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봉화 8 길 : 자채 방앗길(부발역 - > 설성면 행정복지센타)
봉화 8길을 걷고자 부발역 광장에 이르니 눈길을 끄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이 조형물은 세계 정상에 우뚝 솟은 이천의 반도체 산업을 미래지향적으로 나타내고 있는 작품으로 전 세계 반도체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이천의 반도체 산업이 더 높이 찬란하게 도약할 것을 염원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세계를 향하여 찬란한 도약을 염원하고 있는 이천시 부발면은 고려 시대 외교관의 대명사인 서희 선생께서 태어나신 곳이다. 서희는 거란의 침입에 맞서 전쟁을 벌이지 않고 외교를 통해 평화적인 협정을 체결함으로써 전쟁의 참화를 막아낸 탁월한 외교관이시다.
외교는 협상을 통해 자국의 이익을 충족시킬 수가 있지만, 전쟁은 국력을 낭비하고 백성들의 삶을 도탄에 빠트리게 한다. 따라서 사람들과의 갈등을 해결함에 있어서 폭력이나 강압보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그것이 더욱 중요한 사실을 실증적으로 남겨 주었다.
다소 차가운 바람이 불지만, 하늘은 맑고 푸르다. 찬란한 도약을 염원하는 부발에서 봉화 8길을 걸어간다. 조형물이 서 있는 도로의 횡단보도를 건너 아마 성결교회를 오른쪽에 두고 신아로92번길을 걸어간다.
교훈 ‘인성이 바른 아미 어린이’, 교목 ‘소나무’, 교화 ‘개나리’라는 아미 초등학교를 바라보며 조선의 맥박들로 성장하기를 바라며 지나간다. 한적한 시골 마을인 줄 알았는데 자동차의 통행도 많고 보도에는 사람들의 통행도 잦은 복잡한 도시의 거리였다.
시내를 걸어갈 때는 갈림길이 많아 전봇대에 부착된 표지기에 신경을 집중하며 걸어가는데 서로 다른 곳으로 가는 세 갈래의 길에서 영동 고속도로 ‘이천 IC 들날머리’란 글자가 쓰여 있는 굴다리를 통과하여야 했다.
도로를 걸어갈수록 부발 시내는 읍소재지가 아니라 지방의 어떠한 시에 비교하여 더욱 발전된 모습을 보여준다. 수도권의 읍과 지방 도시의 읍과의 차이일까? 아니면 세계적인 기업인 SK하이닉스의 위력일까?
옛말에는 ‘수양산의 그림자가 강동지방의 8백리에 미친다’라고 하였고. 삼성의 총수는 천재 1명이 일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하였는데 세계적인 기업을 소유하고 있는 읍이 어떠한 곳인지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발전된 도시의 풍경을 보면서 걸어가 경충대로 사거리에 이르니 봉화길을 알리는 표지판이 반대 길의 전봇대에 매달려 있어 횡단보도를 건너 이르렀지만, 지도와는 가는 방향이 맞지 않았다.
지도와 유도 표지기가 일치하지 않을 때는 지도를 따를 것인가? 아니면 표지기를 따를 것인가? 이리저리 가는 길을 확인하고 지도가 인도하는 경충대로 2050길을 오른쪽에 두고 진행하였다.
표지판의 착오로 인한 방황에서 벗어나니 긴장이 풀린 탓인지 배고픔이 밀려와 순대국으로 아침 식사를 하였다. 성인 공자께서 ”밥을 먹는 것도 잊을 만큼 학문에 몰두한다‘ 고 하였는데 우리는 걷기에 열중하여 아침을 먹는 것도 잊고 봉화길 걷기에 몰두하고 있었던 것일까?
아침을 먹고 새롭게 걷기 시작하는 기분으로 현대 3차@단지를 지나고 영동 고속도로 사동교 굴다리를 통과하여 사동3,6,9,2를 알리는 마을 표지석이 세워진 지점에 이르렀다.
