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이언스협곡 을 다녀와서.
나이를 먹어도 여행은 마음을 들뜨게 한다. 남전도회 회원들은 며칠 전부터 시간 나는 대로 모여 여행에 대해 의논했다. 은퇴하고 빠듯한 살림을 쪼개 여행을 간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되도록 좋은 호텔에 절감된 가격으로 음식도 뷔페로 정했다. 75세를 넘기면서 이런저런 고질병들이 있는 나이라 이것저것 가려 먹으려면 여러 가지 중에서 골라 먹을 수 있는 곳으로 정했다. 전도회 회장님이 여행 경험이 많은 분이라 무척이나 다행이다. 드디어 여행가는 날 아침 8시. 교회 앞 주차장은 24명의 남녀 노인들이 모였다. 이번 수련회는 부인들을 동반한다. 갑자기 응급 상황이 생겨도 아내가 있어야 한다는 큰 의미를 포함했다.
목사님 두 분이 자진 운전사로 교회 차 앞좌석에 앉으셨다. 얼마나 마음이 편한지 모르겠다. 얼마 전 남편은 운전 도중 출구인데도 불구하고 차를 몰고 들어가서 나를 당황시켰다. 이제부터는 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장거리 여행은 엄두도 못 낸다. 한때 본인이 GPS라고 운전 하나만큼은 자신 있다고 했는데 나이는 어쩔 수 없나 보다
바스토우에서 잠깐 쉬었다가 곧장 라스베이거스를 지나, 모스키트 (mosquite) 라는 곳에 Virgin River Hotel에서 여정을 풀었다. 이곳에서 오며 가며 2박을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몇 년 전에도 이 호텔에 머물렀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어제 일어난 일도 기억 못 하는데 생각이 나는 것을 보니 이곳이 인상적이었나 보다. 넷플릭스에서 본 Virgin River 라는 일일연속극은 미국시골도시이름이다. 그곳에서 일어나는 여러가지 사건을 모아서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그곳에 여 주인공이 간호사였기에 더 흥미가 있었다. 간호사인 나도 적극적으로 이웃들과 좋은 관계를 가지고 사는게 얼마나 보람된 일인것을 배웠다. 저녁은 프라임 비프스택이다. 잘 익은 고기에 옥수수 와 감자 구운 것 하나로 통일한다. 13불짜리 고기치고는 맛이 좋다. 좀처럼 고기를 안 먹는 회원들도 맛있게 먹는 모습이 행복해 보인다.
다음날 구불구불한 산길을 돌아 돌아가는데 그 어마어마한 암벽에 새삼 하나님의 작품이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봄이라 세상은 파랗다. 바다만 파란 것이 아니라 산들도 파랗게 변했다. 암벽은 붉고 붉은색이 있는가 하면 어떤 표면은 회색이고 또 까만색을 띤 바위 사이로 이름 모를 선인장과 잡초가 피어나 있다. 차 속에서 보는 사람들은 무지개떡 같다고 하고, 시루떡 같다고도 하고, 생강을 묶어 놓은 것 같이 보인다고 한다. 모두 시장한지 보는 것 마다 음식으로 통한다며 깔깔 웃었다. 신비한 경치는 70이 넘어도 16세 소녀 같은 순수한 마음을 가지게 하나보다.
협곡에는 곳곳에 등산로가 많이 있었다. 잠자리가 바뀌어 제대로 잠을 못 잤다는 몇몇 회원들은 한군데만 골라서 올라가자고 한다. 하얀 바위(White Dome)에서 30분 등산했다. 멀리서만 보던 바위를 직접 걸어가는 것은 이 여행에서 맛볼 수 있는 특혜였다. 바위 사이사이로 다닐 땐 바람과 그늘이 있어 콧노래를 불렀는데 햇빛이 쨍쨍 내리는 길을 걸을 땐 입은 옷을 한 꺼풀씩 벗어야만 했다. 우리네 인생길 같다. 처음에는 콧노래를 부르며 갈때도 있었고 암초에 걸려 허덕일 때도 있었다. 인생 구석구석에 나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했다. 길가에 있는 작은 풀잎 하나에도 꽃을 피우시고 왜 그들이 거기에 있는지 모든 게 당연한 것 같아도 하나님의 뜻이 있어서 생긴 것으로 보이니 내 생애에 생긴 작은 일에도 감사가 절로 나왔다.
돌아오는 길은 가도 가도 끝이 안 보이는 광활한 사막에 좌슈아트리가 각기 다른 크기와 모양으로 서 있다. 인간의 성격이 다르듯 나무도 각자의 개성이 다른가 보다. 산을 반으로 잘라 한복판을 가로질러 만든 큰길은 오고 가는 길이 1차선이다. 이 길이 생기기 전에는 말을 타고 다녔을까? 현대를 사는 우리는 얼마나 복 받은 사람인지 생각하니 모든 것이 은혜다. 몸이 고단하고 힘들었지만, 누군가 선창으로 시작된 4부 합창은 웅장했다. 성가대 생활을 수십 년 한 회원들이 부르는 찬송가는 말 그대로 달리는 합창단이다. 서로 덕담도 주고받고 농담하니 오고 가는 길이 먼 것같이 느껴지지 않고 너무 웃어서 시간 가는 것도 잊었다. 한때는 24시간이 모자라는 듯한 바쁜 생활을 한 청춘이었지만 아이들 다 기르고 부부만 남은 회원들이 감사하는 여행을 해보니 이번 수련회은 하나님을 찾고 자연을 찾아 나이를 먹었다는 것도 축복이었다.
몇 명의 회원이 낸 도네이숀으로 예정에 없던 저녁을 가든그러브에 있는 중국식당 P 반점에서 먹게되었다. 그곳엔 담임 목사님이 밖에서 우리 버스를 보고 돌아올 때까지 반갑게 손짓하고 계셨다. 우리를 이렇게 반갑게 맞아 준 사람이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올 땐 왠지 모를 쓸쓸함이 동반했는데 목사님이 음식점 주차장에서 기다리는데 너무나도 기뻤다. 요즘 들어 여행 갔다 오면 텅 빈 집에 오는 게 퍽 외롭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저녁 식사하고 먼저 일어나서 교회에 볼일이 있다고 가신 목사님이 우리의 밥값을 내셨단다. 예상치 않은 일로 고맙기도 하고 미안하기로도 해서 밥값만큼 남은 돈은 교회에 헌금으로 대신했다. 짧은 여행이었지만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고 많이 웃어서 행복했다. 우리는 이틀 후에 있는 부흥회에서 다시 만날 것을 다짐하며 교회 주차장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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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정말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오셨네요.
믿음안에서 함께 떠나는 여행은 예수님이 동행하셔서인지 더 즐겁고
행복한 것같아요.
목사님이 기다리고 계심이 여행의 기쁨을 배로 느끼게 하였군요.
마치 엄마가 기다린듯 푸근했다는 그 마음이 참 예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