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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곳입니다. 저곳에 보이는 아주 커다란 나무 밑에 가시면 아주 명당
이 있습니다. 그곳에 앉아서 밤하늘을 보시다가 시선을 조금 앞으로
돌리시면 자그마한 연못이 보이는데 그 연못의 물은 다른 지방에서도
웬만한 영약 못지않은 효능을 가지고 있다 하여 이 지역 최고의
약수로 유명한 곳입니다. 허풍쟁이들의 말에 따르면 저 연못은 오늘
같이 보름달이 떠오른 밤에 가장 큰 약효를 발휘 한다고 합지요.
무슨 달의 정기를 받아서 어쩌구 하던데.. 하하! 다 허풍쟁이들의.. “
한참 주절주절 떠들어 대던 비굴한 사내는 옆에서 날카로운 눈초리가
느껴졌던지 급히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이며 굽신거렸다.
“아이고.. 소인 또 입을 잘못 놀렸습니다요. 용서해 주십시오. “
“됐으니까! 너는 이제 돌아가 봐. 그리고! 돌아가서 만약에 나와 같이
온 일행들에게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린다면.. 말 안 해도 어떻게
되는지 알겠지? “
뾰족한 음성의 소유자가 자신의 목을 손으로 긋는 시늉을 하며 같이
왔던 비굴한 사내에게 은자 한 냥을 건네자 비굴한 사내는 신음성을
흘리면서도 재빨리 은자를 급히 챙기며 허겁지겁 자리에서 떠나버렸
다.
“휘유.. 아무튼 말 많은 인간들은 딱 질색이라니까! “
강운은 뾰족한 음성의 소유자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고 가만히 조금 전에 비굴한 사내가
말했던 작은 연못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 정말이네? 저 연못에 달의 정기가 모이고 있어. 아! 저거 퍼다가
수연이 한테 갖다 주면 되겠구나. 호.. 근데 저 연못에 달의 정기가
모인다는 것을 누가 알아낸 걸까? 저 연못 잘만 이용하면 사부가 줬던
단환에 못지않은 영약을 만들어 낼 수 있겠는걸! ‘
강운이 그렇게 연못의 물을 어떻게 이용하면 좋을까에 대해서 깊은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에 뾰족한 음성의 소유자가 드디어 모습을
들어냈다.
목소리를 들어 이미 예상을 했었지만 뾰족한 음성의 소유자는 여인이
었고 한눈에 보기에도 몹시 화려한 치장을 한 귀한 집의 여식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강운은 한참 동안 연못을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모습을 들어 낸 여
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얼굴은 비교적 예쁜 편이라 할 수 있지만 눈썹이 치켜져 올라가 있어
사나운 인상이었고 또한 그 동안 귀하게 자라와서 그런지 자연스러운
도도함을 품어내고 있었다.
“너는 누구냐! “
사나운 인상에다가 뾰족한 음성의 성격 안 좋아 보이는 여인이 입을
열자 강운은 가볍게 그녀의 말을 흘려주고는 계속해서 여인을 쳐다
보았다.
여인은 강운이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했던지 몸을 부르르 떨면
서 왠지 폼으로만 차고 다녔을 법한 화려한 검을 소리 나게 뽑아 강운
을 겨누며 소리를 질렀다.
“네, 네 이놈! 감히 미천한 네깟 놈 주제에 내 말을 무시하는 것이냐?
으으.. 어디서 그런 썩은 동태눈깔 같은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는
거야? 네 놈이 정녕 죽고 싶은 게로구나! “
강운은 난데 없이 불쑥 나타나 자신에게 마구 욕을 퍼부어 대고 있는
여인 때문에 심사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옛날 같았으면 벌써 몸을 날려 여인을 두들겨 팼어야 정상이었겠지만
강운은 혹시나 자신이 뭔가 실수를 한 것이 없는가 곰곰이 생각해
보고는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자신이 실수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 여인
에게 입을 열려고 했다.
하지만 여인은 강운이 그런 생각을 할 동안에 자신의 말을 또 무시했
다고 생각하고는 몹시 흥분한 표정으로 강운에게 검을 날려 왔다.
