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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관음보살과 저팔계 그는 어제밤 영경사에 칠십냥이라는 은자를 시주했다. 주지대사는 대시 주가 다시 왕림한 것을 보고 은근히 대접을 했다. 객실에서 위소보는 한손으로 턱을 고인 채 생각했다. (노황야를 만나 보기는 보았다. 원래 그는 조금도 늙지 않았지만 매우 위험한 처지에 놓여 있구나. 서장의 라마들이 그를 잡으려 하고 또 신 룡교에서도 그를 잡으려 하고 있다. 그 옥림이라는 늙은 땡초는 꽤 잘 난 척 하고 있지만 아무런 재간도 있어 보이지 않는다. 징광 방장 한사 람이 또 무슨 일을 어떻게 한단 말인가? 아무래도 며칠 후에 노황야는 다른 사람에게 잡혀갈 것 같다. 그렇다면 나는 소현자에게 무슨 변명의 말을 하지?) 그러다가 고개를 돌리니 쌍아가 눈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그 표정은 무 척 불쾌한 듯했다. 위소보는 물었다. "쌍아, 무슨 일로 그렇게 언짢은 표정을 하고 있지?" 쌍아는 대답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는 반드시 무슨 생각을 하고 있소. 빨리 말하시오." 쌍아는 말했다.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위소보는 생각을 굴려 보고는 말했다. "아, 알았소. 그대는 내가 조정에서 벼슬을 하고 있으면서도 그대에게 줄곧 말하지 않는 사실이 섭섭했구만." 쌍아는 눈가르 붉히며 입을 열었다. "오랑캐의 황제는 아주 나쁜 사람이에요. 상공께서...... 어쩌다가 그 들의 벼슬아치가 되었죠? 더군다나 큰 벼슬을 하게 되었죠?" 그러는 그녀의 눈에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위소보는 어리둥절해졌다. "바보같이, 그렇다고 울기는 왜 울지?" 쌍아는 흐느끼며 말했다. "세째 작은 마나님은 저를 상공에게 내어 주시면서 상공을 지중들라고 분부하며 또 상공의 말을 들으라고 하셨어요. 그러나...... 그대는 조 정에서...... 큰 벼슬을 하고 있어요.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두 분의 오라버니도 나쁜 벼슬아치들에게 죽었단 말이에요. 그대 는...... 그대는......" 그리고 대성통곡을 했다. 위소보는 일시 어떻게 할 바를 몰라 재빨리 말했다. "되었소. 되었소. 그만 우시오. 이제 그대에게 모든 것을 털어 놓기로 하지. 솔직히 그대에게 말하는데 내가 벼슬을 하는 것은 거짓으로 하는 것이오. 나는 천지회 청목당의 향주외다. 천부지모(天父地母) 반청복명 (反淸復明)이라면 알겠소? 나의 사부님으로 말하면 천지회의 총타주인 것을 이미 그대의 세째 작은 마나님에게 말씀을 드렸소. 우리 천지회는 조정과 맞서고 있소. 우리 사부가 나를 황궁에 보내 벼슬을 하게 한 것 은 오랑캐들의 소식을 알아 내자는 것이외다. 이 일은 사실 비밀에 속 하는 바이오. 만약 다른 사람이 알게 된다면 나는 목숨을 건질 수가 없 소." 쌍아는 손을 뻗쳐 위소보의 입술을 막고 나직이 말했다. "그렇다면 빨리 그만 하세요. 제가 그대에게 말하도록 다그쳤으니 모두 저의 잘못이에요." 그리고 눈물진 얼굴에 웃음을 띠우고 다시 말을 이었다. "상공게서는 좋은 사람이나 물론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 저는 ...... 저는...... 정말 우둔한 계집애예요." 위소보는 웃으면서 응수했다. "그대는 착한 계집애지."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고 그녀를 방에 걸터앉은 자기의 곁에 걸터앉도 록 했다. 그리고는 나직이 순치와 강희 간의 사정을 이야기 했다. 그리 고는 다시 말했다. "소황제는 겨우 십세에 불과하오. 그런데 그의 아버지는 출가하여 화상 이 되었으며 그를 버렸단 말이오. 그대도 생각해 보시오. 황제가 불쌍 하지 않소? 오늘 노황제를 잡으러 온 그 녀석들은 매우 나쁜 사람들이 외다. 그런데 그대가 노황야를 구했으니 천만다행이외다." 쌍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저는 어쨌든 좋은 일을 한가지 했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하지만 부처님을 보내려면 서방 극락세계까지 보내 주어야 한다는 말 이 있소. 그 사람들은 다시 방장에 의해 풀려나게 되었을 것이오. 그리 고 그들은 반드시 그대로 있지를 않고 되돌아서서 다시 노황야를 잡아 서는 노황야의 살을 한조각 발라 내어서 구워 먹는다면 야단나지 않겠 소?" 그는 쌍아의 마음이 곱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녀가 용감하게 사 람을 구하도록 충동질을 하려고 일부러 순치의 처지를 매우 비참하게 묘사한 것이었다. 쌍아는 몸을 흠칫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들이 그 분의 고기를 먹으려 하는 것은 무엇 때문이지요?" 위소보는 말했다. "당나라의 화상이 서천으로 불경을 가지러 갔던 고사를 그대는 들은 적 이 있소?" 쌍아는 말했다. "들은 적이 있어요. 그 화상에게는 손오공과 저팔계가 있었죠?" 위소보는 말했다. "길을 가게 되었을 때 많은 요괴들이 모두 그 당나라 화상의 고기를 먹 으려고 했소. 그 요괴들은 그 화상이 성승(聖僧)이기 때문에 그의 고기 를 먹는다면 부처님이나 신선이 된다고들 하지 않았소?" 쌍아는 말했다. "아, 저도 알겠어요. 그 나쁜 사람들은 역시 노황제 화상을 성승이라고 생각하고 있군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래. 그대는 정말 총명하군. 노황제 화상은 당나라 화상에게 견줄 수 있고 그 나쁜 사람들은 요괴에 비교할 수 있지. 나는 그야말로 손행자 (孫行者)에 비유할 수 있으며 그대는 바로......" 그리고 그는 두 손을 자기의 귀에 갖다대고 흔들거리며 부채 모양을 해 보였다. 쌍아는 웃으며 물었다. "그대는 내가 저팔계라는 거예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대의 모습은 관음보살과 닮았지 하지만 행하는 것은 저팔계의 일이 야." 쌍아는 빨리 손을 흔들었다. "보살에 대해 불경스러운 말씀을 하지 말아요. 상공, 그대는 관음보살 곁의 그 선재동자(善才童子) 홍해아(紅孩兒)가 되세요. 저는 바 로......" 거기까지 말하더니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위소 보는 말했다. "맞았소. 내가 선재동자라면 그대는 바로 용녀(龍女)이지. 우리 두 사 람은 언제나 함께 있으며 어떤 일이 있어도 헤어지지 않지." 쌍아의 얼굴은 더욱더 붉어졌다. 그리고 나직이 말했다. "그대가 나를 마다하고 몰래 떠나 버린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는다면 영 원히 그대의 시중을 들겠어요." 위소보는 손을 뻗쳐 자기의 목을 치는 시늉을 했다. "그대가 나를 마다하고 몰래 떠나 버린다면 모르되 그렇지 않을 때는 나의 목을 자른다 하더라도 그대를 내쫓지 않겠소." 쌍아 역시 손을 뻗쳐서는 자기의 목을 베는 시늉을 했다. "저의 목을 자른다 해도 저는 가지 않겠어요." 두 사람은 동시에 깔깔 소리 내어 웃었다. 쌍아는 위소보를 따르게 된 이후 주인과 하녀의 관계의 관계를 매우 엄 격히 지켰으며 좀처럼 위소보에게 농담을 하지 않았다. 이때는 위소보 가 진상을 토로하는 말을 듣고 속으로 흐뭇해져서는 농담까지 한 것이 었다. 