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옛날집
1. 식당대강
상호 : 전주옛날집
주소 :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 273 송남빌딩 지하1층
전화 : 02-598-5353
주요음식 : 한정식
2. 먹은날 : 2022.10.31.저녁
먹은음식 : 정식
3. 맛보기
순차적으로 갓 조리한 음식이 올라오는 시간형 상차림이다. 집에서는 차리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동일하니 시간형이 어려워 다 차려놓고 먹는 공간형이지만, 음식을 해 내오는 식당에선 조금 고급화하면 시간형이 가능하다. 외식의 장점이 이런 것이겠지.
음식은 바로바로 요리해서 내와서 시간형의 의미가 제대로 나타나는 거 같다. 맛있게 조리된 요리를 시간 맞춰 먹으니 이보다 더한 즐거움이 있을까 싶다. 요리마다 때와 맛을 맞춰 내오니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모든 요리가 맛이 보통 이상이다. 식재료도 신선하고 고품질이다. 흠잡을 데가 거의 없는 음식과 서비스에 실내장식까지 입맛을 돋운다. 가격도 합리적, 서울에서 이런 음식을 만날 거라곤 생각지 못했다.
잡채. 잡채는 자주 상에 오르지만 맛있게 하는 집은 많지 않다. 여기는 맛있다. 쫄깃한 당면 식감도 좋지만 양념 소스맛도 정통 잡채 맛이다. 한 올만 먹어봐도 제대로 음식하는 집이라는 게 느껴진다. 오늘 운이 좋은 거다. 이런 음식을 시리즈로 만나다니.
연어카나페. 연어 한입요리다. 프랑스에서 즐기기 시작한 카나페, 장의자라는 뜻의 카나페는
오늘 유일하게 섭섭한 요리 불고기. 맛있는데 너무 달다. 전체적인 음식의 품격이나 조리법으로 보아 아마 실수인 듯. 너무 달면 음식에 대한 신뢰를 잃기 쉬우니 조심해야 할 것 같다.
코다리. 사전에도 없다가 최근에야 오른 말 코다리. 삐득삐득하게 말린 명태를 언젠가부터 코다리라고 부르고 있다. 아마 코를 꿰어 말려 코를 단다고 코다리라고 하지 않았겠나. 코달이 -코다리로 연음이 그대로 다음 음절어로 굳어져 코다리.
떡볶이를 더해 영양의 완정성을 더하고 변화를 주었다. 코다리 맛이 밴 떡도 쫄깃거리며 맛있다. 짜지 않고 너무달지 않고, 윤기 흐르는 양념 소스가 일품이다. 코다리도 적당히 삐득거려 쫄깃한 식감이 좋다. 코다리도 잘하는 집이다.
간이 배이지 않은 콩나물로 코다리 매운 맛을 잡는다는데, 그래도 간을 살짝은 하는 것이 어떨까.
황태해장국. 아마도 황태를 먼저 기름에 볶아 끓이면서 계란을 풀어낸 듯한 맛. 황태가 담백하지만 밍밍해서 국으로 맛내기가 어려운데, 이렇게 끓이면 풍성한 맛을 내어 부드러운 맛을 즐길 수 있다. 덕분에 마른 황태의 육질도 부드럽고 퍽퍽하지 않다.
삼합. 명이나물까지하면 4합이지만 쌈은 선택으로 하면 역시 3합. 김치도 아삭거릴만큼만 익은 데다 홍어가 우선 일품이다. 많이 삭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지만 삭은 기운이 느껴져 쫄깃거리는 돼지수육과 착 붙는 맛을 내준다. 이 맛에 삼합이지. 새우젓의 싱싱함은 필수고.
해물파전. 계란을 짠뜩넣고 온갖 부재를 잔뜩 넣어 사치스러운 전을 부쳤다. 딱 손바닥만한 크기는 맛을 더욱 음미하게 한다. 오징어, 피망, 파, 고추, 또 뭐가 들었더라?
낙지볶음. 국물 한 술도 버리고 싶지 않을 만치 소중한 맛을 내줬다. 의외로 낙지볶음 맛내기가 쉽지 않은데, 식재료를 살리면서 맛있는 양념장으로 맛이 제대로 난다. 약간 매콤한 맛이 오히려 낙지의 탱탱한 식감을 더 선명하게 감지하게 한다.
알뜰한 플레이팅. 나물, 도라지, 멸치조림이 다 각각 제 몫을 제대로 한다. 멸치조림도 딱딱하지 않고 달지 않고, 맛은 옹골지게 배여 있고, 이렇게 하는 것이구나 싶다. 도라지볶음은 탱탱한 육질맛이 식재료 선별안이 조리법의 대부분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한다. 손맛과 묵은 솜씨가 제대로 배인 반찬들이다.
된장찌개. 이것만으로 밥 한그릇 너끈히 비울 듯하다. 된장에 두부에 맛있는 기본 식재료에 솜씨가 제대로 조화를 이룬다. 맛이 깊고도 편하다.
눌은밥. 밥 대신 눌은밥이 나왔다.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걸쭉한 숭늉도 좋다. 밥보다 더 부담없이 먹을 수 있는 것도 좋다.
4. 먹은 후
서울 음식이 맛있는 집 찾기가 힘든 첫번째 원인은 높은 집세라는 말을 했었다. 이집은 지하다. 그래서 더 좋은 음식이 나오는지도 모르겠다. 지하 음식점은 왠지 선뜻 내키지 않았는데, 오늘 이곳에서 식사를 하고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집세가 비싸 좋은 음식이 나오지 않는다면 싼 집으로 가면 조금 나을 거 아닌가. 산술적인 계산이 이 집에서 맞아떨어진다.
전주는 아니지만 전라도 분들이 운영하는 집이란다. 전라도 느낌이 강한 음식이어선지 가볍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식당 명칭 앞에 붙인 '토속'이란 수식어가 실천된다. 맛있고 제대로 된 음식 만나서 참 많이 반갑다. 어느 지방 음식이든지 뭔가 정통을 이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면 신뢰감이 더 높아진다. 음식으로 이름난 동네이니 그런 느낌이 더 강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진은 식당 앞 양재 거리. 앞으로 멀리 보이는 곳이 뱅뱅사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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