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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길의 발자국을 바라보다
-아픔과 살아가는 이들의 《바깥은 여름》(김애란)을 읽고 나눈 책 대화 최종 보고서
이여진 박서현 민경민 조민재 광동고 2학년 5반 duwls5814@naver.com
우리는 수많은 풍경들을 스쳐 지나온다. 그 풍경에는 비가 오는 날, 무더운 햇빛이 내리쬐는 날, 바람이 선선한 날, 그리고 눈이 오는 날까지 다양한 모습의 하루를 담고 있다. 누군가는 여름을 맞이하고 있을 때 또 다른 누군가는 겨울이 겪는다. 가장 행복했던 날이 누군가에겐 눈물 없이 보낼 수 없었던 비극의 날이었다면 어떠한가? 이것은 감정이 주는 고통이다. 참으로 많은 감정들을 겪는다는 것, 우리가 겪어야 할 슬픔의 감정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슬픔, 우리의 삶 속에서 떼어 놓고 싶은, 하지만 떼어 놓을 수 없는 감정이다. 이런 슬픔의 감정은 예측 불가의 날씨처럼 우리에게 갑자기 찾아온다. 여름날 내리는 소나기는 어쩌면 우산이 없는 어떤 이에게 큰 고통이 아니었을까.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감정은 무엇일까? 행복? 슬픔? 사람마다 생각은 다르겠지만 우리 조가 가장 먼저 떠올린 감정은 슬픔이었다. 청소년 행복지수만 봐도 OECD 22개국 중 우리나라는 20위이다. 이것이 우리가 행복보단 슬픔이 먼저 떠오른 이유가 아닐까. 자식의 죽음, 반려견의 죽음, 언어의 죽음, 남편의 죽음 등 누군가의 상실을 다룬 이 책은 이별을 한 번쯤 겪어본 우리의 눈을 이끌었다. 우리 조는 자신이 겪은 아픔 혹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자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길 원했다. “행복 뒤엔 불행, 불행 뒤엔 행복” 행복한 순간에도 다음에 일어날 불행에 걱정이 앞서는 우리에게 가장 필요했던 것은 ‘평범’한 날이었다.
나란히 걷고 있는 두 계절
우리 모둠이 택한 ‘바깥은 여름’의 책 표지는 한 여인이 문을 열고 들어가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푸른 하늘색이 눈에 띄는 팩의 표지는 여름의 풍경을 형상화한다. 바깥은 여름, 안은 겨울을 의미하는 것일까? 또, 눈에 띄는 두 개의 문. 하나는 굳게 닫혀 있지만 하나는 열려있는 문의 모습은 다른 분위기를 나타내는 듯 보인다. 표지는 책을 대표하는 그림으로 어쩌면 책의 주제를 나타내는 그림이다. 우리 모둠은 그림은 물론이고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하였다.
민재: 너희는 책 표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일단 나는 여자아이가 문을 열고 들어가기를 망설이는 듯 보였어. 문을 열고서 여름인 밖으로 나가보려고 해도 다시 겨울이 반복되는 느낌을 받은 거 같달까?
여진: 오, 나랑 비슷한 관점으로 바라봤구나. 나도 행복과 불행의 순환을 또 다른 문을 열며 다시 추운 계절로 돌아가는 모습처럼 그린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어.
경민: 나도 책 표지가 매우 흥미롭다고 느꼈어. 마치 책 표지의 모습이 책 속의 일련의 사건들을 3인칭 시점으로 바라보는 것을 연출한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
서현: 나는 표지의 그림보다는 책 표지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글귀를 살펴봤어. 책 속의 주인공들의 마음 속은 겨울이지만 바깥은 여름이라고 표현하며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을 더 비극적이고 극대화해서 표현한 것 같더라.
