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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AMS 예술경영 입시 스터디 그룹 원문보기 글쓴이: ★사랑했지만★
이 용 관(성균관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협회 기획실장)
1. 들어가며
대학에 예술경영 교육 프로그램을 맨 먼저 도입한 나라는 미국으로, 1966년 예일대학 연극원(Yale School of Drama)에서 극장경영(Theatre Management)과정을 도입한 것이 그 시초로 알려져 있다. 영국에서는 이듬해(1967) 런던의 시티대학(City University)이 그 뒤를 이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세계의 많은 대학들이 잇달아 교육 과정을 개설하여 현재는 미국에서만 30여개 대학이 같은 과정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집계 된다.
국내 대학에 예술경영 관련 과정이 개설된 것은 1986년 중앙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문화예술학과 문화정책 전공이 그 시초이지만 과정의 명칭은 '문화정책'이었다. 최초로 예술경영이라는 명칭을 사용한 곳은 1989년 개설된 단국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과의 예술경영 전공과정이다(현재는 예술경영학과로 독립). 이어서 1995년 성균관 대학교가 일반대학원에 공연예술협동과정을 개설하면서 예술이론 전공자와 예술경영 전공자를 동시에 선발하기 시작했으며, 이듬해 학부과정으로는 처음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이론과에 예술경영전공 과정이 도입되었다. 그 후로도 홍익대(1998, 미술대학원 예술기획전공), 숙명여대(1998, 정책대학원 문화예술행정전공), 서울시립대(1999, 도시과학대학원 공연예술행정전공), 경희대(1999,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가 비슷한 교육과정을 개설하였고 2000년부터는 그 수가 급속히 늘어 현재는 학부과정만 6개 대학에, 대학원 석사과정은 무려 23개 대학에 설치되어 있다. 2000년에는 성균관대학이 최초로 박사과정에서도 예술경영 전공자를 선발하게 되었다. 실로 놀라운 속도의 증가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십수 년 남짓의 나이를 가진 한국의 예술경영 교육은 지금 건강한가 ?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할 것인가? 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학생들, 가르치는 교육자들 그리고 이들을 수용할 예술경영 현장으로부터 골고루 신뢰를 받고 있는가 ? 그리고 앞으로는 어떠할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그렇다'는 아니다. 그렇다고 '아니다'라고 완전부정으로 단정 짓기도 어렵다.
이 미묘한 '부분부정'과 '부분긍정'의 실체를 규명하기는 그리 간단치 않아 보인다. 복잡한 설명을 생략하고 필자의 의견을 말하자면, 과거와 현재의 모습은 부분부정보다 더 부정에 가까우나 미래의 모습은 부분긍정보다 더 긍정에 가깝게 접근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는 것이다.
이 글의 목적은 이처럼 복잡 미묘한 부정과 긍정의 실체를 시시콜콜 밝히려는데 있지는 않다. 그보다는 한국의 예술경영 교육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으며 앞으로는 어떠한 모습을 갖게 될 것인지를 매우 표면적으로만 '묘사'하려 한다. 그렇긴 하지만 독자들은 이 표면적인 묘사에서 부정과 긍정의 실체들을 어느 정도 발견하게 되리라 믿는다.
'표면적인 묘사'에 충실하기 위해 이글은 엄격한 논문의 형식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딱딱한 보고서 형식도 역시 피할 것이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만큼 예술경영의 학문적인 이슈를 다루지도 않을 것이다. 예술경영이 학문으로서 독자적인 정체성을 갖는 것인가는 해외에서도 논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논의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만큼의 이슈로 진전된 적이 없을뿐더러, 무엇보다 이 문제를 다루기에는 많은 연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예술경영교육 붐(boom)의 원인
앞에서 간단히 살펴본 것처럼 짧은 시간에 많은 교육과정이 개설되었다는 것은 그만큼 교육을 받고자 하는 지원자도 급격히 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예술경영 교육과정과 지원자의 급격한 증가를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니, 문화산업의 시대니 하고 호들갑들을 떨어댄 결과일까. 성공한 문화상품 혹은 성공한 공연에 관한 만만찮은 사례들이 자극이 된 때문일까. 외환위기이후 특히 고학력 실업자가 많아진 탓도 이 분야로의 유입에 한 몫을 한 것인가. 모두 나름대로의 일리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그동안 우리나라의 예술팽창에서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지하다시피 역사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예술경영에 대한 관심의 증가는 예술이 팽창하면서 그 뒤를 따라 일어났다. 우선 미국을 보자. 1950년대 말부터 전국에 수많은 극장이 새로 건립되고, 예술단체도 급격히 늘어났다. 예술활동이 증가함에 따라 관객사이즈도 놀랄 정도로 커졌으며 공공의 지원은 물론 기업, 재단, 개인들로부터의 기부금도 크게 늘었다. 이런 현상을 두고 소위 문화 붐(Cultural Boom) 혹은 문화폭발(Cultural Explosion)이라고까지 일컬을 정도였다. 이렇게 되자 일각에서는 예술기관(극장, 예술단체, 박물관, 미술관)이 '문화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해 종전과 같은 주먹구구식 운영에서 벗어나 보다 전문화된 경영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일기 시작하여 점차 확산되기에 이른다. 전문적인 경영을 위해서 경영학 특히 그중에서도 마케팅 기법의 도입이 요구되었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인재들도 더 많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요인들이 결국 대학에 예술경영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결과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시기적으로 또는 전개양상에서 약간씩 다르기는 하지만 유럽이나 일본도 대개는 이런 예술팽창과 그에 따른 전문적 경영에 대한 요구를 배경으로 예술경영에 대한 관심이 일게 되고 이를 가르치는 대학들이 늘어나는 과정을 거쳤다고 보면 크게 틀리지 않다. 특히 일본은 80년대 이후 전국적으로 공공 공연장들이 수천 개까지 건립되면서 이들을 전문적으로 운영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 되었고 이에 따라 예술경영에 대한 관심이 일어나게 되었다.
