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원로들은 9일,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에서 "현 상황에 대한 기독교원로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했다. 박덕신 목사가 선언문을 읽고 있다. ⓒ 김보람
“기독교인으로서, 목사로서, 신학자로서 현재 한국 개신교가 역사와 사회에 보이는 추태가 부끄럽습니다. 케케묵은 이데올로기를 거론하고 사탄세력 운운하는 '잠꼬대'야말로 한국 개신교 선교 전진을 차단하는 장본인임을 경고합니다.” -김경재 한신대 명예교수
기독교(개신교) 원로들은 9일, 종로구 연지동 기독교회관 2층에서 <현 상황에 대한 기독교원로 비상시국선언>을 발표하여 “총체적 국정 난맥을 헤쳐 나가는 방법은 정부와 교회가 국민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라 강조했다.
이들은 선언문에서 “국정 난맥 이유는 국민 눈에 성숙한 민주화 희망과 더 깊은 한반도 화해·평화 길, 공존·상생 가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며 “이 위기를 기회로 아직 집권 초기인 이명박 정부가 마음을 크게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어 “역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선 사람은 지난 정권과 방송·언론을 탓하고, 배후세력·좌파세력 선동을 운운하고, 군화발과 물대포로 탄압하기 전에 국민 앞(설령 백번 양보하여 국민이 어리석다고 할지라도)에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빌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한 “재협상을 천명하는 것이 시급하다”며 “어려운 협상에 당당한 모습으로 국민 신뢰를 되찾아야 할 것”이라 주장했다.
아울러 “일부 수구 기독인은 불순한 정치 의도로 대통령 눈과 귀를 흐리는 일에 교권을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이런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행동이야말로 선교의 길을 막는 것이며 교회를 죽이는 일”이라 지적했다.
김경재 목사(한신대학교 명예교수)는 “국회는 여야가 한 목소리로 미국에 국민과 대의 정치의 이름으로 재협상을 당당하게 요구하여, 모처럼 국회 권위 필요성을 인정받게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명수 목사(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전 총회장)는 “과거 유신·군사 정권에서 기독교가 권력 편에 섰던 것은 부끄러운 기독교 자화상”이라며 “권력의 시녀로 전락했던 과거 행태를 오늘도 이어가는 것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라 지적했다.
한 목사는 “일부 개신교 지도자와 원로 친권력 행태는 사회 지탄을 받아 마땅한 것”이라며 “기득권과 보수의 자리를 박차고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평등한 원칙에서 이루어져야 할 한미동맹을 ‘변방조공’과 다름없이 만들고, 북에 ‘요청하면 지원할 것’ 등 반민족 사대주의 발언을 일삼는 정부는 새로운 정치 바탕과 변화를 이루어야 할 것”이라 강조했다.
이명남 목사(한국교회인권센터 이사장)도 “장로 대통령에 많은 기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지난 100일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모습은 쇠고기 문제 뿐 아니라 전반 정책에서 실망스럽다”며 “이 기회에 국민을 사랑하고 겸손하게 섬기는 정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최완택 목사(기독교환경운동연대 대표)는 “정치세력을 지탄하기보다 그동안 우리가 청지기 직을 제대로 수행했는지에 대해 자성하는 목소리가 나와야 한다”며 “하나님이 우리에게 바라는 바른 길이 무엇인지 알고 새롭게 외치는 결단의 자리가 되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날 비상시국선언에는 한명수 목사, 김경재 목사, 김재열 신부, 김창락 목사(한신대 명예교수) 등 기독교 원로 15명을 비롯한 기독교인과 언론인 40여명이 함께 했다.
*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반대 기독교 활동 보고
5월 27일. 최재봉 목사 등 "촛불집회 참석자 강제연행 규탄" 기자회견.
5월 29일. 광우병 쇠고기 사태에 대한 기독교 기자회견(기사연 등 7개 기독교단체).
5월 30일. "미국산 쇠고기 재협상, 고시철회"를 위한 밤샘 촛불기도회.
6월 2~4일. 2008기독교사회포럼, 촛불집회 참여 결의.
6월 5일. '촛불집회 강제연행자 기독교대책위원회' 구성, 경찰청 항의 방문. '광우병 기독교대책위원회' 구성.
6월 6일. '광우병 위험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기독인 목요기도회' 시작.
6월 9일. 기독교 원로 비상시국선언.
상황에 대한 기독교원로 비상시국선언문
-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
1. 오랫동안 기독교에 몸담아 하나님의 선하신 뜻이 온 나라에 펼쳐지기를 기도해 온 우리들은, 어린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촛불시위가 도도한 역사의 물결을 이루어 온 국민의 마음속에 진실과 정의의 외침으로 커져 가는 것을 한편으로 자랑스럽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걱정 가운데 지켜보아 왔습니다.
우리는 이 사태를 보면서 우리 같은 나이 든 사람들이 아무 소리 하지 않고 상황이 평화롭게 마무리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오랫동안 깊은 침묵의 기도를 드려왔습니다. 그러나 작금의 상황은 우리들이 더 이상 침묵으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음을 느끼며 안타까운 심정으로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2. 지금 국민들의 외침은 단순히 잘못된 미국산 쇠고기 수입협상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지 100일 남짓 되었는데, 정말로 많은 기대와 희망은 물거품이 되고 그 기대의 반작용은 허탈과 분노로 남게 된 것입니다. 왜 이렇게 되었습니까? 총체적인 국정 난맥상의 원인은 무엇입니까? 무엇이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화려한 수사를 무색하게 만들어 버리고 말았습니까?
