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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흰살생선튀김 과 #감자튀김 이 어우러진 ‘피시앤칩스’는 영국의 대표 음식으로 유명해요. 영국의 어른 6명 가운데 1명은 매주 1~2번 피시앤칩스를 먹는다지요.
위키피디아
'콧파더(Codfather)' '오마이콧(Oh My Cod)'…. 무슨 음식을 파는 가게 이름인지 짐작할 수 있나요? 힌트는 콧(cod)이라는 말이 이 음식의 재료인 대구를 뜻한다는 거예요. 영화 '대부(Godfather)'와 '맙소사(Oh My God)'에서 G를 C로 바꾼 이들 가게는 영국의 대표적 #서민음식 으로 꼽히는 ' #피시앤칩스 (fish and chips)'를 팔고 있지요.
피시앤칩스는 밀가루 반죽 등으로 튀김옷을 입힌 흰살 생선 (대구·넙치·서대기 등)과, 길쭉하게 썬 감자를 튀겨 만든 음식이에요. 지난 22일에는 영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편안한 복장으로 피시앤칩스를 나눠 먹어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답니다.
피시앤칩스는 영국 시장 규모가 2조원에 이를 정도로 영국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잡았어요. 영국에서 팔리는 #흰살생선 의 25%, #감자 의 10%는 피시앤칩스 재료로 쓰일 정도지요. 매년 영국서 팔리는 피시앤칩스는 2억개가 넘는다고 해요.
피시앤칩스가 영국에서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때는 1860년 즈음이라고 해요. 당시 #유대인 출신의 #이민자 #조셉-말린 이 런던에 가게를 열고 생선튀김과 감자튀김을 함께 팔았어요. #생선튀김 이 영국에 처음 전해진 시기는 16세기, 감자가 처음 들어온 때는 17세기였지만 두 음식이 단짝이 된 시기는 19세기 중반이 지나고 나서였어요.
그 이전에는 감자가 #한센병 (나병)을 일으킨다는 소문이 돌아 가난한 사람들도 감자 먹기를 꺼려했거든요. 그러다 18세기 #흉년 이 들이닥쳐 굶주림을 참다못한 사람들이 감자를 먹기 시작해 감자가 제대로 평가받게 된 거예요.
19세기 중반 이후 피시앤칩스는 도시 근로자들 사이에서 엄청난 인기를 끌었어요. 힘든 #육체노동 에 지친 근로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배를 채우는 튀김요리를 선호하면서 피시앤칩스를 즐겨 먹었기 때문이에요. 여기에 어업과 철도의 발전도 피시앤칩스의 확산에 한몫했답니다. 자루처럼 생긴 그물을 끌고 다니며 물고기를 잡는 배가 많아져 어획량이 급증한 데다, 항구와 도시를 잇는 철로가 늘어나면서 도시에서도 생선을 아주 싼값에 구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지요.
당시 대부분의 가게는 #포장지 를 따로 살 돈이 없어서 신문으로 피시앤칩스를 싸서 팔았어요. #신문지 는 기름기도 흡수하고 뜨거운 열기도 막아 피시앤칩스의 포장지로 제격이었지요. 그런데 지금은 위생 등의 이유로 신문지로 피시앤칩스를 싸서 주는 가게는 드물다고 해요.
가난한 근로자의 음식에서 영국의 대표 음식으로 바뀌게 된 데는 금요일에 고기 먹는 것을 금했던 #로마 #가톨릭 의 전통이 영향을 끼쳤어요. 생선으로 만든 피시앤칩스를 #금요일 의 음식으로 먹는 영국인들이 급증한 거예요.
이후 피시앤칩스는 '위로의 음식'으로 불리며 영국인들의 삶 속으로 깊이 파고들었어요. 영국의 학자 중에는 피시앤칩스가 제1차 세계대전 때 영국인들의 불안과 불만을 가라앉히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아요. 제2차 세계대전 때엔 피시앤칩스가 아군·적군을 구별하는 암호로 쓰이기도 했어요. '피시'라는 암호에 '칩스'로 답하지 못하면 적군으로 여겼던 것이지요.
영국인들의 사랑을 받아온 피시앤칩스는 요즘 들어 #온난화 때문에 위기에 놓였다고 해요. 영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북해의 수온 변화를 바탕으로 향후 50년간 어종(魚種) 수급을 예측한 결과, 피시앤칩스의 주재료인 대구의 #어획량 이 #지구온난화 로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발표한 거예요. 반면 다른 학자는 적어도 1억2000년 안에 대구가 멸종할 리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요. 피시앤칩스라는 음식이 지구촌에서 사라지지 않게 하려면 우리 모두가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겠지요?
박현진 고려대 교수(식품공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