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무숲 새 책 소개 -
‘어린이미술관’ 시리즈 15
김종영 (생각을 새긴 조각가)
글쓴이 : 조은정(미술평론가)
독자층 : 초등학생 및 일반인 크기 : 185×245mm 면수 : 48쪽(올컬러)
펴낸날 : 2013년 1월 2일 가격 : 10,500원 ISBN : 978-89-89004-34-9
그림 퍼즐의 한 조각 같기도 한 이 작품은
무엇을 표현한 걸까요?
톱니바퀴를 잘라낸 것 같기도 하고,
두 팔을 휘저으며 노래를 부르는 듯도 하지요.
앞면에는 싱싱한 초록색을, 옆면에는 분홍색을 칠해
더 입체적으로 보입니다. (본문 37쪽)
<작품80-3> 1980년, 나무에 채색, 55×7×35cm
추상의 세계를 알려주는 책
'추상'이란 단어는 우리에게 어렵다는 선입견을 갖게 합니다. 하지만 추상의 과정을 알게 되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닙니다.
추상미술 또한 알 수 없는 작품으로 생각되지만 아주 모를 작품도 아니랍니다. 우리나라 추상조각의 개척자이자 대가인
김종영(1915~1982) 선생의 자각상들(본문 20쪽)을 보면 추상 작품이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되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무엇을 표현한 것인지를 바로 알 수 있는 구상조각과는 달리 여러 가지 추측과 궁금증을 유발하는 추상조각에 대해 알아볼까요.
사물의 본질을 꿰뚫어 단순하게 표현하는 추상조각
① <자각상> 1964년, 나무, 17×16×26cm ② <자각상> 1971년, 나무, 25×12×15cm ③ <작품80-5> 1980년, 나무, 46×25×8cm
①의 자각상처럼 나무를 깎아서 명암의 효과를 이용하여 전체적인 형태로 얼굴을 표현하였다가,
②의 기름한 얼굴에 앞을 응시하는 두 눈과 기다란 코, 굳게 다문 입의 특징을 잡아내 단순하게 표현하였다가,
③은 갸름한 나무판에 긴 나무 조각을 오뚝하게 붙여 매우 간결하면서도 명확하게 얼굴을 표현했습니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사물의 본질을 잡아내 단순하게 표현한 추상 작품을 접하게 되면 거개의 사람들은
'대체 이건 뭘 표현한 거야?'라고 잠깐 생각하다가, '에이, 모르겠다. 추상미술은 역시 어려워!'라고 돌아서 버리지만,
구상에서 추상으로 건너가는 과정을 살펴본 관람자라면 작품 앞에서 곰곰이 생각에 잠길 것입니다.
'어린이미술관' 시리즈 15권째인 《김종영(생각을 새긴 조각가)》는
독자들에게 미술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추상이라는 물결을 타고 그것을 느껴보는 기회를 줍니다.
추상조각의 색다른 멋을 느끼게 하는 책
'추상'이라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지만 조금씩 이해하게 되면 색다른 멋을 느낄 수 있습니다.추상조각은 작가의 생각에 따라 같은 사물도 다양하게 표현되기 때문에 정해진 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감상자가 자유롭게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작품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작품을 함께 감상한 사람들과
각자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작가가 무엇을 표현하려 했는지 거꾸로 추적해가는 재미를 배워갈 수 있답니다.
알쏭달쏭한 작품에 쉬운 설명이 곁들여 있는 책
책 속에 소개된 작품에는 재미있는 설명이 담겨 있습니다. 추상조각으로 쉽게 들어갈 수 있는 시계토끼인 셈이지요.추상조각가 김종영은 주위 사람과 마당의 여린 식물들, 그리고 동네 앞산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그것들을 보고 또 보면서 자연의 풍부한 내용을 단순하고 소박하게 표현했습니다.
이 알쏭달쏭한 추상조각에 대해 조각평론가인 지은이가 자신의 느낌을 쉽고 재미있게 풀어놓았습니다.
