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무너질라" 불안한 농성동 |
입력시간 : 2012. 07.09. 00:00 |
농성·화정 하수관거BTL 현장 곳곳 부실공사 징후
"연약지반 고려 않은 졸속 공사" 주민 불안 호소
"'또 어디가 꺼지고 금이 갔나' 살피는게 일상이 되버렸죠. 도로 다 꺼지고 건물도 무너지게 생겼으니…. 보세요. 어디 불안해서 살겠나."
광주 서구 농성동에 사는 창모(67)씨가 집 앞 골목에 앉아 땅이 꺼질 듯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수 십년 동안 창씨 가족의 보금자리였던 2층 양옥집이 올 초부터 무너질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반이 꺼지고 있는지, 집안 곳곳 문틀에 변형이 와 문 여닫기도 어려워지더니 건물 내·외벽 곳곳에 한 눈에 봐도 심상치 않은 균열이 늘고 있다.
건물 기둥은 땅 아래로 쪽으로 내려 앉으면서 시멘트로 단단했던 바닥은 파도에 일렁이는 물결마냥 울퉁불퉁 변해버렸다.
건물과 골목길 사이에는 어른 손이 숭숭 드나들 만큼의 틈새까지 벌어졌다. 갈라진 틈으로는 건물 아래 땅 속까지 훤하게 들여다 보였다.
더욱이 집 바로 앞 전봇대는 무너지는 지반을 견디지 못하고 앞으로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급한대로 흙을 채우고 시멘트를 발라뒀지만 금이 가고 꺼지는 현상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비단 창씨의 집만이 아니다. 인근 화정로 253번길에 위치한 건물 상당수가 창씨 집과 같은 비슷한 현상을 보이고 있다.
창씨는 "불과 4개월 사이에 벌어진 일이다. 집 안에 앉아 있는 것도 겁이 날 때가 많다. 이러다 동네 전체가 폭삭 주저앉지는 않을까 겁이 난다"고 말했다.
광주시하수관거정비사업 BTL2관로 공사구간 주민들의 불안감(본보 3월 26일자 5면)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8일 광주하수관거 안전공사를 위한 농성·화정동 주민 비상대책위원회(대책위)에 따르면 '광주시 08하수관거정비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이 진행중인 광주 서구 농성·화정동 일대에 지반침하가 의심될 만한 상황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더욱이 이곳은 상습침수구역인 탓에 주민들은 장맛비에 큰 피해를 입게되진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화정로 253번길 180m 구간은 하수처리장의 운영 효율을 높히기 위해 지난 3월부터 지하 3.5m를 굴착해 1천200㎜의 대형 시설오수관로를 매립하는 공사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주민들은 공사구간이 하천을 매립한 연약지반지역으로 상습 침수구역인데다 폭이 불과 6m 남짓한 도로에 무차별 공사가 진행되면서 지반 침하와 함께 주택과 도로에 균열 현상이 나타나는 등 문제가 속출하고 있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공사 시행 전 정확한 지질조사 조차 이뤄지지 않은 졸속공사라고 주장했다.
당초 시공사 측은 별다른 시공법 없이 지표면에서 아래쪽을 향해 비교적 넓은 면적을 굴착하는 '오픈컷'으로 하수관거를 묻으려다 지반 침하·균열 등이 발생하자 그제서야 지반 갈라진 틈에 특수 약품을 투여해 지지력을 높이는 'LW그라우팅 공법'으로 변경했다는 것이다.
더욱이 시공법이 변경되는 사이 상·하수도, 광케이블 선과 같은 통신관 등의 이설을 이유로 6~7번의 무차별 땅파기가 이뤄져 지반약화를 심화시켰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박형민 대책위 조직국장은 "공사구간 일대에서 발생하고 있는 지반 침하와 건물 균열, 담장 붕괴 등의 현상은 사전 계획성 미흡한 졸속공사를 알리는 명확한 증거"라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공사인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시공사 측은 공사로 인한 재산상 피해는 100%를 원상복구 한다고 했지만 앞서 공사가 마무리된 남구 주월동 일대에 대한 보수와 배상은 1년이 넘도록 광주시와 떠넘기기만 하고 있으니 주민들이 더 불안해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08하수관거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은 지난 2008년 12월 광주시가 발주해 금호건설이 시공중인 사업으로 모두 927억3천100만원의 민간사업비가 투입돼 서구 화정·농성동, 남구 주월·봉선·진월·방림·월산동 등 7개동 일대의 하수관거를 정비하는 사업이다.
주현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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