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지법과 공간이동 가능한가?
축지법은 ‘홍길동전’을 비롯한 무협지의 단골메뉴에 속한다. 매일매일 교통난에 시달리는 사람이라면 축지법을 교통수단으로 삼고 싶은 절박한 소망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축지법은 여전히 엉뚱한 공상일 따름이다.그런데 서양에서는 한술 더 뜨고 있다. 잘 알려진 영화 ‘스타트랙’을 보면 우주선 엔터프라이즈호의 선장 커크는 빛이 번쩍하는 순간 사라졌다가 순간 먼 행성에서 다시 나타난다. 소위 ‘공간이동’(Teleportation:또는 순간이동)을 하는 것이다.
영화‘플라이’에서도 과학자 자신이 직접 공간이동을 시도하다가 함께 들어온 파리와 뒤섞여서 끔찍한 파리인간이 되고 만다. 축지법의 역사에 비하여 공간이동의 역사는 분명 일천한데도 동양의 축지법은 공상에 머물러 있는 반면 서양의 공간이동은 실현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흥미롭다.
황당무계한 공상도 서양의 과학자에겐 도전의 대상이 되고 우리에겐 그저 공상 그대로인가? 이것이 우리나라 과학의 한계인지도 모를 일이다.황당하던 순간이동은 1997년 오스트리아 인스브룩대학의 앤턴 질링거(Anton Zeilinger) 교수팀에 의해 실험적으로 입증되면서 본격궤도에 들어서게 된다. 10년전까지만 해도 물리학자들은 공간이동은 불가능할 것으로 치부했었다.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따르면 모든 입자는 입자와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으며 입자의 성질(위치)과 파동의 성질(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할 수 없다. 그런데 공간이동을 위해서 한 물체의 위치와 운동량을 동시에 측정해야만 가능하다는 조건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찰스 베네트(Charles H. Bennett)는 양자역학의 기본 특성인 ‘얽힘현상’(entanglement)을 이용하면 양자의 순간이동이 가능하다는 야심찬 제안을 한다.그는 ‘아인슈타인-포돌스키-로젠 효과’라는 양자역학의 이론에 기초해 두 입자가 서로 만나면 얽힘현상이 일어나고, 이 상태에서는 두 입자가 같은 양자계의 상태가 되는 도미노 현상이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두 입자 중 어느 것을 측정하든지 그 특성이 같으므로 얽힌 입자를 활용하면 입자의 특성을 측정하지 않고도 공간이동이 가능하다는 것이다.1997년 질링거 교수팀은 이러한 베네트의 아이디어를 실험적 결과로 입증시켰고 미국의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논문을 발표한다. 로마의 마티니교수도 유사한 연구 결과를 물리학 전문지(PRL)에 발표했으며 1998년 미국 캘리포니아공대에서도 공간이동 실험에 성공하게 된다.
이들 과학자들은 얽힘현상을 이용하여 빛의 기본단위인 광자(quantum)가 갖고 있는 주요 물리적 특성을 멀리 떨어진 다른 광자에 그대로 전달하는, 소위 ‘양자 공간이동’(Quantum teleportation)에 성공한 것이다.그러나 이 실험은 광자 그 자체를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광자의 성질(극성화와 전자장의 진동 방향)만을 멀리 떨어진 다른 광자에 첨가하는 것이므로 실질적인 ‘물체의 공간이동’은 아닌 셈이다. 질링거 교수에 따르면 수년내에 광자에 비해 수만배나 큰 원자의 공간이동이 가능해질 것이며 십여년 후에는 분자의 공간이동도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양자의 공간이동 원리는 물체이동 이외에도 다양한 활용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안전한 데이터 전송에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초고속 양자컴퓨터의 개발에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또한 이를 통신에 응용할 경우 지구와 화성간의 통신 때 발생하는 30분의 시차를 없앨 수 있다.
