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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정책연구소 6.13지방선거 결과 토론자료집20180620.hwp
2018년 지방선거 결과 분석과 진보정치의 과제
김장민(새로하나 집행위원, 정치학 박사)
I. 2018년 지방선거 결과 분석
2006년 지방선거는 박근혜 테러 사건으로 한나라당이 53. 76%를 얻으며 압승하였다. 반면 2004년 총선은 열린우리당이 득표율에서 앞서며 압승하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51.42%를 얻었는데, 다당구조라는 것을 감안하면 2006년 선거보다 더 압도적인 구도에서 치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민주노동당, 사회당, 창조한국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정의당, 노동당, 민중당 등 진보정당들의 득표율 합계를 보면 2002년 지방선거 9.72%, 2004년 총선 13.22%, 2006년 지방선거 12.3%, 2008년 총선 12.6%, 2010년 지방선거 10.87%, 2012년 총선 11.86%, 2014년 지방선거 8.93%, 2016년 총선 8.22%, 2018년 지방선거 10.18% 등 10% 내외이다. 이 합계에는 녹색당 계열은 제외하였으며, 민주노동당 분당 직후인 2008년에는 창조한국당이 들어갔으며, 2010년 지방선거에는 국민참여당이 제외된 수치이다.
한나라당이 압승하였던 2006년 지방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은 열린우리당과 달리 12.06%를 얻으며 선전하였다. 민주노동당 분당 직후 2008년, 통합진보당 사태 직후 2014년 선거에서 진보정당들은 상대적으로 고전하였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진보정당의 득표율 합계 10.18%는 과거 평균치를 회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번 선거는 탄핵 역풍이 불었던 2004년 총선보다 훨씬 진보개혁 바람이 불었다는 점에서 이번 진보정당들의 성적표는 2004년 보다 저조하다고 볼 수 있다.
2. 2018년 지방선거 결과
1) 전체 결과
정의당은 243명을 출마시켜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26명 등 37명의 당선자를 냈다. 경기도의회 비례에서는 진보정당 최초로 2명(이혜원·송치용)의 당선자를 배출했고, 인천(조선희)과 충남(이선영) 지역도 2002년 광역비례대표제를 도입한 이후 첫 진보정당 당선자가 나왔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정의당 당선자는 모두 11명이었고 광역의원은 한명도 없었다. 기초의원 비례대표 선거에서도 정의당은 2014년에 기초 1명이었지만 이번 선거에서 9석으로 바른미래당 2명, 평화당 3명보다 많은 당선자가 나왔다. 인천에서 배진교(22.01%) 남동구청장 후보와 문영미 남구청장 후보(11.23%)가 두 자릿수 득표율을 기록했다. 광주 나경채(5.99%), 전북 권태홍 후보(5.43%)만 겨우 5% 벽을 넘어섰다.
정의당은 8.97%의 지지를 받으면서 전체 정당 중 3위를 기록했으며 이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으로 전국 정당을 표방했던 바른미래당(7.62%)보다도 높은 득표율이다. 정의당과 함께 국회 교섭단체(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를 꾸린 민주평화당은 1.68%에 그쳤다. 2014년 지방선거 지지율(3.61%)과 2016년 총선 비례(7.23%) 득표, 2017년 대선(6.17%)에 걸쳐 정의당의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했다.
정의당이 서울에서 5명의 기초의원 당선자를 낸 것은 민주노동당 전성기를 뛰어넘는 성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제2당으로 볼 수 있는 호남에서 특히 광주에서 당선자가 민중당 보다 적다. 특히 울산에서 전혀 당선자를 내지 못함으로써 진보정당으로서 노동자 기반이 허약함을 알 수 있다.
민중당은 270명(국회의원 재보선 출마 3인 포함)이 출마하여 광역비례 득표에서 0.95%의 득표율을 얻었고, 기초의원 선거에서 1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중당 소속 지방의원은 31명이었다.
민중당의 광주시 광역비례 득표율은 4.59%로 정의당 12.77%에 비해 낮지만 기초의원 당선자 수는 앞섰다. 민주평화당이 8% 득표하고 자유한국당은 2% 바른미래당도 5% 미만으로 득표하여 진보정당은 광주에서 과거와 마찬가지로 제2당이라고 볼 수 있다. 기초의원의 경우 민주당이 2명을 공천하더라도 3등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다.