작품 사진과 그에 대한 설명을 먼저 읽는 것도 추상조각에 편하게 다가서는 방법입니다.
추상미술을 어려워하는 어른들도 이 책을 읽다 보면 별 부담 없이 작품들을 즐길 수 있습니다.
참된 예술가이자 삶의 스승, 김종영
추상조각가 김종영은 농부처럼 성실하게 작업을 하였습니다.
작품이란 미를 창작한 것이라기보다 미에 접근할 수 있는 조건과 방법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여 자연이나 사물을 관찰하며
그것의 질서를 이해하고자 했습니다. 사물의 덧살을 걷어내고 기나긴 통찰의 시간을 거쳐 알아낸 핵심만을 명료하고 단순하게
표현했습니다. 김종영은 대상을 깊이 관찰하고 재료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답답한 기다림을 견뎌냈습니다.
그렇게 한 점 한 점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조각과 교수였던 그는 평생 선비 정신을 오롯이 지키며 세상의 영화보다 예술에 가치를 두며 살았습니다.
세상에 이름을 드러내려고 애쓰기보다는 외롭게 작업에 몰두하였습니다.
오로지 '조각'이라는 한길을 걸었던 그는 조각가로서뿐 아니라 삶의 귀감이 되는 인물로서도 손색이 없습니다.
이번 주말, 이 책과 함께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 있는 '김종영미술관'으로 나들이하는 것은 어떨까요?
어렵게만 느껴졌던 추상작품 앞에서 온가족이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하며 추상조각의 세계를 맘껏 즐겨 불 수 있습니다.
이 글을 쓴 조은정 선생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대한민국 제1공화국의 권력과 미술'로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 미술사학자이자 미술평론가로 강의, 글쓰기,
전시 활동을 통해 한국의 근현대미술을 널리 알리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현대 조각을 소개하고, 우리나라 현대 조각의 거장인 김종영 선생님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썼습니다.
지은 책으로 《권진규(흙을 구운 조각가)》와 《조각감상법》, 《권력과 미술》, 《한국조각미의 발견》,
《한국의 미를 다시 읽는다(공저)》 등이 있습니다.
차례
새터마을 소답꽃집 | 글씨에서 그림으로 | 곡식 축내지 않는 제비 | 참된 예술가, 참된 스승 | 무명 정치수를 위한 기념비 |
작업, 작업, 또 작업 | 또각또각 새가 되고 | 사물을 단순하게 | 공간에 스미는 조각 | 하늘을 나는 말 | 단순한 아름다움을 찾아서
| 정신을 새기다 | 조각하지 않는 조각가 | 공간에 그린 그림 | 기다림은 답답하지만
부록
김종영 선생님 추억하기 | 작품 속 가족들 | 김종영미술관을 찾아서 | 추상조각의 창시자
본문 맛보기
‘어린이미술관’ 시리즈는
◈ 조선 후기부터 오늘에 이르는 우리나라 미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삶을 소개하는 전기 형식을 띤
‘온가족이 함께 보는 화집’입니다.
◈ 어린이들에게 예술가의 삶을 느끼면서 작품 보는 즐거움을 알게 하는 책입니다.
◈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어린 시절 미술관에 가는 횟수가 중요한 성장 배경이 된다고 했습니다.
이 책은 ‘생활 속의 미술관’ 역할을 하고자 합니다.
《박수근(나무가 되고 싶은 화가)》 《김정희(난초를 닮은 서화가)》 《신사임당(풀과 벌레를 즐겨 그린 화가)》
《백남준(새로운 세계를 연 비디오 예술가)》 《김환기(꿈을 그린 추상화가)》 《김기창(장애를 딛고 선 천재 화가)》
《정선(진경산수화를 완성한 화가)》 《장욱진(새처럼 날고 싶은 화가)》 《이중섭(아이를 닮으려는 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