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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클락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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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준) 스크랩 현대사 격랑의 시대를 살아가는 1958년생
이재운1045 추천 0 조회 244 15.07.09 17:12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나는 1958년생이다. 

내 형제는 모두 다섯인데, 큰형은 6.25전란 중인 1950년 9월에 태어나 태아 시절에 피난을 다녔다.

둘째형은 좀 늦은 1954년 5월생이다. 

아버지는 1943년 봄, 일제에 징병되어 훈련을 받던 중 탈영했는데, 육이오전쟁 때는 장티푸스에 걸려 피난을 포기하고 할아버지와 함께 꼼짝없이 집에 머물렀다. 이후 할아버지의 극진한 간병으로 병이 나았지만 전쟁이 끝난 다음에야 건강을 회복해 둘째형은 1954년이 되어서야 태어난 것이다.


전쟁 막바지에 아버지의 동생, 즉 내 숙부가 입대해 지리산공비토벌대로 배속되었다. 그러자 겁많은 숙부는 당신의 사촌이 육군소위로 참전했다가 전사한 뒤라서 그런지 군인들 전사자가 너무 많이 난다며 몰래 탈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군과 경찰은 우리집을 두드리며 탈영병을 찾아내라고 매일 윽박질렀다. 그 아래 동생은 18세라서 군대 보내기에는 너무 어리고, 결국 아버지가 28세의 늦은 나이로 대신 입대했다. 덕분에 나는 아버지의 4년 군복무가 끝난 1958년 9월에야 태어난다.


- 현대사의 산 증인인 내 형제들. 

왼쪽부터 1950년생, 1954년생, 1958년생, 1960년생, 1963년생


1958년에 출생한 사람은 모두 75만 8천명이다. 내가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할 때 전국 4년제 대학생 수가 약 8만 명이었다. 당시 총장이 "대학생은 또래 인구 중 10%에 불과하니 더 열심히 공부하라."고 충고하는 말씀을 들었다. 또래의 90%는 구로공단으로 대표되는 산업전사로 일했다. 대한민국 산업화에 1958년생을 비롯한 전후세대 여성들의 희생이 특히 컸다고 생각한다. 거지처럼 태어나(밥 세 끼를 다 먹지 못했다) 노예처럼 일하고(임금착취가 심한 시절이었다.) 미친 듯이 민주화를 외치다(하필 유신정권, 군부정권 시기에 청년이었다) 조기정년으로 물러난(갑자기 수명이 늘어 힘이 넘치는데도 현장에서 밀려났다) 게 내 또래들이다. 


그런데 2015년 1월 현재 나이별 인구표를 보니 내 동갑내기는 77만 6856명이 생존하고 있다. 그 사이 1만 8856명이 죽었다. 이 통계를 보니 심각하다는 생각이 든다. 시골 친구 중에 몇몇이 세상을 뜨기도 했지만 대개 살아 있다. 그것도 매우 건강하다. 옛날 같으면 인구감소가 뚜렷할 텐데 75만 8천 명 중에 1만 8856명 밖에 죽지 않았다면 이건 엄청난 사건이다. 1958년생은 전쟁을 겪지 않았다. 우리 또래들이 겪은 사건으로는 광주민주화항쟁 밖에 없다. 그때 딱 입대 연령에 걸려 몇 명이 현장에서 죽었다. 그것 말고는 뚜렷한 전쟁, 전투가 없다. 그래서 생존율이 높아진 것같다.


지금 내 친구들을 보면 공무원이나 현직에 있을 뿐 민간기업에 있던 사람들은 대개 퇴직했다. 

평균 수명 81세(남자 78세, 여자 84세)로 봐줘도 이 건강체들이 써야 할 생활비, 의료비 등이 엄청나다.

1970년의 기대수명은 61.9세라서 노인문제가 자연해소되었는데 이게 그 사이 20년 가량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또래 인구가 100만 명이 넘는 1969년생, 1970년생, 1971년생이 벌써 40대 중반을 넘어섰다.

이런 사실은 결국 십수년 만에 노인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무서운 지표가 된다.


과연 이들에게 지급될 연금 등 사회적 부담이 얼마가 되느냐가 관건이다.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일지, 그 선을 넘어갈 것인지 계산을 해봐야 될 듯하다.


내가 잘 아는 분이 경제기획원에 근무하던 1979년, 우리나라 국부는 약 13조원이었다. 그 13조원을 놓고 10년, 20년 뒤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리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고 한다. 13조가 20조나 50조, 혹은 100조로 는다고 생각하면 비교적 순조롭지만 실제 우리나라 국부는 2008년말 기준 6904조원이 되었다. 국부가 폭발했다.

따라서 지금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급증하는 노년층을 안전하게 먹여살리려면 기업활동, 경제활동 다 포함하고도 사실상 남북통일 같은 특별한 사건이 터져야만 가능할지도 모른다. 남북통일의 경제적 가치는 조 단위가 아니라 경을 넘어서리라고 나는 확신하기 때문이다.


난 나를 포함한 전후세대를 위해 반드시 통일이 되어야 하고, 그 통일된 힘으로 경제력를 폭발시켜야 대한민국이 안전하고 풍요로워질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그 믿음을 위해 나아가고 싶다.


어제 국부 이야기하던 기억이 나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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