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서(3)
갈릴래아 호수
갈릴래아 호수는 팔레스티나에서 자연경관이 매우 아름다운 곳이다. 성경에서 킨네렛 호수, 티베리아스 호수, 겐네사렛 호수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갈릴래아 호수는 예수님의 활동과 관련된 중요한 장소들 중의 하나이다.
▲ 이스라엘 생명의 젓줄인 갈릴래아 호수는 예수께서 선포하신 하느님 나라의 풍요로움과 은혜로움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보여준다. 사진은 갈릴래아 호수 전경.
위치와 지형
갈릴래아 호수는 팔레스티나의 북쪽에 위치한 담수호(淡水湖)로, 오늘날에도 중요한 식수원이다. 헤르몬 산에서 발원한 요르단 강과 다른 지류들이 이 호수로 흘러들어 온 뒤 다시 요르단 강을 통해 남쪽의 사해(死海, Dead Sea)로 흐른다. 갈릴래아 호수의 남북 길이는 약 21km이고, 동서의 너비 중 가장 넓은 데가 약 12km로 전체 호수의 둘레는 52km 정도이다. 호수는 지중해 해수면보다 210m 아래에 위치하며 수심은 약 40m이다.
호수에는 약 22종류의 물고기가 서식하는데 그중에서 사도 베드로의 이름을 딴 베드로의 물고기(St. Peter’s Fish)가 유명하다. 예수님 시대처럼 오늘날에도 어업은 중요한 산업이다. 호수의 수면은 통상 잔잔하나 갑작스런 돌풍으로 엄청난 파도가 일어나기도 한다.(참조 마태 8,23-27; 14,24-33)
구약성경의 갈릴래아 호수
구약성경에서 갈릴래아(Galilee)는 여호 12,23; 20,7; 21,3; 1열왕 9,11; 2열왕 14,29; 1역대 6,67; 이사 9,1 등에서 언급되지만 갈릴래아 호수라는 명칭은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민수 34,11; 여호 12,3; 13,27에서 킨네렛(Kinnereth) 호수라고 불린다. 이 명칭은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이 즐겨 사용하던 악기인 비파(harp)를 뜻하는 히브리어 킨노르(kinnor)에서 유래한 듯하다. 왜냐하면 이 호수가 비파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호수의 물결 소리가 비파 소리와 같았기 때문이기도 하였으리라.
▲ 하늘에서 본 갈릴래아 호수
신약성경의 갈릴래아 호수
마르 1,16; 7,31과 마태 4,18; 15,29 등에서는 갈릴래아 호수라는 명칭이 사용된다. 루카 5,1에서는 겐네사렛(Gennesaret) 호수라고 하는데, 이 이름은 호수 북서쪽에 있는 평야의 이름이 그리스어로 겐네사렛인 것에서 유래하였다. 요한 6,1에서 갈릴래아 호수는 티베리아스(Tiberias) 호수라고도 불리는데, 이 명칭은 기원후 18년에 세워져서 갈릴래아 지방의 수도가 된 도시인 티베리아스에서 따온 것이다.
예수님은 갈릴래아 호수에서 어부 네 사람을 첫 제자로 부르셨고(마르 1,16-20 병행), 호수 주변의 여러 지역에서 활동하셨으며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시기도 하셨다. 호수의 풍랑을 가라앉히시기도 하셨고(마르 4,35-41 병행), 물 위를 걸으시기도 하셨다.(마르 6,45-52 병행)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장소도 갈릴래아 호수이다.(요한 21장)
▲ 갈릴래아 호숫가의 비옥한 땅
요세푸스가 기록한 갈릴래아 호수
성경 이외의 고대 문헌 중에서 갈릴래아 호수에 대해 묘사하는 것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Flavius Josephus)의 『유다 전쟁사』이다. 요세푸스는 기원후 38년경에 태어나 100년경에 죽은 유다인 역사가였다. 그는 로마 제국에 대항하여 66~70년에 일어난 제1차 유다 봉기의 시작, 진행, 결과 등에 관한 역사 기록인 『유다 전쟁사』를 75년에서 79년 사이에 저술하였다. 『유다 전쟁사』 3권 506~509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겐네사렛 호수라고 불리는 것은 인접한 지역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호수의 너비는 40스타디온, 길이는 140스타디온 정도이다. 길다란 형태인 호수로 물맛이 달아 식수로 적합했다. 호수의 물은 두터운 침전물이 있는 늪지대의 물보다 더 맑고 깨끗했는데 이는 호수 전체를 둘러 자갈이나 모래로 이루어진 둑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길어 올린 물은 항상 적당한 수온을 유지하고 있으며 강물이나 샘물보다 맛이 부드럽고 시원하다. 넓은 호수의 물 치고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 지역 주민들이 여름날 밤에 하는 것처럼, 호수의 물을 떠서 공기 중에 놔두면 눈같이 차가워진다. 이 호수에 서식하는 물고기들은 그 맛과 모양이 다른 곳의 물고기들과는 다르다. 호수 한가운데는 요르단 강이 가로지른다.”
