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업부장 · 이 준 원
무궁무진한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우주산업 발전이 미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우주 발사체는 한번 사용하면 버리고 다시 만들어야 하 므 로 막 대 한 고 정 비 용 이발생한다. 그동안 우주를 무대로 한 비 즈 니 스 아 이 디 어 들 이많았지만 높은 발사 비용이라는 진입장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2015년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이 등장하면서 우주산업은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등 글로벌 기업가들이 막대한 금액을 우주에 투자하고 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펀딩으로 무려 20억 달러를 조달했다. 최근 펀딩을 통해 추정한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는 무려 740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이에 뒤질세라 제프 베조스도약 100억 달러 가치의 아마존 주식을 팔아 Blue Origin에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모든 것은 재사용 발사체의 발전으로 우주 진입을 위한 비용이 많이 감소하면서 가능해졌다. 과거의 우주경쟁은 강대국들의 체제 선전을 위한 프로파간다 성격이 강했으나 현재 우주 탐사는 경제적 이익에 그 초점을 두고 있다. 비용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했던 저궤도 위성군 구축이 발사 비용이 낮아진 덕분에 가능해지면서 위성통신과 고해상 지구관측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한 사업 아이디어들이 구체화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사물간의 통신인 IoT의 발전을 촉진하여 도심 항공교통(UAM) 등 다양한 미래사업이 우리 현실이 될 예정이다.
이러한 발사체 발 우주 혁명의 시대 속에 누리호 발사가 의미하는 바는 크다. 비록 탑재체인 ‘더미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안착시키는 데에는 실패했으나 탑재체 분리와 700km 고도 도달에 성공해 우리나라 우주과학기술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 기술적 난관으로 생각한 1단 클러스터링 기술 엔진과 연소 기술, 1단과 2단 분리, 점화, 2단과 3단 분리, 페어링 덮개 분리 등을 모두 국내 기술로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우주발사체의 첫 발사 성공 확률이 통상 30% 내외라는 점을 고려하면 첫 시험발사로써 매우 훌륭한 성과다.
하지만 누리호의 쾌거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시작이 되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발사체를 무기로 우주시장에서 우리 몫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심지어는 재활용 발사체 기술에서 가장 앞서 있는 스페이스 X조차도 아직은 혁신의 초기단계에 있을 뿐이다. 로켓 재사용 횟수를 늘리고(2018년에 일론 머스크는 하나의 로켓이 퇴역할 때까지 최대 100회 재활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선포하였다), 1단 로켓뿐 아니라 2단 로켓까지 재사용이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경쟁이 한참이다.
우주산업의 발전은 크게 3단계로 나눌 수 있다. 기존의 Old Space는 우리에게 익숙한 정부 주도의 모델이다. 이단계에서는 수요와 공급을 모두 국가가 담당한다.
이후 정부의 우산 아래에서 민간기업들이 성장하는 Mid Space 단계가 있다. 여전히 대부분의 수요를 정부에게 의지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는 민간의 참여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하나둘씩 우주 사업을 표방하는 기업들이 생겨나기 시작하고, 민간의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촉매가 되어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발전한다. 마지막 3단계인 New Space에 도발하면 목표설정부터 개발, 사업운영까지 모든 단계를 민간이 수행하게 된다. 미국은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다는 일각의 비판에도 불구,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긴 호흡으로 자국의 우주기업들을 후원했고 그 결과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New Space에 진입할 수 있었다.
한편 우리나라는 아직 전형적인 Old Space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였다. 단 최근 정부가 우주산업 육성을 위한 의지를 피력하고 나서면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이에 화답하는 것처럼 일부 기업들이 선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이제 우리도 다음 단계인 Mid Space로 넘어가고 있다 .
발사체는 다양한 우주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필수 인프라다. 그동안 국내에서는 국가연구기관인 항우연이 척박한 환경 속에 분투하며 발사체 시장을 이끌어 왔다. 덕분에 우리는 엔진, 연료탱크, 소재 등 우주발사체를 위해 필요한 핵심기술에서 수준 높은 기술을 확보할 수 있었다. 누리호 발사 성공은 그동안 우리가 쌓아온 기술력을 증명한 기념비적인 사건이라고 할만하다.
이번 누리호 발사로 우리나라는 이어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1t 이상의 실용급 위성을 탑재 가능한 우주발사체를 개발할 수 있는 나라로 주목받고 있다. 중대형 우주발사체의 핵심기술인 75t급의 로켓엔진과 클러스터링 기술 개발의 성공으로 향후 우주 개발도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우리가 우주 탐사를 뛰어넘어 본격적인 우주개발에 나서려면 산업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저비용. 성능 절충의 양산형 발사체가 필요하다.
누리호의 성공을 발판으로 기업들은 더 큰 활약을 해야 한다. 정부는 심층 우주탐사 등 도전적인 미래 과제에 집중하고 기업들은 누리호의 성공을 토대로 발사체 산업화에 집중해야 한다.
NASA와 Space X가 그랬고,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주를 다음 먹거리로 점 찍은 일본의 JAXA와 미쓰비시도 같은 성장 패스를 걷고 있다. 경제성 있는 비용으로 원하는 때에 우주로 우리 위성을, 나아가 우리 우주인을 보낼 수 있어야 우주를 무대로 하는 글로벌 비즈니스 경쟁에서 밀리지 않는다.
내년에는 발사체 민간 역량을 확보하기 위한 발사체 고도화 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발사체 독자기술 확보를 이어 대한민국 우주산업을 대표할 다음 키워드는 민간 기반 우주생태계 구축이 되어야 할 것이다. K스페이스의 한해였던 2021년의 기운을 이어가 내년 2022년에는 더 많은 진전을 이뤄낼 한해가 되길 기대해 본다.
필자 소개
스페이스허브 발사체사업부 사업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