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youtube.com/watch?v=sdjwD4jW4XY&t=6s
줄거리
1960년대 초, 어느 산골 주막에 30대 남자가 도착한다. 그는 주막 여인의 판소리에 회상에 잠긴다. 어린 시절 동네에 소리꾼인 유봉(김명곤)이 찾아온다. 동네 아낙인 동호(김규철)의 어머니는 유봉과 사랑에 빠져 마을을 떠난다. 유봉의 딸 송화(오정해)와 넷이 살던 중, 동호의 어머니는 아기를 낳다 죽는다. 유봉은 송화에게 소리를 가르치고, 동호에게는 북치는 법을 가르친다. 그러다가 전쟁으로 인해 생활이 어려워지고, 소리를 가르치기 위해 쉴 틈 없이 다그치는 유봉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호는 유봉과 싸우고 떠나 버린다. 동호가 떠난 뒤 송화가 식음을 전폐하고 소리도 포기한 채 그를 기다리자, 유봉은 한이 맺혀야 진정한 소리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송화의 눈을 멀게 만든다. 동호는 낙산거사(안병경)를 만나 송화의 소식을 듣고 수소문 끝에 대폿집에서 송화와 재회한다. 둘은 어떤 말도 하지 않고 한 명은 소리를, 또 한 명은 북을 치면서 밤새 한을 풀어낸다. 아침이 되고 동호와 송화는 말없이 헤어진다. 송화는 한 소녀를 앞세우고 길을 떠난다.
완도군 청산도노트■
“당시 세계화 담론 속에서 서울관객 백만을 넘으며 국민적 열풍을 불러일으킨 바로 그 영화”
이청준의 원작『서편제』의 일부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임권택 감독이 한국 전통 예술에 관심을 가진 첫 영화이기도 하다. 말이 필요 없는 ‘국민영화’가 된 이 영화가 당대 사회에 미친 영향은 가히 신드롬이라 부를만했다. 특히 ‘진도 아리랑’을 부르는 황톳길 위의 롱테이크는 전통예술을 한국적 미학으로 승화시키며 ‘한’의 영상미를 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모두가 이 평가에 동의한 것은 아니었다. <서편제>가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를 내걸었던 당시 김영삼 정부의 세계화 담론과 민족주의가 절묘하게 만난 가운데 탄생한 신드롬일 뿐이라는 평가도 동시에 존재했다. 그러나 판소리를 전문적으로 익힌 김명곤과 오정해의 연기와 지루하지 않게 관객들에게 판소리의 정서와 유봉이 송화를 눈멀게 하는 장면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 플롯 구성력과 연출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 영화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었다.
■ 제작후일담
- 임권택 감독은 이청준의 소설 『서편제』를 1978년도 경에 읽고 이미 영화화할 결심을 했다고 한다.
- 『태백산맥』을 영화화하려 했으나 정치적인 문제로 미뤄지고 <서편제>를 먼저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 <서편제>는 소리에만 집중하게 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연대를 알 수 없도록 만들었다.
- 주연배우인 김명곤과 오정해 모두 기존에 판소리를 전문적으로 배운 배우들이었다. 유봉역을 맡은 김명곤은 희곡을 쓰고 연극을 한 경험을 살려 각색도 겸했다.
- 임권택 감독은 ‘진도아리랑’이 나오는 롱테이크를 제외하고는 관객들이 판소리에 빠져들지 못하고 지루해할 것을 염려해 커트를 빠르게 분할했다고 한다.
- <서편제>의 첫 주 흥행성적은 객석의 반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좋지 않았다. 그러나 입소문이 퍼지면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관객들을 불러모았고 정치인들까지 줄지어 관람을 하기에 나섰다. 이 영화는 6개월 동안 서울에서만 정확히 103만5741명의 관객을 불러모았다. 단성사 한곳에서만 하루 평균 4318명, 총 84만6427명을 기록하며 일종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열풍은 영화뿐만 아니라 판소리 강좌 및 국악 공연까지 이어져 한국전통예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