광산구 가선거구에서 민주당이 4명을 공천하였으며, 정의당이 후보를 냈지만 민중당 후보은 17.67%를 얻으며 압도적인 2등으로 당선되었다. 북구 라선거구와 서구 나선거구에서 민주당이 3명을 공천하고 정의당이 후보를 내지 않았으며 민중당 후보는 3등으로 당선되었다. 전남과 전북에서 정의당과 민중당이 일부 당선자를 낸 것도 광주와 비슷한 구도이기 때문이다. 경기도의 윤경선, 안소희 후보는 다선 후보로 당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당선되었다.
결국 민중당의 성적은 선거구도로 결정되었다. 민중당이 3자 구도에도 들 수 없고 뚜렷한 재선후보가 없는한 결국 당선가능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도는 향후에도 변화될 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민중당의 앞날은 어둡다고 볼 수 있다.
원외 진보정당을 보면 노동당은 과거 사회당 수준으로 당세와 당 지지율이 떨어지고, 특히 녹색당에게도 뒤져 정당으로서 전망이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노동당은 광역의원과 기초의원에 각각 6명, 8명, 비례대표에는 9명 등 23명의 후보를 출마시켰다. 울산 중구의회 가선거구에 출마한 이향희 후보가 23.0%으로 후보 3명 중 3위에 그쳤다.
원외 진보정당 중 녹색당이 총 32명으로 가장 많은 후보를 냈다. 구체적으로 보면 서울시장과 제주지사 등 광역단체장 후보 2명, 강남구청장 등 기초단체장 후보 1명, 전국의 기초의원 후보 12명, 비례대표 후보 17명 등 32명의 후보를 냈으나 당선자를 내지 못하였다. 제주지사 선거에서 3.53%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쳤으며, 서울에서도 정의당 후보를 제쳤다.
녹색당은 여성후보를 내세우며 환경과 여성이라는 의제를 부각시켰으나 햐후 정당명부제가 확대되지 않는 한 진보정당들과도 경쟁해야 하므로 소선거구에서 당선자를 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 울산시 선거 결과
울산지역 노동자 수는 민주노총 조합원 7만 명을 포함해 약 55만 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울산지역 유권자 94만 2550명의 절반이 넘는다. 민중당, 정의당, 노동당 등 진보 3당 울산시당과 민주노총 울산본부는 이번 지방선거에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민중당)를 비롯해 민중당 소속 34명, 정의당 소속 9명, 노동당 소속 4명, 노옥희 울산교육감 후보(무소속)등 48명을 민주노총 지지후보로 출마시켰다.
노옥희 후보 교육감에 당선되었지만 정의당은 울산지역에서 당선자를 내지 못하였다. 울산시 광역 비례 득표율을 보면 정의당이 6.45, 민중당이 5.32, 노동당이 1.74, 녹색당이 0.47%를 얻었으며 이를 합하면 13.98%이다.
울산북구 기초 비례득표율은 민중당이 14.45%이고 다른 당은 출마자를 내지 않았다.
2006년 지방선거 광역 비례 득표율을 보면 민주노동당이 26.79%였으며 울산북구 기초 비례 득표율은 48.39%였다. 2010년 지방선거 광역 비례 득표율을 보면 민주노동당이 34.73%, 진보신당이 6.16%, 사회당이 0.62%였다. 이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울산북구 기초 비례 득표율은 57.01%였다.
민중당은 울산에서 시장, 구청장 등 34명을 출마시켰으나 울산북구에서 기초의원 1명만 당선시켰다. 김창현 울산시장 후보는 4.7%에 그쳤고, 구청장, 시의원, 구의원에 입후보한 민중당 후보들은 울산북구에서도 자유한국당에 밀려 3위에 그쳤다.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 나선 권오길 후보는 진보진영 단일후보임에도 14.6%에 그쳤다.
3) 교육감 선거 결과
교육감 선거에서 17개 시·도 가운데 진보 교육감 후보가 14곳을, 보수 후보는 2곳(대구·경북), 중도 후보는 1곳(대전)을 차지하였다. 현직 교육감은 12명이 출마해 모두 당선됐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조희연, 경기, 이재정, 인천 도성훈 후보 등 모두 진보 성향의 후보들이 당선됐다.