“이놈! 죽고 나서도 어디 지금처럼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가 두고
보겠다. “
처음 봤을 때 폼으로 검을 차고 다니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완전
히 뒤엎어 버리는 그녀의 검술 실력은 대단한 것이었다.
강운의 사혈만을 노리며 수십 수백의 검광을 내며 강운에게 쏘아져
오고 있는 여인의 신형은 강호의 일류 고수가 아니면 절대 흉내조차
낼 수 없는 그런 움직임이었다.
마침내 여인의 검이 강운의 지척에 다다랐을 때 강운은 가만히 손을
들어 여인의 움직임을 멈추게 했다.
“너 뭐야? 왜 가만히 있는 사람한테 욕을 퍼부어 대고 그것도 모자라
칼부림을 하는 건데? 에이구.. 백호야! 저 아줌마 표독스러운 눈빛 좀
봐봐! 안 돼겠어. 아무래도 두들겨 맞아야 정신을 차릴 것 같다. “
여인은 무공을 전혀 익히지도 않은 듯 보이는 소년이 자신의 움직임
을 이상한 사술을 써서 멈추게 한 것이라 생각하고는 강운을 씹어 죽
일 듯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강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 했다.
‘아, 아줌마라니? 저 미친놈이 감히 나에게 아줌마라는 말을 한 건가?
으으으으… 죽일 거야! 죽일 거야! 저 개자식을 죽여 버리고 말 거야! ‘
강운은 대충 적당히 혼을 내고 여인을 놓아주려 했지만 갑자기 여인
에게서 지독하게 강한 살기가 흘러나오는 것을 느끼고는 생각을 바꾸
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아줌마가 성격 진짜 더럽네. 그냥 적당히 하고 보내주려 했더니
안 되겠어. “
[그래 운아! 저 계집에게서 흘러나오는 살기가 장난이 아니야. 내가
보기에도 운이 너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데 혼자서 흥분하고 덤벼드
는 꼴을 보니까 성격이 진짜 더러운 것 같다. 이 기회에 인간세상을
위해 좋은 일 하나 하는 셈 치고 우리 새 사람으로 만들어 보자. ]
“그래! 백호야 우리 힘을 합해 좋은 일을 해보자구. “
죽이 척척 맞아 돌아가는 강운과 백호였다.
“가만.. 근데 나는 사람들 괴롭히는 거 잘 못하는데.. 백호야 너 한테
좋은 방법이 있어? “
[흐음.. 하긴 운이 너 같이 착한 아이가 그런 것을 알리가 없을 테니
내가 한번 해볼게. 영감탱이 따라다니며 배운 게 몇 가지 있거든. 흐흐]
“그래? 그러면 백호 너가 한번 해봐. 이참에 나도 그런 것들 좀 배워
놔야겠다. “
강운은 뭔가 새로운 것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호기심에 눈을 동그
랗게 뜨고 백호의 행동을 지켜봤다.
백호는 눈만 뜬 채 자신들 쪽을 죽일 듯이 쳐다보고 있는 여인의 앞으
로 다가가 몸을 뒤로 돌려 꼬리를 좌우로 살랑살랑 흔들어 대기 시작
했고 여인은 무의식적으로 백호의 꼬리를 쳐다보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새 눈이 풀리며 정신을 잃고 말았다.
여인이 정신을 잃고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자 강운은 여인에게 가해
지고 있던 압력을 풀어 주었다.
힘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린 여인은 곧 고통스러운 신음 소리를 흘리
며 두 팔로 허공을 저으며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으윽! 저리가! 이.. 이 더러운 것들! 감히! 아악! “
바닥에 누운 상태로 몸을 비틀며 고통의 신음 소리를 지르고 있는
여인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강운은 고개를 돌려 백호를 바라보며
의문을 표시했다.
