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을 앞두고 오늘은 장동마을과 막해 방향으로 이동장터 나가는 날입니다.
어제면 비가 끝날 것 같았지만 오늘까지도 부슬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어르신들은 눈이 아니라 천만 다행이다라고 말씀들 하십니다. 그래도 비가 이왕 내릴거 한 번에 내리면 좋겠는데, 이렇게 내리니 일도 못한다고 하셔서 다들 걱정이십니다.
오늘은 대보름에 주문해주신 숙주 나물 추가로 챙겨서 출발해보고자 합니다.
9시 20분,
남자 어르신과 여자 어르신이 나와서 물건을 구매하는 사이, 윗동네 어르신들도 나오시기 시작합니다.
조합원 간담회를 말씀드리며 꼭 참석해달라고 한 번 더 말씀드립니다. 윗 동네 계단 많은 집에 사시는 어르신은 공병 갖고 가라며, 비닐봉투에 담은 공병 20개 남짓 주십니다. 갯수는 세지도 않으십니다. 일단 갖고가라고 하십니다. 아래 어르신도 공병 언넝 갖고가라고 하십니다. 그간 공병 회수기간이 너무 길었습니다. 변명은 변명이겠지만 다음주에는 꼭 공병 회수 해야겠습니다.
9시 40분,
비오는데도 밭에서 한창 일하고 계시는 어르신 계십니다. 지난번 눈올 때도 딸 온다고 무시를 정리하시더니, 비와도 하십니다.
조합원 간담회 와달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마을 분들 모두 가는 날이니, 그날은 꼭 온다고 하십니다.
9시 50분,
마을 회관에 들리니 이번주 보름행사에 쓰일 물건들이 정리 되어있습니다. 장독대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궁금했지만, 넘어갔습니다.
어르신들하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아침의 노곤노곤한 몸을 풀어봅니다. 간담회 안내 다시 해드리며 일자리 참여하시는 어르신들도 일 마치고 오시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들도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일 때문에 못가면 어쩌나 싶었지만, 일 끝나고 가도 되니 다행입니다.
한 어르신께서는 저보고 '따부시럽다' 하십니다. 이게 무슨말씀인가 보니, 따뜻해보인다라는 표현이라고 하십니다. 늘 웃어주고 손잡아주는것이 고맙다며, 아내도 그러더니 남편도 그러하다고 합니다. 항상 어여쁘게 봐주시는 어르신들이 제겐 더 큰 감사입니다.
10시,
재가에 차를 두고 윗집으로 방문했습니다. 몰랐던 집이었는데, 귀가 잘 안들리고 걸어나오시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집이라고 하셨습니다. 집에 가니 요양보호사가 와서 반찬을 만들어주고 계셨습니다. 요양보호사도 작년엔 본인도 수술하느라 못왔다고 하시며, 이 어르신을 8년 넘게 모셨다고 합니다. 집집이 모든 집을 갈순 없지만, 여기 어르신댁도 주마다 와서 안부 확인해야겠다 싶었습니다. 요양보호사분께서는 어르신과 이야기하시곤 계란과 두부 사시며 반찬 만들자고 하십니다. 덕분에 어르신은 식사를 하실 수 있었습니다. 오랜기간 요양보호로 함께한 관계는 '일' 그 이상의 가족같은 관계겠구나 싶습니다.
10시 30분,
보름이라고 마을에서 어르신들이 많이 계십니다. 평소에 잘 못보던 어르신도 나오셔서 보름 준비 하십니다. 보름엔 나물을 무쳐드셔야 하신다며 콩나물을 필히 사십니다. 동네 어르신들 많이 나오시니 식사 후 드실 커피도 사시고, 커피 못드시는 어르신들을 위한 쥬스도 사십니다. 각 마을마다 보름 준비에 여념이 없습니다.
10시 50분,
"내가 이 소리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하시는 어머님.
조합원은 아니시지만 최근 자주 방문해주시는 어머님이 계십니다.
오늘도 고등어 3손, 두부 하나 사십니다. 성함을 여쭤보려다 카드에 적힌 이름보고 성함 확인합니다.
옆에 어르신 콩나물 하나 사시는데, 어머님이 대신 결제해주십니다. 어르신은 무슨일인가 싶어 당신 스스로 결제 하시겠다 하셨지만, 그 어머님은 대신 결제 해드리고 싶으셨나봅니다. 어르신은 고맙다며 콩나물 받아 가십니다.