두 사람은 이와 같이 웃고 떠들게 되자 감정은 더욱더 어느 정도 친밀해졌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아, 우리는 이제 모든 사정을 털어놓게 되었소. 그런데 무슨 방법으 로 당나라 화상을 구하지?" 쌍아는 웃으며 말했다. "당나라 화상을 구하는 방법은 제천대성(齊天大聖)이 생각해 내는 것이 아니겠어요? 저팔계는 그저 따를 분이에요." 위소보는 웃었다. "저팔계가 정말 그대처럼 예뻤더라면 당나라 화상도 출가하여 화상이 되지 않았을걸." 쌍아는 물었다. "그건 무엇 때문이죠?" 위소보는 말했다. "당나라 화상은 물론 저팔계를 마누라로 삼게 되는 것이지." 쌍아는 훗 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팔계는 돼지 요정이 아니에요? 누가 그를 마누라로 맞아들이겠어 요?" 위소보는 그녀가 돼지 요정을 누가 마누라로 삼느냐는 말을 하자 갑자 기 그 인삼복령저가 되었던 목검병을 상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따라서 그녀와 방이는 지금쯤 어디에 가 있는지, 그리고 편안히 있는지 궁금해 졌다. 쌍아는 위소보가 멍하니 생각에 잠겨 있는 것을 보고 감히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못했다. 잠시 후 위소보는 입을 열었다. "무슨 방법을 강구해서라도 나쁜 사람들이 노황야를 잡아가지 못하도록 해야지. 쌍아, 예를 들면 한가지 보물을 두고 많은 도적들이 훔치려고 하는데 우리는 무슨 방법을 써서 그 도적들로 하여금 훔치지 못하도록 하지?" 쌍아는 말했다. "도적들이 보물을 훔치려고 하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모두 다 잡 아 버리면 되죠?" 위소보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적들이 너무 많아 다 잡을래야 잡을 수가 없으니 우리도 도적이 되 어야겠어." 쌍아는 물었다. "우리들이 도적이 된다구요?" 위소보는 말했다. "맞았소. 우리가 선수를 써서 그 보물을 훔쳐 손에 넣는다면 다른 도적 들은 훔칠 수 없게 될 것이 아니겠어?" 쌍아는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알겠어요. 우리가 가서 노황제 화상을 잡아요." 위소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것이야.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즉시 떠나기로 합시다." 두 사람은두 사람은 청량사 밖에 이르렀다. 위소보는 말했다. "날이 아직 어둡지 않으니 물건을 훔치거나 화상을 훔치는 데는 저녁까 지 기다려야겠어." 그리하여 두 사람은 숲속에 숨었다. 오랫 동안 기다려서야 날이 어두워 졌으면 온산이 차츰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고 사위가 조용해졌다. 위 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절안에는 방장 한 사람만이 무공을 알고 있소. 그러나 그는 조금 전 싸울 때 상처를 입었으니 지금쯤 반드시 누워 쉬고 있을 것이오. 그대 가 가서 그 뚱뚱하고 큰 화상인 행정의 혈도를 짚어 쓰러뜨리면 우리들 은 노황야 화상을 훔쳐낼 수 있을 것이오. 그러나 그 행전의 힘이 엄청 나게 크고 그 황금저로 사람을 때릴 때 대단히 무서우니 반드시 조심해 야 할 것이오." 쌍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네, 하고 대답했다.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사방에는 아무런 인기척도 없었다. 두 사람은 가만히 담장을 뛰어넘어서는 곧장 순치가 좌선하고 있는 승방 밖에 이 르렀다. 그런데 판자대기의 문은 이미 닫혀져 있었다. 그러나 그 문짝은 낮에 사람의 발길질에 망가졌고 일시 고칠 수가 없었 던 모양으로 그저 그렇게 세워져 바람을 막고 있었다. 쌍아는 벽을 따 라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는 문짝을 왼쪽으로 잡아당겼다. 그러자 누 런 금빛이 번쩍 하면서 휙 하는 소리와 함께 황금저가 빈틈으로 뻗쳐 나왔다. 쌍아는 황금저가 뒤로 울려지는 틈을 타서는 재빨리 안으로 뛰어 들어 손가락을 뻗쳐서는 행전의 가슴팍 요혈을 두 번이나 찔렀다. 그리고는 나직이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그리고 두 손을 들어서는 행전의 손에 들린 황금저를 안았다. 행전은 혈도를 제압을 당하게 되자 몸뚱아리가 천천히 옆으로 쓰러졌 다. 이 황금저는 무게가 백여 근이나 되었는데 쌍아가 만약 얼싸안지 않고 떨어지는 것을 그냥두게 된다면 행전의 발가락을 다칠 판이었던 것이다. 이때 위소보가 따라 들어가서는 문짝을 바로 했다. 승방은 무척 좁았 다. 어둠속이었지만 어렴풋이 그 누가 방석 위에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위소보는 바로 분명히 행치가 순치황제라는 사실을 짐작하고는 즉시 꿇어 엎드려서는 큰절을 올렸다. "소신 위소보는 바로 낮에 어가를 받은 사람입니다. 노황야께서는 놀라 거나 당황해하지 마십시오." 행치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노황야께서 이곳에 수양을 하고 계신 것은 본래 무척 좋은 일이었읍니 다만은 밖의 많은 사람들이 노황야를 잡아 가서는 불순한 행동을 하려 고 하고 있습니다. 소신은 노황야를 보호하여 다른 안전하고 은밀한 곳 으로 모셔갈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나쁜 자들은 잡을래야 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행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노황야께서는 소신을 따라 함께 나가도록 하지요." 잠시 기다렸으나 시종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이때 위소보는 어둠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그리하여 행치가 앉아 있 는 자세가 바로 낮에 보았던 옥림과 똑같은 모양인 것을 알아볼 수 있 었다. 또한 행치가 정말로 입정하고 있는지 아니면 자기를 아랑곳하고 싶지 않아 그러는 것인지 알 수가 없어 말했다. "노황야의 신분은 이미 누설되었습니다. 청량사에서는 보호할 만한 사 람이 없습니다. 한떼의 적은 떠나갔읍니다만 또다시 들이닥치게 될 것 입니다. 노황야께서는 끝내 그들에게 잡혀가게 되겠지요. 그러니 역시 다른 조용한 곳으로 가서 수양을 하도록 하십시요." 행치는 여전히 대답하지 않았다. 행전이 갑자기 말했다. "그대 두 나이 어린 사람은 좋은 사람이지? 낮에 그대들이 우리들을 구 해 줘서 다행이야. 우리 사형께서 좌선하게 된다면 남과 이야기를 하지 않아요. 그대는 우리 사형에게 어디로 가자는 것이지?" 그의 음성은 본래 우렁찼는데 죽어라 하고 음성을 낮춤에 따라 그 음성 은 매우 목쉬게 들렸다. 위소보는 몸을 일으켰다. "어디로 가든 좋소이다. 그대 사형이 가소 싶은 곳으로 우리들은 호송 해 가도록 하지요. 그저 그 나쁜 자들이 찾지 못하고 그대들 두 분이 편안하고 조용하게 수양을 하며 염불을 할 수 있는 곳이면 됩니다." 행전은 말했다. "우리는 염불을 하지 않는다네."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이다. 염불을 하지 않는다면 염불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시다. 