한국도 88년 올림픽을 전후로 공연장과 예술단체가 늘고 공연의 숫자와 함께 관객의 규모도 커지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예술의전당을 비롯하여 전국에 수많은 공공문예회관들이 이 무렵부터 문을 열게 되었고, 1998년까지 만들어진 180여개의 국공립 예술단체중 절반이 넘는 92개가 90년도 이후에 창단이 되었다. 민간 공연기획사들로 80년대 말부터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정확한 통계는 없으나 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협회에 등록된 회원사의 숫자만 하더라도 창립 무렵인 1982년도에는 언론사를 합쳐서 열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었지만 지금은 80여개에 이른다.
문화예술이 이렇듯 팽창일로를 걷게 되자 당연히 예술경영에 관한 관심과 수요도 늘게 되었다. 특히 문화계에서는 전국의 예술기관을 전문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여 오늘날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굳어졌다. 대학들이 앞 다투어 예술경영을 가르치겠다고 나서는 것도 따지고 보면 모두 이런 배경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2. 예술경영이란 무엇인가
대학의 예술경영 교육문제를 다루기 전에 우선 예술경영이란 과연 무엇인지 그 역사와 의미, 대상 등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예술경영의 역사
전술했듯이 학교에서 가르치는 예술경영은 불과 35년 남짓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예술 현장에서의 경영은 그렇지 않다. 사실 예술경영이라는 것이 '예술과 그것을 향유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매개할 것인가'를 다루는 것이라고 할 때, 태초에 예술이 있었던 곳에 어떤 형태로든 경영행위도 있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서양에서 이런 예술경영행위가 기록으로 나타나는 최초의 예는 바로 고대 그리이스에서다(이하 예술경영의 역사에 대하여는 William J. Byrnes가 쓴 'Management and the Arts' 의 Chapter 2 'The Evolution of Arts Organization and Arts Management"를 참조하여 정리한다). 기원전 6세기 이전부터 아테네에서는 다산(多産)과 풍요의 신(神) 디오니서스(Dionysus)를 기리는 축제가 성행하였는데, 기록으로는 처음으로 B.C 534년에 이 축제에서 연극(정확히 말하면 비극)경연대회가 시작된 것으로 나타난다. 이 행사는 아테네시의 지원으로 archon eponymous라는 행정관의 감독하에 choregoi라는 부유한 시민들의 재정지원을 받아 시행되었다. 그렇다면 이 archon eponymous라는 행정관이야말로 기록상으로는 최초의 예술경영자(arts manager)가 되는 셈이다.
로마시대에는 domini라 불리는 시민신분의 manager가 100여 일 간이나 계속되는 축제에서 연극을 제작하기 위해 공연자들을 섭외하고 재정을 조달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전해진다. 중세로 넘어와 종교극이 성행하면서는 교회의 성직자들이 그 역할을 대신하였으며 중세 후기에 가서 교회의 역할이 줄어들고 세속극이 발달하면서 pageant master가 배우의 확보라든가 리허설, 제작 등을 책임지게 되었다.
르네상스 이후는 기존의 연극, 음악 외에 발레(1581, Ballet Comique de la Reine)와 오페라(1594, Dafne)라는 예술장르가 탄생한 시기이다. 이에 따라 경영행위도 훨씬 늘어나게 되었다. 당대에는 조명, 특수효과, 의상 기술이 더욱 발달하여 이에 맞는 극장의 운영도 필요하게 되었다. 교회라든가 왕가, 귀족들을 상대로 재정지원을 얻어 낸다든가, 주주들에게 이익을 배당하는 일, 그리고 당시 성행하던 검열에 맞서 싸우는 일들이 기존의 경영행위에 추가로 더해져야 했다.
17-19세기의 예술경영은 한층 분화되고 번성해 갔다. 이 시기에는 영리와 무관하지 않은 극단, 오페라단, 발레단들이 흥행사(Impresario)들에 의해 활발히 운영되기도 했지만 18세기 후반부터는 국가가 지원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영리 예술기관이 출범하게 된다. 이를테면 1767년에 처음 독일에 국립극장이 건립되었는데, 이는 국가가 재정지원을 책임지는 법적, 제도적 체계를 갖춘 비영리 예술기관(Arts Institution) 건립의 첫출발인 셈이다. 오늘날도 독일 전역의 많은 국립 극장들은 몇 개의 예술단체와 수백 명의 arts manager들을 거느린 거대한 조직으로 남아 있으며 이들의 운영비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대부분 부담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1870년의 교육법과 1888년의 지방정부법의 제정으로 전국에 걸쳐 박물관과 공연예술기관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경영자들의 역할도 예술가들에게 좋은 제작 환경을 마련해주고 작품을 홍보하는 것에서부터 국가가 지원해주는 막대한 재정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에 이르기까지 다양해질 수밖에 없었다. 예술작품의 제작과정도 조명, 무대기술의 발달에 따라 한층 복잡해져 갔다. 연출가라는 개념이 출현한 것도 이시기에 와서였다. 말하자면 예술작품의 제작과 경영모두가 더욱 다양하게 분화되어 간 것이다.
유럽이 주요도시를 거점으로 국가가 지원하는 비영리 예술기관의 건립형태를 띠었다면 미국의 경우는 전국에 걸친 순회공연단이 예술기관의 출발이었다. 18-19세기에 철도산업의 발달은 순회공연을 더욱 부추기게 되었고 당시 경영자들이 전국의 기차시각표를 활용하여 순회공연 계획서를 짜는 것은 일상적이고 중요한 일이 되었다. 자연히 예술단체들은 전국적으로 Producer(제작자)들이나 Booking Agent(예술가나 예술단체의 공연을 중간에서 매개하는 조직)에 의해 장악되었고, 특히 신디케이트라고 하는 독점조직의 손아귀에 장기간 놓이기도 하였다.
