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샘을 찾아서
윤재석
봄이 다 가기 전에 데미샘을 찾고 싶었다.
이 샘은 섬진강의 발원지다.
진안군 백운면 신암리 팔공산 북쪽 기슭에 자리하고 있다.
섬진강은 우리나라에서 네 번째로 긴 강이다.
데미샘을 풀이하자면 천상봉에 있는 옹달샘, 즉 천상샘이란다.
데미샘을 찾아 가 자연의 풍광에 빠져 볼까 한다.
아침 일찍 일행과 전주에서 출발했다.
하늘은 잿빛 구름이 끼고 봄비가 오락가락 날리고 있었다.
고향인데 아직까지 한 번도 찾지 못했다.
섬진강의 발원지를 보러 가는 기대에 마음이 설레기도 하고, 어떻게 생겼을까
궁금증이 들기도 했었다.
데미샘에서 발원한 섬진강은 관촌 오원천과 임실 옥정호를 거쳐 곡성
구례를 지나 광양만으로 흐르는 강이다.
이 강의 유래도 있다.
왜구가 강 하류를 침입했을 때 수십만 마리의 두꺼비가 울자 왜구가 놀라서
광양 쪽으로 피해 갔다는 전설이 있다.
그 뒤 두끼비 섬蟾자와 나루 진津자를 써서 섬진강이라 했다 한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를 굽이굽이 흐른다.
이 지방 넓은 평야에 젖줄이 되고 있다.
관촌을 거쳐 백운으로 들어서는 고개를 넘으니 마이산이 멀리 보였다.
반송리에 도착했다.
반송리 마을 이름의 유래는 마을 앞에 커다란 소나무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소나무를 상징하여 반송리라 부른다는 것이다.
구남각을 둘러보았다. 이곳은 고려 말 충신 최양의 유허비가 있는 곳이다.
최양은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하자 벼슬을 내놓고 이곳에 와 머물렀다.
그 기념으로 자손과 주민이 최양의 충절을 본받고자 세운 비각이다.
마을 주변에는 인삼재배단지가 형성되어 있다.
농가의 소득을 올려 주는 특용작물이다.
농촌의 수입이 예전과 다름을 알 수 있었다.
물길 따라 조금 올라가니 벚꽃 길이 열렸다.
언제 심었는지 제법 큰 나무였다.
벚꽃은 아침 비에 젖고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마치 겨울의 눈송이가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이백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멋진 시를 지었을 텐데…….
벚꽃 길은 이어졌다. 시골이라지만 농촌의 모습이 바뀌었다.
벚꽃 길 주변에는 펜션과 민박집이 들어서 있다.
물 좋고 경치가 아름다우니 외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와
휴식을 취하는 듯했다.
길은 아스팔트로 잘 포장되어 있었다.
길 위쪽에는 벚꽃이 활짝 피었다.
하얀 색이 더욱 빛났다.
이곳 데미샘을 찾아온 것이 행운처럼 느껴졌다.
이렇게 멋진 풍경을 보기가 그리 쉽지 않을 테니까.
어느새 데미샘 관리소에 도착했다.
승용차는 관리소 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서 올라가야 된단다.
이정표를 따라 올라가는 중간마다 놀이터나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물놀이장, 문화마당, 무지개 연못, 등의 안내판을 세웠다.
시골을 상징하는 가재와 개구리, 두루미, 등의 조형물도 설치하여
오는 사람들의 산행이 편안하도록 해놓아서, 지루함을 달래주었다.
이 샘의 관리를 위해 애쓰는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천천히 걸으면 한 시간 정도 걸린다고 했다.
쉬다 가다를 거듭하니 시간이 더 걸렸다.
이정표의 안내를 받아 데미샘이 있는 산길로 들어서서, 작은 다리를 건넜다.
산길은 돌을 깔아 깨끗하고 넓어서 비가 오는데도 옷이 젖지를 않았다.
가다 보니 나뭇가지에 노란 리본이 달려있었다.
군산 개인택시 새만금산악회라 씌어 있었다.
다른 한쪽은 인천우정산악회라 적혀 있다.
우리나라 여러 산악회에서 이 샘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데미샘을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나무는 울울창창하고 바람은 청량하기 그지없었다.
이곳에 오니 다람쥐가 나타났다.
어릴 적에는 마을 숲에서 볼 수 있었는데 이곳에서 또 만났다.
등에 갈색 문양으로 줄이 그어져 있고, 꼬리를 똑바로 세우고 이쪽 돌에서
저쪽 나무를 타고 올라갔다가 무슨 일인지 다시 내려온다.
다람쥐를 보니 다람쥐를 잡으려고 쫓아다니던 일이 생각난다.
다람쥐는 오늘 보니 참 귀엽다.
빗방울이 간간이 뿌려 우산을 폈다.
비는 와도 마음은 즐거웠다.
맑은 물소리는 귀를 즐겁게 하고, 청량한 공기는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숨을 깊이 내쉴 때는 내 안의 찌꺼기가 뿜어져 나오는 기분이다.
빗방울은 길가의 산죽에 뿌려진다.
도르르 굴러 내린다.
저 물방울이 모여 섬진강을 이루는가? 데미샘의 물줄기는 돌 틈을 타고
졸졸 흐르고 있다.
마음을 씻어줄 청량수로 느껴졌다.
하늘을 향해 높이 솟은 나무에 새들이 노래하고 있다.
우리를 반기는 환영사로 들렸다.
저들의 환영사를 알아듣지 못하는 내가 안타깝다.
환영사에 답사를 못하다니, 미안했다.
주위 환경이 깨끗하다.
물소리를 들으며 걸었다.
돌에는 이끼가 파랗게 끼었다.
저 이끼가 데미샘의 물을 정화해 주어서 이리도 맑은가 보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자연 그대로다.
이끼 낀 돌 틈으로 흐르는 물이 하도 맑다.
가슴을 열고 내 안의 구석을 한 번 깨끗이 씻고 싶다.
데미샘에 도착했다.
옆에 정자가 있어 찾아온 손님의 휴게소가 되고 있다.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이 샘물은 층층이 돌로 쌓인 돌 틈에서 흘러내렸다.
샘 위는 바위와 돌로 산골을 메우고 있다.
이곳에서 샘물이 졸졸 솟아나고 있다.
명산의 줄기에서 솟아난 물이라서 큰 강을 이루는 성싶다.
이곳에서 나오는 저 물이 섬진강 212 Km의 장강을 이룬다니,
내 고향 데미샘이 자랑스럽다. 이곳의 자연을 만끽하고 벚꽃 길을 따라
물길을 따라 돌아왔다.
나무는 뿌리가 깊어야 바람에 견디고 물은 근원이 길어야
마르지 않는다고 했던가?
데미샘은 억겁을 두고 자연을 살찌우며 오래 이어지리라 믿는다.
첫댓글 데미샘 여행 잘했습니다
섬진강의 상류가 시작된다는 발원지이기도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