전교조와 민교협 등 진보 출신 후보들이 당선되었다. 17명 가운데 14명이 전교조 성향이고, 이 중 10명은 전교조 위원장이나 지부장을 지낸 전교조 출신이다. 전교조 출신 교육감은 '교육감 직선제'가 전면 도입된 2010년에 두 명(강원 민병희, 광주 장휘국)이 당선된 이래, 2014년엔 8명, 이번엔 10명으로 늘어 처음 절반을 넘겼다. 조희연(서울)·김석준(부산)·김승환(전북) 당선자는 모두 민교협에서 임원이나 회원으로 활동했다. 이재정(경기) 당선자는 성공회대 총장 출신의 진보 지식인이다.
특히 민주노동당 출신이 교육감에 당선되었다. 울산에서는 2006년 민주노동당 울산시장 후보로 나섰던 진보 성향의 노옥희 후보가 첫 진보교육감으로 배출됐으며, 부산도 역시 2006년 부산시장 후보로 나섰던 진보 성향의 현 교육감 김석준 후보가 재선하였다.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진영이 선전한 것은 정당공천이나 정당 선거운동이 없기 때문에 선거가 사실상 경력이나 공약 등을 놓고 치러지는 무소속 후보들간의 경쟁이기 때문이다. 또한 전교조나 민교협 등 교육계에 진보진영이 많기 때문이다.
4) 무소속 당선자
무소속을 보면 광역단체장은 1명, 기초단체장은 17명, 광역의원은 16명, 기초의원은 172명이다. 이번 선거에서 보수진영의 몰락으로 인해 다당제 정당구조가 붕괴되었다. 따라서 과거 보수정당이 석권하던 지역에서 보수정당 출신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하여 많이 당선되었다. 기초의원의 경우 경북은 의원 정수가 적음에도 60명의 무소속 당선자가 나왔고, 경남과 강원도 다른 지역에 비해 무소속 당선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따라서 원희룡 제주지사의 선거에서 보듯이 자유한국당 간판 보다는 무소속이 더 나은 셈이다. 경기도나 경남의 경우 자유한국당 후보들이 새로운 정치를 선언하고 무소속 출마를 했다면 더욱 선전하였을 것으로 보인다.
개혁 진보진영의 무소속도 비슷한 맥락이다. 기초의원 무소속 당선자를 보면 전남이 32명, 전북이 28명인데, 이는 구 민주당 계열이 분열로 인해 무소속이 증가한 것으로 봐야 한다. 서울 3명, 경기 2명, 부산 1명 등 나머지 지역에선 무소속 후보가 거의 없다.
강북구 구본승 의원은 민주노동당 시절인 2010년 구의원에 당선되었고, 2014년에 이어 이번 선거에서 무소속으로 당선되었다. 구본승 의원은 정의당이나 민중당을 선택하지 않고 무소속을 고집하고 있다. 정의당에 결합하지 않은 과거 민주노동당 출신 정치인들의 고민을 읽을 수 있다.
II. 지방선거 이후의 정치 전망
1. 2018년 지방선거 결과의 정치적 의미
작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지배한 구도는 박근혜 정권과 보수정당에 대한 탄핵의 연장선이다. 박근혜, 최순실에 대한 재판이 아직도 진행되고 있고, 자유한국당이 여전히 박근혜의 정당이라는 인식이 국민들 사이에서 깊게 각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각종 적폐가 아직도 밝혀지고, 이명박 대통령이 구속되는 상황은 전체 보수정당이 탄핵되는 결과로 나타났다. 또한 최근의 남북수뇌회담, 북미정상회담 등 한반도 정세는 문재인 정권의 허니문 기간을 연장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의 앞날이 마냥 밝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국민들이 향후 경기 침체를 실감할 것이고, 부동산 경기의 경우 최고점에서 하락하고 있다. 한반도 정세도 과거 북미관계를 보더라도 언제든지 냉각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문재인 외교안보정책이 경제정책 등 내부문제를 완화시켜주지 못할 것이다.
박근혜, 최순실, 이명박 재판이 끝나고 각종 적폐도 마무리되면 탄핵국면도 끝나게 되고 현 정권에 대한 견제심리도 다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2020년 총선은 아직도 2년 정도가 남았기에 그때은 탄핵 프리미엄은 없을 것으로 보이고,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가 쟁점으로 될 것이다.
