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정주] 가루지기 46
혼자 넉두리 삼아 중얼거리던 당골네가 무슨 생각이 들었던지,
고개를 숙이고 엎드려 강쇠 놈의 몸에
시퍼렇게 멍든 자국을 찾아 혀로 핥고 입술로 빨아댔다.
옆으로 돌려 누여 옆구리를 핥다가 배를 깔고 엎드리게 하여 등짝이며 어깨죽지를 핥다가,
다시 반드시 눕히고 뱃가죽을 살살 핥아 올라왔다.
"간지럽소, 간지럽소, 아짐씨. 어혈진데가 아파서 죽는 것이 아니라,
아짐씨가 핥아대니 간지러워서 미치겄소."
강쇠 놈이 비명을 내질렀다.
"참으시요. 참아보시요.
뭐니뭐니해도 매를 맞아 어혈진데는 사람의 침만한 것이 없소.
사람이 독사한테 물리면 죽는다고 하지 않소?
마찬가지로 독사도 사람한테 물리면 죽소.
무슨 소린고하니, 사람의 침 속에도 독이 들어있다는 소리지요.
약이 들어있다는 소리지요. 그 약이 어혈을 풀어줄 것이요.
처음에는 간지러워도 나중에는 기분이 좋아질 것이요."
당골네가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랬다.
가슴을 핥고 올라오다가 흘끔 고개를 들어 바라보는 단골네의 낯빛은
원통하게 죽은 원혼의 넋을 달래줄 때처럼 엄숙했고, 눈빛에는 귀기가 서려있었다.
'흐흐흐, 이 여자의 낯짝을 보니, 백년 묵은 여시꼴이구나.
여우를 피하니, 호랑이를 만나더라고, 내가 꼼짝없이 이 여시한테 잡힌 모양이로구나.'
강쇠 놈이 속으로 중얼거릴 때였다.
당골네의 손이 아직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사타구니 사이의 염치없는 놈을 움켜 쥐었다.
"멋 땜시 멀쩡한 그 놈은 붙잡고 그러시오?"
"이녁이 모질게 맞기는 맞았는갑소.
주장군께서 꿈쩍을 않고 누워계시는 것을 보니."
"멍석말림 사단이 그 썩을 놈 때문에 생겼는데,
제 놈도 염치가 있지, 아무데서나 고개를 쳐들겠소?
헌데, 아짐씨, 방금 뭐라고 했소?
그놈더러 장군이라고 했소?"
"아, 이녁은 주장군 얘기도 못 들어봤소?"
"제깟놈이 무슨 장군은 장군이다요?
하루에 몇 차례씩 아랫배가 빵빵할 때 오줌이나 누고,
새벽이면 저 혼자 일어 나 껄떡거리다가 어느 순간 고개를 쳐박는 놈이 아니요?
내가 어제밤에 박씨문중 사람들한테 몽둥이 찜질을 당하면서 작정한 바가 있소.
다시는 그놈을 함부로 내두르지 않겠다고 말이요."
강쇠 놈이 아직도 욱신거리는 어깨뼈의 통증으로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