여진: 나도 제목에 대해서 생각해봤는데, 파란색의 벽과 민소매를 입은 듯 보이는 여인의 모습이 마치 여름의 계절이 떠오르더라고. 바깥은 여름, 왜 제목이 ‘바깥은 여름’일까 생각해보니 괜찮은 듯 보이는 삶 속에도 추운 겨울이 존재한다는 것을 경민이가 얘기한 3인칭 시점으로 이야기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
여름을 나타내는 듯, 밝은 색의 파랑과 노랑이 책 표지를 장식하고 있지만 우리 모두 이 표지를 보고 나서 고통과 슬픔을 떠올렸다. 처음 책 표지를 봤을 땐 너도나도 들었던 의문들이 책을 읽고 난 후 다시 책 표지를 보며 이해할 수 있었다, 누군가의 어두운 풍경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을 다른 이의 관점으로 바라봄으로써 그들의 고통을 공감할 수 있었음을. 우리는 하나의 같은 그림을 보고도 서로 다른 생각을 가졌다. 나는 표지의 모습을 분석하고, 서현이는 책의 전체적 분위기를 떠올렸다. 우리들의 생각은 맞고 틀리고가 없었다. 그저 우리는 저자가 행복과 슬픔의 형태를 여름과 겨울의 계절로 비유하려 했음을 이해했을 뿐이었다.
그들이 사는 세상
‘바깥은 여름’은 단편 모음집으로 여러 주인공들의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특히 삶을 사는 데 있어 우리가 겪는 다양한 일들 중 ‘상실’에 대한 키워드를 집중으로 한 이야기들을 말이다. 각자가 겪어 온 환경이 다르기에 공감하고 이해되는 이야기들이 다른 우리는 책 속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우리가 책을 보고 느낀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하였다.
서현: 책 속에 다양한 소설들이 있었잖아. 읽으면서 각자 소설 속 인상 깊었던 인물과 자신이 생각하는 그의 세계관에 대해 말해보자!
여진: 나는 소설 노찬성과 에반에서 노찬성의 할머니가 생각나더라. 처음에 할머니가 무성의하게 대꾸하는 모습에서 차가운 성격인 줄 알았는데 찬성이의 휴대폰을 가지고 싶다던 말을 기억하고 중고 폰을 받아오는 모습에서 자식에 대한 사랑이 깊음을 느꼈어.
서현: 맞아. 나도 찬성이가 에반이 자신을 물려 했다고 할머니한테 말했을 때 누워계시던 할머니가 찬성이 다쳤는지 확인하려 일어난 모습을 보면서, 할머니가 찬성이를 많이 아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어.
여진: 그치! 그리고 노찬성이 개를 들여왔을 때 할머니는 ‘내 손자 밥도 잘 못 챙겨주는데’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며 할머니는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라 생각했어. 책임의 무게에 대해 잘 알고 계시니 개를 키우는 것에 대해 꺼려했던 것이 아닐까 생각해.
경민: 나는 여진이와 다르게 찬성이에 대해 생각해봤는데 찬성이는 핸드폰을 가진 후부터는 에반을 무시한 채 핸드폰에 관심을 더 많이 갖는 모습이 나타나잖아. 어린 나이의 찬성이가 핸드폰에 관심을 가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본래의 목적성을 잃고 자신이 욕구에만 충실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기적인 인물이라고 생각했어.
민재; 나도 경민이와 비슷한 생각이야. 나도 찬성이의 소비 습관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어. 그리고 그런 찬성이의 소비 습관과 태도를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서현: 나는 소설 건너편에 이수라는 인물이 인상 깊었어. 이수가 술자리에 가고 싶지 않지만 거절할 명분이 없어 그냥 따라나서는 모습에서 자신의 의사를 확실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소심하면서 결단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
자식을 잃은 아내와 남편의 이야기 ‘입동’과 유기견 에반의 안락사를 위해 돈을 모으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노찬성과 에반’, ‘건너편’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연애하며 지칠 대로 지쳐 이별을 준비하는 여자와 마지막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나는 우리가 나눈 대화 속에서 우리가 서로 다른 고통에 공감하고 있음을 느꼈다. 이야기 속 인물들의 행동을 각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비평하는 모습에서 마치 자신과 그 인물을 연결하려는 듯 보였달까. 특히 나는 서현이가 이야기하는 ‘건너편’ 이수의 행동은 더 눈이 갔다, 마치 과거 나의 연애를 보는 것만 같아서. 하지만 이처럼 생각한 것이 나뿐만이 아닌 듯 우리 조는 서현이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누군가와의 이별은 역시 누구에게도 다를 것 없이 어둡게 자리하고 있는 아픔이었던 것일까.
경민: 그렇다면 서현이가 이야기 한 ‘건너편’에서 도화와 이수에 헤어짐에 대해서 다들 어떻게 생각해?
