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
이규자
볼이 터지도록
날마다 풍선을 부는 여자
조금만 힘을 줘도 터질 것 같은
아차하면 날아 갈 수도 있는
그 꿈을 오늘도 불고 있다
커지지 않는 위험한 풍선을 붙들고
힘들게 바람을 밀어 넣는다
언제쯤 날아오를까
가야할 길은 아득한데…
이제는 마음마저 바람이 들었는지
곱게 물든 무늬 새기며
가슴까지 바람을 넣고 있다
높이 오르길 갈망하는 그 여자
가슴이 터지도록 늦깎이의 희망을
가득 넣고 있다
지상에 착지하지 못한 나는
오늘도
오르지 못한 하늘만 바라본다.
아버지의 등
이규자
이른 봄,
지난 장마에 떠내려간 다리를 다시 잇습니다
소나무가지를 베어 황토를 얹어 길을 냅니다
맨발로 건너면 장딴지 까지 젓던 그 개울
이제는 내려다보며 건너갑니다
솔향기 그윽한 다리 위로
바삐 가시던 아버지의 힘겨운 걸음을 보았습니다
등 뒤에는
축 늘어진 할머니의 하얀 버선발이 흔들거렸고
아버지 마음은 초를 다투었습니다
풍으로 쓰러진 어머니를 업고 병원 다니던 길
출렁거리는 다리는 십여 년을 동행했습니다
구순이 된 아버지,
빈 손과 빈 등이 된 지 수십 년
지금 아버지의 어깨는 또 무겁습니다
점점 기울어지는 야윈 그 등에
풍으로 쓰러진 내 어머니가 매달려 있습니다
이른 봄 다시 놓던 섶다리처럼
해마다 아버지의 등은 출렁입니다
카페 게시글
‥──‥원고 제출방
원고 -이규자
이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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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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