11시 10분,
차가 도착하니 문 열고 나오시는 어르신과 그리고 요양보호사. 이제는 어르신이 혼자 계시지 않아서 다행이다 싶습니다. 어르신께서 배우자 돌아가신 이후 혼자 계신 삶이 늘 걱정되었는데 오늘은 요양보호사가 있으니 다행이었습니다. 집안 정리와 식사를 함께 도와주시니 다행이시지요. 이제는 어르신께서도 조금은 편안하게 지내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집에서 나오는 길, 어르신 뒷마당에 핀 매실 나무의 꽃이 어르신의 앞으로 인생에 꽃길이 펼쳐지면 좋겠다 싶은 마음이 드네요.
11시 20분,
"동광쌤, 어르신 댁 한 번 다시 가야겠어요~ 저~기서 불렀는데 그냥 가버렸다네요."
매번 지나가는 길이었는데, 가끔씩 술을 사시는 어르신이 계십니다.
"아 거기서 고개만 한 번 돌리면 좋은데, 고개를 안돌리네~" 하십니다.
웃으며 죄송하다고 말씀드리고 술 한 박스 내려드립니다. 어머님이 조합원이신데, 아드님께서 항상 잊지 않고 주문해주십니다.
다음번엔 고개를 반드시 한 번 돌려보는것으로 말씀드렸습니다.
11시 40분,
회관에 모두 모여 식사 준비를 하고 계십니다. 안쪽에선 김치찌개 냄새가 나고 거실에선 계란말이에 청양고추를 넣어 만들고 계셨습니다. 어르신은 뜨거운 계란말이를 한 번 짚더니 칼로 잘라 손으로 입에 넣어주십니다. 청양고추의 알싸한 맛과 계란의 담백한 맛이 맛있었습니다. 방안에 들어가니 어르신들께서 물건 주문해주십니다.
"식사 하고 갈텨?" 라는 말씀에 당연하죠~ 하며 인사드렸습니다.
식사 준비에 수저 놓으니
"이제는 남자가 수저도 놓는다네~" 하시며 허허 하십니다.
"암만~ 옛날엔 그러겠지만, 요즘 세상엔 안하면 밥도 못얻어먹어~" 하시는 어르신. 어르신 도와 식사 준비 함께 합니다.
그 사이 동네 어르신들도 함께 오십니다. 남자 상, 여자 상 따로 따로 나눕니다.
밥이 모두 차려지고 먹으려던 찰나,
"자네가 가장 많은 밥을 먹게나" 하시며 밥을 가장 많이 주시더니, 옆자리 어르신은
"이것이 고기가 더 많네. 이걸 먹게나" 하시며 고기 가득한 김치찌개 주십니다.
어르신들 곁에서 밥 한끼 푸짐하게 먹고 올 수 있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어르신들께 보름 잘 지내시라고 말씀드리니,
"이건 개보름이여~' 하십니다. 무슨말씀인가 싶었더니, 보름을 새는것 같지 않다라는 표현이라고 하십니다. 보통 명절을 대보름으로 지낸다고 하시는데, 이번 대보름은 그렇지 않다고 하십니다. 그렇게 감사 인사드리며 떠날려던 찰나, 전화가 옵니다
"아 차가 왜이리 안와~!" 이 마을 마지막 집이었습니다.
아차 싶어서, 빨리 마무리하고 어르신께 돌아갔습니다. 어르신은 밥도 못먹고 기다리셨다는데 정말 죄송해서 안아드리며, 정말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습니다. 어르신도 웃으시며 알겠다고 하셨습니다.
"나 때문에 밥도 제대로 못먹은거아녀? 가서 더 먹고 가~~" 하십니다.
언제나 점빵차를 기다리고 있는 어르신이 있다는것, 항상 잊지 말아야 겠습니다.
13시 40분,
회관에 가면 어르신들은 누워계시다가 바로 앉으십니다. 때론 이것이 민폐가 아닌가 싶은 생각도 있지만, 그래도 문열기 전 안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반갑게 들어갑니다. "들어온다~ 들어온다~"
전 주에 미리 말씀해주셨던 숙주나물을 나눠드리는 과정에 옆에 계신 어르신들도 숙주를 추가로 주문해주십니다. 예상보다 숙주나물이 많이 나가서 부족한 상황. 2개를 사신 어르신께 하나만 양보해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어르신은 흔쾌히 하나를 주셨습니다.
하나만 사신 어르신은
"나는 혼자 살아서 조금만 사야혀~" 하셨는데, 그 옆에 계신 콩나물 숙주 각 1개를 사신 어르신이
"그럼 나는 둘이 사는가?" 하시며 웃으십니다.