서현: 나는 이수와 도화의 이별은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않았다는 점에서 비롯된 것 같아. 이수는 혼자 어른이 되어가는 도화의 모습을 보면서 몰래 보증금을 빼서 쓸 만큼 간절했던 것이고, 도화는 그런 이수의 속마음을 모르고 비싼 음식을 고르는 모습을 보며 약간의 한심한 것을 느꼈던 것 같아. 만약 서로의 입장에서 한 번만 생각해 봤다면 헤어지지 않았을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어.
여진: 나는 도화가 그들이 결혼을 생각할 정도로 나이가 들었는데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한 이수에 대한 부담감이 컸을 것이라고 생각해. 또 전세금을 빼간 것을 이야기하지 않은 이수의 행동에 따른 배신감도 헤어짐의 이유에 있지 않을까? 이들의 헤어짐은 여느 커플의 것과 다른 점이 없어 보였거든.
경민: 나도 여진이가 말한 것에 동의해. 일단 “나는 내가 돈이 없어서 공무원이 되지 못해서 전세금을 빼가서 이렇게 헤어진 게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어. 왜냐하면 상황을 아무리 봐도 그것 이외에는 딱히 설명할 방법이 많이 없는 것 같거든, 여진이가 한 말처럼 그저 다른 이들처럼 불같이 사랑하던 것이 이제는 식어버려 헤어지는 것 같이 느껴졌어.
거의 10년을 연애한 이수와 도화. 오랜 시간을 함께 했기에 그들의 이야깃거리엔 ‘결혼’이 빠질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말을 향하는 과정 속에서 느껴지는 그들의 어두운 분위기, 결국 도화는 헤어짐을 고한다. 그들의 이별로 마무리를 장식하는 이야기이다 보니 우리 모둠은 그들이 헤어지는 이유 혹은 어떻게 했더라면 헤어지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을 가진 채 대화를 했다. 살아가다 보면 누군가와의 이별은 필연적이다. 우리 모두 한 번쯤 이별을 겪어봤기에 더더욱 이 이야기의 결말에 대해 생각이 많았던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우리’들의 이야기
서현: 다들 소설 속 사건과 비슷한 일을 경험하거나 인터넷 등에서 본 경험이 있다면 얘기해볼까?
민재: 나는 EBS에 한 동영상에서 다문화가정인 아이들을 인터뷰한 영상을 본 적이 있어. 이 영상에서 아이들이 자신을 그냥 평범하게 봐줬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 이 장면을 보면서 재이가 특별하단 말을 싫어하는 게 생각났어. 다문화가정인 아이들은 본인에게 특별히 더 잘해주지도 못해주지도 말고 다른 아이들과 다를 거 없이 대해주는 걸 원한다는 걸 알 수 있었어.
여진: 나는 여섯번째 이야기, 가리는 손에서 재이가 휘말린 노인 학대 사건을 보면서 작년 중학생 노인 학대에 관한 기사가 떠올랐어. 이때 한 중학생이 70대 여성의 목을 조르고 바닥에 넘어뜨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혐의로 처벌을 받게 되었는데, 만 14세 미만의 형사미성년자에 해당하는 만큼 처벌의 강도가 낮다고 해. 이 말고도 요즘엔 노인학대가 증가하면서 예방 캠페인을 실시하기도 하더라.
경민: 맞아. 나도 저번에 노인 관련 캠페인을 본 적 있어.
서현: 나는 ‘노찬성과 에반’을 보면서 몇 달 전 충청북도 인근 야산에서 안락사된 유기견 사체 칠십여 구가 무더기로 발견됐다는 기사가 기억났어. 이 소설에서는 물론 찬성이가 에반을 위하는 마음에서 안락사를 결심한 거였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사람들은 동물들이 병이 들면 치료 비용이나 귀찮아져서 안락사시키거나 버려버리는 것이 대부분이잖아. 나는 이를 보면서 사회에서 불법적인 안락사에 대한 경고가 더 필요하다 느꼈어.
