣자 이어진 일이었다. 재능의 기본적 검증과 폭발력의 기대가 맞물린 공세였다. 시작은 AC밀란이었다. 밀란이 제시한 펠레그리 영입 금액은 500만유로(67억 원)였다. 제노아는 미동조차 안했다. 펠레그리의 이적 시장 예상 몸값이 최소한 수 백 억 원이라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던 때였다. 즉각 AS모나코가 1500만유로(202억 원)를 제시했다. 밀란의 3배에 달하는 금액이었지만 이 또한 곧 묻혔다. 인터밀란이 최대 6000만유로(808억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제시했기 때문이다. 물론 이 금액은 펠레그리 한 명만이 아닌 ‘조건’이 붙은 액수였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역대 세리에A 최연소 데뷔 톱10
인터밀란은 펠레그리와 함께 제노아의 또 한 명의 2001년생 공격수인 에디 살세도 두 명을 묶어 영입하되 2시즌 동안은 그대로 제노아에 임대 형태로 머물도록 한 뒤 2019-20시즌 이적을 완료하겠다는 매력적인 조건을 제시했다. 여기에 출전과 기록 등 성적에 따라 각종 보너스를 지급, 최대 6000만 유로를 제노아에 지급하겠다는 내용이었다. 16살의 두 선수에게 천 억 원에 가까운 금액이 제시된 놀라운 영입 제안이었지만 파이낸셜 페어플레이 규정 등에 묶여 이적은 성사되지 못했다.
시즌 초반 활약이 이어지자 잠시 수면 아래 자자들었던 펠레그리 쟁탈전에 다시금 불이 붙고 있다. 이탈리아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 등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펠레그리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팀은 맨유다. 2년 전 그의 잠재력을 가까이 지켜본데다 꾸준하게 스카우트 등을 통해 성장을 확인한 맨유가 펠레그리를 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한다. <가제타 델로 스포르트>는 이번 주 내로 펠레그리의 에이전트가 잉글랜드에 방문해 이적의 기초적인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적이 허용되지 않는 시즌 중간인 만큼 서로의 기본 의사와 조건을 공유하는 자리 정도가 되겠지만 워낙 시선을 집중시키고 있는 펠레그리라 만남의 결과에 관심이 뜨겁다.
이적은 마무리돼 봐야 알 수 있고 여러 빅 클럽들이 눈여겨보고 있는 까닭에 펠레그리의 최종 행선지는 지켜봐야 하겠지만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한 동안 잠잠했던 이탈리아산 괴물 스트라이커 출현의 기대감, 펠레그리를 둘러싸고 최근 불어 닥친 10대 이적료 폭등 바람이 더해질 가능성이 농후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과거 스테판 엘 샤라위나 스테파노 오카카처럼 10대 때의 재능이 사그라질 수 있는 위험은 안고 있지만 빅 클럽들은 그 리스크를 감내하면서까지 16살의 펠레그리를 잡기 위해 기꺼이 뭉친 돈을 내놓겠다며 달려들고 있다. 그 만큼 매력적인 16살의 재능인 것이다.
첫댓글 이런선수가 있다는거 처음 알았지만 한번 보고싶네요^^
요즘 가장 핫한 유망주 입니다.
맨유에서도 원하고 밀란에서도 원하는데
몸 값이 천정부지로 솟는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