쌍 아, 그대는 빨리 이 대사의 혈도를 풀어 드리도록 하시오." 쌍아는 손을 뻗쳐서 행전의 등과 옆구리를 몇 번 주물러 주어 혈도를 풀고는 말했다. "정말 미안해요." 이때 행전은 행치에게 공손히 입을 열었다. "사형, 이 두 어린 사람이 우리들에게 잠시 나가 피하도록 하라는군 요." 행치는 말했다. "사부님께서는 우리보고 청량사에서 떠나라는 말씀은 계시지 않았네." 그 말하는 음성은 무척 맑고 낭랑했다. 위소보는 이때서야 그가 직접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행전은 말했다. "적이 재차 대거 공격해 온다면 이 두 어린애는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 다." 행치는 말했다. "모든 것음 마음에서 생기는 것일세. 위험하다면 천하의 어디도 다 위 험한 곳일세. 마음속이 편안하다면 세상일이 모두 다 편안한 것일세. 낮에 그대는 많은 사람들을 살상해서 큰 죄를 지었네. 이후에는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쓸데없이 화를 내지 않도록 하게." 행전은 잠시 어리둥절하더니 말했다. "사형의 지적이 옳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돌리고 위소보에게 말했다. "사형은 떠나려고 하지 않는구만. 그대들도 들으셨겠지?" 위소보는 눈살을 찌푸렸다. "만약 적이 와서 그대의 사형을 잡아가 한칼로 그의 살을 발라낸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행전은 말했다. "이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는가. 몇 년 더 살아도 그렇고 몇 년 덜 살아도 그렇고 별 차이가 없는 것이라네." 위소보는 말했다. "어째 차이가 없다는 것이오? 죽은 사람과 살아있는 사람의 차별이 없 고 남자와 여자의 차별이 없다면 화상과 자라와 돼지가 차별이 없다는 것이오?" 행전은 말했다. "중생은 평등하다네. 원래는 다 그런 것일세."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그러니까 이름이 한 사람은 행치이고 한 사람은 행전이로구나. 정말 약간 돈 것 같다. 그들에게 가자고 권고해 봐야 성공할 수 없는 일이 군. 그렇다고 노황야의 혈도를 짚어서 억지로 끌고 나간다는 것은 너무 나 불경스러운 일이고 또한 남에게 발각될 우려가 있으니!) 일시 그는 속수무책이어서 은근히 울화가 치밀었다. 참을 수 없어진 그 는 입을 열었다. "뭐가 차별이 없다는 말이오? 그렇다면 황후와 단경황후도 차별이 없는 데 무엇 때문에 출가를 했단 말이오?" 행치가 갑자기 몸을 일으키며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대는 무슨 말을 하는가?" 위소보는 이미 뱉어 내고 난 이후에야 후회가 되어 즉시 무릎을 꿇고 앉아서 말했다. "소신이 터무니없는 말을 지껄였습니다. 노황야께서는 화를 내지 마십 시오." 행치는 말했다. "옛날 일은 나는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일세. 그대는 또 어째서 그와 같 은 칭호를 하는가? 빨리 일어나게. 내 그대에게 물어 볼 말이 있네." 위소보는 말했다. "네." 그리고 몸을 일으킨 후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나에게 자극을 받고 입을 열었군. 이렇게 된다면 어느 정도 단서 는 잡히게 된 셈이지.) 행치는 물었다. "두 분 황후의 이름을 그대는 어디서 들었는가?" 위소보는 말했다. "해대부가 황태후에게 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행치는 물었다. "그대는 해대부를 알고 있는가? 그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는 황태후에게 죽음을 당했습니다." 행치는 놀라 물었다. "그가 죽었다구?" "황태후는 화골면장으로 그를 죽였습니다." 행치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황태후가 어떻게...... 무공을 안단 말인가? 그대가...... 어떻게 알 았지?" 위소보는 말했다. "해대부는 황태후는 자녕궁 화원에서 싸웠는데 제가 친히 목격했습니 다." 행치는 물었다. "그대는 어떤 사람인가?" 위소보는 말했다. "소신은 어전시위 부총관 위소보입니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마디를 보탰다. "당금 황상께서 친히 봉하신 것으로써, 어찰이 여기에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강희의 어찰을 꺼내 올렸다. 행치는 잠시 멍해지더니 손을 뻗쳐 그 어찰을 받으려고 하지 않았다. 행전이 입을 열었다. "이곳에서는 등불을 켜지 않는다." 행치는 한숨을 내쉬더니 물었다. "소황제의 몸은 괜찮은가? 그는...... 그는 황제 노릇을 하는 것이 즐 겁다고 하던가?" 위소보는 말했다. "소황제께서는 노황야께서는 건재하시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저 오대산 으로 날개가 달렸으면 달려와 보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는 궁안에서 크 게 소리내어 울부짖는 등 한편으로 슬퍼하고 한편으로 기뻐했으며 어떻 게 하든 오대산으로 오려고 했습니다. 후에...... 후에 조정의 대사를 그릇치게 될까봐 소신을 먼저 보내 노황야에게 문안을 드리도록 했습니 다. 소신이 돌아가 품하게 된다면 소황제는 친히 이곳으로 달려올 것입 니다." 행치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그는...... 그는 올 필요가 없다. 그는...... 훌륭한 황제로군. 먼저 조정의 대사를 생각하니 나와 같지는 않구나......" 그렇게 말하는 그의 음성은 이미 목이 메어 있었다. 어둠속이었지만 그 의 눈물이 한 방울 두 방울 앞섭자락에 떨어지는 소리를 드을 수 있었 다. 쌍아는 그가 부자지간의 정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그만 가슴이 쓰라린 듯 덩달아 눈물을 주루루 흘렸다. 위소보는 이때가 좋은 기회라고 생각 했다. 노황야가 이때 마음이 격동되었으니 설득하기가 쉬우리라고 판단 하고 입을 열었다. "해대부는 모든 사실을 똑똑히 알아내었습니다. 황태후께서는 먼저 영 친왕을 해쳐 죽이고 또 단경황후를 해쳐 죽인 이후 단경황후의 누이인 정비마저 해쳐 죽였습니다. 그리고 그 후 다시 소황제의 어머니를 해쳐 죽였습니다. 해대부는 모든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황태후는 비밀이 누 설되었다는 사실을 알고는 친히 해대부를 죽였으며 또 많은 사람들을 보내 오대산 위로 올라와 노황야를 해치려 하고 있습니다." 영친왕, 단경황후, 정비 세 사람이 무공의 고수의 해침을 당해 죽었다 는 사실은 이미 해대부가 조사해 내서 행치에게 알린 것은 사실이었다. 또 그로 인해서 해대부는 궁으로 돌아가 원흉을 조사하기에 이른 것이 었다. 그러나 행치는 아무리 말해도 황태후가 스스로 손을 썼다는 것을 믿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황후는 무공을 모른다네." 위소보는 말했다. "그날 밤 황태후가 해대부에게 한 말을 노황야께서 들으신다면 아시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그날 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말을 옮겼다. 