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반대도 있었습니다. 샌딩은 하되 코팅을 꼭 해야 한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이는 오후반 김병섭 강사의 주장이었습니다.
김병섭 강사의 의견은 이렇습니다. 첫 째, 코트가 더러워지기 쉽다. 코팅을 하지 않은 코트는 검은 신발로 살짝만 뛰어도 검댕이 묻어 나온다. 이는 쉽게 지워지지도 않는다. 아차하는 순간 코트가 개판이 돼 버린다는 것이었습니다.
맞는 말입니다.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지만 이는 강사에만 국한 되는 말이 아닙니다. 회원들 스스로가 알아서 관리를 해줘야만 하는 영역입니다.
두 번째, 다치기 쉽다. 마찰력이 강해진 만큼 넘어지면 바닥과 닿는 부위가 까진다는 것입니다. 무릎이 닿으면 무릎이, 팔굼치가 닿으면 팔꿈치가 까집니다. 안다치려 굴러도 피를 볼 확률은 높아지지요.
여기에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는데요, 우리 기존 코트가 미끄러웠기 때문입니다. 샌딩만 된 코트에서는 찰과상이 대부분인데, 코팅까지 된 코트에서는 발목이 돌아가고 아킬레스건이 끊어지는 일도 있었습니다. 중상보다는 찰과상이 낫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습니다.
세 번째, 윗선에서 일을 벌리면 뒤치다꺼리는 내가 해야 한다. 이건 수긍이 좀 갔습니다. 김 코치는 2004년 회원으로 시작해 자격증을 딴 이후 계속 우리 센터 강사로 일해 온 사람입니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스쿼시코트 관리를 해온 사람입니다.
때문에 뒤치다꺼리는 전문이지요. 이번 샌딩공사에서도 일정을 조율하고 업체랑 상담하고 하는 등의 일은 김 코치가 거의 다 했던 것으로 알아요.
이러한 이유로 샌딩은 3코트 다 하되 강습반 2개 코트는 코팅을 하자라는 의견과 아니다 코팅하지 말자, 아니면 1코트만 코팅하자 라는 의견이 치열하게 맞붙기도 했습니다. 일정역시 연초에 하겠다, 가을에 하겠다 점점 미뤄졌지만 결국 11월도 가을이라면 가을이니 하긴 했네요.
현재 상황은 3코트 모두 샌딩만 하고 코팅은 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결과를 보니 어이가 없긴 합니다. 저야 3코트 모두 코팅하지 말자, 우리끼리 노는 우물안 개구리에서 벗어나려면 국제 기준에 맞춰야 한다. 그래야 외부 사람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지 않는다는 의견이었기에 좋긴 했습니다. 그래도 그렇게 강력하게 반대하던 김병섭 코치의 의견을 어떻게 묵살 할 수 있었는지 신기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리 결정권자가 박차장이라도 실무자의 의견을 아예 무시할 수 없는 입장이거든요. 최소한 1개 코트는 코팅을 할 줄 알았는데 실제로는 3개 코트 모두 코팅을 하지 않았다니 믿을 수 없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