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시간, 7.5시간 계약으로 113억 이익 챙긴 홈플러스
불매운동으로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의 마음을 보냅시다
선생님들 안녕들 하십니까? 저는 2014년을 안녕하지 못하게 시작했습니다.^^
연말에 공공요금이 줄줄이 인상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는데 활동보조 수가는 동결되었으니 올 한해를 어떻게 버텨야 할까 고민스럽습니다. 수가가 동결된 분야가 저희만이 아닙니다. 보육교사들의 임금도 동결되었고 요양보호 수가도 동결되었다고 하니 추측컨대 다른 사회서비스 분야도 모두 수가 혹은 임금이 동결됐으리라 짐작이 됩니다. 대통령의 복지축소가 곳곳에 영향을 미치고 우리의 발등도 찍고 있습니다.
우리 눈에는 활동보조처럼 어렵고 열악한 직업이 없는 것 같지만 여성의 구성비율이 높은 직업일수록 우리 못지 않게 어렵거나 혹은 더 열악한 곳도 많이 있습니다. 보육교사들은 수업준비시간은 노동시간으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임금도 짠데다가 하루종일 CCTV의 감시를 받고 있는 경우가 다수여서 스트레스가 장난이 아닙니다.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여 노동법의 보호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특수고용직군으로 분류되는 간병인들, 학습지 교사들, 골프경기보조원들도 대부분 여성들이고 열악함은 아마 말하지 않아도 다들 아실겁니다. 마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요.
앞으로 이런 이야기들도 나눴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활동보조서비스 노동자 이야기만 할 게 아니라 우리 주위에 눈을 돌리면 어디에나 보이는 고달픈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해볼려고 합니다.
오늘은 대형매장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0.5계약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0.5계약제란 노동시간을 7.5시간으로 계약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노동자들이 물건 정리하다가 7.5시간 되면 그냥 집에 가버리나요? 입장 바꿔 생각해 보면 간단하지요. 이용자가 화장실에서 볼 일 보고 있는데 시간 다 됐다고 가버리나요? 병원에 갔다 오다가 길거리에서 시간이 다 되면 냅두고 집에 가나요? 아마 그럼 바로 활보 바꿔달라고 난리가 나겠죠. 홈플러스 노동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랬다가는 바로 잘리겠지요. 대부분의 노동자들은 남아서 물건을 정리하느라고 8시간 이상 일하는 건 기본이고, 점심시간도 31분 밖에 안됩니다(노동법을 공부했거나 작년 하반기에 복지부가 내려보낸 지침을 보신 분들은 아시지요? 4시간에 30분씩 휴게시간 보장해야 하는 거). 그래도 홈플러스가 주는 임금은 딱 7시간30분 어치(시급 5450원)입니다. 근로기준법에 8시간으로 계약했을 때 보장하는 연장수당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습니다.
(활동보조서비스가 처음 시작될 때 기본 노동시간을 두 시간으로 했다가 한 시간으로 줄였던 거 기억하시죠. 당시 아동 등하교를 보조하던 샘들이 피해를 많이 봤지요. 그리고 29분이면 0시간, 31분이면 1시간. 이것 때문에 이용자랑 서로 보이지 않는 눈치겨루기를 하는 분들도 많죠. 이걸 생각해보면 이들 노동자들이 얼마나 열 받고 있을지 짐작이 갑니다.)
이렇게 해서 홈플러스가 남긴 이익이 무려 113억입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대부분은 40대 이상의 여성들입니다. 이들 1만6천명의 눈물을 쥐어짜 모은 113억은 어디에 쓰였을까요? 아마 이렇게 쥐어짠 고혈로 홈플러스의 높은 분들은 한 겨울에도 보일러 팡팡 틀고 반팔로 집안을 돌아다니고 자식들은 방학 때마다 해외여행 보내고, 품위유지비로 수백만원짜리 옷에 망설임없이 카드 퍽퍽 긁겠지요.
홈플러스 같은 대형매장들은 노동자들에게 얼굴 근육이 마비될 정도로 과잉친절노동을 강요합니다. “어서오세요 고갱님~~~ 포인트 있으세요? 봉투 필요하세요?” 어쩌면 그 노동자는 자식이 대학에 떨어져서 어젯밤 잠 한 숨 못자고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생리통으로 아랫배가 뒤틀리고 있을지도 모르구요. 남편이랑 대판 싸워서 이혼을 해야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기분이 엉망인 상태에서도 감정노동을 소홀히 했다가는 고객의 클레임에 작살날터이니 아마 티도 못내고 친절친절 하고 있겠지요. 이 계산대 노동자들은 4.5시간~7.5시간의 계약을 하고 있답니다. 0.5 계약만 있는 것이 아니라 0.4, 0.2계약도 있답니다. 6시간 20분, 4시간 20분... 이런 식으로 계약을 하여 10분씩 임금을 줄이고 있다는 것이지요.
드디어 이 홈플러스 노동자들이 0.5계약제 폐지를 요구하며 투쟁을 시작했습니다. 지난 12월30일부터 1월5일까지는 부분파업, 1월 9일에는 총파업을 하기로 했답니다. 인천 간석점의 조합원들이 12월26일-28일 사이에 수위가 낮은 쟁의를 했답니다. 방법은 ‘앉아서 계산하기’와 ‘딱 7.5시간만 일하기’입니다. 그런데 홈플러스에서는 계약한 노동시간만큼만 일했다고 조합원들을 자르겠다고 협박하고 전환배치하라고 명령까지 내렸답니다. (웃기지도 않지요. 만일 우리한테 하루에 8시간으로 계약하고 봉사 한 시간씩 더 하라고 하면 우리가 먼저 이용자 바꿔달라고 할겁니다.)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해고를 각오하고 투쟁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활동보조서비스 노동자들도, 이 노동자들의 힘든 투쟁을 지지하고 응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여성노동자로서, 감정노동자로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응원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장사꾼들을 무섭게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물건 안사기’입니다.
0.5계약제가 폐지될 때까지 홈플러스 매장은 가지도 말고, 홈플러스 물건을 사지도 맙시다.
첫댓글 무섭다 진짜로 무섭네요
진짜 하늘이 무섭지 않은자들~~ 돈,돈,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