경민: 나는 입동에서 부부의 아이가 유치원 통학 차량에 치여 숨진 사건을 보면서 이번 연도 5월 7일에 어린이 보호 스쿨존에서 학원 차에 치인 초등학생이 중태에 빠졌다는 기사가 생각났어. 초등학교 주변에 어린이 보호구역을 다니던 통학차가 보행자 신호를 무시하여 A군이 다쳤다고 해. 주위가 사각지대여서 CCTV 카메라에 잘 잡히지도 않아 부모님과 주변 분들이 분노했다는 것을 보며 소설 속 재이 부모님의 모습이 연상되었어.
우리 모둠은 사소하다면 사소할지 모르는 누군가의 이야기를 보며 그들의 고통에 공감하고자 했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일어난 갈등을 담은 이 책의 이야기를 큰 사회로 가져가 ‘우리’들의 이야기로 넓혀갔다.
서현: 그러면 우리가 위에서 다양한 사건들을 살펴봤잖아. 이러한 사건들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해? 나는 어린이 통학 차량 사고를 보면서 법을 제정하고 안전기준을 강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이러한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 운전자나 보행자의 주의가 부족해서라고 느꼈어. 그래서 어린이들에겐 도로 주변 차량 사고에 대한 안전 예방 교육을 더 철저히 하고, 또는 차량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다양한 과학기술과 시스템을 차량에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
경민: 나도 너의 의견에 동의해. 아무리 cctv를 설치해서 사각지대를 없애고 피해자의 억울함을 달래기 위해 법적인 처벌을 강화해도 어린이 안전사고가 벌어지잖아. 그렇기에 나는 어른들과 사회, 국가가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
민재: 좋은 생각인 것 같아. 나는 바로 법을 개정하거나 바꾸는 것은 어렵기에 윤리적 의식의 보급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 예를 들면 공익광고같이 모든 사람들이 보고 행동으로 쉽게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면 좋을 거 같아.
여진: 나는 노인학대에 관해 생각해봤는데, 노인학대가 증가하는 이유가 노인학대죄에 대한 처벌이 약해서지 않을까 싶어. 노인학대죄에 대한 처벌범위를 넓히고 강도를 높인다면 노인 학대 발생 수가 줄어들지 않을까? 그리고 다들 노인학대 인식의 날에 대해 알고 있니?
서현: 아니 처음 들어봐.
여진: 6월 15일은 노인학대 인식의 날로, 노인 학대에 대한 인식 제고 및 방지를 위한 다양한 행사가 개최되고 있어. 이에 대하여 많은 관심과 노인 학대 사후관리에 대한 대응이 적극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해.
민재: 나는 다문화가정 차별에 관한 문제가 다문화 차별을 법으로 만들기에 현실적 문제가 있기도 하고. 다양한 다문화를 이해하고 체험할 수 있는 교육 기회가 많아지면 좋을 것 같고, 어렸을 때부터 학교에서나 가정에서 심각성을 깨닫게 하고 다문화 차별 문제의식을 강화하는 게 현재로서 최선의 해결책이라 생각해.
여진: 나도 요즘엔 다문화 관련 캠페인을 자주 보지 못한 것 같아. 나 또한 민재의 말처럼 현재는 다문화가정 차별 문제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해.
나는 민재가 이야기하는 다문화가정 차별이 마냥 책 속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다문화가정은 1990년대 이후 국제결혼을 통해서 그 숫자는 크게 증가하며, 이제는 우리의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들이 받는 차별은 우리가 공감하기에 너무나도 큰 문제이겠지만 그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그들을 그저 ‘평범한 친구’로 보는 것이다.
유치원 통학 차량 사고, 노인학대, 다문화가정 차별 그리고 안락사까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처럼 증가하는 이 모든 사건들은 우리에게 계속해서 하나의 메세지를 보내고 있었다, 바로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들의 작은 ‘관심’이라는 것을. 개인이 모여 단체가 되고 단체가 모여 사회를 이룬다. 개개인의 노력과 관심이 결국 우리 사회의 법과 제도를 바꿀 수 있다. 현존하는 법과 제도들, 아직까지 부족한 점이 많다. 우리 모둠은 이번 대화를 통해 우리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 즉 관심을 기울여야 함을 깨달았다.
갈등, 성장의 씨앗
대화 시작 전 경민이는 내게 “너는 갈등은 어떤 것이라고 생각해?”라는 질문을 던졌다. 갈등을 그저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나는 경민이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 갈등이 긍정적일 수 있을까 하는 내 의문을 시작으로 우리 조는 대화를 시작했다.
