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그러니까 6월 2일에는 영국여왕인 엘리자베스2세의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영국에서 있었지요. 올해로 만96세인 여왕은 1953년 6월 2일에 영국 여왕으로 즉위를 했습니다.
즉위 70주년 기념식의 이름이 플래티넘 주빌리였습니다.
플래티넘(platinum)은 백금을 뜻합니다. 황금도 아니고 백금이지요. 그리고 주빌리(jubilee)는 기념일 또는 기념제를 뜻합니다. 그러니까 플래티넘 주빌리(platinum jubilee)를 단어의 의미대로 해석하면, '백금 기념일, 또는 백금 기념제'라는 말이 될 것입니다. 이런 의미를 가지고 왕위 즉위 70주년을 기념하는 해를 일컬어서 '플래티넘 주빌리'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70주년을 왜 백금이라고 했을까? 성경에서도 사람이 살면 칠십이요 강건하면 팔십이라도..라고 말씀을 하셨는데, 70의 나이는 인생의 절정기요 영예스러운 시기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며, 대부분의 노인들이 그 때가 되면 은백색의 고상하고 기품이 있는 머리카락을 지니기 때문일 것이라고, 나름대로 생각을 해봅니다. 제가 지금 70대의 나이이거든요. 하하하..
백금은 가공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지는, 귀금속 중에서도 최고의 등급에 해당한다고 합니다. 부식이 잘 되지 않아서 인공 심장 박동기로도 만들어 사용된다고 하는군요.
신용카드의 등급에서도 플래티넘(platinum)이 최고의 등급이고 다음이 골드, 실버의 순서이지 않습니까?
참고적으로, 25주년 기념일 또는 기념제를 가리킬 때는 실버 주빌리(silver jubilee)라고 하며, 50주념일 때는 골드 주빌리(gold jubilee), 그리고 60주년일 때에는 다이아몬드 주빌리(Diamond jubilee)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영국은 의회를 중심으로 하는 자유 민주주의가 세계 최초로 확립된 나라이니까 전제적인 왕정의 국가가 아니지요. 왕위는 그저 상징적일뿐입니다. 한 때 '해가 지지 않는 대영제국'의 위엄을 잃지 않으려고 국민적인 자긍심을 간직하기 위하여 왕위를 존속시킬 뿐입니다. 세습적인 전제 독재 통치가 아닙니다.
주빌리(jubilee)는 기념을 뜻하니까 아무래도 좋은 의미를 지니고 있지요. 나라를 잃은 날을 기념하는 국가는 없을 것입니다. 우리나라도 일본에게 국권을 빼앗긴 국치일을 기념하지는 않습니다. 국권을 회복한 광복절은 기념일로 지키고 있지요. 결혼 기념일은 있지만 어디에 이혼 기념일이 있다고는 들어 본적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주빌리하면 기쁨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나님께서 구약 시대에 이스라엘 민족에게 이 주빌리를 지키도록 하셨습니다. 주빌리의 해를 제정하셨지요. 일곱해의 안식년을 일곱번 지나고 나서 그 다음 해, 그러니까 50년 째되는 해를 주빌리, 즉 기쁨의 해, 즉 희년으로 지키게 하셨습니다. 70주년은 아니고 50주년인 셈입니다. 100년의 절반에 해당하는 년수이지요. 여호와 하나님께서 모세에게 이 희년을 제정하여 지키도록 아래와 같이 명령하셨습니다.
"오십년 째 되는 해를 특별한 해로 정하여, 너희 땅에 사는 모든 백성에게 자유를 선포하여라. 그 해는 기쁨의 해인 희년이니, 너희 모두는 각자 자기 땅으로 돌아가거라. 모두 자기 집, 자기 가족에게로 돌아가거라"(레위기25:10).
