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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아Q정전 | ||
지은이 | 루쉰 | 출판사 | 문학동네 |
◯ 줄거리 요약 및 느낀점 등
매주 토요일 오전, 한 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아들이 교육을 받는 심리센터에서 지루함을 달랠 겸 응접실의 책장에 있던 루쉰의 단편집을 꺼내어 읽게 되었다.
'광인일기', '공을기', '약', '내일' 등, 두~세 페이지 분량의 짧은 글들이었지만 하나같이 시대 상황을 현실적으로 반영한데서 오는 절박함이 느껴져, 한 편 한 편을 공들여 읽어야만 했다. 20세기 초 서양 문명의 유입과 세계 각국의 전쟁으로 인한 급격한 시대 변화의 중심에서 중국 국민들이 겪어야만 했던 갖은 고초와 좌절들이, 우리 민족의 역사에도 거울처럼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음을 감지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매 주 새로운 제목을 마주할 때마다 적지 않은 기대감을 품고 글읽기를 재촉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루쉰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아Q정전'을 따로 구해 정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출판사의 최신 번역본을 신청하게 되었다.
시대는 신해혁명 전후로, 저자(글 속 글쓴이)는 성명을 정확히 알지 못 하는 '아Q'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정전(바르게 전하여 오는 전기)'의 형식으로 써 나간다.
아Q는 최하층의 농민 신분으로, 재산 한 푼 없이 사당에서 지내며 날품팔이로 근근이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데, 가령 동네 건달들과 괜한 시비거리가 생겨 흠씬 두들겨 맞고는, '스스로 경멸하고 업신여기는 데에는'이라고 말을 제하고 '첫째가는 사람'이라는 말만 남겨,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식이다. 갖은 굴욕적 사건을 겪으면서도 그가 자존심을 꼿꼿이 세우고 살아갈 수 있는 건 바로 이러한 생각하는 방법 때문이었다. 패배에 대한 인식은 전무하며 현실을 왜곡하는 이러한 태도는 한때 대중적으로 유행했던 정신승리라는 말과 뜻을 같이 한다. 그러던 중 신해혁명이 발발하게 되면서 일어난 각종 변화(단발령, 서구문물의 유입 등)로 인해 아큐는 자신을 괴롭히던 '자오 나리'가 두려워하고 사람들의 당황하는 모습을 보면서 '혁명도 좋은 것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고, 신분 상승의 달콤한 꿈을 꾸면서 혁명당에 열성적으로 가입하려 한다. 그러나 혁명 주도자(지배 계층)들이 그를 혁명당에 넣어주지 않고, 아큐는 남의 물건을 훔쳤다는 누명을 쓰고 혁명당에 의해 사형당하게 된다.
역사는 변화를 필연적으로 동반한다. 사람들의 생각은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바뀌어 가는 과정에서 하나의 세력으로 합치기도 하고, 서로 반목하여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과연 변화의 지표가 올바른 곳을 향하고 있는가' 하는 것인데, 수없이 반복되는 역사를 무수히 되짚어 보아도 도무지 알 수 없는 것이 바로 이 '변화'가 일어난 이후 미래의 모습이다. 루쉰은 급변하는 시대의 한 가운데에서 자국민들의 밝은 미래를 열기 위해 평생을 두고 고민했으며, 아큐정전을 통해 그 변화의 방향을 날카롭고도 분명하게 제시해 준다. 하층민이지만 유교 경전을 읊고, 자존감을 세워 가며 대단한 존재인 척 하지만,
아큐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바르게 보지 않고 실패와 패배의 원인을 되짚어 볼 줄도 모르는 채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심지어는 과거에 묶여 있는-혹은 부재하는-승리를 위하여 혁명당 가입을 시도하다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다. 이 모든 내용은 당시 대다수의 중국인들이 갖고 있던 패배의식을 상징하며, 이를 과감히 탈피하여 맨 밑바닥-하층민-부터 현식을 직시하고, 변화에 적응하여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는 루쉰의 생각을 뒷받침하는 토대가 되고 있다. 이후 변화의 물결을 타고 현재에 이른 중국은, 비록 문화적으로 성숙하지는 못했으나 경제적으로는 그 성장의 한계를 가늠할 수 없을 만큼 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나라가 되었다.
지금 우리나라에도 또 다른 변화의 물결이 일렁이고 있다. 정권교체를 통한 '나라 바로 세우기'가 바로 그것이다. 경제성장으로 우뚝 선 우리나라의 뿌리와 기둥에 섞여있는 불순물들-부패, 위법, 낮은 시민의식 등-을 철저히 제거하여, 건강한 국가로 재건하는 것이 오늘 날 우리 모두에게 주어진 사명이다. 이것은 비단 현 세대에 국한된 명제가 아닌, 앞으로 우리나라를 살아가야 할 모든 이를 위해서 반드시 실현해야 할 과제이며, 모든 국민이 마음을 모아 추진해야할 역사적 과업이다. 아큐의 '정신승리'를 과감히 버리고, 혁명당의 겉핥기식 변혁을 단호히 물리치고, 우리 민족이 올바르게 나아가야 할 방향을 궁구하고 건전하고 생산적인 미래를 향해 전진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