경민: 이 책에서 나오는 다양한 이야기들의 대립하는 가치관은 무엇이 있었을까?
서현: 나는 소설 ‘노찬성과 에반’에서 애반을 키우려는 찬성과, 신경 쓸 거리만 늘어난다고 다시 본래의 자리에 가져다 놓으라는 할머니의 생각이 대립 된다고 생각해. 두 인물은 서로 경험한 것과 생각하는 것이 달랐기 때문에 다른 입장이 나타났다고 생각해.
경민: 나는 이제 다른 곳에서 대립하는 가치관을 찾아보았어. 내가 찾은 부분은 찬성이가 에반의 병원비와 자신이 사고 싶은 물품에 대해서 대립하는 부분인데, 이 두 가치관들은 목적 달성에 있어서 각각의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이 두 가치관은 상황에 따라서 중요성이 달라져 상황에 맞는 가치관을 잘 선택해야 된다고 생각해.
민재: 나도 경민이의 말에 동의해. 하지만 나는 미래를 위해 준비하는 가치관이 더 중요하다고 느꼈어. 왜냐하면 작 중 노찬성이 돈을 모으게 된 목적이 강아지, 즉 에반의 병원비를 목적으로 모았기에 목적을 잃지 않고 미래에 투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
여진: 나는 입동에서 미진이 남편이 겪은 내면의 갈등에서 이야기해보려고 해. 미진이의 남편은 미진이와 암묵적으로 쓰지 않는 아이의 사망보험금을 쓰는 것에 관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나는 그가 어떠한 선택을 하든 맞다고 말할 것 같아, 그저 그 돈을 써야 하는 현실을 탓하며 그런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우리는 누군가와의 갈등을 겪기도 하지만 나 자신과 내면의 갈등을 겪기도 한다. 매 순간이 선택으로 이루어져 있는 우리 삶은 되려 갈등으로부터 성장을 겪는다. 아무래도 경민이는 갈등을 통한 성장의 긍정적인 면을 이해한 것이 아니었을까? 우리는 각 인물이 겪는 가치관 대립을 찾아보며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제 3자의 입장으로 보는 것이 아닌 ‘나’ 자신과 연결했다.
과연 잘못된 선택일까
자신이 한 선택에 후회한 경험, 다들 한 번쯤 있지 않은가? 이 책의 두번째 이야기, ‘노찬성과 에반’은 하나의 잘못된 선택으로 결말을 어둡게 마무리하고 있다. 반려견의 안락사를 위해 돈을 모으지만 계속 그 돈을 다른 곳에 쓰며 일어나는 일을 담은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하나의 질문은 던졌다. “당신은 어떠한 선택을 할 것인가요?”
서현: ‘노찬성과 에반’을 읽어보다 보면 찬성이는 안락사 비용을 핸드폰 사는 데 쓰고 액정 사는 데 쓰고 하잖아. 다들 외부 환경에 의해 계속해서 마음이 변하는 찬성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찬성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하면 좋을까?
여진: 음, 내가 봤을 땐 찬성이는 선택의 두 갈림길에 서면 집중이 흐려지는 것 같아.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지를 알면서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택을 바꾸는 모습에서 이기적이라고 생각했어. 만약 내가 노찬성이었다면 우선 계획했던 안락사를 위해 병원에 바로 가지 않았을까 싶어. 계획을 실행하던 도중 생긴 변수는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모르니 최대한 변수가 생기지 않도록 할 거 같아.
서현: 맞아. 나도 이 모든 결과는 다 찬성이가 자초한 일이라고 나도 생각해. 애초에 찬성이가 미래를 생각하며 행동했어야 했다고 생각해. 내가 찬성이었다면 휴대폰을 샀더라도 원래 그 돈은 에반을 위한 돈이기에 미안함을 가지고 에반을 더 보살펴주려고 노력했을 것 같아.
경민: 나는 이야기를 읽는 입장으로서 매우 답답했어. 소설 끝부분 즈음엔 ‘돈이 부족하면 더 벌어야지’ 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멍청하면서 우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 만약 내가 찬성이었다면 이 아르바이트를 그대로 쉬지 않고 좀 더 여유 있게 돈을 벌어두었을 거고, 돈을 사용한다고 해도 어느 정도 안락사 비용은 남겨놓고 사용했을 것 같아.
