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을 발설한 아내 때문에 우물에서 승천하지 못한 노인
전라북도 남원시 화정동의 한우물 마을에는 예부터 ‘하늘이 내려준 샘’이라고 알려진 한우물이 있다.
원래 한우물 마을은 '연화리'라 불렸는데, 1625년에 김해 김씨가 정착하면서 한우물 마을이 되었다.
이 마을에는 가뭄에도 항상 솟아나는 샘이 있어 샘의 이름을 ‘한우물’이라 지었고, 한우물을 통해 교룡산의 정기가 솟아난다고 하여 마을의 이름도 ‘한우물 마을’로 바꿨다고 한다.
지금도 한우물에 관한 이야기는 왕정동 일대에 전해지고 있으며, 매년 정월 대보름날이면 한우물에서 용이 되지 못한 우룡(牛龍)을 위해 우물제를 지내고 있다.
우물에 자신의 묘를 쓰려 했던 노인
옛날 교룡산 남쪽 기슭에 위치한 한우물 마을에는 후처와 아들 삼 형제를 둔 노인이 살고 있었다.
노인은 남다른 혜안을 갖고 있어 마을의 우물이 천하의 명당임을 알고 있었다.
노인은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직감하고 아들 삼 형제를 불러 놓고 유언을 하였는데, 이때 아내는 남이기 때문에 들으면 안 된다고 하여 유언을 듣지 못하게 했다.
노인은 “아들들아! 마을에 있는 우물이 천하에 하나뿐인 명당자리이니, 반드시 내가 죽으면 나의 목을 베어 우물에 넣어야 한다,
그러면 삼 년 후에 복이 되어 우리 집안은 크게 번성하고, 대대로 훌륭한 인물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삼 년 동안 이 비밀이 지켜지지 못한다면 큰 재난을 입게 될 것이다.”라고 했다.
이때 노인이 무슨 말을 하는지 너무 궁금했던 아내는 밖에서 몰래 엿듣고 있었다.
이후 아버지가 죽자 효성이 지극한 아들들은 아버지의 유언대로 목을 베어 우물에 넣고 장사를 지냈다.
노인이 죽은 지 삼 년이 채 되지 않았을 무렵, 계모와 아들 삼 형제가 크게 다투게 되었다.
화가 난 계모는 마을 사람들에게 “불효자들이 아버지가 죽자 목을 베어 우물에 넣었다.”라고 떠들고 다녔다.
이 말을 들은 마을 사람들은 깜짝 놀라 며칠에 걸쳐 우물의 물을 퍼냈는데, 이때 하늘로 막 승천하려고 했던 검은 소가 앞발을 쳐들고 울부짖으며 연기처럼 사라지고 말았다.
그날 이후로 마을은 황폐해졌고, 우물에서는 매일 귀신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마을에 이상한 일이 계속 발생하자 마을 사람들은 용한 무당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었는데, 무당은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검은 소의 한을 풀지 않으면 마을이 망할 것이니, 얼른 굿을 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에 마을 사람들은 굿을 통해 검은 소의 한을 풀어주고, 우물을 메워 버린 후 위쪽에 새로운 우물을 파서 현재까지 보존하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