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뒤흔들리는 어수선한 시기입니다. 그래도 오늘을 열심히 잘 살아내는 우리의 일상은 계속 이어져야겠지요. 아침 일찍 우리는 차를 달려 배론 성지와 묘재 성지, 용소막 성당에 다녀왔습니다. 코가 찡해지고 귓볼이 빨개지는 영하의 추위 속에, 양지 속 따뜻한 햇살을 종종걸음으로 마음껏 쫓아다닌 하루였습니다.
배론 성지
몇 번이고 찾았던 배론 성지이지만 오늘은 특별한 방문입니다. 2년간의 ‘희망의순례자’ 마지막 여정으로 최양업 신부의 묘소가 안치되어 있는 배론 성지에서 우리는 그간의 가슴 벅찼던 순례 여정을 기쁜 마음으로 봉헌하였습니다. 완주증을 받아든 14명의 단원들은 가슴 가득한 감동을 단원들과 함께 나누었습니다. 25년 6월에 배론 성지에서 완주 미사를 드리기 전까지 더 많은 단원이 완주하여 가경자 최양업 신부의 시복 심사에 작은 초석을 깔아드릴 수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배론 성지는 신유박해 때 박해를 피해 신자들이 모여들어 교우촌을 형성한 곳으로, 황사영 알렉시오가 백서를 작성한 토굴이 있는 곳입니다. 황사영의 백서로 인해 관련된 신자들이 모두 처형된 뒤 배론 교우촌은 폐쇄되었으며 이후 1855년에 배론의 장주기 요셉 성인의 집에서 한국 최초의 신학교인 성 요셉 신학교가 설립되어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천주교 성직자 양성을 위한 교육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1866년 병인박해 때 장주기 요셉 성인과 교장 푸르티에 신부, 교사 프티니콜라 신부가 순교한 뒤 신학교는 문을 닫습니다.
최양업 신부는 1861년 6월 문경 진안리에서 숨을 거두시고 약 5개월간 배티에 가매장되었다가 배론으로 이장되었으며, 2016년 4월 27일에 교황 프란치스코가 가경자로 선포하였습니다.
오늘 배론 성지에서는 엊그제 12월 12일에 사제 서품을 받으신 이륭 프란치스코 새 신부님의 첫 미사가 있던 경사스러운 날이었어요. 우리나라 첫 신학교가 생긴 곳이기도 한데 배론 성지에서 배출한 첫 번째 사제라고 합니다. 훤칠하신 인물에, 목소리에도 단정한 기품과 근엄함이 느껴지는 새 사제가 초심을 잃지 않고 맡은 양떼들을 잘 인도하는 훌륭한 사제로 거듭나길 기도해봅니다.
묘재 성지
묘재 성지는 남종삼 요한 성인의 양아버지인 남상교 아우구스티노가 관직에서 물러난 뒤 신앙생활에 전념하려고 이사한 곳으로 남종삼 성인이 살던 유택지입니다. 홍봉주, 남종삼 등은 병인박해 때 대원군에게 이이재이방아책(프랑스와 한불조약을 맺음으로써 남하하는 러시아를 물리침)을 제안했으나 당시 베르뇌 주교 등 성직자들과의 만남이 지연되면서 마음이 바뀐 대원군에 의해 박해가 시작되었고 남종삼은 묘재로 피신하였다가 순교하였습니다. 이후 1920년대부터 다시 교우촌이 형성되었고 1938년에 목조 건물의 공소를 신축하였으며 유택 근처에 자리한 학산 공소는 1989년에 신축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용소막 성당
강원도에서 풍수원 성당, 원주 성당에 이어 세 번째로 지어진 용소막 성당은 1904년에 설립된 성당입니다. 병인박해 무렵 수원 지역에서 피신해 온 신자들에 의해 용소막에 천주교가 전해졌고 이후 인근 지역에 공소를 세우며 일대에 교우촌이 형성되었습니다. 지금의 용소막 성당 건물은 1915년에 시잘레 신부가 준공하였으며 로마네스크 양식의 벽돌 건물은 마치 명동 성당의 축소판인 듯 아름다운 성당입니다. 현재 강원도 유형 문화재 제106호로 지정되어있습니다.