그러다가 19세기 중반부터는 미국에서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예술단체들이 정착을 하기 시작했다. 이들 비영리 예술기관(arts institution)들은 유럽처럼 정부의 지원이 아니라 부유한 개인 기부자들의 도움으로 설립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중 대표적인 것이 뉴욕필하모닉(1842), 보스톤심포니(1881), 메트로폴리탄오페라(1883)였다. 무용단체들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아직 20세기를 기다려야 했다.
20세기에 들어서도 예술활동의 지속적인 팽창은 멈추지 않았다. 양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그 속도도 급격히 빨라졌다. 유럽과 미국에서 arts institution과 기획사들은 전국적으로 소도시지역까지 확산되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수많은 비영리 지역극단들이 탄생하여 예술의 전국적인 배급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였다. 예술단체의 시즌(season)이 확대되었으며 레퍼토리도 증가하였다. 재정규모도 늘어나 매년 수백만 달러 이상의 예산과 그에 걸맞는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했다. 이에 따라 예술가와 예술경영자들의 수와 할 일도 점점 많아질 수밖에 없었다. 정부의 재정지원도 좀더 조직적인 체계와 규모의 확대가 요구되었다. 이런 요구에 근거하여 1945년에 영국에서 Arts Council(예술위원회)이, 1965년에 미국에서 National Endowment for the Arts(국립예술기금)가 설립되어 국가의 예술지원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서는 기업과 개인, 그리고 재단들의 지원이 늘어나 오늘날 예술에 대한 지원의 80% 이상을 이들이 감당하고 있다(여기까지가 앞의 책을 참조하여 요약 정리한 부분이다).
20세기 후반의 변화들
미국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과 그 경영에서 20세기 후반 특히 1950-80년대는 매우 중요한 시기이다. 이시기에 매우 많은 변화와 제도의 도입들이 이루어져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후반의 획기적인 변화는 전술한 바와 같은 급격한 예술의 팽창을 비롯하여 예술에 대한 경제학적인 분석, 예술경영에 경영학 특히 마케팅기법의 채용, 항구적인 관객 지원기반의 구축, 국가의 예술지원체계의 확립, 민간재원의 확대, 대학에서의 전문적인 교육과정 도입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를 차례대로 간단히 살펴보자.
① 예술붐과 문화민주주의
미국에서의 소위 '문화 붐' 혹은 '문화폭발'이라는 문화예술의 급속하고도 혁명적인 팽창은 더욱 많은 예술가들에 의하여 더 많은 예술 활동이 더 많은 장소에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문화 붐에 의해 예술활동이 전국적으로 퍼지게 되자 각계에서 새로운 요구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즉, 예술기관들이 주먹구구식 운영이나 스타시스템, 불특정 다수에 대한 막연한 언론홍보에 치우쳤던 이제까지의 고답적 운영방식에서 벗어나 분명한 철학을 바탕으로 한 항구적인 관객지원기반(permanent audience-supported base)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런 요구를 하는 사람들 중에는 주로 예술기관에 기부를 하는 지역사회 및 부유한 개인이나 기업의 지원담당자들도 있었다. 이들이 이런 주장을 하게 된 내면에는 예술기관이 밑 빠진 독에 물붓기격의 지원금에만 의존하지 말고 효과적인 경영에 의하여 매표수입을 최대한 늘리면 예술기관도 자생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도가 깔린 것이기도 했다.
1965년 록펠러 재단은 30명의 예술분야 인사들을 모아 장기간의 논의 끝에 'The Performing Arts : Problems and Prospects'란 보고서를 발간하였는데 이들은 여기에서 "예술이란 특권을 가진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것이고, 예술이 펼쳐질 곳은 사회의 주변이 아니라 중심이어야 하며 예술은 단순한 오락의 형태가 아니라 대중의 복지와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다"라고 하면서 "18세기 미국의 화두가 정치적 민주주의였으며, 19세기의 그것이 경제적 민주주의였다면 20세기의 화두는 문화적 민주주의이고 이것은 또한 달성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것은 당시 '문화 붐'이 가야할 철학적 방향을 적확하게 표현한 것이었다.
② 마케팅 기법 도입과 관객기반의 구축
예술기관에 대한 이러한 요구들에는 심지어 구체적인 실천의 방식까지도 포함되어 있었다. 즉 문화민주주의라는 설정된 꿈을 이루기 위하여 예술이 더욱 다양한 대중에게 다가가고 그들을 껴안기 위한 새로운 방법상의 요구였다.
"서커스단 텐트안에 사람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호루라기를 불어 제끼거나 오페라 하우스를
채우던 낡은 모객(募客) 방식으로는 충분치 않다. 구태의연한 홍보 담당자의 일차원적 기술
로는 폭발적으로 늘어가는 예술의 새로운 요구에 더 이상 부응치 못한다..
그리하여 더욱 세련되고 장기적인 관객개발 방법과 경영학의 마케팅 기법이 기존의 예술 홍보 방식에 더해졌다. 오늘날 미국의 예술기관마다 시즌프로그램에 의한 정규예약제도(subscription)가 정착된 것은 거의 20여년 이상의 이러한 장기적인 노력의 결과이다.