그의 말솜씨가 좋아 재빨리 지껄여댔지만 그 사연은 분명하게 드러날 수 있었다. 행치는 원래 다정다감한 사람이었다. 다만 동악비에 대한 정이 깊었던 관계로 그녀가 세상을 떠난 이후 황제도 하고 싶지 않아 기꺼이 만승지 위(萬乘之位)를 버리고 조그만 방안에 자기 자신을 가두고 있는 것이었 다. 물론 수년 동안 참선을 했지만 동악비의 모습은 그의 마음속에 깊 이 심어져 있었다. 위소보가 들먹이게 되자 불법이고 어떤 도리고 삽시 간에 뇌리에서 사라지게 되었다. 그리고 해대부와 황태후가 주고받은 말 한마디 한마디를 듣게 되자 그 만 슬픔과 분노에 얽히게 되었고 가슴은 그만 치미는 울화에 꽉 막혀 터질 것만 같았다. 위소보는 다시 말했다. "황태후는...... 내친 김에 노황야를 해치고 또한 소황제를 해하려고 합니다. 그녀는 단경황후의 무덤을 파려고 할 뿐만 아니고 천하에 알려 단경황후록을 태워 없애려 합니다. 그리고 어록에 실린 말은 모두 다 개방귀 같은 말이라고 했으며 그 어느 집안이고 한권이라도 숨기고 있 다면 가산을 몰수하고 목을 자르겠다고 했습니다." 이 몇 마디의 말은 그가 날조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 말은 행치의 마음 속에 남은 상처를 건드리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는 발끈해져서는 손을 뻗쳐 무릎을 탁 치더니 호통을 쳤다. "그 계집이, 나는...... 나는 이미 그녀를 피하려고 했는데 일시 사정 을 주었더니 결국 큰 화를 저지르는구나." 순치는 과거 한마음 한뜻으로 황후를 폐하고 동악비를 황후로 세우려고 했다. 그런데 그 당시에 황태후가 극력 저지했기 때문에 이를 미루었던 것이다. 동악비가 만약 죽지 않았다라면 황후의 자리는 조만간 동악비 가 차지할 판이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노황야께서는 세상일을 간파하시고 죽고 사는 문제에 별차별을 두시 않읍니다만 소화아제는 죽을 수 없으며 단경황후의 무덤은 파헤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다경황후의 어록도 불살라 없앨 수는 없습니다." 행치는 말했다. "맞았네. 그대의 말이 무척 옳아."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은 반드시 나가 잠시 동안 피해야 합니다. 그래 야만 황태후의 독수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황태후의 수단은 처음으 로 노황제를 죽이는 것이고 두 번째로는 소황제를 해치는 것이고 세 번 째로는 무덤을 파헤치고 어록을 태우는 일입니다. 그녀가 첫번재의 일 을 성공시키지 못한다면 두 번째 세 번째의 일을 감히 도모할 수 없을 것입니다." 순치는 일곱 살에 등극했으며 스물 네 살 때 출가했다. 이때는 기꺼해 야 삼십여 세밖에 되지 않았다. 본래 그는 성질이 급한 편이었고 또 불 같은 노여움도 대단했다. 그러나 머리의 좋은 점에 있어서는 강희는 나 이가 어렸지만 부친보다 십배나 나은 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목왕부 의 사람들이 소삼계에게 화를 전가시키고자 하는 간계를 즉시 강희는 간파했던 것이다. 그런데 위소보가 반은 진짜요 반은 가짜인 말들을 많 이 날조했지만 행치는 그 말을 그대로 곧이 들었다. 그러나 황태후가 행하고자 하는 삼단계의 일은 위소보가 날조한 것이지 만 시정의 무뢰배라고 할 수 있는 위소보의 생각은, 음흉하고 독랄함에 에 있어서 으뜸가는 황태후에 비해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었다. 행치는 큰 소리로 말했다. "다행히 자네가 있어서 간파했군. 그렇지 않았더라면 큰일을 그릇칠 뻔 했네. 사제, 우리는 빨리 나가도록 하세." 행전은 말했다. "네." 그리고 그는 오른손으로 황금저를 들고 왼손으로 판자대기 문을 열어 젖혔다. 그런데 판자대기 문이 열리자 바로 문앞에 한 사람이 서 있엇다. 어둠 속에서 행전은 그의 얼굴을 제대로 살펴볼 수가 없어 호통쳐 물었다. "게 누구요?" 그리고는 황금저를 들었다. 그 사람은 물었다. "그대들은 어디로 가려고 하는가?" 행전은 깜짝 놀라 황금저를 한옆에 놓고는 두 손으로 합장하며 불렀다. "사부님!" 행치 역시 불렀다. "사부님!" 원래 그 사람은 바로 옥림이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하는 소리를 나는 모두 들었다네." 위소보는 속으로 부르짖었다. (제기랄, 일이 또 꼬이게 되었구나.) 옥림은 부드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세상의 원한은 해소시켜야지. 줄곧 피하기만 하면 끝내 끝나지를 않는 것이네. 원인이 있으면 바로 결과가 있는 법이다. 업은 몸에 따르게 된 다면 종신업보로 남게 되는 것이리라." 행치는 땅바닥에 엎드리며 말했다. "사부님의 가르침이 옳습니다. 제자는 깨달았습니다." 옥림은 말했다. "아마 그토록 깨닫지는 못했을 것이니라. 그대의 옛날의 처가 그대를 찾고자 한다면 그녀가 찾아오도록 하게나. 우리 부처님께서는 중생을 구제사는 것을 근본으로 삼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그대를 미워하고 증 오하고 또 그대를 죽여야만 속이 시원하다고 느끼는 데 대해서 그대는 오히려 스스로 반성해 볼 여지가 있네. 어쨌든 그녀로 하여금 미워하고 증오하며 또 그대를 죽이고자 결심을 하게 된 원인이 있을 것일세. 그 대가 그녀를 피한다면 업보는 여전히 남게 될 것일세. 만약 사람을 보 내 그녀를 죽인다면 업보는 더욱더 길어지고 무거워질 뿐일세." 행치는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네." 위소보는 속으로 욕을 했다. (제기랄, 이 땡초 같으니. 내가 당신을 욕하고 때리고 죽인데도 가만 있겠다는 말이오? 그리고 내가 목을 자른다 해도 가만히 있겠단 말이 오?) 이때 옥림은 계속해서 말했다. "서장 라마가 그대를 잡으려고 하는 것은 그들이 죄악을 짓고 있는 것 이지. 그들의 의도는 그대를 인질로 사로잡아 당금의 황제를 위협하여 자기 멋대로 행동하고 백성을 학대하자는 것일세. 그러니 우리들로서는 그들 마음대로 못된 짓을 하도록 내버려 둘 수가 없지. 이곳에서는 머 물 수 없을 터이니 그대들은 나를 따라 뒤의 조그만 절간으로 가도록 하세." 그리고 그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소황제는 황마괘를 내리긴 했지만 나는 아직 한번도 입어 본적이 없 다. 이번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다면 북경으로 되돌아갔을 때 소황 제는 그만 성이 나서 황마괘를 거두어 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니 따 라가 봐야지.) 그는 쌍아와 함께 뒤를 따랐다. 그리하여 옥림이 좌선하고 있던 조그만 절간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옥림은 그들 두 사람에 대해서 여전히 못본듯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리고는 방석 위에 단정히 앉아서는 눈을 감았다. 행치는 그 옆에 있는 방석 위에 앉았다. 행전은 사방을 두리번 거리더니 역시 행치의 아랫쪽에 앉았다. 옥림과 행치는 합장을 한 채 눈을 감고 꼼짝도 하지 않았다. 행전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는 천정을 올려다보고 있더니 끝내 눈을 감 았다. 두 손은 무릎 위에 두고 있었는데 잠시 후 손을 뻗쳐 방석 옆에 놓은 황금저를 만져 보았다. 