“사동리는 평야 지대에 자리한 농촌 마을이다. 자연마을에는 뱀골, 새뱀골 등이 있다. 뱀골은 뱅골, 사동이라고도 하며 지형이 뱀처럼 생긴 데에서 유래한 지명이다”라고 네이버 지식백과는 설명하고 있지만, 농촌 마을이란 표현은 요즘에는 누가 그렇다고 동의할 수가 있을까?
다만 부발 시내 중심가에 비교하여 다소 낙후된 모습을 보이지만 농촌 마을의 모습은 완전히 벗어나 도시의 외곽지역으로 손색이 없는 발전을 이루고 있는 곳이었다.
초지2리 사동5리 마을을 알려주는 표지석을 지나 한국 기독교 역사박물관에 이르렀다. ‘예수 사랑’이란 글자를 새긴 돌비석이 눈에 띈다. 불교의 慈悲, 유교의 仁, 기독교의 사랑을 다시금 새겨보고 박물관을 왼쪽에 두고 걸어가 대월면 초지리 들판에 이르렀다.
부발읍이 도시로 탈바꿈되었다면 초지리는 여전히 예전 그대로의 농촌 마을을 유지하고 있었다. 도시에서 농촌 마을로 진입한 것이다. 풀이 무성하게 자라난다는 뜻에서 풀초草자를 써서 초지리라 하였다.
끝이 보이지 않은 드넓은 들판은 아니지만, 경계가 분명한 바둑판 같은 질서 정연한 논, 밭에서 농부들이 흘렸던 땀방울의 결실을 느낄 수는 없었지만 새로운 생명을 탄생하기 위한 따스한 바람이 감싸고 있는 것 같은 기운을 느꼈다.
초지리에서 구시리 마을과 들판을 지나 자연 하천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말없이 보여주었던 양화천을 다시 만났다. 반가웠다. 천을 따라 둑길이 일자로 곧게 뻗어있고. 천의 좌, 우에는 넓고 넓은 여주 평야가 펼쳐있다.
드넓은 들판을 가로질러 말없이 흐르는 양화천은 그 물로써 논, 밭의 농작물로 하여금 푸른 녹음과 황금 물결의 결실을 이루게 하고 그 농작물을 우리가 섭취하며 윤택한 생활을 하고 있으니 저 흐르는 물은 바로 생명수였다.
천혜의 조건을 갖춘 이곳 양화천의 여주 평야에서 자채미가 생산되었다. “자채벼는 이천 지방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재배되었던 양질의 재래종 벼를 말하는데, 밥맛이 유별나게 좋아 임금의 수라상에 올리는 진상품으로 유명”했다고 한다. (경기얫길 옴페이지)
『동국여지승람에도 ‘땅이 넓고 기름져서 백성은 많고 부유하다’라고 일컬는 벼농사로 이름난 지역에 펼쳐있는 둑길에서 흥을 이기지 못하고 신바람 난 사람이 춤을 추듯 사뿐사뿐 노래를 부르며 걸어가 자채방아 마을에 이르렀다.
자채 마을은 자줏빛을 띠는 토종 쌀로 조선 시대 왕실에 진상되던 쌀인 자채미를 생산하고 도정을 하던 마을이라 하여 붙여진 이름인데 봉화 8길을 조성하면서 자채 방앗길로 정하고 그 의미를 이렇게 설명하였다.
“ 자채 방앗길은 사계의 변화를 누릴 수 있는 결실의 길입니다. 이천시 중심을 가로지르는 복하천과 그 지류 일대의 모심기부터 벼가 황금빛으로 물들 때까지 농부들이 흘리신 땀방울의 결실을 체험하는 길이기도 합니다. 자연의 섭리에 따라 변화하는 주변의 풍경을 느끼며 걸어 보시길 바랍니다.”
마을에는 양화천을 중심으로 드넓게 펼쳐진 들판을 조망할 수 있는 무우정이란 정자가 있었다. 최초에 지어진 정자는 허물어졌고 지금의 정자는 이 고장(군량리) 출신으로 군량리의 많은 역사와 민속을 복원한 김병일씨가 사재로 복원하였다고 하였다.
