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9월 17일 일요일 화창한 날...
아버지와 나는 임진각 평화 누리 공원에서 휴식을 취했다.
가장 먼저 와 닿은 것은 하늘 가득히 날고 있는 연들이었다.
아빠와 함께 엄마와 함께 아이들은 햇살 가득한 이곳에서 연을 날린다.
모양을 달리하는 다양한 연들이 하늘 높이 날아올라 북한 땅을 바라본다.
실에 매달려있는 모습이 분단의 아픔을 말해준다.
볼 수는 있어도 갈 수는 없는 곳이다.
이렇게 다양한 연들이 전시 판매되고 있었다.
아버지는 여기서 소니 카메라에 망원렌즈를 장착한다.
아버지와 나는 실로 오랜만에 햇살을 받으며 녹색 지대를 걸었다.
20층 아파트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의 맛과는 사뭇 달랐다.
가족 단위로 텐트를 치고 야영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이 가족은 텐트를 살 때 많은 꿈을 꾸었을 것이고, 오늘 그 꿈의 일부를 실행하고 있으리라...
북 쪽을 바라보며 통일을 염원하는 거대한 조형물들도 있었다.
(여기서 개성까지는 불과 22km다.)
이렇게 시야가 확 트인 넓은 공간에 평화를 기원하는 공원이 조성되었다.
하늘을 나는 것은 연뿐 아니라 오색 찬란한 비누 방울도 있었다.
맨날 가족들만 보다가 오랜만에 다른 사람들의 실물도 보았다.
비록 날지는 못하지만 제자리에서 나는 시늉을 열심히 하는 바람개비들도 있었다.
저러다가 날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겠지?
바람개비 안에서도...
나무 그늘 아래서도...
아이들은 부모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통일을 염원하는 아이들은 갈 수 없는 곳이기에 편지라도 쓴다.
이곳에 바람이 없다면 연도 없고 바람개비도 없으리라...
바람개비를 돌려 약간의 전기를 얻고 그 전기로 야경을 밝힌다면 더 좋을 것 같다.
2분 동안 작동하는 망원경을 보기 위해 500원만 달라는 아이들과
차라리 1,000원으로 4분 하지 갑자기 500원을 어디가서 구하나...하는 엄마들도 있었다.
이곳에서 바라보니 북한보다는 주차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버지는 저런 곳에서도 주차해둔 차를 귀신처럼 찾으신다.)
사람들이 하나도 없는 곳에서는 신비스런 침묵이 흐른다.
곳곳에서 텐트가 아주 유용하게 쓰이고 있었다.
텐트는 1 가구 1 주택을 앉은자리에서 만들어 버린다.
졸지에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세금 안내는 나의 집이 마련된 것이다.
돈 없는 사람들은 주변에서 노숙을 즐긴다.
그러나 아무도 그들의 노숙을 방해하지 않는다.
우리는 여기 들어가 햄버거와 핫쵸코로 요기를 했다.
콩을 전시하고 있는 콩 전시장도 둘러보면서 콩의 훌륭한 기능들을 학습했다.
아버지는 이미 콩요리를 주식으로 들고 계셨다.
그리고 우리는 계속 걸었다.
나무다리도 밟아 보고 아래에 있는 누각과 연못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과거에 열차가 달렸던 레일이 있는 곳에 왔다.
분단되기 이전에 신나게 달렸던 곳이 지금은 이렇게 쓸쓸하게 변했다.
열차는 밖에다가 별도로 모셔두었다.
(물 따로 고기 따로 분리시킨 꼴이다.)
어느 어저씨가 열차를 만지려고 하니, 같이 온 아줌마가가 "뜨거우니 만지지 말라"고 소리친다!
2,000원을 내고 들어가는 곳이다.
이곳에 들어가면 전후는 촬영이 되고 좌우는 촬영이 안된다는 경고를 받는다.
그래서 앞에만 찍으며 걸어 들어갔다.
어차피 밖에서 다 찍을 수 있는데 왜 이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다가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들은 이곳에 2,000원씩 내고 들어갈 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관람객들이 인정하게끔
적당한 트릭을 꾸며야 했다.
그래서... 순수한 육안으로...
좌를 보는데 1,000원 우를 보는데 1,000원 해서,
도합 2,000원어치의 상품가치를 만들어낸 것이다.
좀, 불쾌했다.
그러나....
이런 수입을 통해서 공원이 유지되고 있다고 돌려서 생각하니 좀 나아졌다.
거기를 나와...
정원사가 한참 다듬고 있는 숲길을 지난다.
아웅산 테러 때 숨진 의원들을 추모하는 탑도 보았고
황토색 물이 있는 낚시터도 보았다.
이곳은...
하루에 두 번 지나가는 임진강역이다.
용산에서 타면 이곳까지 온다고 하시면서 이렇게 보면 풀코스를 다 본거라 하셨다.
우리는 유명인사들의 손 사인이 있는 건물 식당에서 식사를 했다.
오늘은 예정에 없던 즉흥적인 투어였다.
얼마 전... 해남(장인어른 계신 곳)에서 쌀이 또 와서 20킬로짜리 3 가마 반이나 있길래,
쌀을 좀 드리고 PC를 점검해 드리려고 아버님 댁을 방문했다가 뜻밖의 선물을 받은 것이다.
갈월사 참배 후 사진기 배터리를 충전해 주지 않아 간당간당했는데
다행히 떨어지지 않아 오늘 하루를 전부 기록할 수가 있었다.
아버지와 나는 통일이 되어 우리의 경제력과 북한의 국방력이 합쳐지면 세계 5위 안에 드는
강대국이 될 수도 있다는 씁쓰레한 대화를 나누었다.
통일은 분명 대박이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은 쪽박이다.
쪽박을 대박으로 만드는 방법을 함께 강구해 보도록 하자!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