아직 물체의 공간이동에는 많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우선 물체를 이루는 원자를 해체해서 광속으로 전송하는데 소요되는 엄청난 에너지를 해결해야 하고 또 공간이동을 실현할 때 처리해야 할 엄청난 정보의 양을 해결해야 한다(인체의 모든 정보를 최신의 장비로 전송하더라도 우주 나이(100억년)의 수천배에 달하는 시간이 걸린다).
이 모든 것을 해결하더라도 사람의 감정이나 정신은 또 어떻게 이동할 것인가? 아직 스타트랙과 같은 인간의 공간이동은 요원할 따름이다. 이쯤에서 축지법에 대한 과학적 실현을 이야기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도전일지도 모를 일이다.
*위상수학
이 말이 문헌에 처음 나타난 것은 J.B.리스팅이 1847년 출판한 저서 《토폴로지의기초연구:Vorstudien zur Topologie》에서 였다. 이 이전에도 G.W.라이프니츠는 이미 《기하학적 위치를 다루는 해석학(위치해석학)》으로서의 위상기하학의 필요성을 발표한 바 있었고, L.오일러는 유명한 ‘쾨니히스베르크의 다리건너기 문제(한붓그리기)’를 위상적으로 해결했으며, 더구나 다면체(多面體)의 연구에서 현재 ‘오일러의 정리’라고 하는 중요한 정리를 남겼다. 이들 선구자에 이어 A.F.뫼비우스와 B.리만은 곡면의 위상적연구에 큰 공적을 남겼다. 뫼비우스의 띠와 같이 앞뒤(表裏)가 없는 곡면의 연구도 그 일례이다. 유명한 4색문제(四色問題)도 위상적 문제인데, 아직 오늘날까지 완전히 해결되지 못했다.
1893년 F.클라인은 《에를랑겐 목록》을 발표하였는데, 그 중에서 ‘위상기하학은위상사상(位相寫像)에 대하여 불변인 도형의 성질을 연구하는 학문’으로서 위상기하학을 정의하였다. 현재 토폴로지라는 말은 위상공간을 구성하는 ‘위상’이라는 좁은 뜻 외에 위상을 다루는 연구 전반을 나타내는 데 사용되고 있다. 연구 전반이라고 하는 것은 위상수학 또는 위상기하학과 거의 같은 뜻을 말한다. 현재는 위상기하학의 내용에 따라서 일반위상기하학 ·조합위상기하학 ·대수적 위상기하학 ·미분위상기하학 등으로 나뉘어 있다. 일반위상기하학은 집합론적 위상기하학이라고도 하며, 다면체라든가 유클리드공간으로 한정되지 않는 일반위상공간의 점집합(點集合)을 위상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이다.
이 부분은 G.칸토어에 의하여 그 기초가 구축되었다. 이것은 연구의 대상을 그때까지의 다면체나 곡면에서 벗어나 임의의 점집합까지 확대했다는 뜻에서 획기적인 발전이었다. 칸토어의 이론은 H.르베그에 의한 측도론(測度論)이나 F.E.E.보렐에 의한 보렐집합 연구, M.프레세에 의한 추상공간(抽象空間), 또는 G.페아노에 의한 페아노곡선의 연구 등을 가져오게 하는 데 있어서 큰 구실을 하였다.
20세기에 들어와서 F.하우스도르프에 의한 근방(近傍)이라는 개념의 도입, P.S.우리존에 의한 계량화정리(計量化定理), P.S.알렉산드로프에 의한 콤팩트공간 연구, 또 W.실핀스키, S.마주르키비츠, C.쿠라토스키에 의한 곡선론이나 연속체 이론등, 흥미로운 수많은 연구가 뒤를 이었다. K.멩거는 일반공간에 대하여 차원론(次元論)을 확립하였다. 이상과 같이 수학의 이 분야는 20세기에 들어와서 수많은 분야, 특히 대수학 ·해석학 등과 더불어 깊은 관련성을 맺으면서 대약진을 하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