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그해 뜨거웠던 여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녀의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병원에서 미처 병명조차 알아내지 못한,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어머니는 겨우 서른여섯이었다.
의사가 아버지에게 서류를 내밀었다. 어머니의 안구를 추출하기 위해 동의를 구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거의 쓰러질 뻔했다. 눈물이 봇물 터지듯 흘러내렸다. 그녀는 열두 살이었다. 죽은 엄마에게 왜 칼을 대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엉엉 울면서 아버지에게 매달렸다.
“안 돼요, 아빠. 그러면 엄마가 우리를 다시는 볼 수 없잖아요.”
하지만 아버지는 서류에 사인을 했다.
“동의합니다. 시작하시죠.”
그녀는 울며 소리쳤다.
“아빠, 어떻게 돌아가신 엄마 눈을 떼내요? 엄마는 완전하게 이 세상에 왔으니까, 떠날 때도 완전한 모습으로 가야 된다고요.”
옆에서 있던 이모들도 풀썩 주저앉으며 오열했다.
“얘야.”
아버지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온화하게 말했다.
“우리가 세상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 이런 것이란다. 네 엄마와 나는 예전에 결심했지. 만약에 우리가 죽는다면, 사람들을 위해 선물을 남겨주겠다고 말이다. 그러면 우리 죽음이 더 의미가 있을 거라고 엄마랑 늘 이야기했단다. 지금, 그 약속을 지키는 것뿐이란다.”
세월이 흘러 그녀는 결혼을 했고, 아버지를 모시고 살게 되었다. 어느 날 아버지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다. 부녀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버지는 유언장을 그녀에게 미리 보여주며 “안구를 기증해달라”고 부탁했다.
“눈은 내가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이란다. 실명한 아이에게 시력을 회복시켜줄 수 있고, 그 아이가 네 딸처럼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고 감격스럽겠니.”
그녀의 딸은 확실히 그림에 소질이 있었다. 목장의 말을 그려 상을 받은 적도 있었다.
“한번 상상해보렴. 만일 시각장애인 아이가 앞을 보게 되어 그림을 그릴 수 있다면, 그 아이의 부모는 세상을 다 얻은 듯 기쁠 거야. 내 눈이 그림을 그리고 싶어 하는 소녀의 소원을 이뤄줄 수 있다면, 너 역시 자랑스럽지 않겠니?”
그녀는 감격스러웠다. 딸아이에게 할아버지의 말씀을 들려주었다.
아이는 외할아버지를 꼭 껴안으며 말했다.
“할아버지가 너무나 자랑스러워요.”
딸아이는 열두 살이었다. 그녀가 어머니의 죽음을 맞이했던 때와 같은 나이였다.
그녀의 아버지가 숨을 거둔 후, 가족들은 고인의 유언을 따랐다. 장례식이 끝난 뒤, 딸이 그녀에게 말했다.
“엄마, 나도 죽을 때 외할아버지처럼 눈을 기증할래요.”
불행한 일이 일어났다. 그녀의 딸은 안구기증 서약서에 서명한 지 2주 만에 사고를 당했다.
트럭에 치여 깨어나지 못했다. 딸은 아름답고 총명한 아이였다.
그녀는 딸이 죽고 3주 후에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어느 병원의 안구 이식 센터에서 온 것이었다.
“친애하는 수애 양의 부모님께. 이식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났음을 알려드립니다. 두 분의 시각장애인이 다시 세상을 볼 수 있게 됐습니다. 그들이 시력을 회복한 것은, 따님이 이 땅에 남긴 가장 훌륭한 선물입니다. 삶을 사랑하는 두 사람이 따님의 아름다움을 함께 나눴습니다.”
삶은 세상이 우리에게 준 선물입니다.
어느 순간이 되면, 우리는 돌아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우리는 돌아가기에 앞서 고마운 세상에 어떤 답례를 해야 할까요?
당신은 세상에 어떤 선물을 남겨주고 싶은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