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불어닥친 강풍에 전국적으로 비닐하우스 천여동이 파손되고,
축사와 오리사도 2백여동 가까이 무너졌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강풍 피해라는 것이 어디엔들 없으랴마는 결국 농민들의 가슴에 제일 큰 멍울을 남기는 게 아닌가 싶다.
강진리 황토방에 앉아 바람과 함께 춤추는 눈보라를 보며 그 풍광에 취해 감탄사를 연발하던 내 모습이 야속하다.
호두바라기님은 묘목주변에 멀칭한게 모두 날아가 작업을 새로해야 할 상황이라 하고,
강풍에 접붙였던 접순들이 손상을 당한 나무도 여럿 있는 모양이었다.
농사의 절반은 하늘이 짓는다지만, 이렇게 갈수록 이상기온이 심해지니 정말 걱정은 걱정이다.
귀농하여 두 번의 겨울을 보내는 동안 영동지역의 특산물인 곶감작업하는 시기를 두 번 지켜본 셈이다.
재작년엔 감을 따기 시작할 무렵에 갑작스런 한파로 인해 대부분의 감농가가 감을 따지 못한 상태에서 서리 피해를 입었다.
그해 감 농사는 풍작일 것이라고들 예상하고 있었는데, 때이른 서리로 인해 수확을 앞둔 감의 대부분을 버린 것이었다.
그러더니 작년에는 또 너무 늦게까지 이상고온이 지속되면서 깎아놓은 감이 물러서 곰팡이 피해를 많이 입었다.
건조기를 사용한 농가는 곰팡이 피해입을 일이 없었겠지만 대부분의 곶감농가는 심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건조기를 사용하는 것보다는 자연건조한 곶감이 더 맛있다고도 한다만, 이래 가지고서야... 참 곤란한 노릇이다.
4월 초순인 오늘 아침에도 밖에 물이 얼 정도로 추웠고, 내일도 아침 기온이 영하 2도가 될 것이라고 하니....
벌써 기어나와 알을 낳았을 개구리들이 이런 변덕스런 날씨탓에 개체수가 줄어들어 멸종될수 있다는 말이
나올법도 한 것이다.
모든 분야가 다 이런 이상기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수는 없겠지만, 농업분야만큼 심각한 분야가 또 있을까?
뒤늦게(?) 농민의 길을 걷겠다고 나선 지금, 세삼 옛날 선조들의 풍년기원제를 떠올리며 그 심정을 헤아리는 나이다.
3월 말일날 강진리의 비닐하우스 1동을 철거했었다.
4월 12일 경에 입주할 우리 병아리들을 위한 새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이다.
철거만 해 놓고 어찌하다보니 벌써 5일을 후다닥 보내고 만 셈인데, 그 사이 강풍이 몰아닥친 것이었다.
게으름피우다 보니 강풍을 피해갔다는 위안보다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있을 이런 문제에 대한 두려움이 크게 다가온다.
작은 비닐하우스 하나 철거하는데 꽤나 힘을 뺏다.
나사못 박아놓은 걸 뺄수가 없어 애를 먹었고, 녹이 슬어 금새 부러질 것 같은 파이프조리개의 힘이 얼마나 큰지도 알 수 있었다.
하우스도 서둘러 다시 지어야 하고, 표고목도 세워줘야 하고, 복숭아밭에 EM도 쳐 줘야 하고....
분주한 나날을 보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