③ 예술의 경제학적 분석과 지원체계 확립
당시 미국에서 예술붐이 절정에 달하여 예술단체 등이 엄청나게 증가하고 공연수도 늘어났으나 그만큼 공연예술의 제작에 가해지는 경제적 압력 즉 적자폭 또한 점차 가중되었다. 이는 예술기관의 프로그램과 예산, 인적 규모가 커짐에 따라 당연히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예술 행정가들의 진지한 문제의식은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학문적 호기심과 결합하여 예술에 대하여 이제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경제학적 분석을 가하기에 이르렀다. 이 같은 분위기에서 나온 예술경제학의 대표적 연구결과가 1966년 Princeton대학의 두 교수 Baumol과 Bowen이 저술한 『Performing Arts : The Economic Dilemma - A Study of Problems common to Theatre, Opera, Music and Dance』이다. 이 책은 미국의 연극, 오페라, 음악, 무용등 무대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한 재정적 위기와 공공지원의 필요성을 근대적 이론 체계와 실증적 분석방법으로 설파한 이 분야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 공산품의 단위당 생산에 필요한 노동의 양은 계속 감소하였으나, 리챠드
2세가 '왕의 죽음에 관한 슬픈 이야기'(연극)를 하는 데는 어느 무대에서나 똑같은 시간이
요구된다. 인간의 창의력은 한 대의 자동차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을 감소시키기 위한 방법
법들을 고안해 냈지만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45분짜리 슈베르트 현악 4중주곡을 세 사람
이하 혹은 45분 이하로 줄여서 연주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하였다"
이 문구(文句)는 이후 예술 지원을 정당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인용되었다. 다시 말하면 생산기술의 발달에 따라 기술 집약적인 일반 생산품의 원가는 점차 하락하는 반면 공연예술과 같은 노동집약적 상품의 원가, 즉 제작비는 계속 상승하여 일반상품과 공연예술의 인플레 격차는 날이 갈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공연예술은 누군가 지원을 하여 적자부분을 메워주지 않으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 '시장실패'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일반 재화나 서비스와 달리 시장경제 원리에 맡기기 어려운 특성을 갖고 있는 공연예술의 비용과 수익에 관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정부에 의한 공공 지원의 필요성을 학문적으로도 뒷받침했다는 의의를 가지고 있다.
1965년에 설립된 NEA는 이후 공공과 민간의 지원을 체계화시키고 지원의 규모를 늘려 미국 예술의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였다. NEA자체의 연간 지원예산은 오늘날 1억달러를 조금 넘는 수준일 정도로 상징적이지만 NEA의 1달러는 지방정부와 민간으로부터 12-13달러의 다른 지원을 유도하는 효과를 갖고 있을 정도로 권위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예술경영이란 무엇인가
앞에서 예술경영과 관련된 20세기 후반의 여러 변화들과 그 변화들이 궁극적으로 가져온 결과를 간략하게나마 살펴보았다. ①예술붐과 그 현상을 효과적으로 풀어낼 철학적 바탕으로서 문화민주주의라는 목표 설정, ②경영학에서 발달한 마케팅 기법의 도입과 예술에 대한 주요 지원자인 관객이 중심이 되는 항구적인 관객기반 시스템의 구축, ③예술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이 분야가 비영리(non-profit)적 속성을 갖고 있음을 밝혀 이후 공적, 사적 지원체계를 확립하는데 결정적인 계기를 만든 것들이 그것이다.
우리가 예술경영이란 무엇이며 예술경영의 역할이 어떤 것인가 물을 때 위와 같은 것들이 그 해답의 중요한 열쇠가 된다. 즉 '예술이란 주변적인 것이 아닌 공동체 생활의 중심이 되는 것'인데, 이런 예술이 보다 많은 장소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다 효과적으로 다가가도록 하는,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 예술을 향유하여 정신적 자산을 풍요롭게 하고 삶의 질을 높이도록 하는 일련의 행위들이 예술경영의 출발이 된다. 문화민주주의라는 철학은 예술경영이 추구하는 사상적 목표인 셈이다.
다음으로 예술경영이 추구하는 것은 시장실패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비영리 예술의 생존 그 자체이다. 예술자체가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다면 그 밖의 다른 행위들이 불가능할 것은 불문가지이다. 비영리 예술이 생존하는 방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경영학에서 발달된 기법들을 활용하여 자체 수입, 즉 공연과 전시의 판매라든가 부속 프로그램 수입을 극대화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모자라는 재원을 다른 곳에서 끌어오는 일이다. 앞의 방식을 우리는 마케팅이라 하고 뒤의 행위를 재원조성(fund-raising)이라 칭하고 있다.
