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대인에게 명도하면서 "열쇠 안 주면 전세금 지연이자 못 받는다"
“이삿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임대인이 전세금을 주지 않고 있습니다. 문제는 신규 임차인이 오면 전세금을 주겠다며, 이사부터 하라고 합니다. 임대인을 믿을 수 없어 열쇠를 주지 않고 전세금을 받으면 돌려주려고 하는데 추후 지연이자까지 받을 수 있는지 궁금합니다”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전세금 분쟁에서 지연이자에 관한 부분을 잘못 이해해 낭패를 보는 임차인들이 적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전세금 지연이자는 임차인의 명도(집을 임대인에게 반환하는 의무)가 선행되어야 가능하다고 조언합니다.
주택 임대차에서 임대인이 전세금을 제때 돌려주지 않는 경우 임차인은 지연된 기간을 계산해 임대인에게 이자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 다만 임대인에게 열쇠나 디지털 도어락 등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은 채 지연이자만 요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임차인의 이러한 행동은 법률상 완전한 명도가 아니기 때문에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이사해야 할 때 열쇠 인계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주택 임대차에서 임차인과 임대인은 동시이행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이행이란 각자의 의무를 동시에 이행해야 한다는 뜻으로 계약이 종료될 때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부동산을 반환해야 할 의무가 있으며,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전세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임차인이 거주한 주택의 열쇠를 임대인에게 인계했다는 것은 집을 임대인에게 반환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경우 법률에서는 ‘임차인이 명도의무를 완료했다는 것’을 뜻하는데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는 것입니다.
임차인이 명도의무를 지켰음에도 임대인이 전세금을 반환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았다면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습니다. 반면 이사를 해 집을 비워주었지만, 열쇠를 인계하지 않았다면 법률상 완전한 명도의무를 이행했다고 보기에는 어렵습니다.
최근 주택에서 많이 사용되는 디지털 도어락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집을 완전히 비운 후 임대인에게 문 개방에 필요한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았다면 법률상 명도이행으로 판단되지 않기 때문에 지연이자도 청구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아울러 열쇠 인계에 관해 임차인들이 착각하는 부분이 하나 더 존재합니다. 열쇠를 인계하지 않았지만, 임차권등기를 완료했으니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임차권등기를 통한 지연이자 청구도 임차인의 명도의무가 선행되어야 가능합니다. 임차권등기는 이전 주택의 전입신고가 빠지더라도 임차인으로서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 시켜주는 제도일 뿐 명도의무 이행과는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후 열쇠나 문 개방에 필요한 정보를 임대인에게 넘겨야 지연이자 청구가 가능합니다. 임차권등기가 완료된다면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기 때문에 임대인을 신뢰할 수 없는 경우에도 든든한 안전장치가 될 것입니다.
한편 이사할 사정이 되지 못하는 경우에는 굳이 임차권등기나 지연이자 청구를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임대인이 전세금반환 의무를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임차인이 해당 주택에 계속 머물러도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사를 할 수 없어 임차인이 계속 머무는 상황에서 명심해야 할 점은 명도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어 지연이자는 청구할 수 없습니다. 이 경우에도 임차권등기를 신청할 순 있지만, 임차인이 머무는 것 자체가 이미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되고 있는 상태기 때문에 임차권등기만의 장점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