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허 스님
인류 역사는 소장성쇠(消長盛衰)가 반복되고 있다. 쇠하여 줄어들고 성하여 늘어나고 흥하고 망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우주 순환의 자연법칙이다
“만약 세상 사람이 모두 신부나 수녀가 되고, 비구나 비구니가 된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이렇게 묻는 이들이 있다. 이 질문은 물이 산으로 올라가느냐고 묻는 것과 같다. 만일 전 세계 인류가 도통군자가 된다면 현상으로 도의 자리에는 생사가 본래 없는 것이기에 전 세계가 도통군자들만이 모인 수도장이 될 것이다. 그러면 천당과 극락에 따로 갈 것 없이 이 세상 그대로가 천당과 극락이 될 것이다. 그리하여 결혼을 하지 않고도 천당과 극락의 연꽃 속에서 화생化生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렇게 될 수 없는 것을 그렇게 될 수 있겠느냐고 질문한 것이 바로 악질문(惡質問)이다. 그렇지만 전 인류가 모두 도통하고 극락에 갈 수는 없다 해도 인과법칙을 철저히 믿는다면 정치가나 교육자가 필요 없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세상 모든 현상적 존재는 하는 일이 객관적인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한 개인의 주관적 인식에서 비롯되기에 그런 일은 불가능하다.
소식(消息), 영허(盈虛), 소장(消長), 성쇠(盛衰)는 우주 순환의 자연법칙이다. 낮이 가면 밤이 오고, 봄이 가면 가을이 오는 원리가 아닌가. 예를 들면 자동차 바퀴가 굴러갈 때 굴러가는 것으로 보면 순(順)이지만 바퀴 밑에서 보면 도리어 역(逆)이 된다.
《공자가어(孔子家語)》에는 다음과 같은 일화가 있다. 공자가 길을 가고 있는데 어떤 여인이 길가에서 통곡하고 있었다. 공자가 그 이유를 묻자 여인이 대답했다.
“동네 당산나무 밑에 천년 묵은 지네가 있는데, 1년에 한 번씩 제사를 지내야 합니다. 그때마다 한 사람을 지네에게 제물로 바쳐야 하고, 만일 그 약속을 어기면 지네의 독으로 인해 동네가 폐허가 됩니다.”
그러나 자진해서 제물이 될 사람이 없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이 제비뽑기를 통해 당첨된 사람이 지네의 제물이 되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마침 길가에서 통곡하고 있는 과부의 외아들이 뽑히자, 그 여인은 자기 아들을 못 내주겠다고 울며 애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공자가 이 사연을 다 듣고는 동네 사람들에게 양해를 얻은 다음 여인의 아들 대신 당산나무 밑 제당에 들어가 앉았다.
그날 저녁 지네가 공자를 먹으려고 독을 품었는데 그 독은 홍두깨 같은 새파란 빛이었다. 이튿날 동네 사람들은 공자의 뼈라도 추려 장례를 지내 주려고 제당 문을 열었다. 그런데 공자는 조금도 상한 데가 없고 대신 지네가 죽어 있었다.
천하에 제일 무서운 것은 정력(定力), 즉 도력(道力)이다. 정력 앞에서는 천지(天地)도 어찌할 수 없고, 귀신도 침범할 수 없으며, 권력이나 총칼도 쓸데없는 것이 된다. 그러므로 이 우주가 열린 이래로 자기의 가족을 다 버리고 3대 성인(三大聖人)만을 전 인류가 숭배하는 것은 헛일이 아닐 것이다.
동네사람들이 공자에게 백배사례(百拜謝禮)하고 지네를 태웠다. 그때 지네의 독이 무지개처럼 하늘에 뻗쳐 있었다. 공자가 그것을 가리키며 예언했다.
“백 년 후에 이것이 반드시 내 도((道)를 해칠 것이다.”
그 후 백 년 만에 진시황(秦始皇)이 나왔다. 바로 그 진시황이 천년 묵은 지네의 후신이라는 것이다. 진시황은 공자가 숭상하던 시서(詩書)를 다 소각해 버리고 그를 믿는 유생들을 모두 생매장했다. 공자는 이러한 사실을 미리 예측하고 칠서(七書)를 그의 집 벽 속에 감추고 흙으로 발라 보존했다. 후세인들이 칠서를 칠서벽경(七書壁經)이라고 《천자문》에 적어 놓은 것이다.
이렇게 진시황(秦始皇) 당년에 공자의 교(敎)가 전멸당하여 움도 싹도 없었는데 진시황은 불과 2대를 못 넘기고 멸망했다. 그 후 한·당·송·원·명·청(漢唐宋元明淸) 6조에 걸쳐 공자의 가르침은 전성기를 누렸다.
출처 : 탄허 스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