잃어버릴까봐 두려운 것 같았다. 위소보는 쌍아에게 용용 죽겠지 하는 얼굴을 해보이고는 시치미를 뚝 떼고 옆에 앉았다. 쌍아는 그의 옆에 앉았다. 위소보는 손오공이 아니 었지만 활발한 성격은 그야말로 원숭이와 같았다. 그로 하여금 방석 위에 앉아서 일시라도 꼼작 못하도록 한다는 것은 그 의 목숨을 앗아가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러나 노황야가 곁에 있는 이상 그대로 그 절간에서 나설 수는 도저히 없는 일이었다. 그는 이리 비비꼬고 저리 비비꼬고 하다가 쌍아의 손을 잡고는 그녀의 손바닥을 간지렀다. 쌍아는 웃음이 터져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으면서 왼손으로 옥림과 행치를 가르켜 보였다. 이와 같이 반시진을 보내게 되었을 때 위소보는 갑자기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노황야께서는 화상의 흉내를 낸다만은 대변이나 소변을 참고 견딜 수 는 없을 것이다. 그가 뒷간에 가게 되었을 때 내가 교묘한 언변으로 속 여서 도망치도록 해야겠다.) 이와 같은 계책이 서자 그는 좀더 안정이 될 수 있었다. 사방이 쥐죽은 듯한데 갑자기 멀리서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 렸다. 처음에는 똑똑히 들리지 않았으나 나중에는 발걸음 소리가 더욱 더 가깝게 들려왔다. 한떼의 사람들이 청량사로 달려오는 모양이었다. 행전의 얼굴 근육이 몇번 부르르 떨렸다. 곧이어 그는 손을 뻗쳐 황금 저를 잡고는 눈을 떴다. 옥림과 행치가 여전히 앉은 채 꼼짝하지 않는 것을 보고 주저하더니 황금저를 내려놓고 다시 눈을 감았다. 이때 그 한떼의 사람들은 청량사 안으로 달려 들어간듯 시끄럽게 떠들 어 대는데 한참동안 그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그들은 절안에서 노황야를 찾지 못한다면 이곳으로 올 것이 아닌가. 저 늙은 땡초가 어떻게 막을 것인지 두고 봐야겠구나.) 아니나다를까 약 반시진이 지나게 되자 한떼의 사람들은 뒷산으로 우르 르 몰려들었고 곧 절간 밖에 도달하는 기척이 들렸다. 그리고 그 누가 부르짖었다. "안으로 들어가 수색을 해라." 행전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황금저를 들고서 선방의 문앞을 막아섰 다. 위소보는 창가로 가 바깥을 내다보았다. 달빛 아래 시커먼 것이 모두 사람의 머리였다. 고개를 돌려 다시 옥림과 행치를 바라보았다. 두 사 람은 여전히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쌍아는 살그머니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하죠?" 위소보는 나직이 말했다. "나중에 저 사람들이 달려 들어오면 우리들은 노황야를 구출해서 뒷문 으로 빠져나가자."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만약 중도에 헤어지게 된다면 영경사에서 만나도록 하지." 쌍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저는 노...... 노황야를 안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위소보는 말했다. "그렇다면 끌고서 도망쳐야지 뭐." 별안간 밖에서 뭇사람들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그 누가 안으로 함부로 뛰어드느냐?" "잡아라." "들어가지 못하도록 해라." "빌어먹을, 잡아라!" 사람의 그림자가 흔들하더니 문안으로 두 사람이 들어왔다. 바로 행전 의 곁을 스칠 듯하면서 안으로 들어오더니 옥림에게 합장하고 허리를 굽혀 보이더니 땅바닥에 단정히 앉았다. 놀랍게도 몸에 잿빛옷을 걸친 화상이었다. 선방의 방문은 본래 좁았다. 행전의 체구가 우람하게 커서 문을 막고 서자 그의 양옆으로는 별로 빈틈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그 두 명의 화상은 날렵하고도 교묘하게 뛰어든 것이다. 뛰어들 때에 행전 의 옷자락도 건드리지 않았는데 실로 그들이 어떻게 방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밖에서 다시 고함치는 소리가 들렸다. "또 누가 왔다." "막아라!" "잡아라!" 곧이어 퍽, 쿵 하는 소리가 크게 일었다. 그 누가 날아가 땅바닥에 쓰 러지는 소리였다. 곧이어 선방 안으로 두 명의 화상이 들어 오더니 아 무 소리도 하지 않고 먼저 들어왔던 두 명의 화상 아랫쪽에 앉았다. 이와 같이 승려들이 끊임없이 들어왔다. 위소보는 크게 흥미를 느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화상들이 들이닥칠지 모른다고 생각했으며 몇 사람 더 들어오면 선방에는 앉을 틈도 없게 된다고 느꼈다. 그러나 아홉 쌍 이 들어온 이후에는 다시 들어오는 사람이 없었다. 아홉 번째 한쌍 가운데 한 사람은 바로 청량사의 방장 징광이었다. 위 소보는 의아하게 생각하면서도 기뻤다. (이 십칠 명의 화상들의 무공이 만약 징광과 비슷하다면 적이 아무리 많다 하더라도 두려울 것이 없다.) 밖에서 적들은 떠들고 있었지만 감히 문안으로 뛰어드는 사람은 없었 다. 한참 후 한 늙수그레한 음성이 낭랑히 말했다. "소림사에게 청량사를 대신해 나서서는 일을 가로막고 나서 겠다는 것 이오?" 선방의 뭇사람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잠시 후 바깥의 그 늙은이는 말을 하였다. "좋소. 오늘 소림사 십팔나한(十八羅漢)의 체면을 봐서 우리가 단념하 도록 하지. 우리 가세." 바깥에서 서로 부르고 또는 휘파람으로 전하는 소리가 이쪽 저쪽에서 들려왔다. 뭇사람들은 모두 다 물러갔다. 위소보는 십 팔 명의 승려들을 살펴보았다. 나이가 많은 사람은 이미 육칠십 세나 되었고 나이가 적은 사람은 불과 삼십 세 정도였다. 키가 크거나 작은 사람도 있었고 준수하거나 추하게 생긴 사람도 있었다. 그 러나 승포 자락 안이 불룩하게 불거져 있는 것을 보면 무기를 지니고 있는 것 같았다. 위소보는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소림사의 십팔나한이다. 그렇다면 징광 방장 역시 십팔나 한 가운데의 한 사람이로구나. 옥림 이 늙은 땡초가 믿고 있는 데가 있 는 듯한 태도였는데 원래 무서운 협조자들을 구해 어가를 보호하도록 하고 있었구나. 이 화상들이 이곳에 앉아 입정을 하게 된다면 언제 끝 날지 모른다. 나는 그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필요가 없다. 그냥 이렇게 앉아서 세월을 보내다가는 이 위소보가 그만 위노보(韋老寶)가 될 것이 다.) 그는 몸을 일으켜서는 행치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고 말했다. "대화상, 소림사의 십팔나한께서 보호하고 계시니 대화상깨서는 태산처 럼 안전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곧 돌아가겠습니다. 대어르신께서는 분 부하실 일이 없는지요?" 행치는 눈을 뜨더니 빙그레 웃었다. "수고했네. 돌아가서 그대 주군에게 말씀을 드리게. 오대산으로 올라와 나의 수양을 방해하지 말도록 하라고 말일세. 설사 온다 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만나보지 않겠다고 하게나. 그리고 그에게 천하를 태평하게 하 려면 세금을 더 이상 부가하지 말라고 전하게. 반드시 이 한마디를 기 억하도록 하게. 그가 이 한마디를 행하게 된다면 바로 나에게 잘 대하 는 것이고 나는 속으로 기뻐할 것이라네."