이번 선거로 2강 2중 1약의 개혁, 수구보수, 중도보수, 진보정당의 구도가 1강 1중 3약의 구도로 전환된 셈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러한 새로운 구도에 부합하는 정계개편이 자연스럽다.
일단 자유한국당은 당명을 바꾸는 수준이 아니라 해체하고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어 2년 후 총선을 대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유한국당 의석수가 113석이나 되기 때문이 이런 기득권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다. 만약에 자유한국당이 당을 유지한다면 2020년 총선에서 설사 문재인 정권 심판론이 조성된다고 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사이에 있는 제3지대 정당들은 사실상 제3세력으로서 위상을 상실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집권민주당과 대안 보수정당의 2강구도로 이미 정치개편이 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다만 원내교섭단체라는 기득권을 유지하면서 형식적으로 제3정당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진보정치가 통합되었다면, 최소한 통합진보당이 해산되지 않았다면 이번 선거에서 진보정치는 반보수 열풍에 힘입어 더 많은 득표를 하였을 것이다. 정의당은 겨우 민주노동당의 과거 아성에 겨우 근접했을 뿐이다.
하지만 민주노동당은 과거 울산과 같은 진보정치 지역에서 일부 소선거구에서 승리하였지만 민중당과 울산 광주 등에서 경쟁해야 하므로 자기 힘으로 소선거구 선거를 승리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고 봐야 한다. 즉 정의당은 앞날은 분당 전의 민주노동당을 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수구보수 세력이 소선거구제의 문제점 즉 정당득표율과 의석분포율의 왜곡을 주목하고 정당명부제를 확대하는데 주력한다면 2020년 총선에서 정의당이 약진할 수 있다.
정의당은 이 상태로만 가면 최소한 민주노동당 시절의 당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의당의 내부 역학구도, 과거의 상처, 민중당의 지지부진을 고려할 때 정의당은 진보정당 통합을 전혀 고려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당명부를 확대하지 않는 한 당세를 급격히 확대하기 어렵고, 이념적으로나 인적 구성에 있어 내부 정립도 필요한 상황이다. 내부 혁신을 하지 않는다도 해도 정의당은 장기적으로 민주노동당가 같은 진보정당의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이 진보정당 통합이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지 않는다면 정의당이 과거 민주노동당 수준으로 서서히 당세를 늘리겠지만 정의당 밖의 진보정치 세력들은 제도권에 진입하지 못하고 노동당의 사례에서 보듯이 사실상 천천히 고사하거나 민중당처럼 원외 운동정당으로 고착될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 밖의 진보정치 자원이 유실되는 셈이다.
민중당은 현재로서는 제도정당으로 성장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당대당 통합이 현재로서는 어렵기 때문에 기층 민중조직과 함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는 방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느 것도 어렵다면 조직을 보존하고 천천히 확대해나가면서 수구보수가 낙인 찍은 통합진보당의 오명을 씻고 미래의 진보정당 통합이나 건설을 대비할 수밖에 없다.
2. 진보정치의 선택과 민중의 정치세력화
진보정치의 통합, 혹은 새로운 진보정당의 건설은 여전히 절실하다. 첫째, 민중당뿐만 아니라 정의당에 결합하지 않은 과거 민주노동당 자원들이 제도권 정당에 진입해야 하는 요구가 여전하다. 둘째, 정의당의 한계로 인해 한반도 정세의 급변으로 인해 평화와 통일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진보정치 구심이 필요하다. 셋째, 노동계 역시 노동자의 정치세력화와 노동현안의 정치의제화라는 측면에서 명실상부한 진보정당이 필요하다.
하지만 진보정치의 통합, 내지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의 필요성은 있지만 이를 가능케 하는 경로는 각 주체의 내부 문제로 인해 불투명하다. 먼저 정의당의 태도변화가 없는 한 기존의 정당간의 통합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민중당이 이번 선거로 인해 그 한계를 명백히 드러냈기 때문에 통합운동이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을 주도할 수 있는 조건도 아니다.