예술기관에서 하는 모든 예술적, 경영적 행위는 크게 보아 세 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첫째는 예술을 생산하여 무대에 올리는 행위로서, 이는 기본적으로 예술가들에게 속하는 일이다. 다만 우리나라처럼 예술단체가 없는 극장이라든가 기획사에서는 '공연기획'이란 이름으 경영자들이 개입하기도 한다. 이경우도 직접생산이 아닌 '기존의 예술을 재포장'하는 정도의 역할로 보면 될 것이다. 둘째는 생산된 예술을 소비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행위이다. 말하자면 유통과 소비과정인데, 여기서는 이에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의 효과적인 배치라든가, 경영학에서 다루는 이른바 마케팅을 동원하여 관객을 새로 개발하고 확대하고 유지하는 행위들이 있다. 세 번째는 재원조성인데 사실 미국처럼 예술기관의 운영도 시장경제방식을 따르는 나라에서는 예술경영자들의 일상적인 업무의 대부분이 이 재원조성에 편중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예술경영은 문화향유의 극대화를 통한 공동체의 문화적 발전이라든가 예술자체의 생존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이것은 영리, 곳 직접적인 수익만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의 목표와는 다른 것이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다 세련된 기술이 요구된다. 복잡한 구조로 변화한 예술기관을 보다 전문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으며, 또한 한정된 공적·사적 지원을 둘러싼 치열한 전쟁을 벌이지 않을 수 없다. 비영리 분야인 '예술'이 영리 분야인 '경영'의 기술을 빌리려 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그렇다면 예술경영이란 것이 꼭 별로 돈 안되는(?) 비영리 예술에 국한된 문제만을 다루는 것인가? 예술경영을 공부하면 비영리 예술기관에만 진출할 수밖에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이것은 우문(愚問)에 속한다. 예술경영이란 것이 꼭 비영리 분야에만 국한될 필요도 없으며 또 반드시 그렇지도 않다. 물론 교육과정의 초점이 비영리 예술 쪽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애시 당초의 출발이 그러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번 생각해보자. 예술경영의 방식이란 것이 많은 부분 경영학에서 빌려온 기술들이다. 예술기관의 전략기획과정이나 조직의 운영 과정이 그렇고, 마케팅이나 재무, 회계의 방식 또한 대부분 그러하다. 그렇다면 비영리분야를 위주로 하는 예술경영을 공부하고 나서 영리분야의 예술 즉, 영화라든가 애니메이션, 영상, 음반 등 이른바 문화산업에 속하는 분야로 진출한다고 해서 그 경영의 방식이 학교에서 공부한 것과 전혀 다른 세계일 수는 없다. 오히려 예술이라는 '상품'의 품질이나 완성도, 소비자의 향유를 중시여기는 예술경영의 마인드가 문화산업분야에서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많은 이들이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
그리고 새로운 세기를 맞은 요즘, 예술경영이 다루는 범주에 대하여 고민하는 흔적들도 많이 발견된다. 우리가 문화예술을 경영한다고 할 때 그 문화의 범위를 미디어를 비롯하여 엔터테인먼트, 페스티벌, 문화유산의 보존, 문화교육에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예술경영이 정보화와 세계화, 혹은 문화를 부가가치로 여기는 이른바 '문화의 세기'에 그 역할과 취급의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다시 예술경영의 본질문제로 돌아가서 결론을 정리해보자. 이상의 것들을 종합해 볼 때 결국 예술경영이란 한정된 인적, 물적, 예술적 자원을 결합하여 문화예술과 소비자를 효과적으로 매개하는 수단이자 비영리 문화예술 생존의 전문적 기술이다. 그리고 점차 그 대상을 비영리에서 영리분야의 예술로까지 확대하고 있는 추세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예술경영의 대상
이제 예술경영의 구체적인 대상에 대하여 공연예술과 시각예술, 대중예술(명칭과 분류에 대해서는 또 긴 설명이 필요하나, 생략하고 편의대로 이렇게 구분하고자 한다)의 순서로 알아보자.
우선 공연예술 분야의 대상은 크게 4가지 정도로 축약할 수 있겠다. 그것은 바로 예술단체경영(Company Management), 극장경영(Theater Management), 예술가경영(Artist Ma -nagement) 그리고 공연기획사 경영(Presenter Management) 등이다. 이밖에도 미국과 같은 국가의 경우에 순회공연(Tour)을 전문으로 하는 조직이 따로 있지만 넓게 보아 예술단체나 공연기획사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서구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나라는 예술가경영과 공연기획사경영은 구분되어 있지 않다. 예술가경영분야는 그 비중으로 보아 아직은 시장이 미약한 게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예술분야의 경영대상을 전문직업분야와 아마추어분야로 나누어 좀더 구체적으로 구분하자면 다음페이지의 표와 같다.
예술단체경영에서 예술단체란 극단, 교향악단, 무용단, 오페라단, 합창단 등을 말한다. 이들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국공립예술단체와 개인이나 재단, 기업의 재원으로 운영되는 민간 예술단체로 나눌 수 있는데, 국공립의 경우 98년 현재 전국에 180여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예술단체야말로 국공립이든 민간이든 대표적인 비영리 분야이다.
공연이 이루어지는 극장은 대학로를 중심으로 한 300석 미만의 소극장에서부터 3천석이 넘는 세종문화회관에 이르기까지 전국에 걸쳐 500여 개가 존재한다. 물론 극장도 국공립과 민간의 소유로 나눌 수 있으며 운영재원도 예술단체처럼 각각의 소유 주체들이 부담을 하고 있다. 극장도 뉴욕의 브로드웨이나 런던의 웨스트엔드의 뮤지컬을 전문으로 하는 극장들처럼 예외도 있으나 그 외의 공연예술을 취급하는 극장들은 거의 비영리 분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에서 공연기획사경영은 참으로 미묘한 분야이다. 민간조직으로서 자타가 공인하는 영리 목적(물론 예술의 창달이니 하는 고상한 목표도 한 축에 있다)의 조직임에는 틀림없으나 우리나라 역사상 공연예술 기획사를 운영하여 돈을 벌었다는 소리를 필자는 불과 몇 년 전까지는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그나마 '난타'라는 단일 뮤지컬 상품으로 돈을 벌고 있는 PMC나 '오페라의 유령'의 제미로, '명성황후'의 에이콤 등의 경우는 최근의 아주 극단적인 예일 뿐이다(그것도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한정되어 있다). 과거에는 공연기획사들이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빚덩이만 늘어간다는 소리를 귀가 아프도록 들어야 했다. 다소 희망적인 조짐이 있다면 최근에 시장규모가 커지면서 다른 분야의 자본들이 서서히 유입되고 있다는 점(아직은 물론 뮤지컬이나 대형 공연부문에 해당되는 이야기지만)과, 과거보다는 합리적인 운영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기획사들이 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시각예술의 경우 대표적인 비영리 분야로 박물관(미술관도 넓은 범위에서 박물관에 속한다)경영을 들 수 있다. 여기서도 소유주체에 따라 국공립박물관, 민간박물관, 그리고 대학박물관 등으로 구분이 될 것이다. 영리분야로는 미술품의 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화랑과 경매회사가 있다. 영화, 애니메이션, 대중음악, 음반 등 소위 문화산업에 속하는 분야도 예술경영의 대상에 속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다루는 것은 피하기로 한다.