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행치는 품속에서 조그만 보따리를 하나 꺼내더니 입을 열었다. "이 한부의 경서는 그대가 그대의 주군에게 갖다 드리도록 하게. 그리 고 그에게 천하의 일은 순순히 받아들여야지 억지로 강요할 것 없다고 말씀드리게. 주원의 창생들을 위해 복을 만들어 준다면 그것이야 더 말 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네. 만약에 천하의 백성들이 떠나라면 우리는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가는 것일세." 그리고 그는 그 조그만 보따리를 가볍게 한번 쳤다. 위소보는 도홍영의 말이 떠올라 생각했다. (혹시 사십이장경이 아닐까?) 이때 행치가 그 조그만 보따리를 내밀었다. 위소보는 두 손을 뻗쳐서는 받았다. 행치는 잠시 여유를 두었다가 말했다. "가 보게."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그리고 엎드려서 절을 했다. 행치는 말했다. "감당할 수 없네! 시주는 어서 일어나시게." 위소보는 몸을 일으켜서는 방문 쪽으로 걸어갔다. 갑자기 어릴때의 짓 궂은 생각이 떠올라 옥림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노화상, 그토록 오래 앉아 있으면 소변이 마렵지 않으시오?" 옥림은 마치 못들은 듯했다. 위소보는 씩 웃고는 문밖으로 한걸은 내딛었다. 행치는 말했다. "자네는 주군에게 어머니가 아무리 잘못한 게 있더라도 어머니는 어머 니이니 예의를 저버리지 말 것이며 또한 원망하는 마음을 가져서는 안 된다고 전하게." 위소보는 몸을 돌리고는 대답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 한마디의 말은 내가 전해 주지 않겠다.) 행치는 생각해 보더니 다시 한마디를 했다. "그대 주군에게 모든 점에 있어서 조심을 하라고 이르게." 위소보는 대답했다. "네." 위소보는 영경사로 돌아온 뒤 방문을 닫고서 보따리를 풀었다. 아니나 다를까 한권의 사십이장경이었다. 그런데 책 겉장이 누런 비단으로 만 들어져 있었다. 그는 행치가 하던 말과 도홍영이 하던 말을 생각해 볼 때 딱 맞아 들었 다고 생각했다. 행치는 만약 천하의 백성들이 자기네들을 가라고 할 때 자기네들은 왔던 곳으로 되돌아 간다고 하지 않았던가. 만주인은 바로 관외에서 중원으로 들어왔으니 돌아간다면 당연히 관외 로 되돌아 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그리고 행치가 작은 보따리를 한 번 풀어 헤쳤던 것은 만주 사람들이 관외로 되돌아 가게 되었을 때 그 작은 보따리에 의지하여 생활을 한다는 말이 틀림없었다. 따라서 위소보는 다음과 같이 생각하였다. (노황야께서는 나에게 이 경서를 소현자에게 갖다 주라고 했는데 내가 갖다 줘야 할까? 나에게는 이미 다섯 권의 경서가 있다. 여덟 권 가운 데 두 권이 모자라는 것이다. 만약 소현자에게 주면 소현자는 겨우 세 권의 경서를 가지게 되니 역시 쓸모없는 일이 아닌가. 다행히 그는 소 현자가 오대산으로 찾아온다고 하더라도 만나지 않겠다고 했으니 이 책 을 나에게 건네 주었다는 증거는 없다. 손안에 들어온 좋은 물건을 내 수중에 넣지 않는다는 것은 위씨의 조상들에게 죄를 짓는 것이리라.) 그러나 황제가 자기를 매우 신임하고 있는데 그의 물건을 중간에서 갈 취한다는 것은 친구에게 부끄러운 노릇이고 또 친구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이니 영웅호걸이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되었든 간에 이 경서는 자기가 봐도 알아볼 수 없으니 역시 절친 한 친구에게 건네 주는 것이 옳다고 판단했다. 이 날 아침 위소보는 쌍아와 우팔 등 일행을 데리고는 산을 내려왔다. 이번 오대산으로 와서 노황야를 만나 보았으니 강희가 분부한 일을 완 수한 셈이었다. 거기다가 도중에 쌍아같이 아리땁고 온순하며 무공이 고강한 하녀를 얻게 되어 속으로 무척 기뻐하였다. 약 십여 리를 내려가게 되었을 때 산길 위로 맞은 편에서 한명의 두타 (頭타)가 올라왔다. 이 두타는 키가 무척 컸다. 화상인 행전과 비슷했 다. 그런데 기이할 정도로 비쩍 말라 있었다. 징광 방장만 하더라도 매우 야윈 편이었는데 이 두타는 징광보다도 배나 야윈 편이었다. 얼굴은 그 야마롤 피골이 상접한 꼴이었고 두 눈은 움푹 꺼져 그야말로 해골과 같 다고 할 수 있었다. 이 두타를 네 사라 정도 보태야만 행전과 비슷한 몸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그는 기다란 머리카락을 어깨까지 드리우고 있었고 머 리 위에는 구리테를 둘러서 기다란 머리카락이 앞으로 내여오지 못하게 하고 있었다. 그리고몸에는 무명 장포를 걸치고 있었는데 헐렁해서 마치 옷자락을 옷 걸이에 걸어놓은 것 같았다. 위소보는 그의 그와 같은 몸을 보고 속으로 두려움을 느껴 감히 몇 번 도 쳐다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린 채 길을 비켜 그가 먼저 지나가도록 했다. 그 두타는 그의 앞에 이르더니 걸음을 멈추고 물었다. "그대는 청량사에서 내려오는 길이오?" 위소보는 말했다. "아니외다. 우리들은 영경사에서 내려오는 길이외다." 두타는 왼손을 뻗쳐 그의 어깨를 잡고 그의 몸을 반쯤 돌려 그와 마주 쳐다보도록 한 후 질문을 던졌다. "그대는 황궁 안의 태감 소계자지?" 그리고 기다란 손으로 어깨를 눌렀다. 위소보는 대뜸 전신의 맥이 빠지 면서 꼼짝할 수 업께 된것을 느끼고 재빨리 말했다. "터무니없는 소리, 그대가 볼 때 내가 태감 같소? 나는 양주의 위공자 이외다." 쌍아는 호통을 내질렀다. "빨리 손을 놔요. 어째서 감히 우리 공자에게 무례한 행동을 하세요?" "그대의 음성을 들으니 역시 소태감이군." 쌍아는 오른쪽 어깨를 슬쩍 내려 뜨려 그 손길을 피하면서 식지를 질러 내어서는 질풍과 같이 그의 천할혈을 짚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정 확히 적중되었다. 그러나 손가락이 닿는 곳에 마치 철판이 있는 것 같 이 손가락이 기이하도록 아팠을 뿐만 아니라 하마터면 손가락이 분질러 질 뻔 했다. 그만 아, 하는 소리를 내지르게 되었는데 그때 어깨가 아 파왔다. 어느덧 두타의 솥뚜껑 같은 큰 손에 잡히게 된 것이었다. 그 두타는 헤헤헤 하고 세 번 웃으며 말했다. "그대 소태감의 무공이 매우 뛰어나시군. 놀랍군. 정말 놀라워." 쌍아는 왼발을 들어 퍽 하니 그의 허벅지를 걷어찼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치 커다란 바위를 걷어 찬 것 같았다. 그녀는 오히려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어이쿠!" 그리고 눈물을 마구 흘렸다. 두타는 말했다. "소태감의 무공이 뛰어나군. 정말 대단해." 쌍아는 부르짖었다. "나는 소태감이 아니에요. 당신이야말로 소태감이에요. 아이구." 그 두타는 웃었다. "그대가 보기에 내가 태감과 닮았는가?" 쌍아는 부르짖었다. "빨리 손을 놔요. 손을 놓지 않는다면 욕을 하겠어요." 두타는 말했다. "그대가 나의 혈도를 짚고 나의 허벅지를 차도 나는 두려워하지 않는데 욕을 한다고 두려워할까? 그대의 무공이 이토록 뛰어난 것을 보면 아마 황궁에서 내보내신 것이겠지? 몸을 수색해 봐야겠다." 위소보는 그 말에 끼어들었다. "그대의 무공이 더욱 고강하니 그렇다면 그대 역시 황궁에서 내보내신 사람이군." 그 두타는 못마땅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너 이 소태감은 말이 많다." 