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기 직전, 창밖에 갑작스레 나의 눈앞에 나타난 아이는, 내게 이렇게 외쳤다.
안녕! 반가워! 내가 너에게 선물을 하나 줄게!
...
엥?
꿈? 아니면 현실? 쟤는 무슨 산타인가?라는 생각을 할세도 없었다. 아이는 나의 입장 같은 건 신경 쓰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뛰쳐나와서는 이렇게 말했다.
너는 이제 네가 먹고 싶은 음식을 엄청나게 맛있게 '상상 ' 할 수 있어! 그게 선물이야!
...
갑작스럽게 뛰쳐나온 이 아이는 자기를 견습 천사라 소개했다. 천사들은 가끔 선행을 행한 사람들에게 이러한 선물을 준다고 아이는 말했다.
하지만 음식을 맛있게 '상상'하는 능력이 대체 무엇인가.
이런 쓰잘데기 없는 능력이 다 있다니!
그런 보잘것없는 능력.. 내 선행이 어지간히 소소했나 보다 따위의 생각을 할 무렵, 천사는 얼른 이 능력을 써보라고 나를 보챘다. 무슨 대단한 능력이라도 준 양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말이다.
평소 같다면 그런 부탁을 가볍게 무시했을 테지만, 현실이라기에는 비현실적이고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한 이 이상한 상황과 날 열심히 바라보는.. 자칭 견습 천사의 눈초리에 못 이기는 척 나는 그 능력이라는 것을 사용해 보기로 했다.
눈을 감고,
지금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을 찬찬히 생각해 봐!
천사의 말대로 난 눈을 감고, 난 천천히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
흠...
지금 시간은 11시 50분..
이런 늦은 시간에는..
음...
라면이 좀 맛있겠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는 라면의 모습이 완벽하게 그려졌다! 나의 취향에 아주 알맞게 맞춰진 쫄깃한 면발부터, 야심한 시간에 먹으면 100% 얼굴이 부을 얼큰한 국물까지! 정말 완벽하게 끓인 라면 그자체가 분명했다!
과연 천사의 능력은 엄청났다. 라면의 모습이 이렇게 구체적이고 자세하게 그려지다니. 라면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이다.
라면을 먹지 못하고 상상만 할 수 있는, 희망고문과도 같은 능력이라 그런지 나의 라면에 대한 갈증은 더욱더 심해졌다. 당장이라도 라면을 먹지 않으면 쓰러질 거 같았다.
때문에 난 부엌에 나가 당장 라면을 끓여야겠다고 난 결심했다.
...
눈을 떠보니 난 내 매트리스 위에 누워있었다. 어젯밤의 라면 소동은 꿈이 맞았는듯 했다. 하긴, 그게 꿈이 아니라면 그게 더 문제지. 내가 별 개꿈이 다 있네라고 생각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던 그때.
꼬르르륵
나의 배는 요동쳤고, 나의 위장은 라면을 원하고 있음을 나는 느꼈다! 때문에 나는 어젯밤의 꿈처럼 부엌으로 달려가 냄비를 꺼내들고 물을 올리기 시작했다.
라면은 금세 완성되었고 나는 라면을 허겁지겁 먹으며 생각했다. 어젯밤의 그 상황은 진짜였을지.. 아님 나의 배고픔이 만들어낸 결과였을지를 말이다. 하지만 어느 쪽이여도 그다지 달갑지는 않다.
하지만 정말로 그 상황이 진짜였다면..
그 소소한 능력은 입맛 돋우는데는 아주 효과적이겠고만...
비록 살은 좀 찌고...
얼굴은 붓겠지만...
키워드 상상, 음식.
첫댓글 공백포함 1,438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