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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산행일자:2008. 4. 29일(화)
*소재지 :경남합천
*산높이 :1,138m
*산행코스:장박마을-너백이쉼터-황매산-베틀봉-모암재-순결바위
-영암사지-모암재주차장
*산행시간:11시10분-16시20분(5시간10분)
*동행 :은하수 산악회원
(아래 사진은 은하수산악회의 수리님이 찍은 것을 전재했습니다. 수리님에 감사드립니다)
5년 전 철쭉 꽃 축제기간 중에 한번 다녀간 황매산을 그때보다 열흘 가량 일찍 찾아 다시 오르자 마치 개장 직전의 해수욕장을 들르는 것 같았습니다. 며칠 후면 떼 지어 몰려들 손님을 맞을 마음에 몽우리 진 철쭉이나 수온이 덜 오른 바다물이야 가슴 설레겠지만 미리 찾아간 손님들이 썰렁하게 느낄 수밖에 없는 것은 매사가 다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한 열흘 지나면 철쭉꽃이 만개해 절정에 이를 것임을 빤히 알고서도 황매산을 찾은 것은 그때쯤 철쭉꽃을 찾아 이 산을 오를 20여명의 고교동창들을 안전하게 안내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번 산행 중에는 그래서 꽃보다는 길에 더 신경을 쓴다고 했는데 답사산행을 마치고 정작 기억에 남은 것은 잘 나있는 길이 아니고 여기저기 흩어져 꽃을 피운 진달래와 넓은 평원, 그리고 평원 위에 앉혀놓은 정상의 암봉과 모산재에서 내려가는 암릉 길이었습니다.
황매산의 브랜드이미지가 철쭉꽃과 너무 강하게 연계되어 있어 저 또한 직접 와서 보지 않았다면 진달래꽃이 활짝 핀 황매산이 잘 상상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직 몽우리를 터뜨리지 않은 철쭉나무가 대극장의 무대 뒤에서 막이 오르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곳저곳 소극장으로 손님을 끌어 모으는 일은 새빨간 진달래꽃이 했습니다. 참꽃으로 명성을 날리는 비슬산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여기 황매산이 그동안 철쭉꽃이미지가 너무 강하지 않았다면 이 정도의 진달래꽃으로도 충분히 손님을 끌어 모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여름날의 푸르름을 되찾지 못한 칙칙한 참나무들 틈바구니에서, 또 암릉 길을 받치고 있는 암벽에 붙어 꽃을 피우는 황매산의 진달래들이 조금은 고고해 보였습니다. 그래도 이름이 진달래인데 아무려면 연달래인 철쭉에 밀릴까 보냐는 이 꽃의 오기가 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산을 철쭉꽃이라는 단일한 이미지로 포장하는 것이 정말 잘하는 일인 지 모르겠습니다. 혹시라도 지자체에서 이 산을 브랜드화해 보다 많은 손님을 불러들이겠다는 경제적 동기에서 특정이미지의 강화에 힘써온 것이라면 이는 오판임에 틀림없습니다. 우리나라 최대의 산 사이트인 “한국의 산하”에 2008년 1-4월 중 등재된 산행기가 단 한 건도 없음에서 드러났듯이 대부분의 산객들이 일단 철쭉꽃이 지고나면 황매산은 더 볼 것이 없다며 발걸음을 다른 산으로 돌린 것이 분명합니다. 우리의 산하가 시장의 상품과 근본적으로 다른 것은 산하는 바로 자연이라는 사실입니다. 어찌 이 황매산의 오묘한 자연을 특정 꽃 하나로 제대로 느낄 수 있겠습니까? 철쭉꽃에 가린 진달래와 드넓은 평원, 그리고 이 평원을 지켜주는 의젓한 암봉들이 수많은 산객들의 머릿속에서 되살아나야 황매산이 활기를 되찾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전11시10분 경남산청 차황면의 장박마을에서 답사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산악회버스가 대진고속도로의 생초 I.C를 빠져나와 장박마을에 다다르는데 27분이 걸렸습니다. 느티나무 정자를 출발해 수 분 동안 시멘트포장도로를 걷다가 산길로 들어섰다고 했는데 얼마 안 있어 앞서 걸은 시멘트포장길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계속 오르면 떡갈재에 닿는 시멘트 길을 몇 분 더 걷다 오른 쪽 산길로 들어서 본격적인 산행을 시작했습니다. 샘터에서 물 한 모금을 떠 마신 후 새 잎이 막 돋아난 낙엽송림을 지나 앞이 탁 트인 묘지 앞에 이르렀습니다. 소나무들이 많이 들어선 산허리 길을 에돌아 물이 흐르지 않은 계곡의 끝점을 지나자 몸을 숨긴 새들의 합창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활짝 핀 철쭉꽃을 보자 열흘 후에 동창들이 이 산을 오를 때는 꽃이 다 지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됐습니다.
