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수유 꽃 필 때면
/김진원
산수유 꽃 필 때면
남녘의 봄을 캐러간다
산 넘어 섬진강 이르니
노란치마 갈아입은 곱디고운 새색시 화사하다
앳된 속살 보이며 술래라도 하듯
단잠이라도 청하듯
봄이 주는 황홀경
산수유 꽃 눈빛미소에 빨려들어
낯익은 봄빛과 조우한다
눈앞에 이쁘게 화장한 꽃밭이 있고
섬진강 가는 실개천 졸졸 흐르니
돌담 가 햇살 온기만으로도
싱그러운 기쁨이다
정감에 젖는 아늑한 이 하루
알싸한 봄빛향기 스며들어
꽃처럼 해 맑으니
하루길 멀다 해도
해 지는 줄 모른다.
2.
당신 그 아름다운 이름. 3/12
/ 김진원
당신 그 아름다운 이름
잊고 잊어 또 잊어도
저녁달처럼 떠오르는
못잊을 이름이여!
당신 아름다운 그 이름
이슬 젖은 풀밭에 살아
신음 우는 이름이여!
꽃잎에 알록달록 물들어 가는
당신이 그리움찬 이름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아프게 서려있는 이름이여!
3.
봄이 오는 길목에서. 3/15
/이해인
하얀 눈 밑에서도
푸른 보리가 자라듯
삶의 온갖 아픔 속에서도
내 마음엔 조금씩
푸른 보리가
자라고 있었구나
꽃을 피우고 싶어
온몸이 가려운 매화 가지에도
아침부터 우리집
뜰 안을 서성이는
까치의 가벼운
발걸움과 긴 꼬리에도
봄이 움직이고 있구나
아직 잔설이 녹지 않은
내 마음의 바위 틈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일어서는 봄과 함께
내가 일어서는 봄 아침
내가 사는 세상과
내가 보는 사람들이
모두 새롭고 소중하여
고마움의 꽃망울이 터지는 봄
봄은 겨울에도 숨어서
나를 키우고 있었구나.
4.
수필&소설
김진원 3/14
인빈지단(人貧智短)
- 사람이 구차해지면 지혜가 옅어진다
‘가난 구제는 나라님도 못한다’는 말이 있어서인지 가난을 인정하고 반어적으로 말한 경구가 제법 된다
‘너무 적게 가진 것이 가난이 아니라 더 많은 것을 바라는 사람이 가난하다’,
‘가난은 수치가 아니라 단지 불편한 것’,
‘아무도 가난을 훔치려 하지 않을 테니까 그 사람이 부자‘
맹자는 ’빈천한 상황에서도 의지에 변함이 없다면(貧賤不能移/ 빈천불능이)‘
그런 사람이 대장부라고 했다
하지만 以食爲天(이식위천), 밥이 하늘인 보통 사람들이야 금강산 구경도 식후경인데 대장부고, 도덕이고 모두 사치일 뿐이다
중국 堯(요)임금 때 태평성대를 노래한 鼓腹擊壤(고복격양)은
백성들이 굶주리면 나올 수 없다
한 노인이 배를 두드리고 땅을 치면서 덕을 찬양한 것은 요임금이 농민들의 의식주 걱정을 하지 않게 했기 때문이다
가난에 대해서 가장 직설적인 말이 있다
사람이 가난하면(人貧) 지혜가 얕아진다(智短)고 했다
먹고 살기 바쁘다면 다른데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사람이 가난하고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되면 생활을 하는데 불편할 뿐 아니라 어떤 일이 닥쳐도 헤쳐 나갈 용기를 잃고 매사에 나약하게 된다
禪宗(선종)의 통사로 알려진 ‘五燈會元(오등회원)’에서 유래한 말이다
宋(송)나라 때 普濟(보제)의 명으로 제자 慧明(혜명) 등이 傳燈錄(전등록), 廣燈錄(광등록) 이하 다섯 가지의 燈史(등사)를 모았다는 이 책은 禪(선)의 대의를 밝힌 입문서로 평가된다
한 수행승이 五祖法演(오조법연) 선사에게 조사님의 가르침을 여쭈었다.
선사가 말했다.
‘사람이 구차해지면 지혜가 짧아지고, 말이 여위면 털이 길어 보이는 법이다
(人貧智短 馬瘦毛長/ 인빈지단 마수모장).’
자신을 변화시키는 수행을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어떠한 면에서든 단점
‘明心寶鑑(명심보감)’ 에서는 이 말을 확장한다
‘사람이 가난하면 지혜가 얕아지고, 복에 이르면 마음이 슬기로워진다(人貧智短 福至心靈/ 인빈지단 복지심령).’ 省心篇(성심편) 상편에 있다
빈부에 대해 이런 말도 이어진다. ‘가난하게 살면 장터에서도 아는 사람이 없고, 넉넉하게 살면 깊은 산골에 살아도 친구가 찾아온다
(貧居鬧市無相識 富住深山有遠親/ 빈거료시무상식 부주심산유원친).’
管子(관자)가 말한 ‘의식이 풍족해야 영욕을 안다
(衣食足則知榮辱/ 의식족즉지영욕)’는 뜻을 몰라서 행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요즘 젊은이들이 발등에 떨어진 문제인 의식주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가정을 꾸리고 나라를 위할 수 있을 텐데 갈수록 어려워진다고 한다
청년층이 기력을 잃고서야 어찌 앞날의 희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내가 지금의 경지에 이르기 위해 얼마나 열심히 일하고 또 일 했는지 사람들이 안다면 아마 하나도 위대해 보이지 않을 것이다." - 미켈란젤로
5.
장하의 시간. 3/15
/ 김진원
혹독한 겨울바람이
냉랭한 가슴속에 파고들었을 때
희망의 봄은 오는가
마음에 다독이고
지루한 장마보다 더 측은한 삶은
인생의 쓴 맛을 본다
혼돈과 공허의 불길은
숨을 쉴 수 없게 장막을 태우고
내 안에 절망의 사슬은
갈수록 겹겹이 엉켜
넘어야할 언덕은 높아만 보인다
육신은 고단한 그래프를 그려내고
곤혹스런 미간의 그림자는 지워지지 않는다
부딪쳐 이겨내기엔
만만한 시련이 아닌 참혹한 여정을
정신없이 허덕이면서 걸어가
감당하지 못할 경계선에 이르러
두려운 파고 앞에
지쳐 쓰러져 손내밀었다
믿었던 친구들은 다 떠났다
......
믿음의 용기가 약속의 말씀을 삼킨다
돕는 친구가 있었는가
무거운 짐을 대신 져준 고마운 님이 있었는가
끝까지 나를 살려주는 무한사랑
그런 친구 하나 있었는가
시련을 당해 쓰러진 나를 일으키고
무거운 짐을 져주는 님이 있다는 건
행운이고 진정 고마운 일이다
두려운 터널을 빠져나가면
감격의 파아란 빛이 기다릴진데
거기서 나는 심호흡하고
님의 은혜를 찬미하는
장하의 시간을 걷고 싶다.
~공유~
첫댓글
감사해요
즐거운하루돼세요.
나에 고향 산수유 마을에는 이번 주부터 산수유 축제 한다고 하는데...
아~~ 지금 달려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