3. 예술경영 교육의 현황
학과 개설 현황
우선 전국의 어느 대학들이 예술경영과정을 설치하고 있는지 학부와 대학원순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① 학부과정 설치대학
학부과정에 예술경영 관련 과정이 설치된 곳은 6개 대학이며 이중 호서대와 예원대가 독립학과로,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전공으로, 대불대, 베데스다대, 한국디지털대학은 엄밀한 의미에서의 학과나 전공의 이름은 붙이지 않았지만 예술경영과 관련된 과목을 다수 개설하여 전공희망자를 선발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는 예술경영과 극장경영 등 2개의 전공이 있는 점이 특이하다.
② 대학원과정 설치 대학
대학원에는 이상과 같이 23개 대학의 27개 대학원에 30개 학과 또는 전공과정이 설치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를 여러 각도로 분석해보자.
우선 지역별로는 23개 대학 중 서울과 수도권 지역이 16개로 3분의 2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비하여 지방은 부산 2, 대구, 광주, 전주, 목포, 서산이 각 1개씩 총 7개 대학이 분포되어 있다.
또 전체 대학 중 일반대학원에 개설된 대학은 불과 5개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특수 대학원에 설치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이 둘의 차이는 일반대학원이 4개 학기 과정이지만 과목별 주당 수업시간이 대개 3시간인데 비하여 특수대학원은 5개 학기에 과목별 주당 수업시간은 일반대학원의 절반인 1.5시간이라는 점에 있다. 다만 일반대학원은 대개 8개 과목, 특수대학원은 12개 과목 정도를 이수하도록 되어 있다. 교육과정이 개설된 시기는 80년대에 중앙대와 단국대 등 2개 대학에, 90년대엔 성균관대, 홍익대, 숙명여대, 서울시립대, 경희대 등 5개 대학에, 나머지 16개 대학에는 2000년 이후에 도입된 것으로 나타난다.
분야별 특성을 보면 공연예술경영 과정으로 특화되어 있는 대학은 성균관대, 예술종합학교 등 8개 대학, 시각예술경영으로 특화된 대학은 국민대, 홍익대 등 4개 대학이며, 문화산업분야는 추계예술대가 유일하다. 나머지 대학들은 대개 공연예술경영과 시각예술경영이 나란히 개설되어 있거나 아예 문화예술경영이란 이름으로 통합하여 가르치고 있다.
커리큘럼
예술경영 교육과정에서 무엇을 가르치는가 하는 것은 예술경영의 대상인 예술기관에서 요구되는 경영기술이나 경영자의 자질이 무엇인가 하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이와 관련된 자료를 하나 들추면서 이야기를 진행시켜 보자. 미국 컬럼비아 대학의 J. Dennis Rich 교수와 카네기멜론 대학(두대학 모두 예술경영 석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다)의 Dan J. Martin교수의 연구자료에 의하면 규모가 작든 크든 공연예술의 전 장르를 망라하여 경영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top 10의 항목을 순서대로 Leadership(지도력), Budgeting(예산수립과 운용), Team Building(조직관리), Fundraising(재원조성), Communication Skill/Wri- ting(커뮤니케이션 기술과 작문력), Marketing/Audience Development(마케팅과 관객개발), Financial Management(재무관리), Aesthetics/Artistic Sense(미학/예술적 감각), Trustee/ Volunteer Relations(이사회와 자원봉사자 관계), Strategic Management(전략적 경영)로 나열하고 있다. 이어서 이들은 Public Relation/Press Relation(대외관계 및 언론관계), Etiquette/ Social Grace(에티켓과 사교성), Information Management(정보관리) 등 나머지 15개 항목을 추가하고 있지만 크게 보아서 이들도 top 10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들이다.
이들이 예술경영에 있어 핵심이 되는 기술 혹은 덕목이라고 한다면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다만 2년여의 짧은 석사과정에서는 제대로 커버할 수 없는 것들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면 Leadership이라든가 Communication Skill/Writing, Aesthetics /Artistic Sense 들이 그것이다. 이런 덕목이나 기술들은 장기간의 교육과 활동, 독서, 글쓰기 그리고 예술지식의 탐구나 예술작품의 감상 등 개인적인 노력을 통하여 얻어질 수 있는 것들이다. Leadership의 이론에 관해서는 경영학에서 중요하게 다루고 있는 부문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체화(體化)되기 위해서는 역시 성장기에서부터 장기간의 교육이나 활동을 통해 가능한 일일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학교에서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이란 것이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이나 덕목에 비하여 어느 정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참고로 한국학생들이 유학의 대상으로 많이 선택하는 뉴욕대학의 커리큘럼을 보자.