민재: 맞아. 나도 너랑 같은 생각이야. 나도 내가 찬성이었다면 돈을 모으기 시작한 이유는 에반의 안락사 때문이니까 돈을 쓰고 싶을 때마다 그 목적을 생각하고 참았을 것 같아. 그리고 찬성이가 돈을 모으기 시작한 이유는 강아지인 에반 때문에 모으게 된 건데 그 목적을 잊고 자신이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서 썼다는 게 나는 잘못됐다고 생각했어.
두 갈림길에 선 노찬성의 모습은 과거 내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우리 모두 변심으로 잘못된 선택을 하는 노찬성의 모습을 보면서 ‘잘못’됐다라고 생각하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내가 정말 노찬성이었다면 노찬성과는 다른 선택을 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나는 우리가 노찬성을 비난하는 이유는 우리도 과거엔 ‘노찬성’이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우리도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를 하고 반성을 한다. 이런 후회로 나 자신을 채찍질했기에 과거의 내 모습과 비슷한 노찬성을 보며 답답함을 느꼈던 것이 아닐까.
죽음을 아름답게 마무리하다
우리 모둠는 ‘노찬성과 에반’의 이야기에서 노찬성의 소비선택에서 나아가 안락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사실 나는 이전 대화를 하면서 ‘과연 안락사를 시키는 것이 좋은 선택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안락사를 시키지 못한 후회로 결말을 장식하고 있지만 안락사를 시켰을 때의 노찬성의 마음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달까. 그래서 우리 모둠은 나의 의문을 시작으로 안락사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서현: ‘노찬성과 에반’을 보다 보면 찬성이가 안락사시키기 위해 돈 번다고 아는 형에게 말하자 형은 욕을 하며 나쁘게 말을 하잖아. 이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안락사의 사회적 인식이 어떻다고 생각해? 일단 나는 중학생 형이 부정적으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안락사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어. 외국과 비교해 봐도 네덜란드, 스위스 등은 보호자의 동의하에 안락사를 허용하고 있는데 아직 우리나라는 안락사가 합법이 아닌걸로 보아 좋은 인식을 가지고 있진 않다고 느꼈어.
민재: 나도 아직 안락사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좋지 않은 것 같다고 생각해. 하지만 찬성이 에반에게“있잖아. 에반 나는 늘 궁금했어. 죽는 게 나을 정도로 아픈 건 도대체 얼마나 아픈 걸까?”라고 말하는 것처럼 우리가 감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살아있는 게 더 지옥 같은 경우가 있다고 생각해. 이럴 땐 고통받으며 살아있는 것보다 고통 없이 편하게 보내주는 것이 본인도 원할 것 같고 그게 더 낫다고 생각해
여진: 재작년 동물보호단체 대표가 구조한 동물 중 일부를 안락사시켜 논란이 된 적 있던 게 기억나. 그때 당시에도 동물복지와 동물권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었지.
서현: 오, 그런 적이 있었구나. 그러면 너는 안락사 시키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여진: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을 안락사시키는 것에 관해서도 찬성과 반대의 의견이 많은데, 난 개인적으로 안락사시키는 것에 관해 찬성해. 누군가는 ‘인간은 삶과 죽음에 대한 선택을 함에 있어 품위를 지킬 수 있는 권리가 있다’라고 말하는데, 나도 이 말에 어느 정도 동의하거든. 안락사를 시킴으로써 누군가의 죽음이 평안할 수 있다면 안락사를 시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
경민: 맞아. 사회에서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의 논리적 귀결로 안락사 인정을 주장하는 것은 자연스러워지고 있어. 그러나 안락사를 합법화하는 것은 생명에 대한 자기 결정권 주장과 비슷한 맥락이면서도 차원이 다른 거로 여겨지지. 나는 안락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해. 나는 지금까지도 많은 사람이 연명의료에 매달려 삶을 마무리하지 못한 채 병원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나는 사람의 좋은 죽음 또한 한 삶의 완성이 될 수 있고, 자신의 삶을 본인이 책임지고 결정하는 주체론적 시각이 죽음의 문제를 바라보는 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안락사, 병이 낫지 않을 환자에게 편안하게 죽게 하는 일. 누군가의 죽음은 반가울 수 없다. 하지만 병을 고칠 수 없는 이에게는 앞으로의 삶도 반갑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안락사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오간다. 생사와 관련된 주제이기에 함부로 답을 내릴 수 없는 문제이며 시대에 따라서도 사람들 사이의 반응은 달라진다. 예전에는 안락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많았지만 현재에 들어서는 국민의 과반수 이상의 찬성률을 내보이고 있다. 물론 인간에 한해서지만. 나는 죽음을 마무리 하는 것에 있어 아름다울 수 있다면 대상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안락사가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안락사 반대를 외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살아있다’ 과연 고통스러운 삶도 살아있다고 표현할 수 있는가?
