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읍내의 양귀비 축제장에 잠시 머물렀다가 백전면의 양천마을에 들렀습니다. 함양 백전면의 조그만 시골마을인 '양천마을'에서는 5월 22일부터 6월 10일까지 '하고초 축제'를 열고 있습니다. '하고초 축제'는 시골마을에서 열리는 워낙 작은 꽃축제이다 보니, 사람들에게는 그리 잘 알려지지 않은 곳입니다. 지난해 처음 이곳에 들러 봤었는데, 그때 참 맘에 들었던 기억입니다. 그래서인지 올해도 또 다시 이곳을 찾게 되네요..
행사는 22일부터 시작했지만, 꽃은 아마 다음주말쯤이 참 좋을듯 합니다. 화고초 꽃이 이제막 꽃망울을 터뜨리기 시작했는데, 아직 원하는 만큼의 진한 보랏빛은 보여주질 않네요..다음주말쯤이라야 하고초 특유의 진한 보랏빛 색감이 장관일듯 합니다. 위 사진은 지난해 6월 첫째주에 찾았던 양천마을의 하고초 모습입니다
올해는 마을에서 지난해 보다 축제에 더 많이 신경 쓴듯 보였습니다. 축제의 주인공인 '하고초'를 극심했던 지난 가뭄 속에서도 싱싱하니 잘 길러 냈습니다. 그리고 이벤트로 사진공모전을 하고 있습니다. 입상하면 몸에 좋은 하고초 꿀을 상품으로 준다고 하네요..사진에 나름 자신있는 아마추어 분이라면 한번 도전해 볼만 하지 않나 싶네요..미꾸라지와 메기잡기 행사도 있습니다. 참고로 잡은 메기는 1인당 2마리씩은 무료로 가져 갈 수도 있다고 합니다. 현장에서는 하고초꿀과 엑기스를 시식할 수 있고, 현장 판매와 함께 인터넷으로 주문 판매도 하고 있습니다
하고초 마을 : http://www.하고초.com/
'하고초(夏故草)'는 흔히 '꿀풀' 이라고 불리는 야생화입니다. 봄의 끝자락인 5월중순 쯤에 피기 시작해서 여름이 시작되는 6월 말이면 꽃이 진다고 하여 '하고초(夏故草)'라 불리는 꽃입니다. 꽃송이마다 유난히 꿀이 많이 들어 있어 '꿀풀'이라 불리는 야생이기도 하지요... 무엇보다 보랏빛 짙은 색감이 독특하고 이색적인 느낌은 주는 꽃입니다. 특히 하고초는 군식하여 꽃이 필때 더 빛을 발휘 합니다. 양천마을은 하고초의 이러한 특성을 잘 활용하고 있는 곳입니다. 마을의 비탈진 다랭이 논에 하고초를 빼곡히 심어 놓았은데, 꽃이 피는 5월말이면 일제히 핀 하고초 꽃으로 장관을 이룹니다. 꽃축제와 함께 하고초꽃을 이용하여 양봉도 하고 있습니다. 일석이조지요...조그만 산골마을에서 할 수 있는 참 좋은 아이디어가 아닌가 여겨지네요..
마을에는 하고초 재배와 함께 양봉도 겸하고 있습니다. 어찌보면 꿀 때문에 하고초를 재배하는 것이겠지요..마을 곳곳에는 토종벌을 키우는 벌통이 많이 보였습니다. 벌통마다 수많은 벌들이 꿀을 따다 나르느라 분주 합니다. 이런 모습은 요즘 우리 주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풍경입니다. 참 정겨운 모습이지요
아일랜드의 시인 예이츠의 '이니스프리의 호도(The Lake Isle of Innisfree)'란 시가 떠 오르는 풍경입니다.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지어 아홉이랑 콩밭 일구어, 꿀벌 치면서 / 벌들이 잉잉대는 숲속에서 나 홀로 살아가리'
전원생활을 꿈구는건 우리나 서양사람들이나 매 한가진듯 합니다. 나 또한 언젠가 그런 생활을 꿈구며 사네요...
지리산 자락의 이 작은 산골마을을 또 다시 찾은 건, 물론 보랏빛 아름다운 하고초꽃을 보고 싶어서 이긴 하지만, 그 보다는 이 마을의 정겨운 모습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곳은 우리의 옛 시골 모습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은 곳입니다. 기억으로만 남아있던 어린시절의 추억... 옛 고향의 정겨운 모습들을 우연히 만나게 되는건 참 반갑고 고마운 일입니다. 양천마을로 가게 되면 하려한 하고초꽃만 둘러 볼게 아니라, 마을 곳곳에 숨어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들도 만나 봤으면 합니다
요즘이 감자꽃이 피는 계절인가 봅니다. 산골 마을의 조그만 감자밭에 자줏빛 감자꽃이 피었습니다
이른봄 쌉쌀하고 알싸한 향으로 입맛을 돋구었을 '돌나무'이 지금은 노란 꽃을 피웠습니다
여린 잎 훑어다가 매콤한 고추장 한 숟갈 넣고 밥 한 그릇 비벼 먹고 싶네요..
양천마을에는 수백년은 족히 넘었을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마을사람 모두가 앉고도 남을 만큼 넉넉한 그늘을 내어주는 이 마을의 당산목입니다. 시골 마을에 이런 나무 한 그루쯤 있다는건 마을의 큰 자랑거리지요.. 지금은 축제 기간이라 이 마을의 최고령 당산목도 한 몫 거들고 있습니다. 먼 길 찾아온 손님들에게 자신의 넉넉한 품을 하염없이 내어 주었습니다...
축제기간 동안 마을에서는 하고초를 이용한 비빔밥과 빈대떡 그리고 동동주를 맛 볼 수 있습니다. 음식값은 메뉴 불문.. 도두 동일 합니다. 3,000원으로 통일 했다네요...비빔밥 두 그릇과 빈대떡 한 접시를 주문했는데도 채 만원도 안 되네요...비록 음식값은 저렴해도 맛과 분위기는 어느 고급 음식점 못지 않게 좋습니다. 수백년된 느티나무 노천 식당 아래에서 기분좋게 밥 한그릇 맛있게 비우고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