12시24분 떡갈재에서 황매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진양기맥 상의 너백이쉼터를 지났습니다. 960봉의 너백이쉼터에 다다르기 얼마 전부터 고산지대의 기운이 역력해 참나무들이 아직 새순을 돋우지 못했고 철쭉들도 꽃 몽우리를 열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소나무 몇 그루가 그늘을 만들어주는 쉼터에서 먼저 오른 몇 분들과 인사를 나눈 후 오른 쪽으로 멀리 보이는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능선 길 양옆으로 광활한 철쭉꽃나무 군락지가 펼쳐 지어 꽃들이 만개할 때 이 길을 걸으면 천상의 화원이 따로 없겠다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1000m 안팎의 고지대에서 각광받는 4월의 꽃은 단연 진달래였습니다. 길섶의 억새 숲에 숨어 노란 꽃을 피운 양지꽃의 다소곳함은 다른 꽃이 따를 수 없다 해도 꽃의 본질인 화사함은 진달래나 철쭉꽃에 한참 뒤지기에 이 꽃이 천상의 화원을 대표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13시9분 해발 1,108m의 황매산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생중마을 갈림길의 헬기장을 지나고 넓은 평원에 삐죽이 서있는 우람한 바위를 지나 표지기가 많이 걸린 소나무 앞에 이르렀지만 키가 작아 땡볕을 가릴 만한 그늘을 만들어 주지는 못했습니다. 왼쪽의 1103봉과 오른쪽의 황매산 정상의 암봉을 받쳐주는 길 양쪽의 높다란 암벽에다 꽃을 피운 진달래가 없었다면 황량하기 이를 데 없는 밋밋한 능선 길을 따라 걷다가 마지막 10분간 치받이 돌계단 길을 걸어올라 능선삼거리에 도착했습니다. 너백이쉼터에서 여기 갈림길까지 이어진 진양기맥은 왼쪽 삼봉으로 갈라졌고, 저는 오른 쪽 가까이의 암봉을 올라 “黃梅峰” 표지석을 확인했습니다. 합천호에서 이 산의 하봉, 중봉과 상봉을 우러러보면 세봉우리가 마치 매화꽃처럼 보인다 해서 황매산(黃梅山)의 이름을 얻었다는 이산의 정상에 오르자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더 할 수 없이 시원스러웠는데 바테리를 집에다 빼놓고 와 합천호도, 영화주제마을도, 지나온 철쭉 군락지도, 지나갈 평전 길도, 또 외롭게 혼자 내달리는 진양기맥 산줄기 등 어느 것 하나도 카메라에 담아가지 못해 못내 아쉬웠습니다. 남중한 태양에 밀려 정상에서 내려와 앞의 암봉을 오르다가 바위아래 그늘에서 점심을 든 후 황매평전으로 내려섰습니다.
14시7분 해발946m의 베틀봉을 올랐습니다.
