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신식국독자)의 관점에서 본 1980년대 한국 경제
1. 1980년대는 정치적으로는 억압의 시대였지만, 경제적으로는 3저 호황과 수출의 증대 현상을 통해 성장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변화 속에서 진보진영에서도 ‘종속완화론’이나 ‘중진자본주의론’과 같은 개량주의적 견해가 등장하고, 합법적인 형태의 운동 추구의 필요성이 강조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변혁운동의 주류 진영에서는 6.29선언과 이어진 대선 결과를 통해 현재의 상황을 기만적인 전술의 변화라고 보았으며 더욱 급진적이고 근본적인 혁명의 필요성을 강조하였다. 특히 신식민지국가독점자본주의(신식국독자)은 80년대의 한국 경제에 대해 ‘독점강화/종속심화’라는 명제가 실질적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다양한 경제 지표를 들어 증명하려고 시도하였다. 외형적으로는 ‘종속완화’의 현상이 나타날지라도 다양한 방식으로 종속은 심화되고 있고 그에 따른 결과로 독점은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2. ‘신식국독자’은 우선 당시 운동의 주류였던 식민지반자본주의(식반자)의 견해를 비판한다. ‘식반자’은 봉건상태와 자본주의 발전은 병행할 수 없으며 ‘독점자본’이라는 것도 제국주의 세력에 의해 조종되고 통제되는 ‘매판자본’에 불과하다고 보았다. 그렇기에 우선 해결해야 하는 것은 제국주의 세력의 척결이라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신식국독자’ 진영은 이러한 견해가 마르크스 사상의 핵심적 원리를 무시하고 한국의 특수한 상황만을 중시한 ‘주체사상’에 대한 종속이라고 보았으며, 주체사상은 변혁의 핵심적 ‘변증법적’ 운동을 무시하고 수령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변화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고 비판하였다.
3. ‘신식국독자’은 80년대 한국경제의 상황이 ‘독점강화/종속심화’라는 명제가 실질적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다양한 지표로 통해 제시한다. 남한 경제의 ‘독점강화’는 제국주의(미국)의 자본수출(원조, 착관)과 기술제공을 통해 성장하였고 이러한 발전을 통해 국제분업체제의 중요한 축이 되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다. 당시 500인 이상 고용의 대기업 생산액 규모가 커지고 있고, 대기업의 합병 인수가 급격하게 진행되었으며, 수출주도형 산업을 통해 발생하는 부담을 독점자본을 위한 세금제도의 형태로 노동대중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점은 ‘독점강화’를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었다. 이러한 경제적 변화는 독점자본의 단독적인 힘이 아니라 자본과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기 위한 국가의 전면적 개입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독점자본과 국가권력의 결합’을 여실하게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4. 독점의 강화는 ‘종속의 심화’ 속에서 발생한다. 당시 남한의 경제는 금융적 종속, 기술적 종속, 대외의존적 무역구조의 기본적 성격을 띤다고 할 수 있다. 80년대 경제는 과거 60-70년대 경제와는 분명 양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질적인 종속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었다. 80년대 외채규모가 일시적으로 감소하였는데 이것은 자본의 개방이 ‘직접투자’의 방식으로 전환된 것이며, 기술적 종속도가 완화되는 현상도 핵심적인 특정산업에서는 더욱 고도화된 방식으로 강화되고 있다고 보았다. 당시 대기업의 기술사용료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점은 기술적 종속 현상을 분명하게 확인시켜 준다. 당시 저명한 외국학자는 한국경제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다. “다국적 기업들은 이 나라 경제에 중요한 수출기업들을 창출하고 이들을 첨단기계로 정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장 현대적인 공업부문의 발전을 사실상 통제하고 있다.”
5. 대외의존적 무역구조도 점차 심화되었다. 미국은 당시 사회주의 진영과의 대결 속에서 남한을 대소전초기지로 인식하였고 정치적, 군사적 지원 이외에도 국제 자본주의 분업에서 한국의 참여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국제분업의 발전은 생산된 상품의 해외시장 의존도를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던 것이다. ‘신식국독자’은 80년대의 경제적 변화를 결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개량적인 전술로 ‘독점강화/종속심화’라는 명제가 더욱 강화되는 시기로 인식한 것이다. “종속은 부르주아지의 관점에서 볼 때 세계경제의 변화에 대한 국내 독점자본의 적응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독점의 강화에 따라 그것은 자신의 재생산과 축적을 위해 종속을 불가피한 것으로 요구한다는 것이고, ‘독점강화/종속심화’라는 명제는 신식민지 체제에서 독점자본의 특수한 축적구조(재생산 조건)을 지칭하는 것”이다.
6. 한국 사회에 대한 이러한 인식을 통해 ‘신식국독자’은 개량주의적 주장에 대해 “개량국면으로 복귀될 때까지는 현재의 공세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을 전개하기는커녕 적극 투쟁하자는 주장에 대해 만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다음과 같은 실천적 결론을 제시하고 있다. “‘신식국독자’ 체제를 혁파하지 않고서는 한 걸음도 제대로 나아가기 힘든 노동자 계급과 민중의 철저한 변혁이 제국주의와 국내독점을 동시에 제거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첫댓글 - 사회 운동권이 만든 경제 용어의 복잡성에 따른 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