그리고 왼손으로 위소보를 들고 오른손으로는 쌍아를 든 채 산위로 나 는 듯 달려갔다. 두 사람은 고함을 질러 댔으나 그 두타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두 사람을 마치 지푸라기를 든 것처럼 발걸음을 신속하기 이를데 없이 옮겨 놓았다. 우팔 등은 그와 같은 광경에 그만 눈이 휘둥그래지고 입 이 딱 벌어져서는 감히 소리 한번 지르지 못했다. 두타는 산길을 따라 수장 정도 올라가더니 갑자기 산비탈의 길도 없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야말로 산을 오르는 것이 마치 평지를 걷는 것과 같았다. 위소보는 그저 자기의 귓가에 휙휙 하는 바람소리가 스쳐지나가는 것을 느끼고 속으로 생각했다. (이 두타가 이토록 무서운 힘을 내고 있으니 혹시 산신이나 요괴가 아 닐까?) 한참 동안 달려가더니 그 두타는 두 사람을 땅바닥에 내려놓고 윗쪽을 손가락질했다. "만약 솔직히 털어놓지 않는다면 나는 그대들을 저 산봉우리 위로 들고 가서는 아래로 내던지겠다." 그가 가리키는 곳은 지극히 높은 산봉우리였고 봉우리 끝은 구름에 가 려져 있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좋소. 내 솔직히 털어놓겠소." 그 두타는 물었다. "그렇다면 너는 분수를 아는 셈이지. 너는 도대레 무슨 사람인가? 그리 고 이 녀석은 어떤 사람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대사부, 그녀는 녀석이...... 아니외다. 그녀는 나의...... 나 의......" "그대와 어떻게 되는 사람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나의...... 마누라외다." 이 마누라라는 말이 떨어지자 두타와 쌍아는 깜짝 놀랐다. 쌍아는 얼굴 이 빨개지고 말았다. 두타는 의아하다는듯 물었다. "뭐라구? 무슨 마누라란 말이야?" 위소보는 말했다. "솔직히 대사부에게 말씀드리지만 나는 북경성의 부잣집 공자이외다.. 그런데 옆집의 이 소저에게 정을 두게 되었소. 이윽고..... 우리들은 화원에서 사사로이 한평생을 약속하게 되었소. 그러나 그녀의 부친은 응낙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는 그녀를 데리고 도망쳐 나온 것이외다. 자, 보시오. 그녀는 소저이오. 어찌하여 소태감이란 말이오? 정말 억울 하외다. 그대가 믿을 수 없다면 그녀의 모자를 벗겨 보도록 하시오." 그 두타는 쌍아의 모자를 벗겼다. 그러자 아름다운 구름같은 머리카락 이 드러났다. 이때 천하에는 승려, 도사, 두타, 여승등 출가인을 제외 하고는 남자라면 모두 다 앞머리를 반쪽 깍아야했다. 쌍아는 기다란 머리카락이 떨어지게 되고 곧장 어깨까지 뒤덮히는 것을 보면 여자임에 틀림이 없었다. 위소보는 입을 열어 청했다. "대사부, 부탁이외다. 그대가 만약 우리들을 관부에 건네어 주게 된다 면 우리들은 목숨이 없어질 판이외다. 내 그대에게 일천냥을 드릴 터이 니 우리를 놓아 주십시오." 그 두타는 말했다. "그렇다면 그대는 정말 태감이 아니로군. 태감이 남의 처녀를 유괴해서 도망칠 턱이 없지. 흥, 어린 나이에 꽤 당돌하구나." 그러면서 그는 그를 놓아 주고는 다시 물었다. "그대들은 오대산으로 무엇하러 왔지?" 위소보는 말했다. "우리들은 오대산으로 불공을 드리러 왔읍니다. 보살님에게 보살피어 이 어려운 처지에 놓인 공자가 장원급제라도 하게 되면 장래 그 녀...... 나의 이 마누라는 그렇게 되었을 때 일품부인이 되지 않겠 소?" 화원에서 사사로이 한평생을 약속하느니, 어려운 처지에 놓여 있는 공 자가 장원급제 하느니 하는 말은 모두 다 그가 양주에서 이야기꾼으로 부터 들은 말들이었다. 그 두타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그대들은 가 보시게." 위소보는 크게 기뻐했다. "대사, 고맙소이다. 우리는 이후 부처님에게 절을 할 때 대사까지도 보 호해 달라고 빌겠읍니다...... 그리고 대사께서도 보살이 되어서는 문 수보살과 관음보살과 함께 자리를 하실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빌겠소이 다." 그리고 그는 쌍아의 손을 잡고 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몇 걸음 내려가기도 전에 두타는 말했다. "아니야. 잘못됐어. 돌아와 소저의 무공이 뛰어나더군. 나에게 일지를 찍었고 또 나에게 발길질을 가했지." 그리고 그는 허리께의 천할혈을 더듬어 보더니 질문을 던졌다. "그대의 무공은 누가 가르친 것이지? 수법의 내력은 어떻게 되는 것이 지?" 쌍아는 거짓말을 할 줄 몰랐다. 얼굴이 시뻘게져서는 그저 고개를 가로 저을 뿐이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녀의 무공은 가전무공이외다. 그녀의 어머니가 가르친 것이외다." 그 두타는 물었다. 위소보는 말했다. "그건, 히히, 말하기가 약간 거북합니다." 두타는 말했다. "뭐가 거북하다는 것이야? 빨리 말해!" 쌍아는 말했다. "저의 성은 장(莊)씨에요." 그 두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성이 장씨라구? 틀렸다. 거짓말을 하는군. 천하 장씨 성을 가진 사람 가운데 이토록 뛰어난 무공을 지닌 고수가 있어서 딸에게 무공을 가르 칠 만한 사람은 없다구." 위소보는 말했다. "천하에서 무공이 뛰어난 사람은 지극히 많은데 그대가 어찌 모두 다 알겠소?" 두타는 노해 말했다.ㄹ "나는 이 소저에게 묻고 있으니 그대는 방해하지 마시지." 그러면서 그는 가볍게 그의 어깨를 밀었다. 그는 매우 가볍게 밀었다. 혹시 어린애가 자기의 힘을 감당하지 못할까 봐 걱정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의 손이 위소보의 어깻죽지에 닿게 되 었을 때 위소보는 그 힘으로 어깨를 슬쩍 떨구면서 뒤로 떨치는 것이 아닌가. 그와 같은 몸놀림에 공력이 실려있지믄 않았지만 사용하는 초 식은 바로 풍행초언(風行草言)이라는 일초였다. 그리고 어깨를 움직이 면서 몸을 돌렸으며 왼손을 쳐들어 안면을 보호했고 오른손으로는 찌르 는 자세를 취하는데 놀랍게도 어느 정도 무공을 아는 솜씨가 아닌가. 그 두타는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그의 가슴팍을 움켜잡 았다. 위소보는 오른손을 내밀었다. 역시 영사출동(靈蛇出洞)이라는 일 초로서 역시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위소보의 오른손은 두타의 목 아래로 내려치게 되었다. 그러나 그의 손가락은 마 치 철판을 찌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어이쿠 하는 큰소리를 내지르 고 말았다. 이렇게 되자 쌍아는 두 손을 춤추듯 휘두르며 두타에게 공격을 했다. 두타는 손바닥으로 내쏟아 위소보의 가슴팍의 혈도를 봉쇄하고 몸을 돌 려서는 쌍아를 맞았다. 쌍아는 몸으 높이 날렸다가는 웅크리곤 하면서 날렵한 신법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두타는 칠팔 초 이후 두손으로 어느덧 그녀의 두 팔을 움켜잡을 수가 있었다. 그는 왼쪽 팔굽으로 그녀의 혈도를 봉쇄하고 몸을 돌려서 위소보에게 물었다. "그대는 부잣집 공자라고 했는데 어떻게 하여 요동 신룡도의 금라수법 을 알고 있지?"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부잣집 공자라고 해서 어찌하여 요동 신룡도의 무공을 펼치지 못 한단는 말이오? 설마하니 가난한 집안의 녀석만 쓸 수 있다는 말이오?" 그는 입으로 얼렁뚱땅하면서 시간을 끌려고 했다. 