넓은 평원이 눈을 끄는 것은 눈을 끌 것이 아무 것도 없어서인데 어제는 황매평전에 세워진 하얀 몽고텐트들이 제 눈을 끌었습니다. 왼쪽 아래 마을에서 올라오는 포장도로가 끝나는 움푹 들어간 공터에 세워진 텐트는 5월4-6일에 열릴 철쭉꽃 축제기간 중 장터로 쓰일 것 같은데 5년 전에 보았던 것처럼 마이크를 크게 틀어놓고 대중가요를 들려줄 뜻이라면 그 시끄러움에 시달릴 철쭉꽃에 정말 미안한 노릇입니다. 오른 쪽 아래로는 단적비연수를 촬영한 영화주제마을이 보였습니다. 평전 길을 걸으며 철쭉꽃이 아니더라도 억새밭이 평안하게 다가와 먼지만 일지 않는다면 어느 계절이라도 걸을 만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얀 눈이 쌓인 드넓은 평전을 걷는 모습을 그려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슴 뛸만한 일이기에 언제고 한 번은 겨울철에 올라보겠다는 생각을 굳힌 후 베틀봉을 올랐습니다. 남진 길은 여기서 멈추고 왼쪽으로 내려가 팔각정을 짓는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산불감시초소에 이르렀습니다.
14시57분 해발 767m의 모산재를 올랐습니다.
남진하는 산줄기를 따라가면 감암산에 이르게 되는 산불감시초소 갈림길에서 왼쪽 길로 내려가 철쭉 군락지를 지났습니다. 앉은뱅이 철쭉들과 사용하기에는 너무 높아 보이는 평상 몇 개를 지나 데크에 다다르자 이번에는 제 위치를 찾은 낮은 평상과 키를 넘는 철쭉들이 보였습니다. 황매산 정상에서 내려와 몽고텐트를 가운데 놓고 시계반대방향으로 반 바퀴를 돌고나자 철쭉 군락지가 끝났고 이내 안부로 내려섰습니다. 모산재도 고개마루 재려니 생각해 큰골로 내려서는 사거리안부가 모산재가 아닐까 머뭇거리다가 지도를 보고나서 앞에 보이는 비알 길로 올라섰습니다. 직진하면 무지개터로 이어지는 갈림길에서 왼쪽으로 꺾어 모산재에 올랐습니다. 동강난 표지석이 놓인 돌돌무더기 옆에 새로운 표지석이 세워진 모산재에서 북동쪽으로 내려서는 암릉길로 접어들었습니다.
16시20분 모산재주차장에 도착해 답사산행을 끝냈습니다.
모산재에서 순결바위까지 이어지는 암릉 길도 주변 경관이 빼어나 걸을 만 했습니다. 오른 쪽 건너로 아슬아슬해 보이는 철계단 길과 절애의 암벽을 보고나자 황매산을 넓은 평전의 철쭉 동산으로 단정하는 것은 백번 잘못이다 싶었습니다. 암릉길에서 맞는 골바람도 시원했습니다. 순결바위를 지나며 뜨끔해할 처녀들은 거의 산을 찾지 않고 대신에 이미 결혼한 아주머니들이 주로 산을 오르기에 순결바위의 순결감지기능이 별 쓸모가 없어졌을 것입니다. 순결바위에서 가파른 길을 로프를 잡고 내려가다 산 중턱에 자리한 국사당에서 잠시 숨을 골랐습니다. 이 지방 관찰사가 매년 이곳에서 조선조 태조임금께 제를 올렸다 하는데 설마하니 가마를 타고 오르지는 않았을 것이고 거추장스런 도포자락을 날리며 오르내리기도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조금 더 내려가 만난 간이 찻집에서 오른 쪽으로 꺾어 영암사지로 내려섰습니다. 천 년 전의 영화가 어떠했는가를 일러주는 영암사 절터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었지만 새로 지은 극락보전과 그 옛날의 삼층석탑의 시간적 간격을 메워줄 만한 다른 유적들이 또 있는 지는 확인하지 못하고 주차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맨 꼴찌로 주차장에 도착해 산악회에서 준비한 국밥을 들기가 조금은 민망했습니다.
제 걸음으로 총 5시간 10분이 걸렸으니 5월11일에 있을 동창들과의 산행은 인파가 좀 몰리더라도 6-7시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됐습니다. 그리 가파른 산길도 없고 모암재에서 주차장으로 내려서는 길이 심하게 밀리지 않는다면 그 날 산행이 순조로울 것 같습니다. 그 때쯤이면 4월의 황매산을 지켜온 진달래도 5월의 주역인 연달래에 확실하게 자리물림을 마칠 것이고 연달래는 혼신을 다해 꽃을 피울 것입니다. 이와 같이 때를 맞춘 자리물림이 산속의 질서이고 자연의 로고스이기에 연달래가 연출하는 천상의 화원을 기대해도 좋을 것입니다.