그리고 『유다 전쟁사』 3권 516~518에는 갈릴래아 호수, 즉 겐네사렛 호수 북서쪽에 있는 겐네사렛 평야에 대한 묘사가 있다.
“겐네사렛 호수 주위에는 겐네사렛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뛰어난 지역이 있다. 이곳의 토양은 매우 비옥하기 때문에 온갖 종류의 식물들이 자라고 주민들은 모든 종류의 작물을 재배한다. 기후도 다양한 종류의 작물이 자라기에 적합하다. 다른 식물에 비해 특히 서늘한 기온을 필요로 하는 호두나무가 대량으로 재배된다. 높은 기온에서 잘 자라는 종려나무들 근처에는 온화한 기후를 좋아하는 무화과와 올리브나무가 자란다. 여러 작물들을 한곳에 모아놓고 서로 경쟁을 벌이게 하는 자연의 내기 광경을 보는 듯하다. 그리고 이 지역을 차지하기 위해 사계절이 서로 우아한 다툼을 벌이고 있는 듯이 보인다. 이곳의 토지는 함께 재배할 수 있다고 생각조차 못할 다양한 과실을 맺게 할 뿐 아니라 잘 익은 열매가 오랫동안 열릴 수 있게 해준다.”
▲ 배는 갈릴래아 사람이 그랬듯이 예수님의 주요 교통수단이었다. 갈매기가 날아다니는 갈릴래아 호수는 워낙 넓고 깊어 바다라는 표현이 어울린다.
갈릴래아 호수에서 발견된 배
1986년 1월경 이스라엘에 큰 가뭄이 들어 갈릴래아 호수의 수면이 낮아지게 되었다. 당시 부근의 기노사르(Ginnosar) 키부츠에 살고 있던 루판 형제는 가뭄으로 드러난 호수의 개펄 위를 걷다가 어떤 배의 형체를 우연히 발견하였다. 그 후 이스라엘의 고고학자들에 의해 체계적인 발굴이 진행되어 마침내 2월 26일에 배 전체가 드러나게 되었다. 약 2천년 동안 갈릴래아 호수 속에 잠겨져 있던 예수님 시대의 배가 역사상 최초로 발견되는 순간이었다. 길이가 8.2m, 폭이 2.3m의 목선인 이 배에는 돛이 있었고 열세 명가량이 탈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이 배의 연대 측정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었다. 선박 제조술뿐 아니라 배와 함께 발견된 토기와 등잔에 대한 분석, 그리고 사용된 나무 조각에 대한 탄소연대 측정의 결과 이 배는 기원전 1세기에 만들어졌고 기원후 70년경까지 사용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배는 종종 “예수님 배(the Jesus boat)”라고 불린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이 배와 예수님과의 관계를 입증할 그 어떤 증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배가 예수님 당시의 사람들에 의해 물고기를 잡거나 호수를 건너기 위해 사용되었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현재 이 배는 기노사르 키부츠의 이갈 알론 센터(Yigal Allon Centre)에 보관되어 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
천주교 광주대교구
남동 5.18 기념성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