그러는 가운데 그는 번개같이 생각을 굴렸다. (요동 신룡도의 무공이라면 어떤 재간일까? 그렇군. 해 폐병쟁이는 늙 은 갈보가 무당파의 사람으로 가장하고 있지만 기실에 있었서는 요동 사도(蛇島)의 무공을 펼치고 있다고 했다. 그 신룡도라는 것은 십중팔 구 사도일 것이다. 그렇다. 늙은 갈보는 신룡교의 사람과 결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뱀인 뜻의 사자가 듣기 거북하니까 스스로 신룡이 라 일컫고 있는 것이다. 소현자의 무공은 바로 늙은 갈보가 가르친 것 인데 내가 소현자와 수시로 대결을 함으로써 부지불식 간에 이 몇 수의 금라수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 두타는 물었다. "터무니 없는 소리. 그대의 사부는 누구이지?" 위소보는 속으로 생각했다. (만약 이 무공을 늙은 갈보가 가르쳤다고 한다면 내가 궁안의 소태감이 라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하여 그는 즉시 말했다. "우리 아저씨와 사이가 좋은, 한 뚱보 소저라고 할 수 있는 유연 아주 머님이 가르친 것이외다." 그 두타는 크게 의아하여 물었다. "유연? 유소저가 너의 아저씨와 좋아하는 사이라구? 너희 아저씨는 누 구냐?" "우리 숙부님은 위대보(韋大寶)라고 하지요. 북경성 안에서 유명한 풍 류공자입니다. 은자를 한번 썼다 하면 일천 냥이죠. 그리고 얼굴 모습 은 무대에서 연극을 하는 배우 뺨치게 잘났답나다. 그 뚱보 소저는 그 만 우리 숙부님에게 반해 버리고 말았지요. 뚱보 소저는 종종 삼경 야 밤에 우리 집으로 온답니다. 그것도 화원의 담장을 뛰어남어 들어왔다 가 뛰어넘어 돌아가곤 하지요. 나는 그녀에게 매달려서 무공을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그녀는 저에게 몇 수 가르쳐 주더군요." 그 두타는 반신반의 하며 물었다. "그대의 숙부님은 무공을 모르시는가?" 위소보는 껄껄 소리내어 웃었다. "그가 무슨 무공을 알겠소. 그는 종종 유연 소저에게 뒷덜미를 잡혀서 는 이리저리 옮겨지곤 하지요. 꼼짝을 못한답니다. 나의 숙부님은 다급 해져서 욕을 하지요. '아들이 애비를 드는군.' 그러면 유연 아주머니는 웃으면서 말했죠. '아들이 애비를 들고 손자가 할아버지를 든다고 해도 상관이 없어요.'" 사실 이 몇 마디의 말은 빙 둘러서 두타를 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두타는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유연의 생긴 모습을 다그쳐 물었다. 위소보는 틀림없이 이야기를 하고 한마디를 덧붙였다. "그 뚱보 아줌마는 붉은 바탕에 수를 놓은 신발을 신기를 좋아하지요. 대사부, 저의 짐작이지만 아마 대사부께서는 그녀를 좋아하는 모양이지 요? 언제 그대가 그녀를 만나게 된다면 그녀와 함게 잠을 자도록 해보 세요. 잠을 자게 된다면 영원히 일어나지 못할거예요." 그 두타는 유연이 이미 죽은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러니 만큼 이 말 은 비꼬는 말같이 들리지만 기실에 있어서는 악독하기 이를 데 없는 말 로 저주를 하는 것이었다. 그러한 사저을 모르는 두타는 노해 부르짖었 다. "어린 사람이 터무니없는 소리를 지껄이는군." 그러나 그가 하는 말에 대해서 어느 정도 믿게 된 모양이었다. 손을 뻗 쳐서는 그의 아랫배를 가볍게 후려쳐서는 혈도를 풀려고 했다. 그런데 후ㅠ려친다는 것이 그의 품속에 있는 그 사십이장경을 후려쳤다. 탁 하 는 소리가 나면서 혈도는 풀어지지 않았다. 두타는 물었다. "그게 무슨 물건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내가 집에서 도망쳐 나올 때 훔쳐 나온 은표이외다." 그 두타는 말했다. "무슨 흰소리야? 은표가 어찌 그토록 많을 수가 있어?" 그는 손을 위소보의 품속으로 넣고 더듬었다. 그리고는 그 보따리를 꺼 내었다. 풀어 보자 놀랍게도 한권의 경서가 아닌가. 그는 어리둥절해졌 으나 대뜸 온 얼굴 가득히 기쁜 빛을 띠우고 부르짖었다. "사십이장격이다. 사십이장경이다." 그는 급히 싸서는 자기 품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위소보의 가슴팍 을 움켜잡고는 높이 쳐들며 날카롭게 호통쳤다. "어디서 생긴거지?" 이 한마디의 묻는 말에 좀처럼 대답할 수가 없었다. 위소보는 웃었다. "헤헤헤, 그것 말인가요? 말을 하자면 일시지간에 다 말씀을 드릴 수가 없답니다." 그는 일부러 시간을 늦추어 빈틈없는 거짓말을 꾸며대야 한다고 생각했 다. 그래야만 두타가 믿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경서가 어디서 나왔다고 하는 것은 아무렇게나 꾸며댈 수 있었느며 그 것은 또한 쉽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경서가 이미 그의 손에 들 어갔는데 어떻게 속여서 되찾는가 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그 두타는 큰소리로 물었다. "누가 그대에게 준 것이지?" 위소보의 몸은 대롱대롱 허공에 매달린 꼴이 되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의 망막에 사람들 모습이 보였다. 산비탈 위에 칠팔 명의 잿빛옷을 입 은 승려들이 이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 모양을 보건데 바로 청량사 뒷절간에서 보았던 소림 십팔나한 가운 데 할 사람인 것 같았다. 고개를 돌려보니 다시 몇 명을 볼 수가 있었 다. 서쪽 산비탈 위로 올라오는 몇 명과 합치게 된다면 모두가 십 칠팔 명이나 되었다. 그는 속으로 크게 기뻐서 생각하였다. (이 도적 같은 두타야. 너의 무공이 아무리 고강하다 하더라도 소림 십 팔나한은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그 두타는 다시 다그쳤다. "빨리 말해. 빨리 말해!" 그러다가 위소보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는 것을 보고 그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던졌다. 산비탈길 동쪽, 북쪽, 서쪽 삼면에서 천천히 십여 며의 화상들이 다가 오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별로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듯 물었다. "저 화상들은 무엇하러 오는 것이지?" 위소보는 말했다. "그들은 대사부의 무공이 고강하다는 말을 듣고 매우 탄복해서 그대를 사부로 모시고자 찾아오는 것일게요." 그 두타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나는 제자를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큰소리로 호통을 내질렀다. "이것 보시오. 그대들은 빨리 돌아들 가시오. 내 앞에 나타나서 쓸데없 는 잔소리를 하지 말란 말이오." 이 호통소리에 사방의 산들이 메아리쳤다. 그 위세는 실로 놀라울 지경 이었다. 십 팔 명의 승려들은 그 말을 못들은 척 일제히 산비탈 위로 올라왔다. 기다란 수염을 한 노승이 합장하며 입을 열었다. "대사는 요동의 반존자(반尊者)이시오?" 허공에 매달려 있던 위소보는 그와 같은 말을 듣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
첫댓글 잼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