첫댓글 같은지역에서 철쭉보다는 진달래가 한 20여일 먼저 핀답니다. 조금 일찍 가시어 진달래를 보셨군요. 하지만 어떤 꽃이면 어떻겠습니까? 자연과 함께 할수 있다는 것만 으로도 행복하지요. 저도 4일에 진달래대피소를 갔는데 꽃망울만... 황매산에 머물다 갑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반갑기야 연달래보다 진달래가 더하다는 생각입니다. 봄의 화신을 산속에서 발신하는 것은 연달래보다는 진달래 몫이기 때문입니다. 머물다 가심에 감사드립니다.
무리지어 화사하게 피어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귀히 여김을 받는꽃과 양지쪽에 아님 눈에띄지않은 바위틈어느곳에 피어있는 이름모를 많은 들꽃들......모두가 어우러져 산을 이루고 자연의 조화를 이뤄 사람들의 눈에 아름다움을 주고 있는데 가늘가늘 보일듯 말듯 작은꽃봉오리 몽올거리는 들꽃을 보면 왠지 가슴이 짠하고 이뻐해주고 싶은 맘이 절로절로 남은 아마도 그꽃이 내처지와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일까......산행기를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주 작은것에도 섬세함을 표현하는 님들의 아름다운맘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시인의 마음으로든 원시인의 마음으로든 아름다운마음 아름다운눈을 가진님 산행기 잘 보고갑니다~~~~~*^^*
세세하게 제 글을 읽어주신 님께 늦게나마 감사인사 드립니다. 산이 어떤 옷을 입고 있든 감사하는 마음으로 대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산속에 핀 꽃들이 화사하든 청초하든 모든 꽃들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이 꽃들을 피우는 산이 고마워서 일 것입니다. 안산, 즐산하시기 바랍니다.
그날 친구 부부가 황매산을 산행하고 돌아왔지요. 얼마간 전 다리가 좋지를 않아 산행을 금하여야 했기에 다녀오신 분들 부러움의 눈으로만.....사진으로 보아 편안한 산행인줄 알고 참석하려다 그만 둔 것이 천행이란 생각, 님의 글을 읽으며 돌이켜봅니다. 한강기맥이니 하면서 선두에서 훨훨 나르던 때가 어제 일 같은데 이제는 나이가 먹어가는가 봅니다. 젊음이 허락된다면 그 날까진 산행을 기고 싶은데...... 글 감하고 갑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산행하시는 모습 자주 보여주시기 바랍니다.
다리에 충격을 주는 충격량은 단위시간당 운동량에 비례하고 운동량은 몸무게와 산행속도에 비례한다는 것이 뉴톤의 공식입니다. 아예 집에 주저앉아 계실 뜻이 아니시라면 산행속도를 늦추고 코스를 짧게 잡거나 시간을 늘려잡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제게는 충격량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이 속도를 줄이는 길임을 체험적으로도 익혀 알고 있습니다. 님의 옥고를 계속 읽고 싶은 욕심에서 말씀올렸습니다. 고맙습니다.
始人마뇽 님의 말씀에 공감하면서.....그리하여야 될 것 같은 생각이오나 늘 각박한 산행시간에 쫒기다 보니, 여유로운 산행을 하고싶어 긴 날을 개인적인 산행을 하다보니 많은 비용과 여자 혼자서 길을 떠나야 하는 위험부담등으로 얼마간 마음을 끓여야만 했지요. 은하수산악회에서는 후미들이 늘 중도포기하는 일이 많아 중간정도에서 산행을 하다보면 늘 제가 후미가 되는 일 허다하여 마음이 조급하여 지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여자의 몸으로 혼자 뒤쳐져 산행한다는 것도 위험한 일이기에 그리 느긋한 마음만 있을 수도 없는 일.... 말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