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가을음악회가 예정되어 있던 10월19일. 전날부터 내내 비가 내렸고 당일도 비 예보가 있었지만 폭우는 아닐 것 같아 빗속의 음악회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마을에서 간이천막을 빌려왔더니 오밀조밀 의자 20개가 들어가네요. 비 오는 날이니 길을 나서려고 했다 포기하는 분들도 있으실 거 같고 해서 오늘의 정원은 대략 30명 정도로 예상하고 자리 세팅을 시작했습니다.
오후 들어서도 비는 그치질 않았지만 예쁘게 부슬부슬 내리는 비여서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음악 감독이신 정재영 님께서 기타 연주로 오프닝을 열어주었습니다.
비 내리는 가을 저녁이라 차분한 음악들로 오신 분들의 마음을 적셔주었네요. 단골 레퍼토리인 '베사메무초'와 더불어 잔잔하게 울리던 '센과 치히로의 여행' 영화음악 선율이 마음에 남습니다.
본격 샹송여행을 떠나기 앞서 노벨상 수상 작가인 한강 작가의 시를 함께 읽어보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손을 들고 낭독을 자청하신 분은 청주에서 오셨는데요, 낭랑한 목소리로 멋지게 분위기를 살려주셨어요.
이어서 대구에서 온 초등학교 6학년 친구가 번쩍 손을 들고 나와 시를 읽었습니다. 이해하기 어려웠을테지만, 그저 이 자리에 한 번 서보고 싶었다고요. 용기를 칭찬합니다.
그리고 1부와 2부에 걸쳐 한 시간 동안 마담 샹송과 함께하는 샹송 여행이 시작되었어요.
미리 예고해드린 대로 얼마 전 세상을 떠나신 '뒷것' 김민기 선생님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과 '가을편지'로 무대의 막을 열고 이어서 우리가 잘 아는 사랑의 찬가, 오 샹젤리제 등의 노래가 이어졌어요.
오후 4:30에 시작된 공연. 시간이 지날수록 날이 조금씩 어두워지면서 분위기는 더 가을가을해졌고요, 가늘게 내리는 빗속에서 모두들 샹송의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습니다. 그날의 분위기는 동영상 편집으로 나중에 다시 한 번 보여드리고 오늘은 현장에서 촬영한 무대 모습 잠깐 보여드릴게요.
마담 샹송 김주연 님은 코로나 전, 책방 음악회에서 멋진 연주를 하시고 곧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셨습니다. 마침 그곳에서 팬데믹을 겪는 바람에 정말 우울하고 힘든 나날을 보내셨다고 해요. 그래도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꿋꿋하게 유학을 마치고 작년에 귀국해서 지금 활발하게 연주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이번 행사는 공적인 지원이 하나도 없어서 순전히 개인 후원으로 모든 걸 해결해야 했는데요.
책방 10주년을 위해 김은혜 선생님께서 많이 애써주셨습니다. 참석하신 분들께도 1만원씩 참가비를 받았고요,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10만원, 20만원 이상 금액을 후원해주셔서 멋진 행사가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대략 40명 가량 되는 분들이 빗속에서도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시고 마지막 노래까지 함께해주셨어요.
다들 잊지못할 시간이었다 즐겁게 인사하며 가을 음악회는 마무리되었습니다.
함께해주신 모든 분들 감사드립니다.
이렇게 숲속작은책방 10주년의 가을이 익어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