뉴욕대학(New York University)의 공연예술 경영과정
1학기 : 예술경영의 환경
예술경영의 이론과 실제
마케팅
경제와 재정의 최신문제들
2학기 : 통계학
법과 공연예술
공연예술 재원조성
선택과목
인턴십(1)
3학기 재무회계
조직행동론
공연예술 마케팅
소비자행동론
인턴십(2)
4학기 공연기획과 재정
관리
공연예술경영 세미나
선택과목
우리나라 대학들의 석사과정 커리큘럼도 다루는 범위에서는 이와 크게 다르지는 않으나(개별 대학들의 커리큘럼은 해당 학교의 홈페이지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생략한다) 이수과목수와 이수학점에서는 차이가 있다. 즉, 뉴욕대의 경우 이수과목이 선택과목을 감안하면 16 내외에 이르지만 우리 대학에서 8-12개 정도의 과목을 이수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물론 예술종합학교처럼 학부과정에서는 과목수가 이보다는 훨씬 많을뿐더러 그 범위도 경영관련 과목 외에 다양한 교양, 이론, 어학, 컴퓨터 등도 커리큘럼에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4년 동안의 교육기간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한편 필자는 예술경영을 가르치면서 종종 어떤 이슈를 가지고 고민(누구든 다 하는 것이겠으나)을 하곤 한다. 학생들에게 거시적인 관점(general view)을 갖게 하는 것과 현장에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무중심의 교육 중 어느 쪽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하는가도 그런 고민 중의 하나이다. 한국의 예술경영이라는 것이 그 개념의 도입이나 현장의 환경이 서구에 비하여 아직은 많이 미흡하여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거시적인 안목을 가지고 이를 해결해 나갈 보다 큰 틀의 관점을 중시하는 교육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해야 할 것으로 필자는 믿고 있다. 더구나 학교에서 실무중심으로 가르친다고 해도 (필자의 경험으로는) 예술기관마다 조금씩 실무방식이 달라 호환성이 그리 크지 않은 부분도 많기 때문이다. 또 실무교육을 시킨다 하더라도 4-5학기 정도로는 천차만별의 경우를 모두 커버하기에는 어차피 한계가 있기도 하다. 물론 학부과정처럼 4년 정도의 교육기간이 확보된다면 고민은 줄어들 수 있겠으나 짧은 대학원의 교육기간을 감안하면 이런 고민이 결코 가벼운 것은 아니다.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또 다른 고민이 있을 수 있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과목을 크게 예술관련 과목, 일반 경영관련 과목 그리고 예술경영 과목으로 분류해 볼 때, 이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선택해야 하는가가 그것이다. 특히 대학원에서의 짧은 교육기간을 감안하면 이런 고민은 커진다. 여기서 예술경영과정을 경영대학원에 두는 것이 옳은가, 그렇지 않으면 예술관련 대학원에 두는 것이 옳은가 하는 논쟁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학생들은 자신의 전공배경에 따라 대학원을 선택할 때부터 이에 대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된다 할 것이다.
졸업 후 진출 분야
예술경영을 전공한 학생들이 진출할 수 있는 분야를 말하기 전에 우선 상기시켜주고 싶은 것이 있다. 이런 교육과정을 거친 사람들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채용과정에서 반드시 어떤 우선권이나 다른 이득을 가지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이를 거꾸로 말한다면 현장에서 사람을 선발할 때는 그들이 경영지식에 대하여 남보다 조금 더 안다는 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그 사람의 기본적인 자질 즉 열정이라든가 커뮤니케이션능력 혹은 사회성 등이 더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은 상식에 속한다. 일반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 반드시 경영학과를 졸업한 사람들이 우대를 받지는 않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각설하고 또 하나의 자료를 인용하기로 한다. 플로리다 주립대(예술경영 석사와 박사과정이 개설되어 있는 대학이다)의 W. J. Byrnes는 예술경영인들이 일할 수 있는 분야로 다양한 리스트를 제시하고 있다. 우선 음악, 연극, 오페라, 무용 분야의 예술단체나 극장, 페스티벌, 학교뿐만 아니라 미술과 과학, 역사 등을 다루는 박물관과 예술을 지원하는 공공기관 등이 있고, 중앙과 지방의 공연기획사라든가 심지어는 테마파크, 방송미디어, 영화산업, 음반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단순히 비영리 분야로 한정시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볼 수 있다.
4. 예술경영 교육의 여러 가지 문제
필자는 글머리에서 한국의 예술경영 교육이 그 교육을 받았거나 받고 있는 학생들, 가르치는 교육자들 그리고 이들을 수용할 예술경영 현장으로부터 골고루 신뢰를 받고 있는지에 대하여 '그렇지 않다'고 말한 바 있다.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조짐도 보이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은' 아니라는 뜻이다. 홍승찬은 그 근거로 전공 교수진의 부족에 따른 강의 내용의 취약성, 교과과정의 부실, 현장과의 연계성 부족 등을 지적하고 있다.
교수진의 부족
교수진에 관한 문제는 세 가지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우선 홍승찬의 지적처럼 학교마다 개설된 예술경영 관련 교과목과 관련된 학위나 경력을 가진 교수의 절대수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학교에 따라 특정 강사들의 중복 출강과 지나친 수업부담으로 강의 내용이 부실해 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이런 연유에서 비롯된다.
다음 역시 홍승찬이 지적하고 있는 대로 상당수의 학교들이 한사람의 전임교수만으로 전체 교과과정을 운영하면서 나머지 교수진을 겸임교수 혹은 시간강사들로 채우거나, 아예 전임교수 없이 외부 교수나 시간 강사만으로 때우고 있는 학교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 경우 강의 자체는 이루어질 수 있다 하더라도 학생들에 대한 심도 있는 지도나 진로문제 그리고 그들의 관심영역을 골고루 관리해주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필자 스스로 말하기가 상당히 조심스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교수진의 연구나 강의 능력에 관한 문제도 제기될 수 있다. 예술경영이 다분히 실용적인 학문이므로, 이상적인 것은 이론적 연구 성과와 현장의 경험을 고루 갖춘 전문가가 강의를 맡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예술경영 교육의 짧은 역사만큼이나 많은 대학에서 아직도 이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교과과정의 부실
홍승찬은 교과과정의 문제를 주로 학교나 지역마다의 사정을 반영하는 차별성이 없다는 데 있다고 보고 있다.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대학들이 예술경영 과목을 개설하는데 있어서 합의된 일반적인 원칙이 없을뿐더러 과목마다의 심고원려(審考遠慮)가 부족하여 단순히 기계적으로 과목들을 결정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필자도 경험하고 있는 것이지만 대개의 학생들이 가지고 있는 관심영역과 욕구는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 본대로 예술경영의 대상 즉, 학생들이 진출하고자 하는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각 대학이 가지고 있는 교과들을 보면 이런 다양한 변수들을 감안한 흔적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가령 '예술경영 세미나'라든가 '예술경영 특수연구' 같은 과목들을 두어 이런 문제들을 해결할 필요가 있을 텐데 소수의 대학을 제외하고는 이런 시도들이 많이 눈에 띠지는 않는다.