그렇다면 과거 민주노동당 건설에서 보듯이 기층 대중조직들이 통합이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에 나서는 것이 순리이다. 하지만 기층 대중조직들은 전농이 민중당을 조직적 지지하는 것에서 보듯이 당 건설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이 적다. 민주노총은 형식적으로는 특정 정당에 얽매여 있지 않으나 그 내부를 보면 정의당, 민중당, 노동당, 급진정당 등으로 조합원과 활동가들이 얽혀 있다.
즉 기존의 정당들 태도가 변하지 않는 한 정당의 입장에서 자유롭지 못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통합운동이나 새로운 정당 건설에 나서기도 힘들다. 냉정히 말하면 각 주체들이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통합이나 당 건설은 당분간 어렵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진보정치의 통합이나 새로운 진보정당 건설은 여전히 포기할 수 없고 시도될 수밖에 없다. 일단은 정의당까지도 현재 구도에서 2020년 총선에서 비례대표 이외에 지역구 당선자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심상정, 노회찬이 영원할 수 없을 것이고 특히 울산, 창원 등에서는 매 선거마다 통합이나 연대의 압박이 지속될 것이다.
전체 진보정치의 자원이 확대되면 진보정당 통합이나 건설도 힘을 받을 수 있다. 평화운동, 통일운동이 한반도 정세를 타고 확대되면서 전체 진보정치의 토대가 확대될 것이다. 최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세에서 보듯이 민주노총의 조직률이 일정 부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과거 비정규직이었던 젊은 조합원들이 늘고 있다. 촛불 이후 2018년 4월말 까지 조합원이 7만명 가량 늘어났다. 개혁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 공공부문 노조가 탄압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
노동정세와 한반도정세가 비등하는 시점에서 민중운동 진영 내에서 제대로 된 진보정당에 대한 요구는 점차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세가 좋다고 해도 노동자, 농민, 빈민 등 민중들과 활동가들이 큰 틀의 진보정당의 필요성을 느끼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문제는 민중운동을 분열시키고 있는 각 정파적 이해관계와 정파적 활동가들의 태도이다. 정파가 활동가를 대중조직에 보내고, 대중조직의 간부를 정파활동가로 유입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대중조직의 단결에 훼손을 줄 수 있는 경우 정파는 일단 정파적 이해관계를 뒤로 하고 정파적 이익은 추후에 합리적인 방식으로 도모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정파지도자와 정파활동가들이 대중조직과 정파의 관계를 제대로 정립하지 않고 대중조직을 장악하려고만 하면서 대중조직을 분열시키고 있다. 따라서 무엇보다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려는 자세가 정파적 활동가들에게 요구된다.
중이 스스로 제 머리를 못 깎는다고 과거 잘못의 당사자들인 활동가들이 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어려움이 있다. 다행스런 점은 대중조직의 지도자는 정파보다는 전체 조직의 단결을 중요시해야 하는 입장이므로 활동가에 비해 정파구도에 직접적으로 구속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하지만 대중조직의 지도자는 활동가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큰 틀의 정당건설에 나갈 수 없다. 그런데 정작 활동가들은 정파에 얽매여 있고 과거의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사실상 진보정당에 대한 큰 전망에 좌절하고 있다. 대중조직의 활동가들이 관성에 몸을 맡겨 정치운동이 아니라 조직운동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고 본다.
이런 조건에서 대중조직의 지도부가 큰 틀의 진보정당 건설의 결의를 추진한다고 해도 그 결의가 힘 있게 모아지거나 결의를 제대로 추진할 수도 없다. 따라서 대중조직의 지도부는 먼저 반성과 대안 찾기부터 시작하는 혁신운동을 전국적으로 밑바닥부터 이끌어가야 한다. 지도부가 그런 대중의 요구를 만들어 낼 때 정파구도와 체념에 빠져 있는 활동가들의 적극적인 결의와 실천을 유도할 수 있다.
정파지도자 역시 대중조직에게 정파적 이익을 고집하여 깃발만 내세운 채 천천히 고사되거나 정파 조직운동에 매몰될 것인지, 아니면 대중조직과 진보정치의 성장 속에서 자신의 정파적 이해도 장기적으로, 순환적으로 충족시켜나갈 것인지에 대한 결단을 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기층대중조직과 민중운동 진영 지도부는 새로운 노동정세와 한반도정세에서 대외적으로 민중운동을 확대하는데 주력하면서도 대내적으로 대중들과 활동가들이 진보정치 단결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진보정치의 대혁신운동을 전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