용소막 성당에는 용소막 출신 사제로서 ‘말씀의 성모영보수녀회’를 설립하고 성서 번역에 큰 자취를 남긴 선종완 라우렌시오 신부의 삶과 공적을 기리는 유물관이 있습니다. 유물관 안에는 한글과 영어, 라틴어 성경은 물론 독일과 이탈리아, 러시아 등 여러 나라의 성경이 전시되어 있고, 용소막에서 태어나 평생을 이곳에서 보낸 선종완 신부가 공동번역을 할 때 쓰던 책상 일조와 수십 권으로 묶은 성경 번역의 초고 등 생전에 쓰던 유물과 유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2024 정기총회 및 송년회
두 번째로 개최된 2024 정기총회에서는, ‘질서 있는 퇴진’을 하려 했던 현 단장이 우여곡절 끝에 연임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앞으로 2년간 재임하면서 더욱더 탄탄히 평화의길 순례단의 기반을 닦아주시고, 아울러 차기 단장의 재목도 열심히 키우셔서 더욱 발전해나가는 평화의길 순례단을 만들 수 있도록 힘써주십시오. 그간의 수고와 노력에 박수를 보내며, 앞으로의 순례 여정에서도 우리 단원들이 늘 ‘평화로운 순례’를 할 수 있도록 잘 부탁드립니다.
강태종 다니엘 단장은 순공회 산하단체로 인준을 받은 뒤 2019년 11월에 제정된 평화의길순례단 회칙에 의해 2019년 12월 21일에 1대 단장으로 선출되어 2020년 1월부터 2년의 임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2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코로나 사태로 순례 일정이 전격 취소되었고, 2022년 6월부터 한마음수련원에서 떼제미사를 시작으로 동년 7월부터 정식 정기 순례가 재개되었습니다. 이에 총 5년간의 임기 중 2년 4개월간의 임기 공백이 발생함에 따라 1회의 연임 회칙에 근거해 2024년 12월 14일에 강태종 다니엘이 2대 단장으로 재임 선출되었습니다. 코로나 기간은 있었지만 장기 공백이었음을 인지하지 못했던 운영진의 실수를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2024년 개근 순례자 7명]
강태종 다니엘, 홍성진 요셉, 백승옥 알베르타, 유세규 로사, 양미향 글라라, 장연민 미카엘라, 박미숙 마리아
[희망의 순례자 완주 14명]
강태종 다니엘, 홍성진 요셉, 전희수 헬레나, 백승옥 알베르타, 황미숙 세실리아, 유세규 로사, 홍성옥 클라우디아, 황재학 바오로, 박영희 마리아, 양미향 글라라, 장연민 미카엘라, 김정인 마틸다, 박미숙 마리아, 배진희 프란치스코
오늘 아침 식사 대용으로 맛있는 콩떡을 준비해 든든히 우리의 속을 지켜주신 홍성진 요셉님과 박영희 마리아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단맛이 가득한 제철 귤을 한 박스 가져오신 김명숙 레지나 부단장님, 루돌프 사탕을 준비해 깜짝 크리스마스 선물로 나눠주신 원혜진 에스텔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송년회 식사비에 10만원을 기쁘게 찬조해주신 신윤경 세실리아님의 애정어린 마음에도 깊이 감사드립니다. 또 올 한 해 개근한 7명의 단원을 기억하며 손이 아프도록 맺어주신 묵주를 선물해주신 백승옥 알베르따 감사님에게 무한한 경의를 표합니다! 내년에는 더 많은 단원들이 알베르따 감사님이 빚어주신 감동의 묵주를 받기를 바랍니다.
벌써 연말입니다. 1년간 우리가 예정했던 순례 여정에 정성껏 참여하여 매시간을 같이 기쁨으로 누린 우리 단원들, 이런 끈끈한 멤버쉽이 정말 없습니다. 감탄스럽고요. 존경합니다. 모쪼록 연말 잘 마무리 하시고, 다시 희망으로 가득찬 신년 맞이하시고, 건강 관리도 잘하셔서, 25년 1월 순례에서 기쁘게 만나요~!
첫댓글 평화의 순례
늘 함께 해주시는 모든 분께 항상 감사드립니다
순례길을 복습하며 묵상할 수 있게 좋은 글 올려주시는 글라라 자매님 👍
앞으로 더 좋은 순례 ~~ 뿡뿡이 열어 줄 다니엘 단장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하느님을 만나기 위해 좋은 길을 열어주시는 단장님 사랑합니다 🫰🫶
하느님은 우리에게 날씨와 감정을 주시었기에 성지 방문을 할 때마다 항상 새로움을 맞이하게 됩니다.
요번 성지순례도 마찬가지입니다.
새 사제의 첫 미사에 초대된 평화의 순례팀!!!! 감동 그 자체였습니다.
신앙선조의 뜨거움을 2024년 마지막 순례에 가슴에 담아두었다가
2025년에도 지치지 않고 선조들의 발자취를 따라 갈 것입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