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득 스스로 나를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면이야 깊은 사유의 시간을 빌려 인지할 수도 있지만 외형의 전신은 스스로 볼 수 없고 반영을 보여 주는 거울, 또는 찍어 놓은 사진으로만 볼 수밖에 없으며 전신과 달리 뒷모습은 볼 수 있는 방법은 타인이 찍어 준 사진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신체의 다섯 가지 복(福)은 첫 째는 튼튼한 치아, 둘 째는 원활한 소화 기능, 세 째는 밝은 시력, 네 째는 예민한 청력, 다섯 째는 원활한 배설이라 익히 배웠는데 나이가 들수록 건강한 몸에 노쇠의 기운이 조금씩 파도처럼 밀려드는 낌새를 갈수록 자주 맞닥뜨리는 것 같습니다. 변화의 조짐을 느낀 후 불편과 더불어 통증이 찾아오면 나름 견디다 못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통원 치료 후 무탈하게 지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치통이 생겨 치과를 방문하여 원인을 찾아내고 진료 후 평정을 찾았지만 차후 예방관련한 진료를 후속적으로 몇 차례 진행하고 있답니다. 이러한 문제들은 노년기가 깊어질수록 누구나 겪어야 하는 나잇값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로 막연하게 우울함을 떨쳐낼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 적도 있더군요. 여러 환자들 틈에 끼어 진료를 받으려면 대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하여 사전 예약으로 첫 진료시간을 선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며칠 전 치료를 끝낸 후 마음에 갈등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인간이 일생 동안 누구나 할 것 없이 대사상(大四相)을 겪는데 즉 생로병사(生老病死)의 고통을 말하는 것입니다. 삶의 고통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개인적인 시각으로 살필 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지와 서로 충돌하는 것을 종종 느끼게 됩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면서 종전 보다 조금 더 쇠약해졌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며 그냥 홀가분하게 근처 강가로 나가 물 흐르는 역순방향으로 거슬러 걷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냥 홀로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홀가분해지는 것을 느끼게 되는데 지금 바로 나에겐 그런 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입니다. 걷고 싶다는 의지 사이로 파고드는 옛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어느 해 인가 비 내리는 6월 아침이었습니다. 중요한 업무에 대한 매듭이 풀리지 않아 고심하다 너무 답답한 마음에 사무실을 빠져나와 호젓한 숲 길을 찾았습니다. 그래도 말동무가 있어야 될 것 같아 최 측근에서 나의 모든 업무를 뒤받침하던 직원을 불러 함께 걸으며 만약에 풀리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여 생각해 두었던 비책에 대하여 설명해 주고 기안하여 올리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지금 시절은 입춘과 우수룰 지난 꽃샘추위가 극성을 부리는 날이지만 분명 생각의 소득은 있을 것이라는 불변 의지 영향에 힘입어 나서게 된 것입니다. 푸른 하늘아래 펼쳐진 강의 풍경, 풍랑이 일지 않는 수면은 고요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노쇠를 거부하고 싶은 욕망을 꺾고 운명이란 순리 따르며 사랑으로 내려 주시는 은총이라 고백하는 시간은 그리 긴 시간이 요구되지 않았습니다. 아직도 갈대들이 꼿꼿하게 서 있는 강변 갈대숲 언저리에 놓인 벤치에 앉아 숨을 고르는 사이 충돌하던 사안은 전부 잦아들었습니다.
이젠 여유가 생기자 손전화기에 심어 놓았던 음악을 끄집어낸 이어폰을 이용하여 차음(借音)하여 듣기 시작하였습니다. 곡명은 당신(you)입니다. 이 노래를 부른 사람은 Rodney Marvin McKuen (1933년 4월 29일-2015. )으로 그는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태어났으며, 시인이자 싱어 송 라이터 및 배우였습니다. 그는 1960년대 후반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시인 중 한 명이었으며. 활동하는 내내 대중음악, 구어시, 영화 사운드 트랙 및 클래식 음악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녹음 제작자였습니다. 그는 음악 작곡으로 아카데미상 후보에 2개, 퓰리처에 1개 후보에 올랐으며, 벨기에 싱어송 라이터이자 샹송 가수인 Jacques Brel(자크 브렐)의 노래 번역 및 각색을 해줌으로 벨기에 작곡가가 영어권 세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 중요한 역할도 합니다. 그의 시는 사랑, 자연 세계 및 영성의 주제로 만들어졌으며 , 노래는 전 세계적으로 1억 개 이상의 음반이 판매되었고 시집 또한 6천만 권이 판매한 유명 시인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가수의 노래 중 you를 가장 좋아합니다. 묵직한 첼로음이 시작과 끝을 장식하며 이어지고 맺는 분위기가 압권입니다.
몇 소절로 이어지는 음률이 갈등의 복잡함을 바람에 실어 하늘 어디런가로 데려가 주었습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그럴 즈음 갈대와 갈대끼리 바람에 부딪끼며 바람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강물에 도시 반영들이 자리를 잡으려 할 때 일어섰습니다. 빛이 움직이자 사물은 음영의 차이가 생기고 반영은 더욱더 짙어졌습니다. 한번 더 you를 듣고 강기슭에서 물러섰습니다. 어김없이 시간처럼 강물도 흐르는 것을 보며 나의 시간도 흐른다는 사실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you
The night on little cat feet
작은 고양이 발 위에 어두움이 내리고
Is running down the day
하루가 덧없이 흘러갑니다.
What is left of summer
여름의 끝자락을 남긴 채
Is miles and miles away
저 멀리 아스라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But I never mind the winter
하지만 난 겨울을 염려 안 할 것입니다.
I quess I always knew
난 늘 알고 있었던 것처럼
I turned some windy corner
바람 부는 모퉁이를 돌아
And find you
당신을 찾을 것입니다
The hill above the highway
고속도로변 위에 언덕이
Is gone from golden brown
황갈색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The loneliness of the evening
이른 저녁의 외로움이
Has settled on the town
마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But I never mind that evening
하지만 그날 저녁은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I guess I always knew
난 항상 알고 있었던 것처럼
I’d step down in the darkness
난 어두움 속을 내디뎌 가며
And find you
당신을 찾을 것입니다.
Of time and seasons
흐르는 세월과 계절의 변화를
I’ve never been afraid
결코 두려워해 본 적이 없습니다.
Because I knew that you were there
당신이 거기에 있는 걸 알고 있기에
I’ve never been afraid
결코 두려워해 본 적이 없습니다
The old house now is silent
그 낡은 집은 이젠 조용하고
Silence as sign
정적만 감돕니다.
It’s been that way since yesterday
어제부터 계속 그래왔습니다.
When you said goodbye
당신이 작별을 고했을 때부터
But I never minded silence
하지만 난 침묵 따윈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That is before I knew
그건 내가 알기 이전에도...
How loud and noisy silence is
침묵이 얼마나 시끄럽고 큰 소린지
When there’s no more you
당신이 더 이상 거기에 없을 때도
But I never minded silence
하지만 난 침묵 따윈 개의치 않을 것입니다.
That is until I knew
내가 알기 전까지는
How loud and noisy silence is
침묵이 얼마나 시끄럽고 큰 소린지
When there’s no more you
당신이 더 이상 거기에 없을 때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