50년 째가 되는 해에는 종, 그러니까 노예로 부리던 사람들에게 자유를 허락하라는 말씀입니다. 얼마나 공평하신 하나님의 사랑이십니까? 오십년을 부려 먹었으면 족하다는 것이지요. 자유인으로 돌려 보내는 것이 하나님의 합당하신 공의와 긍휼과 자비하심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니 노예들에게는 얼마나 큰 기쁨의 기념이겠습니까? 그리고 돌려 보내는 주인된 사람들도 마음에 큰 기쁨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했다는 믿음의 기쁨, 그리고 선한 일을 하였다는 뿌듯한 기쁨, 아울러서 그 종들로 말미암아 재산이 늘어나고 유족하게 살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감사의 기쁨등의 감격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어 성경에서는 '노예들에게 자유를 선포하라'(proclaim freedom for the slaves)고 쓰여 있습니다. 그리고 희년의 해를 거룩하게(consecrate)하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희년은 거룩하신 하나님의 해라는 뜻이지요.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인자를 특별하게 베푸시는 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습니다. 빚을 져서 갚을 길은 없고 굶주림으로 먹을 것이 없어서, 그래서 대신 종으로 팔려온 사람들(that was sold to another because of poverty)에게 하나님께서 인자를 베푸셔서 그들을 풀어 주도록 하신 해인 것입니다. 그래서 기쁨의 해, 희년인 것이지요.
영어 성경에서는 위의 레위기 말씀에서 희년을 주빌리라고 쓰고 있습니다.
"It shall be a jubilee(year of remission) for you,"
그러니까 노예들을 해방시켜 주는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희년이 될 것이라는 말씀이며, 희년은 곧 '면제, 사면, 회복의 해'(year of remission)라는 것입니다. 그런 혜택을 노예들에게 베풀라는 말씀이지요.
우리 대한민국에도 하나님의 사랑을 따라서 우리 국내뿐만 아니라 세계 각 나라에서 힘겹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늘 기쁨을 나누어 주는 주빌리, 즉 희년의 선한 일을 많이, 그리고 계속적으로 이어 나갔으면 합니다.
이번 엘리자베스2세 여왕의 기념 행사에 손자들도 함께 했습니다. 그 중에서 네살짜리 증손자인 루이 왕자가 할머니인 엘리자베스2세 여왕 옆에서 구김살 없이 재롱을 피우는 모습이 포착 되었지요. 기념 비행을 하는 항공기들이 낮게 소음을 내면서 비행을 하자 시끄럽다는듯이 양손으로 귀를 막고 입을 잔뜩 벌리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세계인들의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래서 이 증손자를 두고서 언론에서 가리키기를 마치 신스틸러같다고 한 것입니다.
신스틸러(scene stealer)는 영어 문자가 가리키는대로 '장면을 훔치는 사람', 심하게 표현하면 '장면을 도둑질하는 사람'인 셈이지요. 영화나 TV 드라마 등에서 훌륭한 연기력이나 독특한 개성을 발휘해서 주연 배우 이상으로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은 조연의 배우를 가리킬때 신스틸러라고 한답니다. 주연 연기자들이 받아야 할 인기를, 돕는 역할인 조연 배우들이 받게 되니, 그야말로 장면을 훔쳐가는 사람들이라 할만도 합니다.
사람들에게는 잊혀진것 같은 사람들일지라도 하나님께는 기억되는 사람들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자신의 존재가 별것 아닌것 같고 자신이 하는 일이 하찮게 보일지라도 하나님께서는 소중하게 여기신다는 사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그래서 주어진 자리에서 자신에게 맡겨졌다고 생각하는 하나님의 일에 충성을 다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은 중심을 보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내게 베푸시는 은혜를 빼앗기지 않도록 하십시오. 감사하고 기뻐하며 구원의 은혜에 감격하여 주 예수 그리스도와 늘 동행하시는, 그런 하나님의 눈길을 사로잡는, 믿음의 명장면들을 많이 연출하시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