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맞은편으로 작은 다리를 건너 돈대봉으로 가는 콘크리트 농로를 걷다 돌담을 뒤덮고 있는 담쟁이 넝쿨과 한옥 건물에서 시골의정감이 어린다.
전봇대에 걸려 있는 많은 등산리본이 눈에 띄어 이곳이 손가락바위를 지나 돈대산으로 오르는 길목이라는 것임에 확신을 얻고 포장길이 끝남과 동시에 좁은 산길로 바뀐다.
작은 너럭바위와 큰 너럭바위를 차례로 지나다 숲 사이로 손가락바위가 보이고 온몸을 흥건하게 땀 한번 적시니 손가락바위가 바로 앞인 주능선에 닿는데 곤우마을 쪽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하는 곳으로 '곤우마을 1.1km, 산행마을 1km'의 이정표가 있다.
평소 드러누워 있던 바위가발자국 소리에벌떡 일어나 있는 솟대바위처럼 거대한 형상으로 박진감이 넘쳐나고 바위를 좌측으로 돌아서 통나무 사다리가 놓인 구멍바위를 오른다.
돈대봉 최고의 백미로 일컫는 손가락바위는 기기묘묘한 층층의 퇴적암 덩어리로 정면에서 보면 엄지손가락 같지만 세 개의암봉이 의좋은 삼형제처럼 바짝 달라붙어 있다.
구멍 뚫린 바위틈을 지나 손가락바위 꼭대기로 오르는 구간에 구멍을 통해 바라보는 해상의 관매도 풍경은 또 다른 세상이 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섬 산행의 묘미가 불과 몇 십분 만의 수고로움에 이토록 황송한 풍광으로 가득 채워져 큰 보답으로 돌아오니 더욱 경이롭다.
수십 길 벼랑 위로붕 떠 있는 위험한 암반을 겨우 붙잡고 손가락바위 위로 올라가풍광 또한 기대 이상의 선경으로 다가와 탄성을 지르고 만다.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한참 기운을 내는 초여름의섬은 더욱 활기 넘치고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모호하게 해무로 섬을 보듬어 하나가 되어와 닿는다.
구멍바위를 통해 다시 내려와 돈대봉 정상으로 발길을 진행하다 지천으로 피어 있는 다정큼나무의 예쁜 꽃송이가 속삭여 주는 달콤한 섬이야기를 듣는다.
시간도 공간도 무의미한 무아의 지경속에 그저 황홀할 뿐이다.
암릉 좌우로 거칠것 없이 전개되는 조망은 일품에 가깝고 가슴 짜릿하다.
옛 봉화터였다는 돈대봉 정상에 올라선다.
정상 표지목에 '약수터 500m, 손가락바위 400m'라 적혀 있다.
정상이라 해봤자 겨우 330.8m에 불과하지만 조도를 중심으로 해무로 치마를 두른 수많은 섬들을 아우르며 실감나는 다도해의 진면목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어류포항과 조도면소재지가 가깝고 산행 들머리였던 산행마을이 발아래 놓여 있으며 도리산 전망대까지 그 모습이 선하다.
읍구마을을 가운데 두고 신금산이 멀리서 지렁이처럼 길게 움직이고 닭 볏 모양의 투스타바위가 자꾸만 호기심을 불러와 성급히 목책 계단을 타고 내려서다 면소재지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만난다.
독특한 모양을 하고 있는 투스타바위는 다섯 개의 별을 거뜬히 달아줘도 아깝지 않을 정도로그 형세가 준엄하다.
우측 어촌마을 앞바다는 길게 줄을 엮은 이 고장 특산물인 톳 양식장이 거미줄처럼 다닥다닥 연결되어 있다.
투스타바위에서 읍구마을로 내려오니 방금 채취한 톳을 도로에 말리는 작업이 한창이다.
면소재지에서 산행을 시작하여 이곳까지 2시간36분이 경과했다.