군량 2교를 지나며 고만고만한 동산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비록 하늘 높이 솟았지는 않았지만 서로 뗄에야 뗄 수 없는 한줄기로 뻗어있는 산세에서 힘찬 기운을 느끼며 걸어갈 때 ‘에계 바위’ 유래비가 있었다..
에계 바위는 여강의 잉어가 용이 되기 위해 노성산 물을 먹으러 올라왔다는 전설이 서린 양화천 가에 서 있는 바위인데 바위 동쪽에 양녕대군이 임고정을 짖고 세종이 내린 쌀로 술을 빚어 기녀들과 춤과 노래를 즐겼다고 하였다.
길에 취하고 풍경에 취하여 콧노래도 부르며 때로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세상을 비판도하는 등 설레는 마음이 끊이지 않고 걸어온 길이 어느덧 대월면, 모가면을 지나고 설성면에 이르렀다.
“설성면이라는 지명은 장호원읍과 설성면의 경계를 이루는 설성산(雪城山)의 정상에 '설성(雪城)'이라 부르는 성이 있어 유래했다고 한다. 그것이 한자 표기상 설성(雪星)으로 바뀌었다고 할 수 있다“(네어버 지식백과)
장천2리를 지나 성호 호수 연꽃단지에 이르렀다. 연꽃은 흐리고 탁한 물속에서 피어났지만, 그 아름다움을 잃지 않아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그 고통을 이겨내고 우뚝 선 인간의 모습을 상징하여 만인으로부터 찬사를 바다는 꽃인데 이곳에 연꽃의 10가지 덕성을 적어 권면하고 있었다.
離諸染汚 : 연꽃은 진흙탕 속에 살지만, 흙탕물에 물들지 않으며
不與惡俱 : 연꽃은 한 방울의 오물도 용납하지 않는다.
戒香充滿 : 연꽃은 냄새는 사라지고 향기만 가득합니다.
本體淸淨 : 연꽃은 언제나 푸르고 맑은 줄기나 잎을 유지합니다.
面相喜怡 : 둥글고 원만한 모양을 보고 있으면 마음을 즐겁게 해 줍니다.
柔軟不澁 : 연꽃의 줄기는 부드럽고 유연하여 비바람에도 부러지지 않는다.
見者皆吉 : 연꽃을 보고 있으면 모두 좋은 일만 생긴다.
開敷具足 : 연꽃은 꽃을 피우면 꼭 열매를 맺습니다.
成熟淸淨 : 연꽃은 만개(萬開)하면 그 빛이 곱고 아름답습니다.
生已有想 : 연꽃은 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그 기품이 남다릅니다.
청정, 순결을 상징하는 연꽃 그리하여 중국의 주돈이 선생은 ‘국화는 꽃 가운데 은자이고, 모란은 꽃 가운데 부귀한자이며, 연꽃은 꽃 가운데 군자라고 하였다. 눈을 들어 연못을 바라보니 쓰러진 줄기뿐인데 눈을 감으니 내동 연꽃단지, 선원사 연꽃단지가 눈앞에 나타났다.
연꽃단지 정문을 통과하니 그림 같은 성호저수지가 펼쳐있다. 그리고 가야 할 설성산이 나지막이 솟아있다. 장천 1리를 지나 금당1리에 이르니 설성 주민 센터가 반갑게 손을 내밀고 있었다.
● 일 시 : 2024년 12월04일 수요일.맑음
● 동 행 : 김헌영 총무님
● 행선지
- 08시39분 : 부발역 1번 출구
- 09시15분 : 초지2리, 사동5리 표지석
- 10시10분 : 한국 기독교 박물회관
- 11시10분 : 자채 방아 마을
- 12시40분 : 장천2리 버스 정류장
- 12시55분 : 성호 호수 연꽃 단지
- 13시10분 : 설성면 주민 자치 센타
● 총거리 및 소요시간
- 총거리 : 20km
- 소요시간 : 4시간31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