서로 연결되어 있는 아픔
누군가의 ‘상실’을 담은 이 책은 어두운 모습만을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그것은 내게도 일어났던, 일어날 수 있는 일이었다. 처음, 누군가는 공감하지 못할 것이라는 나의 반응과는 다르게 우리는 자연스레 그들의 이야기를 자신의 모습에서 찾으며 이해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책의 이야기가 아닌 ‘나’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민재: 이 소설의 사건이나 인물과 연관 있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의 경험이 있니? 우선 나는 가리는 손에서 엄마가 자신의 딸인 재이가 자신이 바라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크는 것 같아서 속상해하는 장면이 떠올라. 나도 어렸을 때 엄마의 말을 많이 안 들었거든. 우리 엄마도 재이의 엄마와 같은 심정이었을지 미안해지기도 해. 여진아, 너는 그런 경험 있어?
여진: 나는 첫 번째 이야기 입동은 아이가 이사 후 사고로 인해 사망하게 되고 그 후 그 아이의 엄마의 일상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 이 부분을 읽을 때 나는 작년 이사할 때가 떠올라. 이사 전에 이사 갈 집을 자주 찾아가곤 했는데, 그러다가 엄마께서 계단에서 크게 넘어지셔서 수술을 하게 되었어. 그때 엄마께서 내게 해줬던 말이 하나 있는데 그게 뭐냐면 “누군가 겪어야 할 고통이라면 그게 나라서 다행이야“ 이야. 이 말이 미진이가 느낀 감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자신이 아닌 자신의 아들이 세상을 떠난 사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어쩌면 미진이는 ‘내가 대신 죽었으면 덜 아팠을 텐데’라고 무심코 생각했지 않았을까?
서현: 나도 그 말에 공감해 만약에 내 주변 사람들이 다치면 나도 그런 생각을 종종 하곤 하는 것 같아. 나는 소설 가리는 손에서 할아버지가 아이들에 의해 쓰러지는 모습과 목격자 지인은 그냥 신고도 안 하고 가버리는 모습이 나타나잖아. 나는 이 모습이 최근에 내가 뉴스에서 봤던 사건이랑 매우 비슷하다고 생각했어.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60대 남성이 중국 국적의 사람에게 묻지마 폭행으로 쓰러지는데 이 남성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음에도 보고도 외면한 시민들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이 소설을 읽으면서 오늘날 현실에서 일어났던 이 사건이 떠올랐고 굉장히 느낌이 이상하고 새로웠던 것 같아
경민: 나도 이 사건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어 참 방관자들이 진짜 무책임하다고 생각해. 나는 중학생 때 어떤 아파트 단지 구석진 곳에 애들이 모여 있길래 나는 ‘싸워서 화해하는 건가?’ 생각했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애들이 둘이 싸우라고 부추기고 있더라고. 이런 것처럼 멀리서 보고 있을 때는 그저 좋아 보이는 상황이 실제로는 심각한 문제였던 경험이 생각나.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 그 고통을 함께 나눈다는 것. 누군가의 고통을 같이 짊어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이번 대화를 통해 느꼈다.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수많은 감정 중 우리의 마음속에 가장 선명한 자국으로 남는 감정은 슬픔이 아닐까 생각한다. 슬픔을 소재로 다룬 이 책의 이야기를 보며 우리가 쉽게 그들의 슬픔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타인의 슬픔을 온전히 공감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작가는 다른 이들의 슬픔과 고통을 온전히 이해하려는 것이 아닌 바깥에서 그 슬픔의 모습을 묘사함으로써 우리는 그들에게 한 발짝 다가갔다.
