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기형적인 고등학교 교육과정 편성을 강요하는 시·도교육청은 즉각 이를 중단하라!
▲교육부는 1월 17일, 고교학점제 단계적 이행을 위해 2015 개정 교육과정의 일부 개정을 시행함.
▲상당수 시·도교육청은 총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의 편성을 위해 3년간 매 학기 1학점씩을 감축할 것을 학교에 안내함.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와 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좋은교사운동, 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는 해당 시·도교육청의 학교 자율성을 침해하는 획일적인 학교 교육과정 편성 강요를 중단할 것을 요구함.
▲우리의 요구 사항은 다음과 같음.
▪ 국가수준 교육과정을 오인하고 학교 교육과정의 획일적인 편성을 강요하는 교육청은 즉각 이를 중단하라!
▪ 교육청은 학교 교육과정 운영 방법에 대한 학교의 자율성을 침해하지 말고 학교자치의 관점에서 이를 보장하라.
▪ 교육청은 학교가 고교학점제 취지대로 교육과정을 정상적으로 편성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라.
1. 획일적으로 학기당 1학점씩 감축하여 총 29학점 편성을 강요하는 교육청
현재 각 시·도교육청은 수업량 적정화에 따라 학생이 고등학교 3개년간 이수해야 하는 총 학점 수를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적정화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교육청은 고등학교 3개년간 매 학기 1학점씩을 감축하여 학기당 총 교과 이수 학점을 29학점으로 획일적으로 통일하라고 안내하고, 이를 강행하고 있다. 놀라운 것은 교육청은 매 학기 1학점을 감축하라는 방침을 공문으로 수발하지 않고 구두 안내나 메신저로만 전송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학교 교육과정을 안내하면서, 책임은 회피하려는 교육청의 소극적인 태도에 실망감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러한 교육청의 모습은 현장의 반발을 사고 있다.
모든 고등학교에서 내년부터 학기 당 교과 30~31단위를 29학점으로 감축하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단위 수 감축은 당장 교과별 시수 변화로 인한 교원 수급 문제를 초래하는데 이는 선택 과목군 편성, 일과 운영, 시간표 편성 등 다소 복잡한 학교 교육과정 구조에 영향을 미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 계획(2021.2.17.) 및 단계적 이행 계획(2021.8.23.)’을 2015 개정 교육과정 일부 개정(2022.1.17.)에 반영하여 유연한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총 이수 학점을 기존 204단위에서 192학점으로 적정화하였다. 2015 개정 교육과정 일부 개정(2022.1.17.)에 따른 교육과정 해설서에 따르면 다음과 같이 제시되어 있다.
‘다만 수업량이 적정화 되었더라도 학교는 학생이 3년간 192학점을 균형 있게 이수하도록 학기별 수업량을 고르게 편성하는 것을 권장한다.’
상당수 시·도교육청은 ‘학기별 동일하게 1학점씩을 감축하라’로 위 지침을 해석하고 모든 고등학교에게 학교 교육과정을 이전 단위제에서보다 더욱 획일적이고 표준적인 교육과정을 편성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 해설서의 내용 중 ‘균형 있게’, ‘고르게’라는 의미는 결코 ‘학기별로 동일하게 1학점씩을 감축하라’는 의미는 아니다. 만약 ‘학기별 동일하게 1학점씩을 감축하라’는 의미였다면 이 문장 그대로 제시해야 한다. 그러나 이는 고교학점제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학교의 교육과정 운영 방법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중대한 실책이다.
고등학교 3개 학년 매 학기 교과 29학점 확보가 고3 교육과정의 파행을 어느 정도 막기 위한 최소의 가이드라인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획일적으로 1학점을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학기별 균형 잡힌 교육과정 편성 운영과 고3 교육과정 파행 운영 예방은 획일적 학점 제한으로 접근하기보다는 교육청의 학교 교육과정 편성 지원 방법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이다. 고3 교육과정의 파행적 편성과 운영에 대해서는 교육청 차원의 감독과 권고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교육청의 경직된 지침 해석으로 인해 현재 학교는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동안 고교학점제 취지를 살리기 위해 교육과정을 학기 단위로 편성하고, 3단위나 4단위로 단위수를 적정화해 온 학교에서는 학기당 1학점을 감축하기 위해 4단위는 3학점으로, 3단위는 2학점으로 편성하여 학생들의 과목의 충실한 이수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야기되었다. 더욱이 일반선택과목은 최소 3학점은 편성해야 한다는 기준으로 인해 2학점 편성이 불가하다. 선택의 여지 없이 진로 선택 과목으로 대체해야 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외에도 다양한 기형적인 학교 교육과정 편성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단위제에서 이미 3년간 학기당 단위 수를 유연하게 편성해온 학교는 느닷없이 3학년 2학기 24단위 편성을 29학점으로 되려 5학점을 증가시키고 다른 학기의 학점수를 대폭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일방적인 교원의 TO감을 우려하여 학교 교육과정의 판 자체를 뒤흔들어야 하는 상황까지 나타나고 있다. 물론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을 위해 학교 교원 수를 감축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학교는 일시적으로 담당과목 수업이 전혀 없는 교사는 다른 학교로 전근을 가거나, 교양 교과나 창의적체험 활동만을 담당해야 하는 극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2. 학교 일과 운영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교육청
192학점으로 감축하면서 학교 시간 운영이 7교시에서 6교시로 줄어드는 1시간을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운영할 것을 강요하는 교육청까지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는 학교 교육과정 다양화에는 소극적이었던 일부 교육청이 일찍 끝나는 것으로 인해 제기될 수 있는 학부모 민원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다.
교육청은 교육과정 해설서의 ‘수업량이 적정화됨에 따라 공강 시간, 소인수 선택과목, 학교 간 공동교육과정, 학교 밖 교육, 최소 성취수준 예방·보충지도 등 유연화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다.’의 의미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학생들의 과목 선택권 보장을 위해 지역 단위 공동교육과정 시간을 운영하거나 기존의 온·오프라인 공동교육과정을 줄어든 1시간을 활용하여 학생들의 방과 후 수업에 대한 학습 부담감을 줄여주어야 한다. 수업이 6교시로 끝나서 일과가 일찍 끝난다면 방과후 활동은 학생의 선택에 따라 하교가 될 수도 있고, 방과후 교육과정에 참여할 수도 있는 것이다. 7교시 하교를 맞추기 위해 인위적으로 7교시 공강을 만들어 운영하게 하는 것은 수업량을 적정화한 의도에 맞지 않으며, 학생들의 선택권과 휴식권을 침해하는 것이 된다. 공강은 일과 중 학생들의 선택에 의해 발생하는 것이지, 학생의 수업이 다 끝난 후에 학교에 붙잡아두기 위해 만드는 것이 아니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학교의 창의성과 상상력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교육청은 학교자치의 관점에서 학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어야 하며, 학교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도록 교육 3주체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운영해야 할 것이다. 교육청은 획일적 단위 수 감축을 지침으로 제시하기보다는 고교학점제의 취지에 맞게 개별 학교의 특수성을 감안한 자율적인 변화를 지지하고 격려해야 할 것이다. 교육청은 획일적 학점 제한보다 미이수 학생 지원이라든지 교원 수급 지원 등 현장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2022년 5월 19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교육과정디자인연구소·
좋은교사운동·참교육을위한전국학부모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