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돌아 한시연 (기본반, 전문반, 창작반 수강후기)
안녕하세요. 작가님들~
저는 한국 시나리오연구소의 기본반, 전문반, 창작반을 마치고 이제 공모반 개강을 앞둔 수강생입니다. 기본반 수업을 들을 때만 해도 제가 한 기관에 이렇게 오래 적을 두게 될지 상상하지도 못했습니다.
처음 드라마를 쓰겠다고 마음먹은 후부터 한*레, 한국드**아카데미, K*S 아카데미의 드라마 수업을 어디 하나 진득하니 수강하지 못하고 들락날락하다 보니 어느덧 3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거든요. 각 기관의 수업마다 가치 있는 시간을 제공했지만, 정작 제가 글을 쓰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 됐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요. 이전 수업을 비하할 의도는 없습니다. 그저 저는 초보 지망생으로서 대본을 쓰는 HOW TO가 필요했지만, 그 부분에서 아쉬웠다는 의미로 받아주시면 좋겠어요.
시간만 흘렀을 뿐 작가가 되겠다는 의지며 자신감은 물론 글 쓰는 능력조차 퇴화하고 있을 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시연을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나름 글의 언저리를 기웃거린 세월이 있고, 처음 수업을 듣는 것도 아닌데 기본반부터 수강해야 한다니 조급함이 들었던 게 사실입니다.
다른 기관에서는 선생님이 작법 이론이나, 전문가의 입장에서 분석한 유명한 작품들을 먼저 풀어주시기 때문에, 제 지식이 얼마나 미천한가를 느끼며 열심히 받아적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한시연의 수업은 보다 본질적인 부분을 고민하는 작업부터 시작되서 이게 맞나?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이론 수업 후 각자 알아서 써간 대본에 합평을 받았던 타 기관의 수업과 달리 한시연의 수업에서는 한마디 주제를 로그라인으로, 한 단락으로, 3장으로, 10장으로, 20장으로 늘려가는 전 과정에서 선생님과 동기들의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그야말로 말이 되는 대본을 만들기 위해, 뼈대부터 단단히 다지는 느낌이었어요. 극은 특이한 소재나 설정보다는 인물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고, 그 인물이 변화하는 과정을 재미있게 그리는 게 관건이라는 것을 뼛속에 새기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만든 시놉시스를 대본화했을 때는 촬영 현장에서 쓰일 작업지시서로서의 대본이 어떻게 하면 주제를 가장 잘 전달할 수 있을지 코칭을 받습니다. 기본반에서 한 단어의 주제로 시작해서 창작반 수업까지 마친 제 대본은 처음으로 대본이라 불릴만한 것이 되어 있었습니다. 사실 앞으로 계속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원동력은 이런 순간들이 모여야 가능한 것 같아요. 나도 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미한 불빛, 그것이 제가 한시연에서 수업을 들으며 얻은 것입니다.
가끔 제가 지난 3년을 방황하지 않고 한시연 수업을 먼저 들었으면 어땠을까 상상합니다. 벌써 데뷔를 해있을까요? 신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확실한 건 잘 쓰인 대본 몇 개는 가지고 있을 거라는 겁니다. 작가로서 제일 필요한 기본자산을 갖추게 되는거죠.그런 의미에서 한시연에서 처음으로 수업 들으시는 분들이 가장 부럽긴 합니다.
이제부터는 정진하는 일만 남은 것 같아요. 그 과정에서 한시연 동기님들과 선생님들이 따스한 울타리가 되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기본반부터 지금까지 제 글에 시간과 에너지를 써주신 동기님들 선생님들, 이 기회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출처] 돌고돌아 한시연 (기본반, 전문반, 창작반 수강후기) (한국시나리오연구소) | 작성자 신은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