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월 고내항.. 그 한적한 바닷가.. 이제는 올레길이 지나는 곳에 언제부터인가 아내는 따뜻한 느낌의 불빛을 감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밤, 오징어나 한치낚시를 위해 들를때면 어두컴컴한 마을쪽에서 보이는 따뜻한 불빛.. 그것이 무엇이었을까를 생각하며 낮에 찾아가보니 그곳은 까페였어요. 소리소문없이 조용하게 농가주택을 개조하여 만든 까페.. 꾸꾸노마를 소개합니다.
찾아간 때는 추위가 여전했던 한겨울이었지만 그 날은 마침 날이 풀려 어색한 봄기운을 발산하고 있었죠. 고내항은 애월 해안도로 한가운데 즈음에 있는 아주 한적한 포구입니다. 올레 16코스는 이곳에서 시작하죠.
어두운 현무암 돌벽은 불빛도 제대로 없는 한밤에 아득한 어둠을 선사합니다.
그렇게 마을길로 진입을 하여 들어가보면 자그마한 입구가 나옵니다. 꾸꾸노마.. 무슨 뜻일까요?
일단 밤 9시까지는 한다네요..^^ 제주의 좋으면서도 아쉬움이 조금 있는 것은 한적한 곳의 가게들은 거의 모두 문을 일찍 닫는다는 겁니다. 아주 바람직한 일이라 생각하면서도 늦은시간 생각이 날 때 아쉬운 것은 어쩔 수가 없네요.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주인장님께서 일하시는 공간이 나옵니다. 찾아오는 이들을 맞이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알기로는 일산에서 사시던 주인장 부부는 어느날 제주로 내려와 살기를 결심하고 까페를 이곳에 차립니다. 이분들에게는 두 아들이 있는데 두 아들의 태명이 꾸꾸와 노마였다구요. 그래서 두 아들의 태명을 이어서 까페이름을 만드셨답니다. 두 아이는 지금 이곳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습니다.
메뉴는 간단합니다. 직접 로스팅을 하시지는 않지만 핸드드립 커피가 있고 그 외 몇가지 차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커피원두는 제주 내에서 직접 로스팅하는 분들에게 구입하시는 듯 합니다. 원두종류는 때마다 다릅니다.
두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만큼 분위기 있으신 주인장님은 드립하시는 모습도 웃으시는 모습도 참 분위기있죠.^^ 언제나 저 모자를 쓰고 계신답니다.
자리에 앉아봅니다. 창가의 풍경은 이렇게 정겹고 고즈넉합니다. 설령 인파가 몰리는 휴가때나 주말에 와도 말입니다.
벽에는 온통 두 아이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가끔 바뀌기도 하죠.. 멋은 없지만 나름의 분위기를 만드는 아이들의 솜씨는 또하나의 인테리어입니다.
한지를 이용한 간접조명과..
벽의 미장무늬가 간접조명을 반사시키며 만드는 분위기는 밤에도 참 좋을 듯 합니다.
꾸꾸가 그린 엄마모습이네요.
저 LP판들.. 뒤에 나오지만 여기서는 LP판을 들을 수 있는 텐테이블이 있습니다. 부탁드리면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죠. 전 저 유명한 앤디워홀의 그림이 그려진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음악을 틀어달라 하고 싶었지만 그 사이키델릭함을 이 공간에서 이해할 사람은 주인장님과 저밖에 없을 듯 하여.. 갈때마다 포기합니다.^^
주문한 커피와 수국차가 나왔습니다. 이곳은 아무래도 마실 것 보담 분위기와 경관에 취합니다.
곳곳에 한지로 만든 간접조명이 있구요.
테이블은 단 4개밖에 없습니다. 그것도 특별한 디자인이 아닌 주변의 사물로 꾸민 간단한 인테리어인데도 이곳은 그 분위기가 잘 살아난다는 데에 특징이 있습니다.
벽면 한 구석의 LP진열장입니다. 옆모서리의 깨알같은 앨범제목을 훑어나가다가 맘에 드는 판이 있으면 얼른 주인장님께 건네주세요. 틀어주십니다.
창가의 자리 두 군데 중 피아노 앞자리는 명당입니다.
꾸꾸의 엄마는 피아노도 연주하시는군요.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서 명당자리에 앉아 봅니다.
기왓장과 현무암조각으로 창가를 장식한 것도 특이합니다.
노마는 여기에 그림도 그려놨어요.
공간은 작지만 마음을 아늑해지고 평온할 수 있는 곳입니다.
커피는 마니아적인 취향에서 이야기하자면 조금 약합니다. 맛과 향은 훌륭하지만 섬세함이나 농도에 있어 아쉬움은 분명하죠. 하지만 이 작은 공간이 주는 충만감은 그런 아쉬움을 상쇄시키기 아주 충분합니다. 그래서 전 주말에 점심으로 맛집을 다니다가 특별히 갈 곳이 없으면 어디서든 이 곳을 찾아옵니다. 그리고 애월앞바다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있다가 집으로 돌아가곤 하죠. 물론 민욱이의 훼방은 여기서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형들을 좋아하는 민욱이가 꾸꾸와 노마에게 슬쩍 끼어들기 시작해서 이곳에서의 휴식은 좀 더 위안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욕심을 부리자면 이곳은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았으면 하는 곳입니다.^^ 공간도 작거니와 많은 사람들에 치여 이 충만한 느낌을 방해받고 싶지 않아서이죠. 조용하게 와서 커피한 잔과 음악을 들으며 바다를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있을 수 있으면 그만이거든요. 그래서 포스팅을 조금 주저했던 그런 곳입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올 가을 제주여행가서는 꼭,,한번 들러봐야겠군요 ^^
많은 이들이 찾지 않았음 하는 바람을 제가 어기는것이 되나요? ㅎㅎ
죄송하지만 이 집 주인 바뀌면서 완전히 망가진 듯 합니다. 워낙 급격한 변화가 생긴 집이라 비추하게 되었어요. 정말 좋은 공간이었는데..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