다른 어르신들도 "나도 둘이 사는가벼~" 하시며 허심탄회하게 웃으십니다.
14시 10분,
지난주 술을 못사셨다는 어르신, 어르신 댁에 가니 아무도 안계십니다. 쉼터가보니 운동가셨다며 이제 곧 오신다고 하십니다.
갈 시간이 촉박해서 전화드려보니 어르신께서
"어~ 토방에 두고 가게~" 하십니다.
항상 큰 댓병 2개를 사시는 어르신. 간은 괜찮으시겠지요?
14시 30분,
회관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나온 회장님. 보름 맞아 오늘 저녁에 제사 지낸다고 합니다. 보름인 내일은 회관에서 모두 모여서 비빔밥 해드신다고 합니다. 두부랑 콩나물 사시더니, "아차~ 지난번에 두부 2개 깜박했어" 하시며 추가 결제 요청하십니다.
저도 기억하지 못하는거, 먼저 기억해주시고 결제해주시니 감사합니다.
14시 50분,
오늘도 북적이는 회관, 여러 사람들이 물건을 사시다가 가격을 잘못 말씀드렸습니다.
커피 50t를 권하던 옆 어르신의 말씀에 50t를 사신줄알았는데 100t를 사셨습니다. 가격이 2배 차이가 나는데 말입니다.
어르신께서 느끼는 가격 차이는 2배가 나는것이 구입하는 것에 거부감이 충분히 들 수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나 안살랑게.. 에효... " 하시더니 "그래도 내가 손댓응게 사야제." 하십니다.
처음에 가격 말씀을 잘못드려 어르신께 심적 부담감을 안겨드려 죄송했습니다. 그래도 물건 사주시고 담아주심에 감사했습니다.
다음에는 차분하게 가격을 잘 말씀드려보고자 합니다.
15시,
안나오시는 어르신이 계셔서 집에 가보니 티비 소리가 커 있었습니다.
"오늘 오는 날인교?" 하십니다.
최근 어르신께서 병원을 자주 가신다고 합니다. 치과부터 내시경까지, 그러다보니 어르신께서는
"자네 말대로, 간수치가 높다고 하네. 이제 술을 그만 먹어야겠어" 하십니다.
늘 맥주를 사시던 어르신이었는데,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스스로 관리하시는 어르신, 더 건강해지시길 바래봅니다.
15시 20분,
회관에 도착하니 어르신께서 창문에서 고개를 도리도리하십니다.
무슨일인가 들어갔더니 어르신께서는 "언넝 와야지~! 목 빠지는 줄 알았잔아!" 하십니다.
"보름 전에 온다고 해야지! 미리 다 사버렸잔아~!" 하십니다.
애정있는 어르신의 말씀에 감사했습니다.
어르신들께 조합원 간담회를 말씀드리니, 그전에 탈퇴한 일들이 있어서 쉽게 응하지 못하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르신들께 조합원의 가입이유, 묘량면 어르신들의 복지 증진과 우리와 함께하는 일임을 다시 말씀드리고,
어르신들께서 늘 여민동락 생각해주시는 마음 감사함을 말씀드리니, 한 어르신께서는 조합비 만원 주십니다.
그 마음에 동하심에 감사하고, 또 함께 할 수 있음이 좋았습니다.
어르신들께 다음주 월요일 간담회 잘 준비하겠다고 말씀드리며 회관에서 나왔습니다.
15시 40분,
몇개월만에 뵌 어르신이었습니다. 그간 계속 안나오셔서 무슨일인가 싶었는데 무릎 관절 수술하셨다고 합니다.
집에서 못나오시다가 이제는 걸음보조기 끌고 오시는 어르신. 정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르신께 제가 실수해서 어르신이 안나오시나 싶었는데, 그런게 아니라 더 다행이었지요. 어르신께서는 반갑게 손잡아 주시며 고맙다고 하십니다. 앞으로 집안에 더 찾아뵙고 인사드려야겠다 싶습니다.
어제 오늘, 명절때보다 더욱 바쁜 한 주였습니다. 2틀간 만난 주민이 113명이었습니다. 묘량면 인구에 약 10%좀 안되는 인구입니다. 이동장터하며 일주일에 만나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것이 감사한 시간입니다. 더 많은 분들 만나뵙고 다니며 어르신들과 좋은 관계를 만들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더 인사하고 다니며 어르신들께 물건을 잘 전달해드리는 이동장터가 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