“저거 왜 저래? “
[어때? 제법 괜찮은 방법이지? ]
“글쎄.. 아무튼 무지 고통스러워 하네. 근데 백호 너가 꼬랑지 흔들어
댄 거 하고 저 아줌마 저러는 거 하고 무슨 상관이 있어? “
[흐흐! 사실은 저 계집한테 최면 비슷한 것을 걸어 놓은 거야. 전에
영감탱이가 하는 것을 보고 배웠는데 저거 한번 걸리고 나면 그 사람
이 평소에 가장 끔찍하게 여기고 가장 하찮게 보던 것들을 직접 자신
의 몸으로 체험하게 되는 거지. 아마도 머지않아 저 계집은 기절하게
될 꺼야. 스스로 반성하지 못하고 인정하지 못한다면 평생 저 꼴로 지내
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뭐 내가 알바 아니잖아.. ]
다른 사람이 들었다면 백호의 너무나 무책임한 말에 혀를 내둘렀 겠
지만 강운은 백호의 말에 동조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래.. 저 아줌마가 스스로 정신 차리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거지.
마음 같아서는 정신이 들 때 까지 기다려 주고 싶지만 그 동안 내가
해야 될 일이 있으니 우리는 먼저 가자. 그리고 저기서 저 아줌마 데
리러 오는 듯한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우리는 그냥 가자고. “
백호도 강운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끄덕거리며 강운의 뒤를 따라 여
인이 쓰러져 있는 곳에서 떠나버리자 고목 아래에는 정신을 잃고 고
통의 신음소리를 흘리고 있는 여인만 홀로 있을 뿐이었다.
“사매! 사매! 이게 무슨 일이냐? “
강운과 백호가 떠나고 결국 여인은 고통의 신음성을 흘리다 혼절을
하고 말았다.
여인이 혼절을 함과 거의 동시에 도착한 일단의 무리들은 고목 아래
에 홀로 쓰러져 있는 여인을 발견하고는 경악을 하고 말았다.
“사제! 안 되겠다. 너는 빨리 사매를 데리고 떠나거라. 나는 사매를
이 꼴로 만들은 놈들을 찾아내야겠으니! “
정신을 잃고 축 늘어져 있는 여인을 업은 사내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장내에서 사라져 버리자 홀로 남은 청의 사내는 분노를 삭이지 못한
채 수백 년도 넘게 사라왔을 법한 고목에 장을 날려 버렸다.
-퍼퍼퍼퍽!
놀랍게도 사내가 휘두른 단 한 번의 장에 의해 수백 년도 넘게 사라온
거목은 너무나 어이없게 생을 마감하고는 주변에 파편으로 흩어져 버
렸다.
“으드드득! 감히! “
석가장의 가장 신성한 영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오랜 역사
를 간직한 고목을 산사조각 내는 만행을 저지르고도 청의 사내는 분
을 삭이지 못하고 혈광을 빛내며 주위를 매섭게 바라보았다.
“너희들은 여기서 뭣들 하고 있는 것이냐! 정작 필요할 때는 어디서
무슨 짓을 하고 있었길래 사매가 이런 꼴을 당했단 말인가! 빨리
그 찢어 죽여도 시원치 않을 놈을 추척 하라! 내 반드시 그 놈을 용서
하지 않을 것이니! “
청의 사내로부터 떨어진 추상같은 명령에 아무도 없을 것이라 생각했
던 수풀 사이사이를 스쳐지나가는 흑의인들이 순식간에 시야에서 멀
어져 갔다.
흑의인들이 모두 떠나버리자 그때서야 청의인은 표정을 풀고는 비릿
한 조소를 흘리기 시작했다.
“클클클.. 미련한 계집 같으니라고! 지금이야 네년의 배경 때문에 귀
엽게 봐주고는 있다마는.. 클클클.. 아무리 봐도 네년은 너무 천박하다
이 말씀이야! 네년의 그 잘난 아비의 모든 것을 갖게 되는 날.. 생각만
해도 온몸에 전율이 오는 구나! 화운문이라.. 그 전설속의 신비 문파
화운문이 내 수중 안으로 들어온다 이 말씀이지.. 그날이 바로 내가
무림지존이 되는 날이 아니겠는가! 으하하하하! “
섬뜩한 표정을 지으며 미친듯이 연신 광소를 터트리던 청의인은 순간
웃음을 그치고는 공포스러운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