오늘 국민의 눈에는 섬김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 역사가 가야 할 더 성숙한 민주화의 희망이, 더 깊은 한반도의 화해와 평화의 길이 보이질 않습니다. 우리의 미래 사회가 마땅히 지향해야 할 공존과 상생의 가치가 보이질 않습니다. 오만과 독선, 허위와 기만의 논리만이 국민을 우롱하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3. 왜 입니까? 국민들이 어리석고 모자라기 때문이겠습니까? 이명박 정부를 선택한 이 국민들이 정부가 100일 동안 나랏일을 보는 그 동안에 갑자기 어리석은 존재가 되었단 말입니까? 이명박 정부는 어리석은 국민을 만드는 정부였다고 하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정부 또한 이 국민의 어리석음에 아무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4. 우리 눈에는 지난 백일 동안, 이명박 정부가 무슨 일로 국민의 가슴속에 멍을 들게 했는지 너무 쉽게 보입니다. 어떤 이들을 장관으로, 비서진으로 기용했습니까? 국가적 환경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대운하를 추진하는 방식은 무엇이었습니까? 굶주리는 북녘동포들에게 배고프다고 말하지 않으면 도울 수 없다는 우격다짐은 최소한의 민족적 자긍심, 최소한의 인간적 도의에 의심을 갖게 하지 않았습니까? 북을 악의 축이라고 몰아붙였던 미국조차 식량을 지원하는 데 동족인 우리는 무엇을 했습니까? 우리 민족을 이렇게 세상의 조롱거리가 되게 해도 되는 것입니까?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임기제 공직자들에게 무슨 일을 벌였습니까? 공직이 선거의 전리품이라도 된다는 말입니까? 교육문제를 접근하는 것은 무엇이었고 사회적 약자들을 향한 정책은 또 무엇이었습니까? 방송 장악을 해서 다시 국민을 우롱하겠다면, 이는 시대를 역행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모르는 국민이 있겠습니까? 경제를 살리겠다고 했는데 왜 경제는 점점 더 어려워집니까? 해외 변수만을 탓 할 있습니까? 그렇다면 무슨 설명을 했습니까? 진정으로 국민에게 다가가 무슨 어려움이 있는지 진지하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 보았습니까? 말을 줄입니다. 이런 것들이 보이지 않는다면 분명 아주 큰 병에 걸린 증거일 것입니다.
5. 똑똑히 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정부와 대통령이 국민 앞에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백보를 양보해서 국민이 어리석다고 할지라도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이고 용서를 빌어야 합니다. 그것이 역사의 책임 있는 자리에 서 있는 사람이 져야 할 마땅한 자세입니다. 국민을 섬기는 정부라는 최소한의 진정성이 있다면 전 정권을 탓하고, 방송과 언론을 탓하고, 촛불시위의 배후세력과 좌파세력 선동을 운운하기 전에, 경찰의 군화 발과 물대포로 탄압하기 이전에 마땅히 그렇게 했어야 했습니다.
6. 이제 이렇게 다 저질러 논 마당에 어떻게 해야 하는 것입니까? 위기는 기회일 수 있습니다. 취임 초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아직 만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지 않습니까? 대통령의 자리는 국민을 섬기는 자리입니다. 마음을 크게 열고 국민 속으로 들어가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가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 국민이 원하는 바입니다.
쇠고기 재협상을 천명합시다. 일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국민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국과의 어려운 협상에 당당할 수 있는 정부가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총체적인 국정 쇄신도, 대운하 건설계획 취소도, 사회적 약자들을 끌어안는 정책도 지금 서둘러 시작해야 합니다. 여러 면에서 이명박 정부는 특권층을 위한 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더욱 분발해야 합니다. 국민과 함께 가는 진정성을 보여야 합니다. 적당한 정략적 발상으로 오늘의 난국은 결코 돌파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7. 우리는 이 자리를 빌어서 일부 수구 냉전적 사고를 가진 기독교인들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행동을 크게 꾸짖고자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보수 기독교계의 장로라는 점에서 많은 국민들은 기독교에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인들이 더욱 비판의 자리에 서는 것이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이명박 정부를 진정으로 돕는 것입니다. 자신들의 불순한 정치적 의도를 위해서 대통령의 눈과 귀를 흐리게 하는 일에 교권을 이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선교의 길을 막는 것이며, 교회를 죽이는 일이 될 뿐입니다. 특히, 한국교회 성도들의 바른 판단과 성숙한 기도가 요청되는 대목입니다.
8. 우리는 다시 한 번 호소합니다. 지금 정부와 교회가 함께 해야 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는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에서 고통당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고 사회적 양극화를 해소하며 함께 더불어 사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가장 긴요한 것은 진실에 기초해서 평화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당당히 내놓고 정부와 국민이 토론하고 대화함으로써, 더 성숙한 민주 사회를 이루어 우리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성실하게 맡은 자리에서 힘차게 일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입니다. 그 일을 위해서 정부와 교회 모두가 국민에게로 들어가 함께 호흡하며 함께 길을 걸어야 합니다. 오늘의 위기는 바로 국민과 함께 할 때만이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하나님의 평화가 우리 국민 모두와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08년 6월 9일
기독교(개신교) 원로선언 참가자
금영균, 김경재, 김상근, 김성수, 김소영, 김재열, 김지길, 김용복, 김창락, 김형태,
문대골, 문장식, 박경서, 박덕신, 박영모, 박철수, 박형규, 서광선, 오충일, 유경재,
윤문자, 이규상, 이만열, 이명남, 이해동, 이해학, 이현주, 이형기, 조화순, 최완택,
한명수, 홍근수, 홍창의 (33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