신금산으로 가기 위해서는 읍구마을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도로를 따라 면소재지인 창유리쪽의 고개로 약 1.2km를 걸어야 한다.
읍구마을 버스정류장과 읍구마을 표지석을 지나 고갯마루에 이르니 100m 앞에 정자가 있는유토마을 표지석이 보이고 우측에 등산안내도와 등산로가 열려 있다.
잠시 쉬었다 가려면 유토마을 표지석이 있는 정자 쉼터가 좋을 듯하지만 우리 부부와반대 방향인 조도등대 쪽에서 신금산 정상을 거쳐 내려온 목포 산악회 팀이 정자를 선점하고 있어 그냥 신금산으로 직행한다.
고갯마루에서 21분간 숲을 오르다 돌무더기가 있는 작은 봉우리를 가볍게 넘고 가파른 오름길이 이어지더니 곧 신금산 정상이다.
정상 표지목이 있고 이제는 돈대봉의 도도한 능선이 드러나며 면소재지가 또렷하다.
상조도와 하조도를 잇는 조도대교가 산행 내내 곁에 따라 다니고 종착지인 조도등대로 가기 위해 신금산 정상에서 기다란 로프 구간을 내려와서 중계소에서 올라오는 갈림길을 발견한다.
양팔 벌려 드러누워 있으면 밥을 먹지 안 해도배부를 것 같지만 갈 길이 아직 멀기에주린 배를 채우고 걸음을 재촉한다.
전망 좋은 암릉에서 처음으로 조도등대가 저멀리 해안가로 보이면서 힘을 얻고 갈림길을 한군데 지나서 신금산 정상을 벗어난 지 1시간25분 뒤 '동백나무 군락지 1.1km, 육동마을'의 이정표가 맞이한다.
그 뒤 '동백나무 군락지' 표지목이 서 있으며 등대까지 1.8km라 안내한다.
갈림길이 또 있고 '동백나무 군락지' 표지목에서 16분 후에 만나는 '상수원 보호구역' 표지를 벗어나며 등대와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능선 한가운데 커다란 애기 어깨바위에 이어 큰농바위 그리고 거북바위를 우회하다 나무 통나무 사다리가 놓인 바위 틈새를 지난다.
하늘을 가리고 있는 촘촘한 동백나무 숲이 계속되는 군락은 밀림지대에 와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질 즈음앞서가던 아내가 기겁을 하며 뒤돌아선다.
통통한 독사 한 마리가 낯선 이방인의호사를 훼방하고 있다.
자기의 영역을 무단으로 침범한 탓이었을까.
점점 고도가 낮아지며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해안 절벽의 풍광은 금강산의 만물상 바위를 축소하여 옮겨 놓은 것 같이기묘하다.
여름철 대표 야생화인 원추리가 노란 화장을 하고 짝사랑하는 사람에게 속마음이 들켜버린 아가씨의수줍은 얼굴처럼고개 숙이고 있다.
해안 산책길 출입금지 안내판을 지나서 안전시설이 설치된 바윗길은 등대가 있는 곳까지 이어진다.
운림정 정자에서 바라보는 등대 앞 바다 풍경은 이국적인 멋이 풍기고 긴 계단을 내려와 1909년2월1일에 점등되었다는 100년 이상된 유서깊은 조도등대에 안착한다.
어류포항에서 팽목항으로 출항하는 17:00시배에 승선하는데 아직 시간이 넉넉하여 등대 관리소에서 시원한 물을 얻어 마시고 땀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수돗물로 씻는다.
등대에서 어류포항까지는 4.4km의 거리로 바다 풍경도 감상할 겸 걸어서 가는 것도 괜찮다는 직원의 조언도 있지만 택시를 호출하여 선착장에 도착 한참을 대합실에서 기다린 뒤 조도고속훼리호에 승선 한다.
* 조도택시 061-542-5071, 조도등대-어류포항 택시비 14,000원
출처: http://yongin1849.tistory.com/149 [추억 만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