겨울이 주는 위로
이 소설은 슬픔이 닥쳐서 엉엉 울어대는 게 아니라 그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실제로 죽음과 슬픔은 폭풍처럼 와서 떠나는 것이 아니라 내내 곁에 머무는 것이기 때문이라 그런 것일까. 우리에게 다가온 슬픔은 여전히 우리 곁에 남아있다. 슬픔과 함께 살아가는 우리는 어두운 풍경을 담담하게 그려낸 이 책에 위로받고 있었다. 책이 주는 위로는 과연 무엇이었나.
경민: 너희는 주제를 나타내거나 자신에게 와닿는 문장이 있니? 우선 나는 이 작품의 전체적인 주제가 무언가의 상실이라고 생각해. 이 책은 소중한 것들 아이, 반려, 반려동물 그리고 어떠한 감정들을 잃어버리는 인물들을 보여줘. 나는 “한파가 오려면 아직 멀었는데 온몸이 후들후들 떨렸다. 두 팔이 바들바들 떨렸다.”이 문장에서 말로 다 표현을 못 하는 아이를 잃은 슬픔, 냉소적인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한파가 몰려오는 듯 겨울이 다가왔다고 표현한 것 같다고 생각해서 인상 깊었어.
민재: 내게 와닿는 부분은 입동에서 “다른 사람들은 몰라. 나는 멍하니 아내의 말을 따라 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라는 부분인데 여기에서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을 약간 알 것 같았고, 둘이 같은 감정을 느끼고 있구나라는 걸 느껴서 되게 슬펐어.
서현: 나는 소설 노찬성과 에반 중 “그 시절 찬성은 인생의 중요한 교육 몇 가지를 깨달았는데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것과 그 인내가 무언가를 꼭 보상해주지 않는다는 점이었다“라는 문장이 요즘 우리 사회에서 돈을 벌기 위해 노력하지만 계속해서 실패하고 좌절을 하는 청년층의 모습이 연상되어 공감이 갔어.
여진: 오, 나도 그 문장을 읽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를 다시 생각해보게 돼서 인상 깊게 남더라.
슬프면서 희망적인 이 책의 이야기들은 우리 모둠에게 각자 다른 시각으로 다가왔다. 우리들의 이야기처럼 보이는 이 책은 자기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거나 더 크게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으로 내비친다. 서로 다른 해석을 하며 책의 내용을 이해한 우리는 내면의 성장을 겪은 듯 훌쩍 커져 있었다.
“유리 볼 속 겨울을 생각했다. 볼 안에선 하얀 눈이 흩날리는데 구 바깥은 온통 여름일 누군가의 시차를 상상했다”
나는 이 문장이 작가가 하려던 말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왜 제목이 ‘바깥은 여름’일까 하는 내 의문에 대한 답이랄까. 눈이 오는 겨울의 풍경을 담담하게 또,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이 책은 우리에게 내면의 슬픔을 느끼게 한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위로는 그 무엇보다 따뜻한 위로로 다가왔다.
한 여름에 눈이 내리다
여름과 겨울의 온도 차. 이 책은 이 두 계절의 온도 차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일까. 여름의 풍경과 겨울의 풍경이 무척 다르듯이 우리가 겪는 삶의 형태도 다양하다. 한국의 계절이 겨울일 때 뉴질랜드는 여름의 계절이다. 이처럼 누군가의 마음이 햇빛 쨍쨍 여름일지라도 또 다른 누군가는 눈이 펑펑 내리는 겨울일 수 있다. 작가는 여름의 계절로서 겨울의 계절을 이해하도록 한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우리들의 계절에는 여름과 겨울만 존재하는가? 여름과 겨울 사이에 봄과 가을이란 계절이 존재하기에 우리는 그들의 온도를 서서히 느낄 수 있다. 어쩌면 이 책은 ‘슬픔’이라는 겨울의 감정을 이겨낼 방법을 알려준 것이 아닐까?
주인공들이 마주치는 다양한 상황 또는 갈등은 마치 우리의 현재 혹은 앞으로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 보인다. 소설 속 나타나는 수많은 감정과 그에 따른 변화를 이해하는 것은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화를 끝낸 후 우리의 모습은 모두 타인의 고통을 대신 겪기라도 한 듯 누군가의 감정에 스며들어 있었다. 고통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우리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씨만 있는 계절이 아닌 꽃이 아름답게 피는 계절이 있는 삶을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