현장과의 연계성 문제
예술경영 교육과정이 현장과의 연계성을 충분히 갖고 있지 못하다는 것은 (필자의 경험에 의존한 판단이기는 하지만) 교육과정이나 교육을 받은 학생들에 대한 현장의 신뢰도가 그리 높지 않다는 것에서 드러난다. 이는 무엇보다 현장에서 어떤 문제나 고민들을 안고 있으며,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또 어떤 인력을 원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현장과의 교감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앞서 미국의 사례에서 보았듯이 현장과의 연계교육을 위해서는 과연 현장에서 요구되는 경영자로서의 주요한 덕목이나 skill들이 무엇인가가 먼저 면밀히 연구되어야 할 것이다.
현장과의 연계문제를 생각할 때 필자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것은 현장의 인력수용 의지가 교육과정에 있는 학생들이나 날로 늘어가는 지원자의 규모에 비하여 훨씬 떨어진다는데 있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현장의 경영방식은 큰 변화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5. 전망과 대안
필자는 서두에서 우리나라 예술경영교육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은 부분부정보다 더 부정에 가까우나 미래의 모습은 부분긍정보다 더 긍정에 가깝게 접근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한바 있다. 지금까지 간단하게나마 과거와 현재의 모습을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할 차례이다.
필자가 '가능성'을 바라보고 있는 데는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다. 우선 우리나라 예술경영 교육 혹은 예술경영 자체를 근본부터 논의하기 위한 장(場)이 최근 마련되었다는 점을 들겠다. 바로 2001년말에 동시에 출범한 예술경영학회와 예술경영연구학회가 그것이다. 이 두 학회는 출범이후 각각 3회(2002 12월 현재)에 걸친 학술대회를 통하여 우리나라 예술경영과 그 교육과 관련된 문제들을 다루어 왔으며 앞으로도 활발한 연구와 그 결과의 교류가 기대된다. 학회 외에도 대학이나 예술관련 단체, 사설교육기관들을 중심으로 예술경영과 관련된 문제들을 논의하는 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곳으로는 성균관대(공연영상문화연구소), 한국예술종합학교, 추계예대, 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협회, 민예총, 다움연구회 등이 있다. 이런 논의들은 대학에서 가르치고 있거나 현장에 있는 전문가들이 그 중심이 되어 이끌어지고 있다.
학생들의 의욕과 노력도 과거와는 다르다. 그중 꼽을 수 있는 것은 자발적인 스터디 그룹들이다. 많은 대학의 학생들이 스스로 연구모임을 만들어 그들의 고민을 서로 나누고, 현장과 이론들을 연구하면서 나름대로의 해법들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다. 세미나에 부지런히 찾아다니며, 현장에서 무보수라도 경험을 충실히 쌓으려는 학생들도 많이 본다. 앞으로 현장 경영을 이끌어갈 이들의 행보야말로 어쩌면 전문가들의 노력보다 더 희망을 갖게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현장에서도 속도는 느리지만 변화의 조짐들이 있다. 공공 예술기관들의 경영에 민간 전문가들의 참여가 점차 늘고 있다거나, 전문적인 경영을 유도하는 정책도 개발되고 있으며, 아직 미흡하기는 하나 지금까지와는 다른 바람직한 경영방식을 보여주는 사례들도 늘어나고 있다. 이상과 같은 노력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꾸준히 지속된다면 미래의 '가능성'은 높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가운데서 예술경영교육은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가? 중요한 것은 예술경영교육의 목적이 대학마다 분명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것이 분명해질 때 교과과정이나 교수진도 그에 따라 결정이 될 것이다. 예술경영교육의 목적이란 결국 어떤 예비경영자를 길러내야 하는가와 연결되는 문제일 것이다. 어떤 경영자인가 하는 것은 또 현장에서 어떤 사람들을 원하는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것인데, 그것을 나누어 생각한다면, ①현재의 예술기관 경영자들이 어떤 사람을 원하고 있는가와, 이보다 한걸음 나아가 ②앞으로 예술경영방식이 더 바람직한 방향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어떤 사람들이 필요한가 일 것이다.
전자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당장 활용할 수 있는 실무위주의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예술경영이 지향하는 바에 따라 그 유형이 다를 수 있다. 필자의 견해는 '현재의 경영방식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인식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열정을 가지고 쉬지 않고 노력하는 유형'이 이런 요구에 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유형은 단지 실무 능력만이 아니라 전체를 보는 시야와, 리더십을 발휘하여 조직을 변화시켜 나가려는 자발적인 의지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물론 예술경영의 예비인력에 불과한 이들이 당장 어떤 변화를 일으킬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 예술경영의 현실을 생각할 때 이런 사람들이 현장에 지속적으로 진출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많은 변화들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희망을 필자는 갖고 있다. 우리처럼 많은 난제를 안고 있는 경우에는 예술경영도 문제해결을 위한 하나의 지속적인 운동이 되어야 하며, 현장에서의 적극적인 실천이 요구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유형을 교과과정에서 가르치기는 쉽지 않으나, 다양한 선진 경영 사례들을 비교, 연구하고 잘못된 것을 바꾸어 나가도록 동기부여를 해주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필자 약력
중앙일보사 문화사업부장(공연·이벤트기획, 호암아트홀운영) 역임
성균관대 공연예술협동과정(예술경영학) 박사과정 수료
성균관대 예술학부 겸임교수
성균관대 공연영상문화연구소 연구원겸 대외협력팀장
(사)한국공연예술매니지먼트협회 사무국장 역임, 현 기획실장
첫댓글 더 빠른 출처: http://blog.naver.com/hsbct/60010885218(2005/03/13 1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