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달에 람천 구간을 한 번 걸었는데, 6월에도 람천을 걷게 되었습니다.
람천 정비 계획을 보면서 황당한 마음이 들었는데, 이렇게 두 번이나 람천을 걷게 되니 람천과의 인연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6월과 6월 걸으면서 찍은 람천 사진은 지리산생명연대에 자료 사진으로 제공했습니다.
용이 숨어있다는 마을, 용은마을에서부터 걸음을 시작했습니다. 지리산생명연대 최화연님에게 태워달라고 부탁을 했는데, 차로 계속 람천을 거슬러 가다가 "이정도면 오늘 걷기 벅차겠어요"라는 말이 나올 즈음에 만나게 된 다리에서 내렸습니다.
다리 옆으로 느티나무, 그리고 용은정(龍隱亭)이 있습니다.
람천은 멀리 병풍처럼 펼쳐진 지리산 자락 어딘가에서 남상(濫觴)으로 시작하여 용의 몸짓을 닮은 저 산의 능선을 따라 구불구불 용은마을로 흘러왔습니다.
그리고 흘러온 것처럼 그렇게 운봉 들녘을 향해 흘러갑니다.
군데군데 얕은 보에 물이 모여서 습지가 만들어졌습니다. 보 없이 그냥 흘러가도 좋지만, 얕은 보가 만드는 하천 풍경도 그리 나빠보이지 않습니다.
람천 옆으로 들판에는 고추, 상추가 자라고, 논에는 벼가 포기를 키워가고 있습니다.
숲의 끝자락, 마을 집 가까운 곳에는 밤나무가 경계를 짓습니다. 나이를 충분히 먹은 아름드리 밤나무들.
이즈음 밭에서는 하지감자 수확이 한창입니다. 며칠 더 알이 굵어지는 것을 기대하는지, 아직 수확하지 않은 감자밭에는 이미 줄기가 누렇게 변해가는 감자 포기 사이로 하얀 데이지 꽃이 군데군데 피어 있습니다.
람천 습지는 물이 흐르는 개울을 중심으로 무성한 풀숲이 만들어졌습니다.
이렇게 왕성하고 건강한 습지가 훼손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일까요?
때 이른 코스모스가 꽃을 피웠습니다.
어느새 늙어버린 샤스타 데이지. 관상화로 심었던 것이 씨가 번져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꽃이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개망초. 꽃 이름은 좀 거시기 하지만....
갯가에 부추 꽃대 둘이 사이좋게 나란히 있습니다.
쓰레기 중에서도 흉측한 쓰레기입니다.
그런데 농약에 저런 색깔은 쓰지 못하도록 규제해야 할 듯 싶습니다.
아이들이 과자나 사탕봉지인줄 알겠어요......
독극물은 그 포장에서도 독극물임을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맹독을 담고 분홍색으로 포장하면 속는 것은 탄저병 균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길 옆으로 산딸기가 자랐습니다. 모델의 역할을 수행하고 장렬히 전사한.....ㅋㅋ
도로 길어깨, 아스팔트와 시멘트의 틈으로 왕고들빼기가 자랍니다.
메꽃도 한참 피어나기 시작할 때가 되었어요.
농부는 한 뼘의 땅이라도 있으면 뭔가를 심습니다.
그건 땅을 하늘로 여기는 마음이기도 하겠고
농부의 자존심이기도 하겠습니다.
이른 봄 미각을 돋우는 돈나물은 여름을 맞아 밝은 꽃으로 순례객을 반깁니다.
저 오디도 장렬히 전사.....
군데군데 잣나무에는 솔방울이 달렸습니다.
예쁘고 가지런하게 자란 파.
복분자.
복분자를 수확하는 농부의 얼굴도 복분자 색깔을 닮았다.
첫댓글 비가 많이 왔나봐요. 빗길을 걸으셨네요. 평안하세요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